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의 품격-243화 (243/303)

243화 결국 결심을 했나 보네

강인성 차장을 통해 준비해 온 미팅 자료를 콘띠 형제 쪽으로 전달했다.

“저희 쪽에서 보낸 메일을 날짜순으로 정리한 겁니다. 그리고 옆에 따로 녹색 체크를 해 놓은 건 회신을 받은 메일, 빨간색 체크는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한 메일이죠.”

난 강 차장이 열어 준 패드로 상대가 확인하고 있을 미팅 자료를 함께 보고 있었다.

“저희 쪽에서 제안한 사안에 대해 어떤 기준을 두고 회신을 주고, 또 회신을 주지 않는 것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힙니다.”

감이 안 잡힌다는 건 그냥 하는 말이다.

상대를 더 민망하게 만들겠다고.

매장 오픈과 관련된 일차원적인 지원 요청 건에는 무척 빠른 회신이 들어오고 있다.

피드백 및 지원도 무척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중이고.

반면에 우리 쪽에서 측정한 마케팅 비용 요청 건이나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에 관한 고비드 측의 유연성 정도를 확인하고자 보낸 메일엔 그 어떤 답장도 받은 게 없다.

“이러한 소통 방식을 통해 고비드사가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겠습니다. 동시에 저희 쪽 요구 사항에 선택적 회신을 하는 식으로 귀사의 기대치만을 우선적으로 달성하겠다는 자세는 무척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강수를 둬 본다.

이 강수를 받아 내는 상대의 실력을 가늠해 보기 위해.

“같은 내용인데, 양사가 이해하는 바는 전혀 다른 거 같네요.”

동생 시리에 콘띠가 교양 있는 말투로 내가 던진 강수를 받아 내고 있었다.

“우선적으로 저희는 한국 시장에 고비드 브랜드 론칭이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동시에 라이선스 기업은 바뀌었지만 일본, 대만, 싱가포르 시장도 기존의 시장 점유율과 매출을 계속 유지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동의합니다.”

“그다음으로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을 하는 내용이 바로 중국 시장 진출입니다.”

“그 전에 한국 시장에서 고비드의 브랜드 인지도를 최소 하겐다즈급으로 포지셔닝을 시켜 놓아야 한다는 게 저희 측 계산입니다.”

수준급의 제품을 생산해 놓고도 마케팅의 부재로 자기 스스로 자기네 제품력을 갉아먹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고비드.

내가 이 고비드 브랜드를 눈여겨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나는 1980년대부터 이 브랜드를 알고 있었거든.

80년대 중반 재경모직의 해외 지사를 이곳 밀라노에 만들겠다 결심을 하고 내가 직접 크리온테 건물을 지사 건물로 계약했었다.

그때 나는 대한민국이 만들어 내는 경제 성장률에 머지않아 한국도 일본처럼 유럽 명품이 대중화될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80년대 이럴 때만 해도 일본은 정말 엄청났다.

요즘 한국의 젊은 친구들이 일본이라는 나라를 만만하게 보는 걸 보며, 그리고 또 일본의 젊은 친구들이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걸 보며 한편으로는 참 뿌듯하기도 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지난 30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한국에 벌어졌는지 공부를 해 볼 수밖에 없도록 날 만들었다.

내가 손중길로서 생을 마감할 때만 해도 일본은 도쿄에 있는 건물들만 다 팔아도 미국을 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세계 10대 기업에 미국보다 더 많은 기업 이름을 올려 가며 역사상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난 한국도 충분히 그렇게 될 거라 확신을 했고, 그 확신에 그 어떤 의심도 두지 않았다.

문제는 유럽 수입 명품 사업을 그때 가서 준비를 하면 이미 늦는다는 거였지.

그래서 다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우려를 할 때에도 난 재경모직의 미래 먹거리는 당시 재경모직이 생산해 내는 저가 모직이나 해외 브랜드를 OEM 방식으로 대리 생산해 주는 시스템이 아닌 명품 브랜드 수입 유통이라는 생각을 고수했다.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자체 브랜드에 경쟁력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선 그만한 배경이 있어야 한다.

당시만 해도 국내 브랜드라고 하면 프로스펙스, 프로월드컵, 패션을 창조하는 동일 레나운… 패션 브랜드가 아닌 주로 스포츠 계열, 혹은 캐주얼 계열의 일상 브랜드가 고작이었다.

다 국내용인 거지.

당시 그것들로 어떻게 해외 시장을 상대로 승부수를 띄우겠나.

그나마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겠다 싶어 보였던 건 런던포그, 갤럭시 정도?

그만큼 패션 쪽으로는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던 대한민국.

불모지에 꽃을 틔우기 위해선 미련하게 씨앗만 뿌려 댈 게 아니라 크고 강한 나무들을 수입해서 먼저 심어 놓고, 그렇게 어느 정도 수목의 환경이 조성된 뒤에 우리가 피워 보고 싶은 꽃씨를 뿌리는 게 순서라고 생각을 했던 거지.

밀라노, 런던, 파리, 마드리드….

밀라노에 지사를 두고 참 열심히도 다녔다.

그래도 대한민국 국적기를 가진 기업이라는 이유로, 그 기업의 회장이라는 이유로 많은 브랜드들로부터 무시나 외면을 당한 경우는 거의 없지만, 명품 브랜드들의 입장에서도 한국이라는 나라와 그 나라의 명품 시장은 기대치가 거의 없었던 시절.

오죽했음 자기네 브랜드를 받아 보고 싶다고 자리를 마련한 내게 홍콩의 유통업체 대표 명함을 건네주며 그들로부터 사입을 하라는 이야기까지 들어 봤겠나.

한국이라는 시장을 국가 시장이라는 생각 자체를 아예 못 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크리온테 거리에 지사를 세우고 브랜드들을 우리 재경이 가진 자금력으로, 재고는 소각을 할 작정까지 해 가며 마구잡이로 받아 냈던 거다.

항공, 건설, 식품, 물산, 화재….

그 큰 국지를 가진 계열들이 즐비한데, 왜 돈 안 되는 모직 사업에 그렇게까지 진심이냐는 임원들, 주주들의 핀잔 아닌 핀잔도 많이 감수해야 했지만, 그 답답한 사람들이 언젠가는 내 선택과 고집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되고, 모직 쪽으로는 날 지지하지 않았던 어리석음을 인정할 날만을 기다리며 얼마나 와신상담을 했던가.

그때 내가 밀라노에서 고비드 아이스크림을 경험했던 거다.

놀라웠다.

코네또, 매그넘, 벤 앤 제리….

왜 이 고비드라는 브랜드가 그들과 나란히 하지 못하고 있는지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정말이지 너무 충격적인 경험을 했던 거다.

하지만 당시의 한국 경제 수준에서 고비드 브랜드야 말로 정말 아직은 때가 아니었던 거다.

호텔 사업으로 따지면 이제 막 힐튼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와 사람들이 다들 “와….” 하며 감탄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거기에 어떻게 콘레드를 가지고 들어오겠나.

마음 같아서는 이걸 브랜드 라이선스를 가져와서 한국은 아직 시기가 아니니까, 그 시기를 기다리며 그전까지는 일본이나 홍콩 쪽으로 고비드를 가지고 사업을 해 보고 싶었는데, 당시 재경에서 하고 있던 다른 큰 국지의 사업들과 비교를 해선 정말 들이는 품에 비해 거둬들이는 수확이 너무 적은, 몸만 힘들고 신경 쓸 내용만 많은 사업이라는 생각에 더는 발전을 시키지 않았던 종목이었던 거다.

그런데….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비드는 제품력만 유지를 할 뿐, 그렇다 할 시장 개척에 성공을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줍지 않을 수 있겠나.

마테 콘띠, 그리고 시에리 콘띠.

이들의 욕심을 존중하고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하지만 시야가 너무 좁다.

그 좁은 시야 덕에 우리 재경이 이렇게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손쉽게 주워 낼 수 있었던 거였겠지만….

“미스터 콘띠.”

난 어느 누군가를 지칭하지 않고, 마주 보고 앉은 두 친구를 상대로 말을 이어 나갔다.

“현재 한중 관계가 상당히 예민하고 또 부정적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십니까?”

“그게 가장 큰 이유겠죠.”

이번에도 시에리 콘띠가 유연한 말투로 나의 말을 받았다.

“과연 한국 기업인 재경식품이 저희 고비드를 어떠한 방법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을 시킬 수 있을지, 그 방법과 계획을 계속해서 저희 쪽에서 묻고 확인을 받으려는 이유.”

“그 이유 때문에 저희 쪽에서 요청을 넣은 브랜드 마케팅 비용이나 콜라보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아무런 회신을 안 해 주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한 확인부터 하겠다고. 그렇게 제가 이해를 하면 되는 거겠네요?”

“그 부분은 제가 담당 OM을 통해 정확하게 확인을 해 보겠습니다.”

확인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뭐, 좋다.

이만하면 답답한 이 친구들의 속내쯤은 미리 예상하고 있던 나의 짐작이 맞았다는 걸로 결론이 나는 거니까.

"한국과 중국의 관계. 상황이 점점 악화가 되고 있죠.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이미 진작에 중국 시장에서 탈출을 했고, 중국 시장이 최대 거래국이었던 기업들에서는 이제 더 이상 곡소리가 나지도 않습니다.”

“…….”

“자기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하지만, 한한령으로 인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요. 이걸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 펼친 한한령의 최대 수혜국이 한국이기도 합니다.”

“한국이 최대 수혜국이라고요?”

“한국 드라마 악녀검사. 혹시 보셨습니까?”

“네. 당연히 봤죠.”

“만약 한국의 영상 시장이 계속해서 중국의 거대 자본 시장만을 겨냥해서, 그들이 좋아할 만한, 즉 그곳에서 팔릴 만한 영상물들만 계속해서 생산해 냈다면 악녀검사와 같은 글로벌 히트 작품이 한국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요?”

“…….”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K―POP 시장은요? 세계 시장이 아닌 오로지 중국 시장만 노렸다면 힘들지 않았겠습니까? 오히려 그들이 펼친 한한령이라는 유치한 경제 보복으로 인해 한국은 새로운 기회 시장, 즉 중국이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한 단계 더 수준 높은 상품,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낼 능력과 체력을 다지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왜 중국의 시장 규모만 기대를 하고 한국의 문화 파워에 대해선 기대를 하지 않고 계시는 거죠?”

“이건 한국이 가진 엔터 파워와는 다른 문제죠.”

“아니죠. 완전히 같은 거죠. 고비드. 아이스크림이 아닙니다. 문화 상품인 겁니다. 단순한 아이스크림이 아닌 문화 상품이 될 수 있는 거란 말입니다.”

“아이스크림이라는 상품이 아닌 문화 상품으로 만들어야 된다?”

역시 그나마 이 친구들 정도가 되니까 말이 통하긴 한다.

난 여세를 몰았다.

“그거 혹시 아십니까? 조금 전 이야기 나왔던 악녀검사. 그 드라마가 정식 루트도 없는 중국에서 5억 뷰를 달성했습니다. 5억 뷰. 감히 상상이나 가십니까?”

“5억, 5억 뷰요?”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놀란 모습을 보이는 콘띠 형제였다.

“물론 불법 유통으로 보는 거라, 한 회가 여러 편으로 쪼개어져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5억 뷰는 인간적으로 너무한 거 아닙니까?”

“놀랍네요.”

“자기네 나라에선 불법 유통 말고는 정식 루트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근데도 5억 뷰를 달성했어요. 그와 동시에 해당 드라마 주연이었던 채서린이 광고 모델을 했던 저희 재경모직의 ‘시니어즈’ 판매량이 얼마나 증가를 했는지 아십니까? 워낙에 다양한 루트로 판매가 되었기 때문에 공식 집계가 안 된다뿐이지, 온라인상 매출의 30퍼센트 이상은 중국 고객들일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

“우리가 언제 시니어즈를 가지고 직접 중국 시장에 들어갔습니까? 그 시장만을 위한 특별한 마케팅을 한 적이 있었을까요? 아뇨. 전혀.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매출이 올라왔습니다. 왜? 갖고 싶으니까. 자기들도 해외에서 유행하는 걸 경험해 보고 싶으니까. 그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상품을 저희가 만들었으니까. 너무나 단순한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단순함이 복잡했던 유통까지 단순화시키면서 강력한 국가 체제까지 무너뜨리는 시대가 된 거고요.”

쇄기를 박았다.

중국 시장 진출에 관해선 우리 재경식품이 알아서 준비를 하고, 개척을 할 테니 라이선스를 맡긴 우리 쪽으로 계약 기간 동안은 조금의 푸시도 하지 말라는 의미로.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론칭을 만들어 내는 게 무조건 먼저입니다.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 시장 진출은 그다음 일이고요.”

시에리 콘띠가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난 그가 입을 먼저 열기 전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희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 시장 쪽으로 고비드를 팔아 달라는 저자세를 보일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제품에 아무 하자가 없는데, 왜 팔아 달라고 부탁을 합니까? 저희 재경 쪽으로 제발 라이선스 계약권을 가져가 달라고 부탁을 하신 게 아니잖아요. 고비드의 가치를 알아보고 저희가 먼저 접촉을 해서 계약이 채결됐던 거 아닙니까?”

“…그렇죠.”

“아직 고비드가 들어가지 않은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로 만들 겁니다. 고비드를 가져가서 팔아 달라는 입장이 아닌, 팔아 보고 싶어? 그럼 알았어, 가지고 가서 한번 팔아 봐… 그렇게 상대가 원하니까 팔아 주는 입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맞는 거죠.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브랜드입니다. 그걸 정작 고비드 측만 모르고 있는 거 같아요.”

시에리 콘띠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더 이상의 교양은 없었다.

아주 달아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영상 시장과 소비재 시장은 크게 다릅니다.”

답답한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정말.

“그 다른 시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능력이 저희 재경에는 있습니다.”

“하나로 묶는다고요?”

“저희 재경이 가지고 있는 스너프. 이미 영상 제작 사업에 뛰어들어 유의미한 결과물들을 하나둘씩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저희 재경의 최고 파트너 미래금융 산하의 미래기획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상 제작 투자사죠.”

우리 재경이 확보하고 있는 사업 인프라를 일일이 다 나열을 해 줘야 하는 것인가?

“해외로 팔려 나갈 다양한 영상 콘텐츠에 고비드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건 저희 재경의 입장에선 일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항 국제선 안으로는 고비드 매장이 들어가게 될 겁니다. 더불어 재경항공 비즈니스석 이상 자리에선 고비드 아이스크림을 서비스 받게 될 것이고, 호텔 JK 드 누락에서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을 약속했습니다.”

“…….”

“그런데 이 모든 마케팅에 필요한 비용을 과연 5년짜리 라이선스 계약권을 가진 저희 재경에서 다 부담을 해야 하는 거냐는 말입니다, 저희 측 입장은.”

말이 안 되는 거지.

“저희 쪽에서 준비해 온 자료 다시 한번 봐 주시겠습니까? 그간 저희 재경식품이 의욕적으로 고비드 론칭을 준비하는 동안 고비드 측에서 어떻게 저희 재경식품의 발목을 잡아 왔는지 혹시 좀 보이십니까?”

* * *

한국의 전 국제선 공항 안으로 고비드 매장을 오픈시키는 건 결국 브랜드 노출이 1차 목표다.

방돔 지사에 넣은 시니어즈 단독 브띠끄와 같은 개념의 이미지 숍이라고 봐야 한다.

고비드 측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때에도 해당 내용에 관해선 고비드 본사가 오픈에 필요한 비용과 매장 유지비를 지원하고, 거기에서 올라올 순이익의 30퍼센트를 월별로 구분해 그다음 해 마케팅 비용으로 차감을 시킨다는 조항을 명시했었다.

그 내용과는 별개로 이번 미팅을 통해 매년 7밀리언 유로, 한화로 100억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고비드 측이 재경식품 쪽으로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추가시켰다.

물론 해당 마케팅 비용은 재경식품 쪽에서 고비드 마케팅을 위해 먼저 진행을 시키고 청구를 하는 형식으로, 재경식품이 만들어 내는 매출의 로열티가 마케팅 비용을 초과했을 경우라는 제한적 합의를 봤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고비드 측에서는 아시아 시장에 관한 내용을 그곳 세일즈 디렉터인 시에리 꼰띠가 직접 챙기겠다는 약속을 했고, 콜라보에 관한 내용 역시 구체적인 기획이 들어오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그 후로 이틀간 나와 강 차장은 고비드 측의 극진한 의전을 받으며 무사히 밀라노 출장을 끝내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7밀리언 유로요?”

3박 5일간의 출장 한 번으로 매년 7밀리언의 마케팅 비용을 만들어 온 날 상대로 조동희 전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난 그런 조 전무 앞으로 여러 항목을 새로 추가시켜 온 라이선스 계약서를 내밀었다.

하지만 조 전무는 해당 계약서를 펼쳐 보지도 않고 그저 테이블 위로 덮은 채 내려놓으며 내게 말했다.

“제가 본다고 알겠습니까? 본부장님이 어련히 알아서 잘 정리를 하고 왔을라고요.”

“그래도 형식이라는 게 있는데, 전무님이 편 사장님한테 직접 전달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본부장님께서 직접 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번 주까지만 식품에 있고, 다음 주부터는 재경 본사로 출근하게 될 거 같습니다.”

결국 결심을 했나 보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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