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201)

아이디- v지존배인v

전적- 118승 113패

티어- GOLD III 71LP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그런 브실골이다.

객관적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티어를 올려야 한다.

장환이가 다이아를 찍자 친구들 반응이 엄청나지 않았는가?

다이아 티어부터는 시선이 달라진다.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신뢰 받기 쉽다.

때문에 나는 이틀 동안 솔로랭크에 매진했고.

─적을 처치했습니다!

v지존배인v님이 학살 중입니다!

다이아로 향하는 승격전을 치르고 있다.

까놓고 말해 양학인 만큼 게임은 어렵지 않다.

탑에서 세 번째 솔로킬을 따내며 학살을 울린다.

하지만 이것이 게임의 승리로 직결되는지.

묻는다면 그렇게 되기 힘들어 보인다.

승격전답게 팀운이 장난 아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여기저기서 아군이 난데없이 죽어나간다.

이번에는 봇라인에서 사달이 났다.

아군 정글이 봇갱을 간 타이밍에.

[08:42] 근성있는사람 (이블퀸): 아니, 우리 미드는 올 생각이 없음?

[08:45] 팀운조절장인 (아링): ㅋㅋ 미아핑 찍은 거 안 보나

적 미드가 합류하면서 갱승이 나버렸다.

미드와 정글이 서로 남탓을 해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등신이다.

'정말 등신 같은 싸움이라고 요약할 수 있지.'

정글러는 봇에 간 것부터가 잘못이다.

탑이 이기고 있는데 왜 봇을 가?

스스로 리스크 있는 선택을 했다.

미드는 근처에 시야를 잡지 않았다.

그래서 적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미아핑 하나 달랑 찍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학살 중입니다!

만약 그런 걸 알았다면 애초에 여기 티어도 아니다.

생각 없이 라인을 밀던 아링.

봇에서 올라온 적 미드&정글에게 뒤를 잡혀 죽었다.

'얘들이 참 신박할 정도로 못해.'

미드가 합류가 안된다.

적에게는 꽁킬을 준다.

그러면서 자기 라인전까지 지고 있다.

정글러는 게임이 터지는 속도를 가속화한다.

지금의 상황이 딱히 유별난 건 아니다.

원래 저티어 게임이 이러하다.

'현지인들 스스로는 알기 힘들겠지만.'

아는 입장에서 해설을 붙이면 장황해질 뿐이다.

그렇게 상황이 심각한 것도 아니다.

왜냐?

이유는 간단하다.

─아군이 쏘냐에게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냄!

─아군이 쏘냐에게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냄!

─아군이 쏘냐에게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냄!

적 바텀 듀오가 아군 1차 포탑을 파괴했다.

그 다음 행선지로 탑라인 순회 공연을 왔다.

아군이 미친 듯이 빽핑을 찍고 있는 이유다.

저런 의미 없는 핑은 적당히 흘려들으면 된다.

빽핑 찍혔다고 사리면 하루종일 못 싸운다.

아군의 핑을 무시하며 내려 찍는다.

어흥!

수풀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적 서포터 쏘냐가 사거리에 들어왔다.

궁극기를 쓸 잠깐의 틈도 주지 않고 순삭.

손아귀에 쥐자 가볍게 으스러진다.

애꾸사자.

발톱의 위력은 서포터가 견딜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휘리릭!

그 옆에 있는 원딜러도 마찬가지다.

핑크스의 발목에 올가미가 감긴다.

다시 수풀로 들어가 도약.

─더블 킬!

여운에 잠길 틈도 없다.

아래쪽 깔아둔 와드에 보였다.

바로 궁극기로 은신해 달려가 덮친다.

─트리플 킬!

v지존배인v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봇라인 교전에서 범의 일격이 빠진 걸 확인했다.

리심은 빠르게 방호를 탔지만 의미가 없다.

따라가 발톱을 찍자 으스러진다.

[10:10] [전체] 내오더가답이다 (리심): 탑 차이 실화냐 ㅡㅡ

[10:13] [전체] 현관티바나 (티바나): 그래서 탑갱 옴?

[10:17] [전체] 내오더가답이다 (리심): 저 ㅈㄹ로 키워 놓고 탑갱 드립ㅋㅋㅋㅋㅋ

아군이 못하는 만큼 적도 못한다.

아군이 싸우는 만큼 적도 싸운다.

그게 브실골플, 저티어다.

'잘하는 아군은 안 보고, 못하는 아군만 탓하면서 투닥거려.'

그래서 항상 자신들은 팀운이 없다고 착각한다.

이길 수 있는 게임도 대충 하다 던진다.

정말 평범한 플래티넘 게임이다.

[11:01] 근성있는사람 (이블퀸): 아링 - 17초 후 재생성

[11:01] 근성있는사람 (이블퀸): 아링 - 17초 후 재생성

[11:02] 근성있는사람 (이블퀸): 아링 - 17초 후 재생성

[11:05] 팀운조절장인 (아링): 이블퀸 - 생존

[11:05] 팀운조절장인 (아링): 이블퀸 - 생존

[11:06] 팀운조절장인 (아링): 이블퀸 - 생존

그렇게 적팀이 개판 난 와중에도 아군은 싸우는 걸, 팀탓 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이 절대로 특별한 게 아니다.

대부분 게임에서 일어나는 사태다.

'이 정도면 오히려 양호한 거야.'

그래도 최소한 게임은 하잖아.

갑자기 게임 안 하는 놈도 생긴다.

자신의 팀운이 좋다고는 1도 생각 안 하고.

[11:50] [전체] 내오더가답이다 (리심): 님들 티바나 템 보세요ㅋㅋㅋ

[11:51] [전체] 현관티바나 (티바나): 오픈. 정글 차이 ㅈㅈ

적 티바나가 눈물을 흘린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여제의 눈물을 샀다.

아이템을 다 팔고 미드로 뛰어와 죽어주기까지 한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한심하지.'

지는 라인전을 쳐발렸는데 다른 라인은 이긴 상황이다.

그러면 절하고서 게임 열심히 하면 된다.

하지만 티바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왜 탑갱 안 옴?

정글 차이 오지네.

정글이 멘탈 건드려서 게임 안 함!

티바나의 속마음을 요약하자면 이 세 줄일 게 뻔하다.

『다이아몬드 Ⅴ단계로 승급하셨습니다. 정의의 전장에서 소환자님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아무튼 티바나의 트롤 덕에 승격전은 쉽게 마무리 지었다.

MMR은 다소 낮지만 다이아는 다이아.

PC방 대회의 명함을 획득했다.

'문제는 그 PC방 대회인데…….'

이 이상으로 못하는 팀원들을 데리고 캐리해야 한다.

게임도 아니고 현실이니 다르지 않겠어?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

아니, 사실 못하는 건 전혀 상관이 없다.

다섯 명이 하는 게임이다.

한두 명 못할 수도 있지.

'적도 못하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매판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계 1위의 랭커도 가끔은 말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붙는다.

못할 거면 자기만 못해야 돼.

고티어에 가면 그냥 상식이다.

저티어 유저들은 이걸 모르고 플레이한다.

아군에게 계속 징징대고, 도움핑 찍고.

괜히 나대다가 적한테 죽어주고.

그러다가 도미노처럼 아군 전멸시키고.

'방금 판 같은 일이 대회에서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온갖 변수가 발목을 잡을 게 분명하다.

하물며 그 난이도가 솔로랭크 이상이다.

대회 게임은 보다 악조건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될 걸 다 알고서 계획했다는 소리다.

이를 대비할 비장의 카드도 마련해두었다.

전 판의 현지인들은 눈치 못 챘겠지만.

'애꾸사자 데미지가 정상이 아니었지.'

전 판 뿐만 아니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애꾸사자가 엄청 잘 컸으니 세구나!

그 이상을 알아본 사람이 없다.

세세하게 데미지를 계산하는 사람.

세상에는 의외로 많지가 않다.

있다고 쳐도 범인은 아니다.

근성있는사람: 애꾸사자를 이렇게나 잘하는데…… 배인은 대체 얼마나 잘할까?

하지만 다른 쓸데없는 부분은 눈치채버렸다.

캐리 받았다는 걸 인정하는 건 좋다.

문제는 다른 부분이다.

팀운조절장인: 지존배인이 배인을 안 함ㅋㅋㅋ

내오더가답이다: 우효~! 지존배인이 배인을 안 하다니 배인충으로서 끝장이구만www

전적창에서 달갑지 않은 이야기가 오간다.

뭐라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실제로 아이디가 좀 많이 그렇다.

'……적당한 걸로 바꿔 놔야겠네.'

대회를 나가기 전에 인지해서 다행이다.

첫 번째 목표.

퍼플펍PC 대회 날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 * *

2014년.

한국은 LOL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작년 롤드컵의 우승이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 결과다.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또다시 한국이 e스포츠 최정상을 차지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꿈꿀 수 있게 된 시기가 바로 지금이었다.

'내가 도전한 건 2015년부터였지만.'

이전의 사정도 당연히 알고 있다.

롤판에 하루이틀 종사한 게 아니니 자연스럽다.

프로게이머가 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시행할 생각이다.

솔로랭크 순위를 올리는 것?

당초의 목표는 분명 그랬었다.

그렇게 느긋하게 가기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아무것도 안 하고 넋 놓고 있을 수가 없다.

PC방 대회를 섭렵하려는 이유가 그래서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진짜 목적은 바로 인지도.

'롤판에서 성공하려면 유명해지는 게 베스트야.'

물론 양날의 검이다.

과도한 관심에 무너져 내리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나라면 기회를 가장 올바른 방향으로 살릴 수 있다.

그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퍼플펍PC.

도착하자 생각 이상으로 북적거린다.

드넓은 내부는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그 대부분이 오늘 대회 참가 인원일 것이다.

저들 중 어느 한 팀과 교섭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대회는 펑크 내는 녀석이 반드시 생기거든.'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현실 약속은 어기는 녀석이 꼭 있다.

무조건까진 아니지만 이만한 인원이면 없는 게 더 이상하다.

부득이하게 공백이 생긴 경우 현장에서 메꾸게 된다.

팀원이 한 명 안 왔다고 돌아가기는 아쉽지 않은가?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대회를 치르기 마련이다.

"너희 팀원 구하고 있니?"

적당히 둘러보자 한 팀이 눈에 잡힌다.

딱 봐도 급식충티가 좔좔 흐르는 4인조.

나이는 높게 쳐도 고등학교 1학년이다.

전화기를 잡은 채 씨름하고 있다.

나머지 세 명이 초조한 듯 지켜본다.

분위기만 봐도 얼추 상황이 짐작 간다.

"아, 네. 그런데…… 왜요?"

"한 명 부족하면 형이 들어가 줄게."

"헐~ 잠깐만요. 애들이랑 얘기 좀 해보고요!"

친구들과 쑥덕쑥덕 상의한다.

급했던 듯 금방 오케이가 나왔다.

한 가지 확인 절차가 필요하긴 했지만.

"형 근데 티어 어디임?"

요즘 급식들은 친화력이 좋나 보다.

현실에서도 급식체를 쓸 줄은 차마 몰랐네.

다이아 티어라 대답해주니 정말 좋아라 한다.

'이래서 내가 솔로랭크를 빠듯하게 돌렸지.'

일반인들 사이에서 다이아면 엄청나다.

주위에 한 명 있거나, 없는 수준.

이 녀석들 주위에는 없는 듯하다.

나에 대한 시선부터가 달라졌다.

선망의 눈초리가 콕콕 찔러온다.

대화의 주도권을 쉽게 가져올 수 있었다.

"이것도 인연인데 형이랑 우승 한 번 노려보지 않을래?"

"우승요? 헐~ 빡캐리 가능?"

"그래, 가능하다 새끼들아."

고민하는 듯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애초에 거절을 할 이유가 없다.

대회에 참가한 시점부터 대답은 정해져 있다.

우승을 못하니까 안 하지, 일부러 안 하겠는가?

못 오를 나무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을 뿐이다.

다이아 티어가 도와준다니 용기가 날 만도 하다.

'물론 공짜는 아니지만.'

어째서 혼자 대회에 참가했을까?

로드 오브 로드는 팀 게임이다.

다섯 명이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즉, 상금도 다섯 명이 함께 갈라먹는다.

아마추어, 프로 가리지 않고 전부 해당된다.

그런데 만약, 그러니까 만에 하나의 일이다.

'혼자 다 먹어버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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