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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품격-254화 (254/303)

254화 부채 의식 같은 게 좀 생겼습니다

“차가 너무 막히는 거야.”

최영대 부회장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단둘이서는 처음으로 가지는 자리인데 지각을 해서 미안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내가 점심시간 때 여기까지 나올 일이 거의 없거든. 아무튼, 미안해요.”

그에 손정태 사장은 너무나 편안한 얼굴로 최영대 부회장의 등에 손을 붙여 미리 빼놓은 자리를 안내했다.

“아닙니다, 진짜 괜찮습니다. 앉으세요.”

“이야… 여긴 뭐 룸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앉아서 먹는 거예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오늘 점심 1부 시간은 제가 부회장님 맛있는 거 대접하겠다고 아예 통째 예약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식당 안엔 먼저 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손정태 사장과 레스토랑 직원들 말고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인물이라고 해 봤자 손정태 사장의 수행 비서 정도.

“뭘 또 그렇게까지 했어요? 그냥 편하게 식사 한 끼 같이하는 건데.”

“한 끼를 같이하더라도 제대로 된 걸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에이, 만날 때마다 그러면 서로 부담스러워서 되나. 다음부터는 편하게 봅시다. 이래서야 내가 어디 편하게 같이 밥 한 끼 하자는 말이나 하겠어요?”

“마침 아시겠지만, 제 사촌 형님이 운영하는 호텔이기도 하고요.”

“여기는 이런 예약을 받으면 호텔 입장에선 손해 아닌가?”

“더 큰 걸 만들어 주면 되는 거죠.”

부부 동반 골프 라운딩을 시작으로, 아직 사적인 자리에서 많은 만남을 가져 보지는 않았지만, 최영대 부회장은 손정태 사장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부 동반 골프 라운딩에서 만나기 전부터 손정태 사장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들어 왔던 최영대 부회장이었다.

재계 안에서도 친목 모임 같은 걸 잘 안 하기로 유명했던 손정태 사장.

그런 손정태 사장이 골프 라운딩에 나온다고 해서 의외이기도 하고, 직접 한번 만나 보고 싶기도 해서 원래라면 안 나가려고 했던 라운딩에 참석을 했던 건데 의외의 수확을 거뒀다.

역시 듣던 대로 강단이 있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강단과 겸손 사이에 끼어 그 라운딩 자리에서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최영대 부회장은 알 수 있었다.

실력 없는 강단이 아니었고, 그 실력을 겸손으로 숨기고 있다는걸.

마침 또 재경 그룹이 30여 년 전 국내 경제를 이끌던 시절처럼 빠르게 재도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최영대 부회장에게 손정태 사장이라는 인맥은 단단한 파트너십을 만들어 낼 자산일 수밖에 없었다.

비록 10살 가까운 나이 차이가 남에도 결코 서툴거나 부족해 보이지 않는 단단함.

그 단단함 속엔 진중함이 있었고, 그 단단함을 포장하고 있는 겉으로는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나는 그래요. 아무리 비싼 산해진미가 눈앞에 있어도, 불편한 사람하고 마주 앉아 먹어야 되는 자리라면 싫어.”

“부 회장님 사람 가리시는 건 유명하죠. 하하하.”

“내가 좀 그래, 맞아요. 근데 좋은 사람하고 같이 먹는 건 봉지 라면 두 개 끓여서 나눠 먹는 거라도 산해진미가 안 부럽거든. 나는 우리 손 사장하고 격식 없이 봉지 라면 같이 끓여서 거기에 계란을 풀까 말까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고 싶지, 만날 때마다 서로 부담을 가져야 하는 사이는 별로야.”

“에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제가 너무 오버를 한 거 같아 마음이 쓰이잖아요. 다른 뜻 없었어요. 한번 와서 먹어 봤는데, 너무 괜찮은 거예요. 어디 가서 좋은 거 경험하고 먹어 보면 꼭 가족들 생각이 나잖아요. 언제 기회 되면 꼭 같이 와서 한번 먹여 줘야겠다… 그런 생각이요. 여기가 딱 그랬어요. 제가 경험해 봤던 좋은 거. 그걸 나눠 보고 싶은 사람이 가족 말고 생겼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그런 의도로 마련한 자리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참 이상해요.”

“뭐가요?”

적당히 따듯하게 우려져서 나온 우롱차로 입 안을 살짝 적셔 놓고 최영대 부회장이 말했다.

“이렇게 사교성이 좋으면서 그동안 왜 그렇게 신비주의로 있었던 거예요?”

“신비주의요? 제가요?”

“왜 또 모르는 척이야? 손 사장 그동안 최대한 언론 노출 피해 다니면서 신비주의 했잖아요. 작년 한 해 스너프가 보통 핫했냐고. 그런데 스너프에 관련된 기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 이건 손 사장이 의도적으로 신비주의를 한 게 아니면 불가능한 거예요. 스너프 관련된 기사가 나와도 다 책임자들 이름만 노출이 됐지, 손 사장 이름이 나온 경우는 거의 없는 걸로 내가 아는데?”

“그거하고 신비주의는 전혀 다른 내용이죠. 저한테도 플렛폼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저희 재경이 스너프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 역시 재경의 자체 유통판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이 드러나기보다는 재경의 이름이 최대한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죠.”

“그러니까 내가 손 사장이 똑똑하다는 거예요. 진짜 중요한 게 뭔지를 알거든. 그런데 보통은 손 사장처럼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재경처럼 아직 후계가 결정이 안 난 경우엔 더 그렇지. 내가 재경의 후계 구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이런 말 하는 게 실례일 수도 있는데, 후계가 확정이 나기 전까지는 자기 존재감만 빌드 업을 해 나가는 게 보통이거든.”

“그런가요?”

“뭘 또 다 알면서 모르는 척이야, 선수끼리. 손 사장 동생도 봐요. 손정훈 상무. 얼마나 잘해요? 이번에 부경 쪽과 이슈 터졌을 때도 거의 모든 활약상이 손 사장 동생 앞으로 다 잡혔잖아.”

“실제로도 제 동생이 거의 다 했다고 봐야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모를까, 우리처럼 대충 돌아가는 내용 다 아는 사람들 앞에서까지 지나친 겸손은 자칫 과한 자신감으로 비칠 수가 있어요.”

그에 손정태 사장은 미리 세팅되어 있던 샴페인 잔 바닥 부분에 손을 갖다 대며, 서비스를 해 달라는 눈빛을 그곳 종업원에게 보냈다.

그런 다음 말했다.

“겸손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제 동생이지만… 제가 부경화학 관련된 일로 동생한테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 말엔 일말의 겸손도, 포장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최영대 부회장이 물었다.

“그럼 그게 진짜 언론에 비친 것처럼 손정훈 상무가 진두지휘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란 말이에요?”

“대단했습니다, 진짜.”

“그게 진짜 동생분이 단독으로 진두지휘를 한 거라면 대단하다는 정도로만 볼 수는 없는 건데?”

채워진 샴페인 잔을 들어 전채 요리로 나온 전복찜을 맛보기 전 건배를 하자며 손정태 사장이 잔을 들었다.

최영대 부회장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함께 그 잔에 건배를 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그간 재계 분들과 교류가 전혀 없기는 했습니다.”

최영대 부회장은 손정태 사장이 바꾸고 있는 대화 주제에 편하게 끌려가 주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우리 손 사장이 분노조절장애라는 말까지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과 사귀는 걸 잘 못 한다… 그런 말이 있었어.”

“하하하. 분노조절장애요? 저 분노조절잘해입니다.”

“그러니까. 직접 만나 보니까 너무 유쾌하고 또 호감인데, 그동안 왜 그렇게 외골수처럼 다른 기업 사람들하고 교류도 안 하고 재경 안에서만 살았던 거예요? 결국은 대한민국 사업은 연이잖아. 학연, 혈연, 지연.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흡연까지. 손 사장 학교 선배들이 결국은 또 나랑 형 동생 하는 친구들인 건 알죠?”

“네, 가끔씩 동창회 같은데서 부회장님 이야기는 종종 들었습니다.”

“그 친구들 통해서는 내가 손 사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어요. 사람이 참 괜찮다, 소문하고 다르게 경우가 있다, 젠틀하다… 그런데 손 사장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 사람이 외골수에 폐쇄적인 성향이 아닐까 그런 짐작들을 한다는 거지.”

“결국 따지고 보면 제가 여유가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여유? 그거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다 없지.”

“그러게요. 다들 없는데도 억지로 만들어 교류를 하는 거였는데, 제가 그걸 몰랐던 거죠.”

대한민국에서 기업하는 사람치고 재경 그룹의 흥망성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하물며 최영대 부회장에게 재경 그룹이라는 존재는 손중길 회장과 같은 시대 기업 활동을 하셨던 아버지 최호경 회장에 의해 여전히 저력이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는 기업이었다.

결국은 부경이라는 실력 있는 기업을 집어삼키고 스너프라는 플랫폼 사업으로 국내 유통 장악에 나선 재경 그룹.

최영대 부회장에게 재경은 지금 자신이 잡을 수 있는 가장 가성비 좋은 파트너임에 틀림이 없었다.

심지어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손정태 사장은 진국이기까지 하다.

* * *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JK 드 누락 강남점의 배려로 24층에 있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를 빌릴 수 있었다.

단출한 다과가 준비되었고, 두 사람은 회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내가 오늘 너무 비싼 점심을 얻어먹었네요.”

“제게 오늘 너무 귀한 시간을 빌려주셨으니까요.”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형식상 친목은 이만하면 된 거 같고, 식삿값은 손 사장이 계산을 했으니, 난 다른 밥값을 해 줘야 할 거 아니에요. 편하게 이야기합시다. 둘러 가는 거 없이.”

“같이 자리를 해 본 것도 아직 몇 번 안되는데, 벌써부터 이런 도움을 부탁드리는 게 예의가 아닌 건 압니다.”

“빙빙… 그러지 말자니까.”

“실은 제가 아직 이런 자리에 대한 경험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럴 리가 있냐는 듯 최영대 부회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자리에 대한 경험이 아직 한 번도 없다는 건 포장이 너무 과하다. 스너프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얼만데, 이런 자리 한번 없이 어떻게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 내요?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지.”

“스너프는 제가 책임을 지고 맡아 나가는 사업이니까요.”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스너프 관련된 사업 이야기를 준비해 온 거 아니었어요?”

그에 손정태 사장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짧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스너프 관련된 내용은 아닙니다. 물론 조양 그룹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자리는 스너프, 재경 그룹과 관련된 내용으로 요청을 드린 게 아닙니다.”

“그럼요?”

“제 사촌 형님. 그러니까 여기 JK 드 누락의 대표를 맡고 있는 손정엽 대표에 관련된 내용으로 부탁드릴 게 좀 있습니다. 물론 부회장님께서 들어 보시고 판단을 하실 일이고, 어떤 대답을 주시든 저는 부회장님과 만들어 가고 있는 관계에 부담이 만들어지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손정엽 대표. 데미안이죠?”

“네.”

“손정엽 대표에 대해서는 나도 여기저기에서 들은 내용은 좀 있어요.”

“그러셨습니까?”

“샹갈렌 상대 출신이라고 하는 거 같던데?”

“네, 그럴 겁니다.”

“유명했다고 하더라고. 우리 이종사촌 동생이 거기 출신이에요. 아예 몰랐대요, 데미안이 재경가 사람이라는 걸.”

“아, 그래요?”

최영대 부회장은 오히려 자신보다 그런 내용에 대해 더 모르고 있는 거 같은 손정태 사장의 반응이 은근히 재미가 있었다.

“저번에 부경통신 관련된 이슈 터지면서 언론에 얼굴이 나온 뒤에야 자기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말을 하지 뭡니까.”

“혹시 이종사촌 동생이라는 분이….”

“화경리조트 박수동이. 박수동 대표가 샹갈렌 출신이거든.”

“아….”

“아무튼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해요. 자기 학교 다닐때 진짜 괴물 같은 한국인 선배가 한 명 있었다고. 6개 국언가 7개 국어를 한다지 아마? 국적은 프랑스인인데 몇 안 되는 한국인 유학생들을 그렇게 잘 챙겼다네. 수동이 걔도 어디 가서 자기가 화경가 사람이라는 말을 자기 입으로 먼저 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 근데 이번에 뉴스 터지고 하면서 자기 학교 선배가 티브이에 나오니까 얼마나 놀랐겠어요? 그것도 재경 그룹 손홍명 전 회장님 아들이라고 나오는데.”

“…그렇죠.”

“근데 손정엽 대표 관련해서 손 사장이 나한테 무슨 부탁을 할 게 있을까요?”

“제가 조금 전에 미리 말씀을 드렸지 않습니까. 저도 이렇게 오지랖을 부려 본 적이 처음이라 이걸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부탁을 드려야 할지 입이 잘 안 떨어집니다.”

커피 한 모금.

최영대 부회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말이라는 게 그래요. 하는 사람이 편하게 해야, 듣는 사람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 뜸까지 들여 가면서 이야기를 힘들게 꺼내면, 다 들어 보고 이건 좀 아니다 싶을 때 내가 어떻게 거절을 할 수 있겠어요?”

“제가 최근 들어 그 형님한테 일종의 부채 의식 같은 게 좀 생겼습니다.”

부채 의식?

최영대 부회장은 생각했다.

현 재경 그룹의 총수 손홍준 회장과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결정을 했던 전 손홍명 회장 사이에 떠도는 무수한 루머들.

그 루머의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알 일이지만, 조금 전 손정태 사장이 말한 부채 의식이라는 것의 성격이 어떤 것일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하지만 그 부채 의식이 최근 들어 생겼다는 부분에선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만히 듣기만 했다.

“원래는 그런 게 전혀 없었거든요. 오히려 그 형님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부경통신, 그 외 부경가와 큰일을 한번 치르고 나니까 알겠더군요. 그동안 제가 정말 쓸데없는 데 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다는 걸.”

최영대 부회장의 눈에 들어오는 손정태 사장의 모습은 과연 저 젊은 나이에 저런 눈빛이 가능한 것일까 싶을 정도로 단단했다.

“제 아버지가 그간에 있었던 오해를 직접 그 형님과 푸셨는데, 저 혼자 그 오해 속에서 계속 상처 받으며 산다는 게 우습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번에 부경통신과 큰일을 치르면서 파트너십이라는 게 뭔지, 아군이 뭔지… 그동안 저 혼자 잘난 맛에 근거 없는 자신감만 들고 살았는데 그런 것들이 회사를 지켜 내는 데 얼마나 중요한 것들인지 실전으로 깨달았죠.”

“진짜 비싼 공부 하셨네. 그런데 손 사장이 가지고 있는 부채 의식이라는 게… 나는 좀 이해가 안 되네요? 손홍준 회장님 손정엽 대표가 알아서 다 풀었다면서? 근데 거기에 손 사장이 무슨 부채 의식을 가져요?”

“제가 한때는 너무 좋아했고, 그래서 유일하게 따랐던 형님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형님이 저보다 약해 보이는 모습이 보기가 좋지는 않네요.”

“…….”

“사실 큰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그래서 어떻게든 재경을 지켜 내셨다면 재경의 후계는 그 형님이 해야 맞는 건데, 재경의 장손으로 태어나 욕심을 가져 볼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저러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저한테는 최근 들어 부채 의식으로 다가오고 있네요.”

최영대 부회장의 한쪽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 손 사장. 진짜 이야기를 나눠 보면 나눠 볼수록 매력 있네. 이럴 줄 알았음 아까 점심 하면서 샴페인을 한두 잔 정도 더 할 걸 그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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