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여름이 시작되었다.
부도유예협약대상기업으로 선정이 되어 버린 부경마트.
부경마트를 살리기 위한 금융 회사들의 부도 방지 협약이 아니었다.
국내 재계 순위 8위까지 올라섰던 부경이란 이름하에 모여 있는 부경 그룹의 전 계열사들, 그들의 협력 업체, 거래 업체들의 줄도산을 막아 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은행권의 입장에선 부경마트가 무너지면 부경통신, 건설, 화학, 물산, 거기에 화재까지 최악의 경우 부경 그룹 전체의 파산이 예상되는 숨 막히는 상황이었다.
7월 22일.
결국 종금사의 어음을 제때 막아 내지 못한 부경마트를 상대로 여신 9천억을 밀어 넣었던 대일은행이 다른 은행들과 공동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협조 융자 방식을 고려, 하지만 다른 은행들로부터 거부를 당했다.
신규 자금 지원이 완벽하게 끊어진 부경마트는 결국 미래금융 게이트가 터짐과 동시에 재경식품의 노골적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해 종금사들로부터 급하게 자금을 융통시켰고, 지금은 매일같이 들어오는 결제 압박에 결제 연장을 요구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부경마트의 재정 상태를 관망만 하고 있을 수 없었던 대일은행은 결국 부도 방지 협약 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 은행연합회의 행장들과 함께 한 달의 유예 기간을 두며 제2의 한보 사태, 대우 사태로 발전되지 않도록 함께 힘을 써 보자는 내용에 동의를 했다.
그런 대일은행 쪽으로 적절한 시기에 접촉을 시도한 인물이 바로 미래금융의 장태산 초대 회장이었다.
미래금융은 미래금융 게이트가 터진 직후 기자 회견을 통해 전 국민을 상대로 했던 약속을 지켰다.
미래금융 게이트에 부경통신 장선길 회장의 조작이 있었고, 장태산 회장은 그 혐의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워진 직후 곧바로 미래금융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 장태산 회장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여전했다.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회복도 불가능하고, 투자금 회수는 더 어려운 깡통 마트에 계속 미련을 둬서 어쩌려고 그래요?”
대일은행장은 속이 타다 못해 재 가루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태산 회장은 계속해서 불쏘시개로 상대의 아픈 부분을 들쑤셨다.
“지분 차압 들어가야 해요. 썩은 다리 하나 포기 못 해서 계속 그렇게 미련을 두고 있으면, 결국엔 그 썩은 부위가 심장까지 타고 올라간다니까? 다리 하나 잘린다고 죽지 않아요.”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고 있습니까, 지금. 협조 융자에 같이해 주겠다는 은행이 한 곳도 나서지 않고 있어요.”
“당연히 아무도 못 나서지. 지금 이 파도가 사그라지면 부경통신이라는 더 큰 파도가 몰아닥칠 건데, 무슨 수로 성급하게 이만한 파도 앞에서 움직일 수 있겠어요? 지분 차압 들어가세요.”
“…….”
“그 지분 들고 스너프 손정태 사장 한번 만나 봐요.”
“스너프요?”
“뭘 그렇게 놀라요? 당연한 수순 아니오? 그리고 은행장님 입장에서도 매입에 앞으로 나서주는 쪽이 재경 그룹이면 한결 피해가 적어지는 거잖소. 재경이 잡고 빠르게 기업 정상화를 시켜 내기만 하면, 지금 당장 봐야 할 손해가 결국은 이익으로 돌아설 텐데?”
“스너프에서도 생각이 있는 겁니까?”
“생각은 대신 팔아 줄 사람이 먼저 해야 하는 거지. 지금 부경마트 이미지가 내놓기만 하면 서로 사 가겠다고 줄을 설 태영마트 수준은 아니지 않소. 재경 그룹 눈치 때문에라도 사겠다고 먼저 관심을 보일 사람이 안 나올 거란 말이오. 이럴 땐 파는 사람이 살 사람을 직접 찾아 나서야지. 그러기 위해선 살 사람 조건을 맞춰 줘야 하고.”
은행장이라고 장태산 회장의 속내를 왜 모를까.
이미 스너프 쪽에서 부경마트 매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미래금융의 장태산 회장이 자신을 찾아와 이런 밑밥을 깔고 있는 걸 텐데.
하지만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아니다.
이건 당한다고 생각을 할 내용이 아니다.
대일은행 입장에선 부경마트를 상대로 풀었던 여신만 문제없이 회수를 해내면 된다.
“스너프 쪽에서 어떤 조건을 부를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은행장님. 지금 대일은행은 스너프 쪽에서 부를 조건을 따져 볼 처지가 아니에요. 스너프가 부경마트를 업어 가서 얼마나 빨리 기업 정상화를 시킬 수 있을 것이냐, 그 부분에 모든 초점을 맞춰 놓고 지원을 퍼부을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보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 조건이 나올지 정도는 미리 예상이라도 하고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잠시 말을 끊어 놓고 은행장의 얼굴에 걸려 있는 조바심을 읽은 후 장태산 회장이 말했다.
“지금 재경 그룹도 자본적 여력이 크게 없는 상태일 거요. 이건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인데, 재경은 지금 부경마트가 아니라 이다음에 올라올 파도를 주워 담을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거든.”
“부경통신을 재경 그룹 쪽에서 밑 작업 중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아니, 부경통신 말고.”
“부경통신 말고요?”
“이미 상황 다 끝난 부경통신 상대로 왜 아직까지 1조 소송을 계속 끌고 가고 있겠소?”
“…….”
“그리고 스너프가 부경마트를 잡게 되면 현 상황에서 처지가 최악으로 몰릴 쪽이 어디일 거 같아요?”
“…혹시 부경화학을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분명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라고 내가 미리 말했소.”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제 코가 석 자인데, 제 살길 바쁘지, 제가 지금 다른 집 살림에까지 관심을 둘 형편이 됩니까?”
“아마도 장선동 회장 발목에 족쇄를 채우려고 할 거요, 손 회장이.”
“족쇄라면….”
“지금까지 손 회장 발목에 채워졌던 족쇄하고 비슷한 성질의 족쇄 아니겠소? 상황이 지금 완전하게 역전이 되었잖아요. 손 회장 본인한테는 얼마나 비참하고 모욕적인 시간이었겠어요, 지난 20년 넘는 세월이. 물산이야 이미 그 지분 12퍼센트를 손 회장 안사람 되는 사람이 들고 있으니까, 다른 확장은 없을 거고, 일전에 현금으로 교환해 간 화재 쪽, 그리고 화학에서 비슷한 비율로 지분을 강제로라도 받아 놓으려고 할 거요. 은행권에서도 그게 훨씬 안전한 방법이 되지 않겠소? 어쨌거나 부경의 줄도산을 재경이 중간에서 주워 담으며 막아 주는 형국이 되는 건데.”
“그야 그렇지요.”
“그런 재경한테 지금 당장 부경마트를 업어 갈 자금적 여유가 있겠냔 말이지. 지금 부경마트 쪽으로 막혀 있는 거 2천억 정도면 어느 정도 숨은 쉴 수 있을 정도로 풀 수 있지 않소?”
“당장의 숨구멍 정도는 뚫을 수 있다고 봐야죠.”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으세요. 스너프에 담겨 있는 우리 미래금융 투자가 있는데, 우리 미래금융 이름값 정도면 담보로는 충분하지 않소? 한 10년 정도 거치해서 분할 상환 할 수 있게끔, 그렇게 은행장님이 판을 잘 짜서 스너프 손정태 사장하고 자리 한번 만들어 봐요. 혹시 또 아나? 스너프 쪽에서 대일은행 쪽으로 다른 투자 기회를 제공해 줄지. 지금 대한민국 플랫폼 비즈니스 업체 중 스너프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업체는 없지 않아요?”
“그야… 네, 그렇죠.”
“재경이 통신까지 잡는다고 생각을 해 봐요. 스너프를 잡을 수 있는 플랫폼 업체는 최소한 대한민국 안에선 나오기 힘들어요. 항공에 통신, 거기에 쇼핑, 웹 콘텐츠까지 다 잡고 있는 공룡 플랫폼으로 성장을 할 건데, 그걸 능가하는 플랫폼이 무슨 수로 나오겠어요? 안 그래요? 돈이 되는 종목에 남들보다 먼저, 조금이라도 더 깊게 투자를 하는 게 우리들이 하는 일 아니오. 맛나는 게 생기면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게 우리들끼리의 관계이기도 하고.”
“…….”
“나도 이참에 은행장님 덕에 큰돈 좀 만져 봅시다.”
“조금 전 말씀하신 2천억은 미래금융 쪽에서 스너프 쪽으로 지원을 해 주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먼저 스너프 쪽으로 제안을 하면 아무래도 속 보이는 짓이지. 은행장님이 먼저 손 사장 만나서 밑밥을 깔아 놓으면, 마지못해 지원을 해 주는 식으로 가는 게 이 늙은이 면목도 있는데 여러모로 보기가 좋지 않겠소? 다른 기업도 아니고 재경은 내 손주 녀석 시댁이 될 집안인데, 할애비가 되어서 손녀딸 시집 쪽으로 내 돈 빌려주면서까지 계속 아쉬운 소리 하는 것도 사람 할 짓이 아니거든.”
잠시 후 조금은 명쾌해진 표정으로 은행장이 물었다.
“그런데 왜 스너프입니까?”
“왜 스너프냐니?”
“어쨌든 스너프는 재경의 한 계열사 아닙니까?”
“그렇지요?”
“부경마트를 업더라도 스너프가 아닌 재경 그룹 혹은 지주사인 재경항공에서 나서야 맞는 게 아닌가 해서요. 스너프가 단기간에 너무 비대해지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에 장태산 회장은 재경 그룹 본사 전무 시절을 떠올리며, 짧게 고개를 내저었다.
“생산은 생산끼리, 유통은 유통끼리 묶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요. 아무리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해도 생산과 유통을 제대로 분리해 내지 못하면, 효율이 살아나지를 못하는 법이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스너프는 예전의 부경백화점, 아웃렛, 면세점을 갖고 있지요. 찢어졌던 게 다시 하나로 붙는 거예요. 당연히 부담스럽더라도 그렇게 끌고 가는 게 맞는 거지.”
“…그건 또 그렇겠네요.”
“그리고 내 누누이 말하지만, 스너프 뒤엔 우리 미래금융이 있어요. 우리 미래금융 이름이 담보라고. 최대한 빨리 지분 차압 신청해서 진행하는 걸로 해요. 더 끌 이유도 없고, 더 끌 수도 없는 상황 아니오.”
* * *
부경마트 장선열 회장 소유의 지분에 지분 차압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거기에 최종 승인이 떨어진 바로 다음 날.
발등에 아주 큰 불이 떨어진 부경화학의 장선동 회장은 동생 장혜란을 통해 손홍준 회장과의 점심 식사 자리를 급하게 마련했다.
손 회장의 제안으로 자리는 JK 드 누락의 소공동점 중식당으로 정해졌다.
약속 시간보다 20분이나 먼저 자리에 도착한 장선동 회장은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더 늦게 도착한 동생 내외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한 시간 가까이를 기다려 놓고,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손홍준 회장을 맞았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냐, 괜찮아.”
“중간에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조금 늦게 도착해지겠다고 전화를 드린다는 게 도착을 하고 보니까 전화도 못 드리고 늦었네요.”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뻣뻣한 남편의 모습.
그런 남편의 앞에서 어떻게든 상황을 부드럽게 풀어 가 보려고 애를 쓰는 오빠.
장혜란은 완벽하게 역전이 되어 버린 두 사람의 입장 앞에서 자신이 어떠한 처신을 해야 맞는 것인지 헷갈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 장혜란과는 달리 손홍준 회장은 자신이 어떠한 자세로 장선동 회장을 상대해야 하는지 그 입장이 명확하게 서 있는 상태였다.
재경과 부경의 위치가 완벽하게 역전이 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한 일은 두 아들을 믿고 지원을 해 준 것 이외엔 아무것도 없다.
정태와 정훈이.
두 아들이 미래금융과 함께 지금 이 입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부분에 있어 지금은 두 아들에 대한 부끄러움보다는 자랑스러움이 더 크게 앞서고 있었고, 그랬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이 어떠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지는 너무나 명확했다.
“아주머님도 함께 오시는 건 줄 알았는데, 형님 혼자 오셨네요?”
손 회장 내외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서비스 직원이 들어와 사기로 된 작은 찻잔에 깔끔한 향이 깊게 우러난 재스민차를 대접했다.
그 찻잔을 입술에 붙여 살짝 맛만 본 다음, 손 회장이 물었다.
“밖에 나올 기분이 아닌 가 봐. 하하. 안 그렇겠어?”
“그래도 오늘 같은 날 모처럼 다 같이 자리했음 더 좋았을 텐데.”
“다음에 하면 되지. 집사람이 보기하고 다르게 예민하잖아.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혼자 만나고 오라네.”
손 회장은 그저 예의상 물어본 것일 뿐, 크게 궁금한 부분은 아니었다는 듯 곧바로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시겠어요, 아님 이야기부터 끝내 놓고 식사를 하시겠어요?”
“손 서방은 뭐가 편하겠어? 손 서방 편할 대로 해.”
“그럼 식사는 이야기 끝내 놓고 하는 걸로 하죠. 오랜만에 만나서 함께 식사하는데, 무거운 일 이야기를 테이블 위로 올리는 것도 크게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닐 거 같은데.”
“그럴까? 그럼 내가 부탁을 좀….”
“그 전에요, 형님.”
일방적으로 장선동 회장의 말을 잘라 놓고 손 회장이 말했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장혜란은 숨이 막히는 듯한 질식감이 들었다.
“어, 그래. 먼저 말해.”
“여기까지 오셨는데, 제 조카 놈 소개부터 시켜 드릴까 해서요. 아시죠, 정엽이. 홍명이 형님 아들.”
장혜란은 식탁 아래로 두 손을 얼른 감춰 내려 떨리는 자신의 감정을 숨겼다.
장선동 회장의 두 눈에서도 미세한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손홍준 회장의 표정만큼은 아주 단호했다.
“딴 데였다면 모를까, 작은아버지가 돼서 조카 놈 호텔에 와 식사를 하는데, 인사도 안 하고 그냥 가기가 좀 그렇네요. 그 참에 정식으로 소개도 좀 시켜 주고. 그놈 어릴 때 한두 번 정도는 보셨을 거 아닙니까.”
“봤지. 기억 나. 생생해. 손홍명 회장 판박이었잖아. 하하.”
“지금 보시면 더 놀라실 겁니다. 체격에 성격까지… 진짜 홍명이 형님 그대로예요. 잠깐 안으로 들어와서 인사하라고 해도 괜찮겠죠?”
“…그, 그럼. 괜찮지. 나는 기억이 나는데, 워낙 옛날이라 손 대표는 날 기억이나 할까 모르겠네. 하하.”
장혜란은 궁지로 몰려 버린 오빠의 다급함보다, 오빠를 작정하고 궁지로 몰아가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더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칼날을 숨기며 살아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세월이 얼마인데 그 칼날이 무뎌지기는커녕, 오히려 이렇게까지 예리했었나 싶을 정도로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다.
룸 안에서 대기 중이던 직원을 손짓으로 부른 손 회장은 손정엽 대표에게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걸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채 몇 분이 지나지도 않아 손정엽 JK 드 누락의 대표가 룸 안으로 들어왔다.
장선동 회장은 자신이 부탁할 내용은 꺼내지도 못한 지금, 벌써부터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 불편했다.
“바쁜데 보자고 한 거 아냐?”
“아니에요, 작은아버지. 제가 바쁠 게 뭐가 있습니까. 숙모님도 같이 오셨네요. 잘 지내셨죠, 숙모님.”
“…어, 그럼.”
장혜란과 감정 없는 인사를 주고받은 정엽이에게 손 회장은 자신과 마주 보고 앉은 장선동 회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먼저 인사를 하라고 시켰다.
“부경화학의 장선동 회장님. 기억을 할는지 모르겠다만, 너 어렸을 때 우리 집안에 행사가 있고 하면 아무리 중요한 약속이 미리 잡혀 있어도 만사를 다 제쳐 두고 가장 먼저 자리에 와 주셨던 분이야.”
“너무 옛날 일이라 기억은 못 하지만, 누군지는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손정엽입니다.”
깍듯하게 허리까지 접어 가며 인사를 건네는 손정엽 대표를 향해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비록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속내를 숨겨 놓고 먼저 손을 내미는 장선동 회장이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손 대표. 손 대표 이야기는 내가 최근에 자주 들었어요.”
그의 손을 맞잡으며 손정엽이 말했다.
“저는 항상 회장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당혹스러울 정도로 악수를 하는 손에 힘을 싣고 있는 상대에게, 장선동 회장은 어색하게 웃으며 재차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제가 도와주고 자시고 할 거나 있겠습니까, 하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