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4화 (224/303)

그럴 거예요, 아마

아침 댓바람부터 조동희 전무와 편승일 사장이 내 사무실을 찾아왔다.

이 두 친구가 함께 내 사무실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지.

다 같이 볼 거라면 내 사무실로 직접 찾아오는 게 아닌 사장실로 날 호출하는 게 맞는 건데,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차 한잔 얻어 마실 수 있어요?”

이야… 미치겠다, 진짜.

커피를 좀 줄여 보겠다고 오전 근무 시간엔 가급적이면 차를 직접 내려서 마시고 있는 중인데, 언제 한번 맛이나 보라고 한잔 내려 줬더니 조 전무 이 친구가 그 길로 틈만 나면 내 사무실을 찾아와 차를 달라고 한다.

이번엔 편 사장이라는 혹까지 달고 왔네?

천하의 손중길이가 달란다고 차를 타고 있는 상황이라니.

이걸 언짢다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즐길 수도 없고, 진짜 어떻게 하지?

“아침부터 무슨 일이세요?”

조 전무, 편 사장 앞으로 찻잔을 내려놓고 상석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편 사장은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것인지, 아님 조 전무가 직접 전달을 할 건지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내 눈길은 자연스럽게 편 사장을 거쳐 반대쪽 소파에 앉은 조 전무에게 쏠렸다.

“어제 저녁에 모직의 남 사장이 같이 저녁이나 하자고, 저하고 여기 편 사장님을 초대했어요.”

어제 남 사장을 만났다?

그래, 잘했네.

이럴 때일수록 사장들끼리 그런 자리를 억지로라도 만들어서 가져야지.

필요한 시간이다.

그룹 전체가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휘청거렸고, 그걸 회복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끼리 서로 돕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꼭 그룹 본사가 자리를 만들지 않더라도, 사장들끼리 따로 자리를 가져서 힘을 모아 줘야 한다.

“그쪽도 조금씩 회복을 하고 있는 중이죠?”

“스너프가 오프라인 유통판을 잡고 있는 게 모직 쪽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거 같네요. 지난 2주 사이에 전년도 매출까지 따라잡을 정도로 매출 반등을 크게 해냈다고 합니다.”

“다행이네요. 뭐 꼭 그게 아니었더라도, 명품 판매량이라는 게 있는데, 해외 명품 수입 사업부에서 어느 정도 선방은 해낼 줄 알았어요.”

“거기다 모직의 키를 잡고 있는 선장이 남 사장 아닙니까.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었던 스너프가 걱정이었지, 모직은 충분히 방어를 해낼 거라고 상무님도 확신을 하고 있으셨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어제 남 사장님하고는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길래, 아침부터 절 찾아오셨어요?”

아주 의외였다.

편 사장이 싱긋이 미소를 띄우고 있네?

이 친구는 나와의 첫 만남 자체가 워낙에 강렬했을 것이기에 좀처럼 내 앞에서 미소를 보이는 일이 없는 친군데….

조 전무까지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개구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모직에 있었을 때, 상무님이 직접 패턴 원단 무기로 KS 인터내셔널 쪽에서 가져온 ‘페소나’ 있지 않습니까?”

그랬지.

당시 페소나뿐 아니라 KS 인터내셔널, 한일어패럴 쪽에서 국내 라이선스 유통을 하고 있던 많은 해외 브랜드들을 재경모직 쪽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을 했지.

“페소나가 작년부터 유독 한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네요.”

“브랜드 자체가 한국인들 입맛에 맞는 브랜드잖아요.”

“그런 부분을 다 차지하고서라도 반응이 상당하답니다.”

그 이유 정도는 나도 잘 알고 있다.

채서린이 지금 현재 페소나의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다.

그것도 지독히도 콧대가 높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브랜드 페소나의 동양인 최초 앰버서더로 뽑혔다는 부분에서, 아주 큰 이슈가 됐던 적이 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재경모직에서 페소나의 시즌 위크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 자리에 상무님하고 미래금융 장하늘 상무님이 동반 참석을 해 주시면 어떨까, 그런 내용을 어제 식사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요청을 하네요.”

“제가 거길 왜 참석합니까?”

“그동안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재경과 미래금융의 이름이 불편한 내용으로 너무 많이 세간에 오르내렸어요.”

그건… 맞는 말이다.

“기업 이미지를 지금쯤 가볍게 환기를 시켜 줄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까지는 조 전무가 한 말이었고, 편 사장이 빠르게 끼어들었다.

“쁘띠 기뿔리는 어느 정도 오픈 궤도에 올라섰지만, 스위트럼 같은 경우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가야죠. 직접적인 홍보를 시작하기 전에 상무님께서 미래금융 쪽 장하늘 상무님하고 같이 그런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을 해 주시면서, 자체 기사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면 아무래도 스위트럼의 이름까지 론칭 전에 함께 노출을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다시 또 조 전무가 말을 받았다.

“쁘띠 기뿔리, 스위트럼, 샘스 핫도그, 거기에 고비드 아이스크림까지. 상무님을 중심으로 기획 홍보 기사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조 전무 이 친구….

나중에 정태 놈 얼굴은 어떻게 보려고 이렇게 공격적으로 날 지원하겠다고 하는 거지?

날 중심으로 홍보 기사를 만들어 보겠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이참에 후계자 구도에 힘을 실어 보겠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임원들의 지지와 뜻이 뭐에 그리 중요할까.

중요한 건 홍준이의 마음이다.

하지만 그 지지에 힘들 싣는 인물이 조 전무라면 말이 달라질 수도.

딱히 내가 이 친구의 지원이 필요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정태 놈을 봐줄 이유도 없는 거지.

회장이란 자리의 무게, 그 무게의 고통이 어떤 것인데 고작 동생 놈 하나 실력으로 제압하지 못하는 놈에게 후계자 자리가 확정되게 구경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딴 자리 백 트럭을 가져다줘도 전혀 반갑지가 않다.

하지만 그 자리를 미끼로 정태 놈을 그 자리에 어울릴 만한 그릇으로 성장시킬 수만 있다면, 자기 힘으로, 자기 능력으로 그 자리를 쟁취해 낼 수 있는 야심가로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껄끄럽고 상대하기 어려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의 역할을 해 줄 마음이 있다.

정태 놈이 날 제압해 낼 수만 있다면, 자기 사람들로 재경의 조동희 전무라는 무게감을 쓰러뜨릴 수만 있다면… 그때 가서 난 뭐 딴 거 하면 되지.

그걸 못 해낸다면 할 수 없는 거고.

“진행 예정인 사업들만 가지고는 홍보로서의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상무님이 중심에 들어가 계시면 말이 달라질 수 있죠.”

“아무리 봐도 이거, 남 사장님 머리에서 나온 전략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벼운데?”

입을 꼭 다물고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조 전무와 편 사장에게 물었다.

“그거 잠깐 참석해서 얼굴 팔리는 게 일이겠어요? 회사 매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한 곳도 갈 수 있지. 근데 저는 이게 아무리 봐도 남 사장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하기보다는 장하늘 상무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 같은데, 두 분 생각은 어떠세요?”

이 큰 그림 뒤에 남 사장이나 조 전무가 아닌 하늘이가 있다고 하면 말이 되는 거지.

내가 당신들 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 있다는 뜻을 담아 피식거리며 묻자, 그에 조 전무와 편 사장도 억지로 숨길 내용은 아니라는 듯 함께 미소를 지었다.

“누구 머리에서 먼저 나왔다 하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그렇게 합시다. 일리가 있네. 그간 우리 재경과 미래금융이 불편한 내용으로 소비자들 피로도를 너무 많이 올려놨어요. 이참에 살짝 가벼운 내용의 홍보를 준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장하늘 상무하고 개인적으로 이야기해서 참석을 하는 걸로, 그렇게 할게요.”

* * *

같은 시간 채서린의 소속사 대표실.

미래금융의 장하늘 상무가 직접 방문을 하겠단 뜻을 밝혔다.

비록 소속사를 먹여 살리고 있는 대표 아티스트라도 소속사를 방문하는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소속사 대표는 간만에 노 스케줄 상태로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 채서린을 자리에 참석시킬 수밖에 없었다.

다른 때였다면 크게 화를 내거나, 아님 아예 대표의 부탁을 무시하고 개인 시간을 보냈을 채서린이었지만, 그녀에게도 미래기획의 장하늘 상무는 자신이 거머쥔 배우로서의 최고 전성기를 견인해 준 은인이었다.

제대로 엎어져 물 건너간 작품이었던 ‘악녀검사’는 미래기획의 극적인 투자로 결국 제작에 성공을 했고, 국내는 물론이고 OTT 채널을 통해 해외에서까지 큰 성공을 이뤄 낸, 그 해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해 낸 드라마였다.

그뿐 아니라 재경모직의 ‘시니어즈’가 해외 시장에서 국내 성인복 브랜드로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둬 내며 당시 메인 모델로 있었던 채서린의 인지도를 해외 시장에서 크게 올려 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었다.

아시아 최초의 페소나 메인 앰버서더라는 영광.

그 영광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장하늘 상무와 미래기획의 지원은 절대적이었다.

그런 장하늘 상무가 소속사 대표와의 약속을 잡으며, 자신도 함께 자리를 했음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데, 중요한 스케줄이 있었더라도 당연히 그 스케줄을 취소시키고 자리를 했을 것이다.

“앗!”

대표실 안으로 들어선 장하늘 상무는 오랜만에 만난 채서린을 향해 먼저 장난을 걸었다.

마치 채서린의 외모에 눈이 부셔 참을 수 없다는 듯 서류 가방을 들고 있던 손까지 함께 올려 두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에 채서린은 물론이고 소속사 대표까지도 기분 좋은 만남이 될 거 같다는 설렘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후광이 이렇게 눈이 부시면 어쩌자는 거예요? 이거 안 되겠다. 안에선 어쩔 수 없어도, 밖에선 얼굴을 좀 가리고 다녀야겠다.”

“마스크를 무조건 쓰고 다녀야 했던 때가 그리울 때도 다 있네요. 하하하.”

장하늘 상무의 농담을 대신 받아 주며, 소속사 대표는 최대한 정중하게 빈자리 소파를 두 손으로 가리켰다.

“머리는 작품 때문에 자르신 거예요?”

“그렇죠, 뭐.”

“내가 한발 늦었네. 여기에서 내가 단발을 해 버리면, 괜히 서린 씨 따라 하는 게 되는 거잖아. 에이….”

“그만 좀 하세요. 오랜만에 만나서 시작부터 사람 무안하게 그러기 있어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채서린 역시 장하늘 상무와의 만남이 즐거웠다.

손정훈이라는,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공통의 비밀이 있기 때문일까, 아주 오랜만에 일을 떠나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고 있었다.

“어떻게… 커피를 좀 준비시킬까요?”

“좋죠?”

“혹시 오늘도 제가 자리를 비켜 드려야 하는 그런 상황일까요?”

소속사 대표의 배려 앞에, 장하늘 상무는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오늘은 개인적인 볼일이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내용을 들고 소속사를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적인 내용이라면, 작품에 관련된 내용일까요?”

장하늘 상무와 소속사 대표가 주고받는 대화 내용에 채서린은 말없이 귀만 쫑긋 세우고 있었다.

“제가 더는 미래기획 소속이 아니라서요. 물론 본사에서 기획 관련 총괄 업무를 보고 있긴 하지만, 작품 관련된 내용은 앞으로도 계속 미래기획에서 접촉을 할 거예요.”

“네. 그럼 어떤 비즈니스를 말씀하시는 건지….”

“상장할 때 되지 않았어요? 대표님이면 업계 경력도 오래 되셨고 소속 아티스트들도 소속사에 대한 로열티가 타 소속사에 비해 크게 높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선 지금쯤 결정을 하실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상장…이요?”

장하늘 상무는 들고 온 서류 가방에서 두꺼운 서류 봉투를 꺼냈다.

“스너프에서 얼마 전 웹콘텐츠 관련 사업인 ‘노블레스’라는 플랫폼을 인수했어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영상화 제작 기반의 스튜디오 활성화에 집중을 하고 있고요. 자체 원천 IP로 영상 콘텐츠를 생산에서 자체 플랫폼 채널을 통해 유통을 시키고, 타 OTT 채널 쪽으로 콘텐츠 판매를 하는 걸 목표로 움직이고 있어요.”

“…네.”

“그에 맞는 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이에요. 워낙 콘텐츠를 노출시킬 채널이 다양해지고, 그와 더불어 콘텐츠 제작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 보니까 제작을 하는 입장에선 안정적인 아티스트를 공급받을 수 있는 루트가 오히려 더 줄어들고 있는 이상 현상이 생기고 있는 모양이죠.”

“저희 같은 아티스트들을 데리고 있는 소속사 입장에선 사실 전에 없었던 호황이기도 하죠.”

“어느 업계건 호황은 항상 찾아오죠. 그런데 어느 한 업계에서 장수를 하는 기업들을 보면 호황을 그저 호황으로만 보지 않고 다가올 위기로 인지하고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저는 이쪽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특히 아티스트들의 입장에선. 시장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중간 허리층이 탄탄해지는 업계가 있나 하면 반대로 허리층은 잘록해지고 부익부 빈익빈 형상이 심화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요.”

“…….”

“잘나가는 배우들의 몸값은 천장없이 계속해서 올라갈 거예요. 반대로 기회의 문턱이 낮아지는 만큼 이쪽 시장으로 들어오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질 것이기에 신인이나 인지도가 낮은 아티스트들의 대우는 더 박해질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대형 사고는 항상 신인이 치죠. 톱급 배우들은 자신의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작품 선택에 제한이 많지만, 신인들은 그런 게 아니니까요. 새로운 시도, 아직 개척되지 않은 장르의 작품들 대부분은 결국 신인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런 작품이 하나 대형 사고를 만들어 내면, 그 신인은 단숨에 톱스타가 되는 거죠.”

“그렇죠.”

“그런 가능성 있는 신인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를 하고 있는 게 결국은 앞으로의 이 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거예요.”

채서린은 사업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장하늘 상무의 모습에서 진짜 후광이 뭔지를 발견하고 있었다.

같은 여자가 봐도 멋이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 멋을 스스로도 알고 있고, 그걸 즐기고 있는 모습.

자신에겐 없는 장하늘 상무의 우아한 자신감을 눈에 담기 위해 채서린은 그 순간 장하늘 상무가 되어 보았다.

배우로서의 버릇이다.

언제 어떤 배역의 기회가 자신에게 찾아올지 모른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두 받아 내기 위해선 다양한 인간 군상을 이해해야 하고, 그 이해를 해 보기 위해선 그들과 만나 그들의 삶의 방식을 함께 경험해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자리는 채서린에게 장하늘이라는 재벌가, 그 안에서도 후계자로 선정이 된 인물을 통해, 그네들의 삶의 방식과 사업을 펼쳐 나갈 때의 모습, 사소한 표정 변화 손짓까지도 뭐 하나 놓칠 게 없는 값진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시겠지만 스너프에는 저희 미래금융의 투자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특히 영상화 제작 관련된 사업은 저희 쪽으로 먼저 협업을 제안해 올 정도로 긴밀하게 엮여 있고요. 이미 미래기획은 영상 투자 쪽으로 업력이 길고, 내실있는 제작사들을 스너프 쪽으로 많이 연결을 시켜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대표님처럼 업계 안에서 아티스트 케어에 노하우가 많으신 분을 곁에 둘 수만 있으면 금상첨화가 되는 거죠. 저희 미래금융에서 상장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돕겠습니다.”

매력적인 제안.

그 제안 앞에 소속사 대표는 숨이 멎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상대가 미래기획이다.

그 미래기획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미래금융의 본사 상무, 3세 후계자가 직접 찾아와 하는 제안.

여기엔 그 어떤 함정도 있을 수가 없고, 있는 리스크까지 가라앉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일단 이게 오늘 제가 대표님을 찾아온 첫 번째 내용이고요. 물론 지금 이 자리에서 대답을 바로 들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안 하고 왔어요. 큰 부담 느끼지 마시고 천천히 생각을 해 보신 뒤에 더 디테일한 내용은 다음에 해도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내용은 채서린 씨에 관련된 내용인데….”

잠시 말을 끊어 놓고 채서린을 향해 기분 좋은 미소를 보낸 장하늘 상무.

채서린 역시 그 미소에 화답이라도 하듯, 남심을 녹일 만큼 부드러운 미소로 장하늘 상무를 쳐다봤다.

“일전에 제가 채서린 씨 팬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던가요?”

“그냥 인사치레로 해 주시는 빈말인 줄 알고 있었는데요?”

“그럴 리가요. 제가 빈말을 아예 안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 빈말에 제 감정을 담지는 않아요. 팬이라는 말. 서린 씨에 대한 제 호감이 들어가 있는 말이잖아요. 진짜 팬이에요.”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서린 씨.”

“네.”

“서린 씨 나랑 쇼윈도 친구 말고, 지금부터 진짜 친구 해 볼 생각 없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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