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의 품격-296화 (296/303)

296화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자기가 직접 머리를 감겨 주겠다고 한다.

내가 말을 잘못한 탓이다.

아니지.

말을 잘못한 것도 없지.

삼 일 넘게 머리를 못 감았다.

간지러운 걸 어쩌겠나.

옆방에 함께 입원을 해 있는 정태 쪽 박 실장은 벌써 샤워도 했다고 하는데, 그 말을 안 들었으면 모를까 갑자기 머리가 더 가려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혼잣말 비슷하게 “아, 머리를 좀 감았음 싶은데….”라고 했더니 저 난리다.

“대충 준비 다 끝났어. 이리 와 봐.”

걷는 건 문제가 없다.

이젠 혼자서 소변도 본다.

물론 침대에 누워 있다가 혼자 일어서는 건 여전히 불가능이다.

누가 도와줘야만 통증을 견뎌 내고 일어설 수 있는 상태.

그나마도 그 통증을 견뎌 낼 용기를 충분히 만든 다음 일어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해야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머리 감는 걸 하늘이한테 맡겨도 되는 걸까?

그냥 참는 게 낫지 않을까?

병원에 머리를 감겨 주는 서비스를 대신해 주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 서비스만 전문적으로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데 꼭 이런 위험 부담을 끌어안고 하늘이에게 내 머리를 맡겨야 하는 것일까.

“진짜 괜찮아. 괜찮다니까? 지금 안 감을 거라고. 아프다고.”

“아냐. 감아야 해. 내가 일부러 말을 안 했는데, 어제부터 냄새 많이 났어.”

“너 집에 안 가냐?”

“내가 튕기지 말랬지? 그렇게 나랑 밀당을 하고 싶어?”

“밀당 같은 소리 하네. 튕기는 게 아니라 너 걱정돼서 하는 말이잖아. 집에 가서 좀 쉬다가 와.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옆에서 도와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뭐 하러 그래?”

주말이라 차마 회사 일 그렇게 오래 비워도 되냐는 말도 못 했다.

결국 샤워장 세면대 앞으로 내가 앉을 수 있는 간이 의자를 준비해 놓은 하늘이가 팔까지 걷어붙이며 다가왔다.

“참 한 번 만에 하자는 대로 하는 법이 없어.”

“밀지 마라, 밀지 마라.”

억지로 날 세면대로 데리고 가겠다는 듯, 등을 밀고 있는 하늘이에게 엄살까지 부려 가며 저항을 해 봤다.

하지만 그런 저항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나는 약간의 과한 움직임에도 상처 부위에서 지독한 통증이 계속 전해지고 있는 상태인데.

샤워실 앞에서 하늘이는 내 손등에 꽂혀 있는 무통 주사 바늘이 뽑히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환자복 상의 단추를 풀었다.

그걸 완벽하게 다 벗길 엄두는 도저히 안 났던지, 머리를 감기는 동안 옷이 젖지 않을 정도로만 벗겼다.

복부 주위를 압박하고 있던 붕대는 이미 전날 풀었다.

상처 부위에 손바닥만 한 거즈만 붙어 있을 뿐.

“킁킁.”

“아, 뭐 하냐, 또.”

진짜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장혜란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하늘이는 내 가슴팍에 코를 가져가 놓고 몸에서 냄새가 나는지 킁킁거리며 확인을 했다.

“이야, 사람 몸에서 이런 냄새도 날 수 있구나. 식초가 따로 없네.”

하늘이는 세면대 앞으로 날 앉혀 놓고 우선 적당한 온도로 적셔진 수건으로 맨살이 드러난 내 상체를 구석구석 닦아 줬다.

제법 손이 꼼꼼하다.

꽤 시원했다.

“여기 등도 좀… 닦아 봐.”

“어으, 드러. 때 일어나는 거 좀 봐.”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다가 그 일을 당했어. 그리고 지금 며칠째야, 벌써. 당연한 거 아냐?”

“때가 이게 그냥 때가 아냐. 까마귀도 형님하고 고개 숙이고 갈 색깔이야. 봐, 눈 있으면 좀 봐.”

그런데 진짜 좀 의외였던 게 하늘이가 보기하고 다르게 손이 많이 꼼꼼했다.

항상 덤벙덤벙,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머리를 감겨 주는데도, 앉은 상태로 앞으로 숙일 때가 고비였지, 그 뒤로는 무척 편안하게 한 손으로는 날 받쳐 가며 남는 손으로만 꼼꼼하게 머리를 잘 감겨 주는 거였다.

살짝 그 상태로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해지는 느낌상 샴푸 두 번에 린스 한 번.

꽤 오래 높은 의자에 앉아 세면대 속으로 머리를 넣은 채 숙이고 있었는데, 숙이고 있는 그 자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쿠션까지 중간에 가져다준 덕에 아주 수월하게 머리를 감을 수 있었다.

머리를 다 감고 약간의 통증을 감수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마른 수건으로 내 목을 묶은 다음 얼굴까지 씻기기 시작하네?

어찌나 손이 야무진지, 뽀독뽀독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

“흥! 해, 흥!”

“코 정도는 혼자 푼다. 적당히 해라.”

“흥 하라니까.”

우와, 진짜 이거 해도 되나?

사실 풀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다.

상처 부위에서 올라올 통증을 각오하며, 용기를 내어 봤다.

“흥!”

“아이고, 잘하네. 한 번 더.”

“흥, 흥!”

“으으… 드러. 이거 뭐야, 진짜. 완전 왕건이. 어으, 드러. 어으, 드러.”

내 코에서 나온 이물질을 흐르는 물로 대충 씻어 낸 다음, 다시 한번 뽀득뽀득 소리가 날 정도로 얼굴을 다 씻겨 놓고 하늘이는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 주기 시작했다.

세면대 앞으로 붙어 있는 거울을 통해 병실에서 이곳을 쳐다보고 있는 장혜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메이크업을 하듯, 화장 솜에 스킨을 적혀 내 얼굴 이곳저곳을 적시기 시작한 하늘이.

이내 내가 쓰던 화장품 세럼을 자기 손등에 두 번 짜서 반대쪽 손가락을 이용해 얼굴에 넓게 펴 발라 주었다.

꼭 인형 놀이 재미에 푹 빠진 어린아이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수분 크림으로 마무리.

하늘이는 반쯤 벗겨 놓았던 환자복을 다시 입혀 준 뒤 단추를 잠궈 놓고 마치 장혜란이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다.

“내 속이 다 시원하네. 나도 오늘은 오빠 말대로 집에 가서 좀 쉴 테니까, 오빠도 쉬어.”

“집에 가게?”

“왜? 가지 말고 여기서 오빠랑 계속 더 놀아 줄까?”

그렇게 말해 놓고, 곧바로 나만 들릴 수 있을 만한 작은 목소리로 “아주머니하고 시간 같이 보내.”라고 말하며 싱긋이 웃었다.

난 하늘이가 대충 자기 짐을 챙겨서 나갈 때까지 병실 안을 맴돌다가, 하늘이가 내일 아침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겨 놓고 떠난 뒤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무통 주사가 걸려 있는 링거대를 끌며 걷다 보니, 다시 또 상처 부위에서 아찔한 통증이 전달되고 있었다.

창가 앞으로 서서 병원 정문 쪽을 내려다봤다.

이젠 벌 떼처럼 모여 있던 기자들도 모두 빠진 뒤였다.

어제, 오늘 부경화학 장선동이의 8천억 규모 비자금 의혹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그와 동시에 부경화학 비자금 관련 의혹 건의 담당 검사로 부경통신 이슈 당시 장선길이를 야무지게 엮어 냈던 최민성 검사가 즉각 배정될 거란 소식을 전해 들었다.

기업 저격수로 통한다던 반부패수사부 최민성 검사.

일전에 내가 직접 만나 보니 꽤나 날카로운 구석이 많은 친구였다.

장선동이가 꽤나 골치가 아프게 생겼다.

나야 다른 루트로 최민성 검사가 담당 검사로 배정을 받게 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는 거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그 내용까지 언론을 타게 된다면 이런 맹랑한 짓을 벌인 장민규에 대한 뉴스는 장선동 회장의 8천억 규모 비자금 의혹 앞에 자취를 감추고 말 것이다.

물론 장민규에 대한 법적 처벌 수위는 무척 높게 나오겠지.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야만 하고.

하지만….

아무리 지금 내가 처한 이 상황, 내가 당한 이 험한 꼴을 관대하게 생각해 보려고 해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대한민국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놈이 얼마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 나라의 법을 우습게 봤으면, 그리고 실제로 이곳이 우스운 곳으로 바뀌어 버렸으면 언론계, 법조계가 전과자 하나의 손바닥 안에서 그놈이 짠 극본대로 춤을 추고 놀아나고 있는 걸까.

무서울 게 없겠지.

희망이 없기는 밖에서건, 감방 안에서건 매한가지일 테니.

자기는 사람을 시켜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가더라도, 이 나라 대한민국은 그런 놈을 기껏해야 무기 징역 정도로 밖에 징역을 때릴 수 없는 구조이니.

나는 장민석이가 장민규를 통해 괴한들을 시켜 정태를 습격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건 무조건 장민규의 짓이다.

장민석이는 절대 그럴 만큼 배짱이 두둑한 놈이 못 되니까.

이건 배짱의 문제가 아니라, 장민석이에겐 그럴 명분도, 이유도 없기 때문에 애초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못을 박고 있는 중이다.

장민석이는 아직은 잃을 게 많은 놈이다.

말 그대로 지켜야 할 게 많은 놈.

그런데 그놈이 왜?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겠나.

심지어 지금의 부경화학은 스너프의 도움으로 기업 생명 연장을 해 나가고 있는 중인데.

우리 재경이 들고 있는 부경화학, 물산의 지분만 동시에 다 빼 버리면 그대로 가라앉을 배가 바로 부경화학인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결국은 장민규 이놈이 물귀신 작전 비슷하게 장민석이를 끌어안아 부경화학도 부경통신처럼 침몰을 시킬 작정으로 벌인 일이라고 봐야 하는 거 아닐까.

어쨌거나 우리 쪽으로는 필연처럼 원한이 있으니, 정태를 희생시켜 파국을 만들어 다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

그것도 우리 재경의 사람을.

과연 내가 이걸 법쟁이 놈들이 중간에 끼어들어 법만 가지고 정리를 하도록 두 손 두 발 다 놓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일까.

* *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갑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내게 장혜란이 물었다.

장혜란.

이젠 정말 잘 모르겠다.

내가 장혜란을 상대로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더 정확하게는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난 과연 어떤 존재인 것인지.

이렇게 두 사람의 기억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난 무엇일까.

손정훈의 몸에서 손중길이의 기억만 가지고 살아갈 땐 이런 의문 앞에 서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장혜란을 상대할 때마다 헷갈리고 있다.

과연 장혜란을 장혜란으로만 인식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엄마라는 존재로 함께 인식을 해야 하는 것인지.

머리로는 계속 장혜란으로 이해를 하려고 하지만, 내게 새겨진 정훈이의 기억이, 그 기억이 품고 있는 감정이 자꾸만 나로 하여금 죄책감을 들게 만들고 있다.

홍준이를 상대할 때도 비슷하다.

다시 또 한 번 기적처럼 얻은 삶 앞에 내가 취해야 할 입장은 명확했다.

나로 살아간다는 거.

오로지 나로만 살아가야 한다는 거.

이는 손중길도 아니고, 손정훈도 아닌 그저 두 번의 기적을 얻어 새 삶을 다시 또 살고 있는 오로지, 그 존재로 새롭게 살아 보겠다는 나의 다짐이기도 했다.

고개를 돌려 장혜란을 쳐다봤다.

“갑갑하면 엄마하고 같이 복도 한 바퀴 돌까?”

“아니. 그것보다….”

외부인과 함께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반말을 썼었지.

정훈이가 집안에서 유일하게 존댓말을 썼던 상대는 아버지뿐이었다.

“큰외삼촌한테서 다시 전화 온 건 없어?”

“아니, 엄마는 받은 적 없어.”

“장민석이가 그랬을 리가 없잖아.”

“사람 일 아무도 모르는 거다. 엄마도 설마 민석이가 그랬을까 싶은 마음이 크긴 한데,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 아닐 거란 생각을 보여 줄 필요는 없는 거야.”

“만약에 장민석이가 진짜 장민규한테 시킨 일이었다면 어떻게 할 건데?”

“네 아버지가 하자시는 대로. 엄마가 무슨 할 말이 있겠어?”

그래, 이건 장혜란과 나눌 이야기는 아니다.

“언제까지 그렇게 따로 지내실 거야?”

“뭐가?”

“이제 그만 본가로 들어가셔야 하지 않겠냐고.”

“그게 어디 엄마가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일이니?”

힘없는 표정으로 피식하고 쓴웃음을 흘려 놓고 장혜란이 말했다.

“엄마 네 아버지한테 쫓겨난 거야. 왜 다 알면서 모르는 척을 해?”

“다시 들어오라 하시면 들어갈 마음은 있고?”

그에 장혜란은 선뜻 바로 대답을 못 내놓고 생각이 많아진 얼굴로 날 빤히 쳐다만 봤다.

“칙칙해서 예전만큼 본가로 발길이 잘 안 가네.”

“언제는 퍽이나 자주 들여다봤던 거처럼 말한다?”

“더 안 들여다봐져. 분명히 집안일해 주는 사람들도 그대로고, 깔끔한 거며 청소 상태도 다 괜찮은 거 같은데, 이상한 게 전에는 안 나던 홀애비 냄새가 언제부턴가 나는 거 같더라니까?”

“담배를 그렇게나 좋아하시는데, 그거 잔소리해 주는 사람도 이젠 없겠다, 당연히 냄새가 배지, 안 배고 배겨?”

“그게 뭐 꼭 담배 냄새뿐일까.”

“승현이 동생도 생기고 했는데, 웬만하면 다시 본가로 들어가서 빈자리 좀 채워 주시지 그래? 함씨 아줌마가 아무리 살뜰하게 살림을 잘 살아 준다고 해도 결국은 돈 받고 남의 집 살림 대신 살아 주고 있을 뿐이잖아. 집이나 작아, 그렇다고 이제 식구가 적어? 그 큰 사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 총수가 정작 자기 집안 하나 제대로 못 살펴서 남의 손에 다 맡기고 있다는 거 다른 사람들이 알기라도 하면 그것만큼 쪽팔리는 게 어딨겠냐고.”

“네 아버지가 어디 그런 거 크게 신경이나 쓰시는 분이야? 보니까 오랜만에 보는 건데도 오히려 얼굴은 더 좋아지신 거 같더만.”

“30년 넘게, 40년 가까이 한 이불 덮고 같이 살았음 부모 죽인 원수도 서로 이해하고, 서로의 입장에 짠한 마음이 들어야 정상 아닌가?”

“큰일 한 번 당하고 깨어나더니 우리 아들 아예 도가 트셨구만. 아직 장가도 안 가 본 녀석이 뭘 안다고 영감 같은 소릴 하고 있어?”

“적당히 하고 이제 그만 들어가시라고. 천 년을 살 거야, 만 년을 살 거야? 끽해 봤자 백 년 살면 오래 살았다 소리 듣는 인생, 자식, 남편 빼놓고 나면 주위에 누가 있냐고. 엄마한테 말 통하는 친구가 있기를 해, 편하게 정 붙일 형제가 남아 있기를 해? 이제 진짜 혼자잖아. 40년 넘게 한 이불 덮고 산 남편한테 이번 한 번쯤은 일방적으로 져 줘도 되는 거 아냐?”

“…….”

“엄마 역시 기구한 인생 사셨던 거 인정하고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는데… 최소한 부경 상대로만큼은 엄마가 일방적으로 한 번쯤 져 주는 것도 크게 나쁜 그림은 아닐 거 같아서 하는 말이야.”

“이기고 지고가 어디에 있어? 아냐, 그런 거.”

“그럼 진짜 나랑 하늘이 결혼 때문에 그렇게 따로 살고 있는 거야?”

“엄마가… 생각이 많이 짧았다. 요 며칠 하늘이가 너한테 하는 거 보니까, 엄마가 나이 먹고 주책을 부렸던 거 같애.”

다시 대화 주제를 바꿨다.

“장민석이 그리고 장민규. 그거 내가 엄마 입장, 엄마 눈치 신경 안 쓰고 내가 내키는 대로 아버지 통해 처리해도 괜찮은 거지?”

그 질문 앞에 장혜란은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 날 부축해 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장혜란의 도움을 받아 침대에 누워 잠시 폰을 확인하고 있을 때였는데, 병실 문이 열리며 병원 밖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던 홍준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하늘이는?”

“갔어요, 조금 전에.”

“그래? 내가 있을 테니까 당신도 나가서 저녁 먹고 좀 쉬다가 들어오지?”

난 장혜란을 통해 그렇게 하라는 눈빛을 보내 놓고, 리모트 컨트롤로 침대 등받이 각도를 조절했다.

장혜란이 식사를 하러 나간 뒤 홍준이에게 물었다.

“조 전무는 갔어요?”

“주말인데 조 전무도 좀 쉬어야지.”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

“장민석이, 장민규. 그거 의논하겠다고 쉬는 날까지 찾아온 거 아니에요?”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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