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솔로랭크 기준으로도 찾아봤다.
평점14.57(13.2/1.4/7.2)
최근 전적- 30전 29승 1패 승률 96.7%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정신이 나갔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심지어 듀오큐도 아니야……."
"그냥 혼자 다 죽이고 강제로 이겼는데?"
"이 구간에서 솔로큐로 이 승률이 가능하나?"
"적어도 난 안돼."
Destiny클랜의 클랜장이자 마스터 티어인 현진이 즉답한다.
다이아 상위 티어인 나머지 인원도 당연히 안된다.
즉, 상대는 그 이상의 높은 티어다.
마스터보다 높은 티어라니?
당연히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보기 힘들다.
로드 오브 로드의 최상위의 실력자.
챌린저는 단 200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한 실력이면 보통 프로게이머를 하거나 하지.
"한가하게 PC방 대회에 온다고? 그것도 혼자?"
"찾았다!"
만약 그런 실력자의 부캐라면 흔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찾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바로 그 유저였다.
얼마 전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된 이야기다.
말도 안되는 실력자가 있다.
게임을 혼자 캐리해버린다!
상금 헌터들 사이에서 특히 더 화제가 됐다.
그도 그럴게 가능하다면 대박이잖아?
상금까지 혼자 싹쓸이 할 수 있다.
「하루에 우승 한 번씩만 해도 한달 연봉 1억각 아니냐?」
「한달 연봉은 뭐야ㅋㅋ」
「그게 되는 놈이 있으면 프로게임단들이 모셔 갔겠지.」
「ㄹㅇ루다가~ PC방 대회가 아니라 롤드컵에서 우승 안 하고 뭐함?」
그리고 빠르게 종결되었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터무니 없는 헛소리인지.
자신들도 종종 미끄러질 때가 있다.
단판제다 보니 실수 한 번이 치명적이다.
혼자서 모든 경기를 하드 캐리 하는 건 불가능하다.
「실화라 쳐도…… 팀단위 얘들은 안 만나봐서 그럴 걸.」
「크~ 우리 클랜 만나면 그냥 개박살을 내줄 텐데.」
「응, 엊그제 우리랑 팀랭에서 만나서 쳐발렸죠?^^」
상금 헌터.
팀, 혹은 클랜이 있다.
PC방 대회를 포함한 아마추어 대회가 주타깃이다.
단톡방이 있을 정도로 활성화돼있다.
아마추어들에게는 짭짤한 상금과 경험이다.
사냥감이 겹치기 않기 위해 서로 가급적 양보한다.
「아무튼 '그 새끼' 만나는 팀 있으면 톡방 보고 좀」
「선조치 후보고 가능?」
「뭔 소리임?」
「미필 어리둥절행ㅋㅋㅋㅋ」
「먼저 바르고 그 다음에 보고 하겠다고요ㅋㅋ」
Destiny 클랜의 클랜장 현진도 단톡방 멤버 중 하나다.
일련의 카톡를 주고 받은 기억이 바로 어제다.
당시에는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어제까지만 해도 품고 있던 생각이다.
허풍 쩌는 놈이 헛소리 하는 거겠지.
그런데 자신이 당사자가 돼버렸다.
상대가 잘해도 너무 잘해.
커뮤니티의 반응이 떠오른다.
겪고 나니 정말 그 이상의 표현이 없다.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이다.
어째서 한 명에게 이리도 휘둘렸을까?
누군가 물어본다면 변명할 거리가 없다.
"지기라도 하면 잉벤에 박제되겠다……."
"안 져, 안 져."
"우리가 너무 설렁설렁해서 그렇다니까?"
때문에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패배하는 순간 망신살이 뻗친다.
Destiny 클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패배의 원인.
짐작 가는 게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너무 대놓고 방심하다 보니 일어난 참사다.
"평소처럼 하자 평소처럼."
"하긴…… 우리 너무 솔랭처럼 하긴 했어요."
"내가 실수 자제하고, 제대로 운영 싸움하면 어렵진 않을 거야."
경쟁 상대인 RVS 클랜을 사전에 밟았다.
대회의 우승은 이미 따 놓은 당상이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결승을 치렀다.
마치 솔로랭크처럼 말이다.
평소에는 철저한 팀 게임을 지향한다.
솔로랭크와 팀 게임은 전혀 다르다.
'혼자서 캐리하는 것도 상대의 합이 안 맞으니까 가능한 거지.'
Destiny 클랜의 정예 멤버다.
팀랭크는 항상 챌린저를 유지.
이렇듯 대회에도 나와 종종 선전한다.
그런 만큼 비슷한 상황도 겪어봤다.
상대팀에 엄청난 실력의 유저가 있다?
라인전을 손실 없이 넘기고 운영으로 간다.
솔로랭크와 팀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다시 한다면 절대 지지 않는다.
아니, 질 이유가 없다.
'분명히 그렇긴 한데…….'
챌린저라고 뭐 다를 게 있을까?
아무리 잘하는 유저라도 캐릭은 하나다.
피지컬로 비비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수많은 경험을 토대로 현진은 승리를 확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신경 쓰인다.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한 줄의 헛소리.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그저 드립에 불과하다.
비꼬기 위한 반어법이다.
이상하게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 * *
상대는 라인전을 이르게 끝냈다.
탑에서 교전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
정식 한타와 합류전은 자신들이 유리하다는 심산이 보인다.
'굉장히 재밌는 생각이야.'
정말 재밌는 일이다.
나를 상대로 운영 싸움을 한다는 게.
축구 선수가 조기축구회에 참가하면 이런 느낌이겠지.
─아군이 적이 사라졌다고 알림!
─아군이 적이 사라졌다고 알림!
스플릿 구도.
상대가 나를 끊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다.
아군이 찍는 미아핑 이상으로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부질없어.'
아마추어의 움직임 따위 정직하기 짝이 없다.
상대가 무엇을 노리는지 뻔히 읽힌다.
설계도 미적지근하고, 스킬샷도.
키잉-!
쓰렉귀의 선고가 허공을 가른다.
애써 찾아왔는데 뭐라도 낚아야지.
세월을 낚는 어부가 된 기분만 느끼고 돌아간다.
'자기들 딴에는 운영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동네 축구 같은 거다.
자신들 나름대로 호흡과 전략이 있다.
그런데 밖에서 보기에는 우르르 몰려 다니는 꼴로밖에 안 보인다.
어중간한 아마추어가 운영을 하는 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얘네들이 하는 운영은 그냥 뭉쳐서 다니는 거다.
다른 곳에 패스해버리면 정신을 못 차린다.
─아군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지나간 세월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를 막기 위해 무려 세 명의 적이 왔다.
미드에 공백이 생기자 아군이 포탑을 편하게 밀었다.
'손실 없이 운영한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거든.'
롤챔스, 그러니까 1부 리그.
상위 몇 팀 제외하면 깔끔하게 운영하는 팀이 없다.
톱니바퀴가 딱딱 들어맞듯 굴러가지 않으면 빈틈이 생긴다.
그 빈틈에 의해 아군이 포탑을 밀 수 있었다.
킬을 따고, 학살을 하는 것만이 캐리가 아니다.
상대를 뒤흔들어 빈틈을 만들어내는 것도 간접적인 캐리다.
"형 미드 1차 깼어요!"
"와…… 탑 차이 미쳤따리."
"혼자 세 명 끌고 다니시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헤헤."
물론 내가 적절한 오더를 해준 덕분이다.
처음에는 다이아가 많다는 등 못 믿는 눈치였다.
실력을 보여주자 자연스럽게 상하 관계가 성립된다.
'나이는 여전히 속인 상태지만.'
카리스마가 있어도 결국 한국 사회는 나이가 갑이다.
조금 양심이 찔리긴 해도 거짓말은 아니다.
형 노릇하며 팀의 중심을 휘어 잡고 있다.
물론 내가 이끌어도 근본적인 기량이 올라가진 않는다.
마침표를 찍는 건 나의 역할이다.
그럴 만한 밑바탕을 닦아 놨다.
「티바나 - CS 218 - 2/0/0」
단순히 도망 다니며 시간만 번 게 아니다.
게임 시간 20분에 분당CS가 10개가 넘었다.
적 정글까지 꾸준하게 빼먹으며 성장한 결과다.
'티바나가 운영 돌리기에 참 좋은 픽이야.'
시즌4를 풍미한 탑챔피언이다.
노잼톤&또바나 시대의 주역이기도 하다.
일련의 픽이 좋았다는 게 신기한 느낌도 든다.
나중 시점으로 보면 비주류 챔피언이다.
정글로만 간간히 쓰이지 탑으로는 안 쓰인다.
데미지도, 스킬 구성도 탑과는 안 맞는데 대체 왜?
? 화염용 길들이기: 화룡 강림을 사용해도 화염 폭풍의 지속 시간이 초기화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버그 때문이었다.
잘만 쓰면 유체화가 패시브인 수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걸 알고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원래 알고 보니 버그빨이었던 경우가 가끔씩 있어.'
모르고 써도 버그 자체가 워낙 실용적이다.
알게 모르게, 자신도 모르게 쓰게 되는 버그다.
다만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는 점.
의식해서 쓰면 그 가치를 백분 끌어낼 수 있다.
발휘할 환경 또한 이미 만들어뒀다.
미드 1차 포탑은 운영의 중심이다.
깨져 버리자 휘둘릴 여지가 많아진다.
내 동선을 제약할 근거가 빈약하다.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려온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티바나의 운영에 휘둘린다.
조급해진 상대는 이니시를 걸었다.
본대인 아군을 섬멸하겠다는 심산.
다이브를 쳐서 아군을 잘랐다.
그 판단 자체는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성공하기도 했고, 그림도 괜찮아 보이니까.
'그런데 그런 판단을 내릴 거면 진작에 했어야지.'
등 떠밀리듯이 억지로 걸은 이니시다.
자기들이 하고 싶었던 운영이 아니다.
참고로 그 등을 떠민 사람은 나다.
쿠와앙-!
떠밀었던 만큼 구도 또한 예상을 하고 있었다.
상대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합류한다.
용으로 화해 적 본대를 덮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 원딜러가 순식간에 잡아 뜯긴다.
옆구리를 제대로 찌를 보람이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네네톤도 부랴부랴 텔레포트를 탔다.
아군도 한 명 잘렸으니 4 대 4.
전체적인 실력도 상대가 우위.
적진 깊숙이 파고들었으니 위험천만해 보이지만.
─더블 킬!
트리플 킬!
잘하는 사람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레드 카펫이 깔렸다.
그 위를 적들이 따라온다.
줄줄이 용암에 녹아들며 골드로 변한다.
? 화염 길들이기: 용 형태에서 생기는 불길 자국은 0.75초 ⇒ 인간 형태와 마찬가지로 1.0초마다 피해를 입힙니다.
약간 감동 파괴 느낌이 든다.
티바나의 불길에도 버그가 있었다.
불길이 상대를 아주 노릇노릇하게 구워버린다.
"우와…… 티바나 진짜 괴물이네요 괴물!"
"그러게. 벌레 같은 괴물이지."
"네?"
버그를 줄줄이 달고 다니는 괴물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OP챔피언.
그 뒤에 숨겨진 사연이다.
아무튼 한타를 대승했다.
이후의 게임 구도도 무척 쉬워진다.
왜냐?
상대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막싸움도 안되고, 운영도 안되고, 한타도 안 먹히는데 멘탈이 남아 나겠어?'
프로가 되면 멘탈 잡는 훈련을 한다.
실제로 말이다.
준비해온 전략이 안 먹히고 엇나가면 당황스럽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으면 안된다.
프로들도 굉장히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아마추어들에게는 지나치게 생소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멘탈 깨진 영향이 다이렉트로 나타난다.
사이드에서 킬 내주고, 반대쪽은 포탑 나가고.
한 번 터져버린 이후로는 흔들림이 보일 정도다.
'이제부터는 그냥 쇼타임이지.'
상대의 운영을 맞운영으로 맞춰줬을 뿐이다.
매우 잘 커버린 이상 세세한 움직임은 필요 없다.
보다 크고 과감하게 마음 가는 대로 덮치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