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201)

알려져 있다.

숨은 꿀이 아니고 그냥 대놓고 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이지 않은 챔피언이 존재했다.

전적 검색 사이트에서 항상 고승률.

유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낮은 적이 없다.

나중 시점으로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되는 하나의 이유 때문에 안 쓰였다.

"헐, 헤일 하네."

"저 챔피언 재미없지 않아?"

"좋긴 좋은데 재미가 없어서 손이 안 가더라~."

솔로랭크 점수에 목을 메는 수많은 유저들.

그들이 듣는다면 뒷목 잡고 환장할 만한 대화다.

좌석 뒤쪽, 밴픽을 구경하던 구경꾼들이 중얼거린다.

'재미가 없어서 안 쓴다는 건 대체 무슨 창의적인 개소리야.'

OP이고, 꿀챔이면 절하고서라도 써야지.

그런데 저 개소리가 현재 시점에서는 주된 여론이다.

헤일은 챔피언 스펙이 월등함에도 1년 가까이 픽률이 저조했다.

그러다가 다가올 섬머 시즌.

롤챔스에서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며 주류픽에 등극한다.

주력 스킬의 AP계수가 반토막 나는 대대적인 너프를 먹는다.

파앙!

바로 이 불빠따 말이다.

코어템인 바론의 이빨이 나왔다.

평타 한 방에 0.6AP계수라는 정신 나간 데미지가 네네톤의 살점을 뜯어낸다.

촤앗!

파앙!

둔화를 걸고 네네톤을 두들겨 팬다.

스칠 때마다 체력바가 눈에 띄게 녹아 난다.

네네톤은 생존기를 쓰며 줄행랑을 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이렇게 견제를 하면 갱킹이 굉장히 신경 쓰이지.'

상대와 아군의 실력 격차가 현저하다.

이때 가장 벌어지는 것이 바로 정글 차이다.

이전 판에서 호되게 당한 탓인지 적 정글의 탑라인 시팅이 노골적이다.

시야에 보인 것만 벌써 세 번.

추측되는 건 최소 다섯 번이 넘는다.

그럼에도 나는 단 한 번의 갱킹도 당하지 않았다.

「리심 - CS 42 - 1/0/0」

35개였던 리심의 CS가 42개가 됐다.

CS 증가 수치를 보면 동선 예측이 가능하다.

각 캠프마다 정글 몬스터의 숫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령은 네 마리.

늑대는 세 마리.

골렘은 두 마리.

두꺼비는 한 마리.

CS 7개가 올랐다는 건 늑대+유령이다.

골렘은 내가 빼먹었으니 다른 경우의 수는 안 나온다.

이 외에 각 라인의 상황, 와드 위치 등의 정보를 토대로 리심의 행선지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그냥 별 거 아닌 잡기술인데.'

이 잡기술이 완숙해지면 사기성이 짙어진다.

차후 프로 대회에서 갱킹이 거의 안 통하게 될 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게임사가 결국 패치를 통해 막는다.

하지만 현재는 막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다.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파앙!

파앙!

적 정글러의 개입이 없다.

그 하나의 전제면 지옥을 선사할 수 있다.

헤일의 불빠따가 악어 가죽을 사정 없이 무두질한다.

네네톤은 포탑에 쳐박혀 불쌍하게 파밍하는 신세다.

갱호응은 감히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망했다.

CS 차이가 거진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대신 나도 솔킬은 따지 못하고 있지만.'

헤일 자체가 솔킬 특화형 챔피언은 아니다.

탱커가 두란 방패에 두건 들고 귀환텔까지 쓴다.

포탑에 쭈구리 마냥 박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강제 킬각을 따낼 수단이 없다.

괜히 무리하다가는 갱킹이나 로밍의 위험에 노출된다.

이번 게임은 초반에 한 번 따낸 것 외에 재미를 보지 못했다.

파앙!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라인을 밀고 정글몹을 빼먹는다.

상대와의 성장 격차를 점점 벌려 나간다.

'애꾸사자는 주도권 잡고 계속 교전해서 이득 봐야 하는 챔피언이라 킬을 딴 거고.'

헤일은 그냥 성장만 해도 좋다.

심지어 단순히 성장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일단 네네톤이 말렸고, 적 정글도 동선이 우주 끝까지 꼬였다.

탑을 계속 노렸는데 한 번도 당해주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나는 말리기는 커녕 레벨과 골드가 압도적이다.

그렇게 무난하게 2코어가 갖춰진 헤일.

「루난의 소용돌이」

공격 속도: +70%

기본 공격 시 주변 대상 둘에게 10+공격력의 50%에 해당하는 작은 탄환을 발사합니다.

평타가 세 갈래로 나가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얼핏 좋아 보이지만 함정템 취급을 받았다.

데미지도 약하고, 치명타도 적용이 안돼.

'그런데 헤일에 한해서는 달라.'

어차피 치명타와는 인연이 없는 챔피언이다.

중요한 건 온힛(on-hit).

세 갈래 평타에 모두 적중시 효과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프리딜만 넣을 수 있으면 한타를 혼자 하는 게 가능하다.

물론 상대가 그럴 만한 구도를 줬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 프리딜 상황이 쉽게 나올 리 없겠지만.

"한타하게 용으로 모여."

"네! 근데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상대는 실력이 부족하다.

이를 메꿀 경험 또한 부족하다.

지금껏 이런 헤일을 상대해본 적이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이다.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

이점은 내가 잘하고, 잘 아는 것 정도가 아니다.

상대의 경험 부족을 역이용하면 효과를 곱절로 배가할 수 있다.

이~쿠우!

리심에게 일부러 각을 내줬다.

그러자 음파를 맞히더니 들어온다.

점멸까지 활용해 멋진 배달을 성공시킨다.

소위 말하는 인색킥이다.

나름 다이아값을 하는지 깔끔하게 소화한다.

그런데 배달을 잘했다고 결과가 꼭 좋으리란 법은 없다.

『불멸의 존재다!』

헤일의 궁극기 불멸.

일정 시간 무적 상태가 된다.

적 딜러진의 코앞에서 휘둘러진다.

파앙!

파앙!

토이치로서는 당황스럽다.

아니, 형이 왜 거기서 나와?

탓을 하기에는 배달해준 사람이 아군이다.

토이치는 점멸을 썼지만 따라잡힌다.

맞점멸로 따라가 순식간에 녹인다.

물론 무적 시간도 같이 끝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적들이 일렬로 뭉쳐 추적해온다.

그것이 내가 배달을 당해준 진짜 노림수다.

헤일의 평타는 기본적으로 광역딜이다.

세 갈래 평타 모두 광역딜로 적용된다.

그런데 적들이 만약 뭉쳐 있다면?

─더블 킬!

트리플 킬!

0.6AP 계수의 정신 나간 평타.

뭉쳐진 적들에게 두 배, 세 배로 들어간다.

당하는 입장에서 이해가 안될 만큼의 미친 데미지가 폭발한다.

"뭐야, 저게 왜 죽어??"

"와…… 싹 다 녹는다."

"헤일 미쳤다. 당장 헤일 하러 간다!"

이해가 안되는 건 구경꾼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 * *

고작해야 PC방 대회.

그런 말이 쏙 들어갈 만한 임팩트다.

압도적인 존재감과 퍼포먼스로 관중들을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다.

"애꾸사자만 잘하는 게 아니네……."

"미쳤다, 미쳤어! 혼자 다 때려잡고 있어!"

'캐리' 라는 두 글자는 일반 유저들에게도 친숙한 개념이다.

솔로랭크를 하다 보면 누구나 가끔은 캐리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캐리와는 사뭇 다르다.

─트리플 킬!

쿼드라 킬!

잘하는사람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게임을 혼자 한다.

그것 만큼 적절한 표현이 없다.

첫 번째 세트와 마찬가지의 구도로 결국 귀결된다.

탱커진만 때려도 살살 녹는다.

그만한 위력이 딜러진에게도 쏟아진다.

세 갈래로 나가는 평타가 공평하게 적들을 섬멸한다.

"와…… 뭐지? 헤일이 사기인 건가."

"응, 애꾸사자로도 캐리했어."

"그냥 저 사람이 잘해. 잘해도 너무 잘해!"

감탄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 모든 광경을 실시간으로 관람했다.

의심의 여지가 있을 수가 없다.

첫 번째 세트를 애꾸사자로 캐리.

두 번째 세트도 헤일로 캐리 직전이다.

상상조차 못해본 미친 실력으로 찍어 누른다.

"심지어 팀원들은 브실골플이더라."

"정말? 어쩐지 못하긴 했는데."

"우승하러왔다팀 올다이아 아니었어? 다이아를 그냥 좆밥으로 바르고 있네."

""…….""

구경꾼들이 워낙 들떠있다.

목소리가 올라가다 보니 선수들에게도 들린다.

우승하러왔다팀으로선 굉장한 민망하겠지만 뭐 어째?

우승하기 위해 작정을 하고 왔다.

그런데 단 한 명에게 탈탈 털리고 있다.

입이 열 개라도 대꾸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상대팀은 겨우 브실골플, 심해 유저들이다.

한타에 들어가면 그냥 속수무책 쓸린다.

문제는 나머지 한 명.

『불멸의 존재다!』

적절함, 그 이상의 타이밍이다.

상대의 공격을 완벽하게 흘려넘긴다.

무적 상태에서 프리딜이 쏟아져 들어온다.

파앙!

파앙!

삼라만상, 모든 것을 불태운다.

그야말로 초열지옥.

헤일이 지나간 자리는 풀 한 포기 남아있지 않다.

─트리플 킬!

잘하는 사람님은 전설적입니다……!

승산을 찾아보기 힘든 악조건이다.

까놓고 말해 자신 빼면 사람이 없다.

그런 불리함 속에서도 무조건 이기고 만다.

"저 사람 대체 정체가 뭐야?"

"와아…… 러이갓도 저렇게는 캐리 못하겠다."

"하필 저런 급식충들이 버스 타고 우승 하냐~. 나도 떨어졌는데!"

너무나도 압도적인 캐리력.

관중들의 눈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 * *

섬머 시즌이 막을 올리기 직전.

한가롭기 그지없는 비시즌 기간이다.

한 가지 소문이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화성 퍼플펍PC 대회 참가했던 사람인데

진짜 혼자 캐리한 거 맞다니까?

상금까지 혼자 싹 몰아 먹었어!

로드 오브 로드 팬커뮤니티 사이트.

뜨고 있는 소문의 내용은 다름이 아니다.

PC방 대회에서 아주 특이한 우승자가 탄생했다.

우승팀이 아니라 우승자.

의아할 수밖에 없는 표현이다.

목격자들이 직접 밝히지 않았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그도 그럴게 로드 오브 로드는 팀 게임이다.

혼자서는 우승은 커녕 참가조차 불가능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말이 안되는 건 또 아니다.

└뭐 대회 버스라도 운영한 거임?

글쓴이-ㄹㅇ 딱 그거인 듯. 대회 버스

└얘들 수준이 어떻길래 양학이 가능하지;

└다이아만 만나도 떡실신 당할 텐데ㅋㅋㅋ

만약 한 명의 실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다른 네 명이 캐리 받는 게 미안하리 만큼.

그런 거라면 이야기가 안될 것도 없다.

커뮤니티에서는 단숨에 화제가 됐다.

상금을 독식하다니, 솔직하게 부러운 일 아닌가?

할 수만 있다면 상금의 액수가 무려 다섯 배로 불어난다.

물론 그만큼 말이 안되는 일이기도 하다.

게임의 신도 아니고 혼자 5인분을 어떻게 해.

상대가 못했으니 성공한 해프닝 정도로 여겨졌는데.

─와, 사이버파크PC 대회 왔는데 결승 미쳤다

애꾸사자, 헤일 그렇게 잘 쓰는 사람 처음 봄

상대팀 다이아 다섯인데 혼자 찢어버렸어ㄷㄷ

└응, 다이아5 다섯

글쓴이-ㄴㄴ 다이아2~4임

└?? 그게 가능하다고? 심지어 똥챔 들고?

└전에 화제됐던 그 사람이랑 챔피언이 같네. 혹시 동일인 아님?

같은 이야기가 또다시 화두에 오른다.

심지어 이번에는 대회 수준도 빡세다.

상대가 못해서 가능했다는 주장을 정면에서 박살 낸다.

그럼에도 여론은 순순히 믿지 않는다.

인터넷에 과장된 정보가 떠도는 일이 어디 하루이틀일까?

약간의 논쟁은 있었지만 결국 운이 좋아서 가능했다는 결론을 맺는다.

─아무리 잘해도 혼자서는 턱도 없음

설사 다크가 와도 안되는 건 안됨

다크가 괜히 러이챔스 4강따리겠음?

상대가 작정하고 팀 게임 하면 절대 못 이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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