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201)

└안 봤으니 그런 소리가 나오지;; 혼자 다 죽이고 운영까지 다 했다니까?

글쓴이-응, 악마의 재능 다크도 그렇게는 못해

└닼?슬슬 기어나오죠?

└악마의 재능으로도 안되면 무슨 마왕급 재능이냐ㅋㅋㅋㅋ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그 시작은 우스갯소리로 붙은 별명이었다.

힘듭니다 KTX~. 잘 큰 치비르가 딜각이 전혀 안 나와요!〉

과거로 돌아온지도 닷새째.

방구석에 앉아 프로 리그를 시청하고 있다.

고장 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낡은 TV에서 영상이 흘러나온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삼선 블루가 KTX B팀을 몰아붙인다.

이니시가 걸리자 앞라인이 전부 쓸려 나간다.

핵심 딜러인 치비르가 어찌저찌 살아남기는 했지만.

〈아…… 앞라인이 이렇게 다 녹으면 팔이 짧은 치비르는 막을 수가 없죠?〉

〈이건 끝났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삼선 블루가 한타 압승하고 2세트 잡는 그림이네요.〉

정규 리그 시즌이 아닌 만큼 생방송은 아니다.

재방송으로 보고 있는 롤챔스 스프링 시즌.

나로서는 조금 씁쓸함을 느끼는 상황이다.

〈코돈빈, 당신은 절 이길 쑤 업쑴미다!〉

경기가 끝나고 MVP로 선정된 선수의 인터뷰다.

삼선 블루의 원딜러 알파카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친다.

도발 당한 KTX B팀의 원딜러 코돈빈으로서는 몹시 억울할 것이다.

'팀이 받쳐주지 않는데 혼자 뭘 할 수 있겠어?'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이은 e스포츠 로드 오브 로드.

차이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인원이다.

1대1이 아닌 5대5의 팀 게임이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혼자 다 해 먹을 수는 없다.

개인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방금 전 씁쓸함을 느꼈던 이유다.

'애초에 다 알고 있었지만.'

지나가던 브론즈네 복슬강아지도 알 법한 이야기다.

수 년 프로로 지내온 내가 모른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

알고 있음에도 저지르려 한다.

고양시 덕양구의 제닉스 아레나 PC방.

지하철을 타고 두 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했다.

상금을 위해서라고는 해도 상당히 먼 지역까지 와버렸다.

'꽁돈 먹으려면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해야지.'

우승 상금이 30만원[email protected]

하루치 일당 치고는 과하게 많다.

순수 상금이 이 정도로 많은 대회는 드물다.

아예 못 갈 만큼 먼 거리도 아니고 수고할 만하다.

문제는 이게 꼭 낭보만은 아니라는 부분이다.

달콤한 음식에는 날파리가 꼬이기 쉽다.

"형, 근데 아실런지 모르겠는데……."

같은 팀에 속하게 된 동생이다.

사실 나보다 두 살 많은 스무 살이다.

스물 한 살이라고 적당히 속였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대진표 확인해보니 수준이 너무 높던데요?"

"클랜도 있고 장난 아니에요!"

"우승은 빡세요, 빡세."

마찬가지의 조건을 제시했다.

굿이나 보고 떡은 구경만 해라.

다이아 티어라는 명함은 부연 설명에 하이패스를 끊어줬다.

그 명함이 이곳에서는 보증 처리가 되기 부족한 모양이다.

상금의 액수에 비례해 참가팀들의 수준도 높다.

다이아 티어 참가자가 즐비하다.

"괜찮아. 내가 더 잘하니까."

"저희야 어차피 우승은 언감생심이라 상관 없긴 하지만요."

구태여 설명하기도 난감한 일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명함의 급이 아쉽게 느껴진다.

'요리왕 비룡처럼 특급 요리사의 자격을 짠하고 보여줘야 하는데.'

다이아 티어는 특급 요리사와는 한참은 거리가 있다.

팀원들이 불안해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심지어 참가팀 중에는 클랜도 보인다.

-제닉스 아레나 PC방 16강 대진-

「Clan RVS」

「러브 라이브!」

「Clan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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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명단에 적혀있으니 모를 수가 없다.

클랜인 이상 다이아는 무조건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아니, 전원이 다이아여도 이상할 게 없지.'

물론 그만한 상대는 이전에도 만나봤다.

그래봤자 어중이떠중이.

마음 같아서는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단순히 다이아 다섯이 뭉친 것과는 다르다.

클랜을 상대하는 건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다.

평소 팀 단위 연습을 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양학이 아닌 팀 게임으로 가면 까다로워져.'

솔로랭크와 팀 게임은 전혀 다르다.

한 명이 잘한다고 무작정 캐리한다?

그런 그림이 의외로 잘 나오지 않는다.

서로 오더를 통해 실수를 보완한다.

피지컬과 센스로 뚫는데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와는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난 팀 게임쪽이 더 전문 분야야.'

당연한 이야기다.

* * *

프로게이머.

스타크래프트 시절에는 폐쇄적이었다.

모든 것이 협회 주관으로 굴러가다 보니 등용문이 비좁았다.

2세대 e스포츠 LOL로 넘어오며 달라지게 된다.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프로를 꿈꿀 수 있다!

하지만 그 실력을 누구나 가진 건 아니다.

살짝 혹은 많이 부족한 지망생들.

집단을 이뤄 각자의 실력 증진을 도모한다.

그렇게 모인 '클랜' 은 아마추어 게이머들의 시발점이다.

"아……, 또 지게 생겼네."

"인간적으로 마스터는 반칙이잖아 시발!"

RVS 클랜은 친목 도모 겸 상금 벌이로 PC방 대회에 참가했다.

클랜의 정예인 다이아 상위권 유저만이 모였다.

어지간한 대회였다면 다이렉트로 우승이다.

─적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상대팀에는, 아니 클랜에는 마스터 티어가 있어서 문제다.

RVS 클랜은 패배하고 만다.

경쟁 관계인 Destiny 클랜에게 자존심 싸움을 즈려밟혔다.

"마스터 티어 까리한 거 봐라~."

"다이아도 그냥 얄짤 없이 털리네."

"마스터면 테이커도 만나고 그러나?"

구경꾼들이 잔뜩 몰리며 긴장감이 고조됐던 4강.

승리의 의미는 결코 작지가 않다.

구경꾼들의 관심은 Destiny 클랜에게 쏟아진다.

하물며 마스터 티어.

다이아도 신기한 일반 유저들에게는 그냥 먼치킨이다.

정보창에 '마스터 티어' 딱 띄우고만 있어도 찬양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 마스터 티어가 뭐 별 거라고.'

클랜장 현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친목 도모, 클랜 홍보, 쏠쏠한 상금 벌이…….

PC방 대회에 참가하는 목적은 여러가지 있지만 가장 큰 건 바로 이 우월감이다.

주위의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된다.

한 번 맛보면 잊을 수가 없을 정도의 쾌감이다.

현진이 매달 최소 한 번씩은 PC방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다.

평소와 달리 과정 또한 여유롭다.

가장 까다로운 적을 4강에서 격파했다.

RVS 클랜 이상의 난적이 있을 리가 있을까?

─퍼스트 블러드!

적에게 당했습니다!

가벼워진 마음가짐으로 임한 결승전.

싱거우리라 여겼던 게임이 요상하게 흘러간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현진은 뇌에 정지가 왔다.

"뭐지? 이게 죽네."

"형 밸런스 조절하는 거야?"

"아니……, 일단 집중 좀 할게."

팀 입장에서 보면 사소한 손해다.

예상대로 결승전은 매우 쉽게 흘러간다.

미드도, 봇도, 정글도 무난하게 압살 중이다.

하지만 현진으로서는 기분이 묘하다.

솔로킬을 당하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 진지하게 집중을 했음에도.

콰직!

터엉-!

처음 당했을 때보다 더 어이가 없다.

티아매트가 터지더니 순식간에 죽었다.

애꾸사자의 발톱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뭐, 뭐지……?"

"아~ 클마형 또 긴장감 보태네."

"아니야, 킬 좀 줘야 게임이 재밌어지지."

"……."

현진도 팀원들의 대화에 동참하고 싶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다.

고작 2킬,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

'분명 그렇기는 한데…….'

무언가 등골이 싸한 기분이 든다.

더 죽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예감은 결과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잘하는사람님이 학살 중입니다!

탑솔러로서의 자존심에 금이 간다.

정글 개입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솔로킬.

초반 라인전에서 벌써 세 번이나 죽고 말았다.

"학살? 형 너무 즐겜 하는 거 아니야?"

"저 정도는 던져야 밸런스가 맞아."

"이거 또 레이드 할 맛 나겠네~."

그럼에도 팀원들은 위기 의식이 전혀 없다.

한 명쯤 커봤자 뭐 대수겠는가?

오히려 위기는 곧 기회다.

제압을 하고, 현상금을 먹으면 한 번에 풀 수 있다.

RPG게임 레이드 한다는 느낌으로 몰려간다.

깔끔하게 잡고 포탑까지 밀 생각이었는데.

─적에게 당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세?"

"말했잖아…… 좀 세다고."

"아니, 조금이라면서요!"

조금 많이 심각하게 세다.

애꾸사자가 도약할 때마다 한 명씩 사라진다.

정글러와 서포터 모두 발톱의 이슬이 되고 말았다.

─잘하는사람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그때부터였다.

분명 승리를 확신했던 게임.

기묘하게 비벼지며 애꾸사자를 막을 수가 없다.

단체로 뇌정지가 오며 잘리기 시작한다.

스노우볼이 겉잡을 수 없이 굴러가고 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게임이 아작나버린 후였다.

"아니, 이거 끝났는데?"

"그러니까 내가 사리라고……."

"사리고 라면이고 탑에서 너무 던졌잖아요!"

"그건 내 잘못 맞는데 게임 터진 건 트리플 킬 내줬을 때지."

처음부터 포위망을 빡세게 좁히고, 스펠 투자를 과감하게 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Destiny 클랜은 충격적인 패배를 맞이한다.

패배의 원인을 도무지 모르겠다.

PC방 대회를 한두 번 섭렵해본 게 아니다.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대회에도 출전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더욱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한 가지 전제가 깔려야만 납득이 가능하다.

현진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이건 진짜 내가 못해서 진 게 아니야."

"아니, 형이 탑에서 솔……."

"닥쳐 봐. 내가 못한 게 아니라 상대가 잘한 거라고."

처음에는 분명 방심하고 설렁설렁 임했다.

다이아5가 잘하면 뭐 얼마나 잘하겠어?

하지만 라인전 도중 깨달았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다이아5 치고는 실력이 상당하다.

아니, 다이아5가 저런 무빙을 할 리가 없다.

"거리 조절 하는 게 말이 안된다니까?"

"제 생각에도 잘하는 거 같긴 했어요."

"그 정도에요? 너무 설레발 아닌가……."

다른 사람 말이라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지고서 변명하는 거잖아.

병, 형신이야?

추해요.

클랜장인 현진은 마스터 티어다.

클랜원과의 신뢰도 두텁게 쌓였다.

의아함은 현진 말고도 전부 느꼈다.

침착한 대응.

과감한 움직임.

자신들도 같은 다이아지만 저렇게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

"하긴 다이아1,2도 아니고 다이아5가 저렇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아, 봐봐! 전적이 말이 안되잖아."

클랜원들도 그 정도는 알 수 있는 티어다.

증거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아이디- 잘하는사람

전적- 175승 115패

티어- DIAMONDⅤ 0LP

전적 검색 사이트에서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상대방의 아이디를 쳐보면 노딜레이로 나온다.

다이아몬드 5티어라는 사실에는 이상이 없지만.

애꾸사자(15/0/1) 승리 5분 전

헤일(12/0/3) 승리 1시간 전

애꾸사자(17/0/0) 승리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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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적과 평점이 말이 안된다.

물론 커스텀 게임, 대회 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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