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201)

PC방 대회를 섭렵한다.

실전 연습과 더불어 상금 벌이가 된다.

홀로 독차지하니 그 액수가 짭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온라인도 아니고 오프라인 대회.

남들의 눈에 띄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논란이 되는 것은 예상했던 바다.

─정말로 혼자 대회 캐리하는 게 가능해……?

로드 오브 로드의 팬사이트.

얼마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정부, 여기서 이야기가 안 나오면 섭하지.'

정식 명칭은 잉벤이지만 세계정부가 입에 착착 감긴다.

일련의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어!

모 해적 만화에 나오는 세계정부처럼 정의감에 불타는 사이트다.

롤판 사건사고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유감스럽게도 그 당사자가 되었다.

'계획대로지. 착착 굴러가고 있어.'

홀로 PC방 대회의 우승이라니?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짓거리다.

모든 것이 짜 놓은 계획대로 착착 굴러간다.

PC방 대회의 우승은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상금이 짭짤하기는 해도 결국 그 뿐이다.

목표를 생각한다면 턱없이 보잘것없다.

진짜 목적은 인지도의 상승.

화제가 되는 것이야 말로 바라는 바다.

단기간에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이 이상이 없다.

└아 몰랑! 아무튼 이긴데

글쓴이-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이기냐고. 상상이 안 가는데

└5252 믿고 있었다고 젠장!

└마 왕 은 무 조 건 승 리 한 다

'…….'

조금 남사스러운 별명이 붙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파장이 컸던 모양이다.

독특한 별명까지 하나 생기고 말았다.

그 시작은 좋은 의도가 아니었다.

비꼬려는 목적의 드립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쁘게 볼 것만은 없는 이야기다.

'원래 선수들 별명이 그렇게 정착되는 경우가 많아.'

상남자 잼할.

그저 '주' 폰대관.

몬테 교수 도도갓.

강타의 신 코돈빈.

뱅 The Jungle God 기.

백인분의 남자 황금수염.

기타 등등 유명 프로게이머들의 별명은 사실 멸칭이었다.

얕잡아 보고, 까려는 밈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반대의 의미를 가지게 됐다.

그 기점은 해당 선수의 폼이 확 올라갔을 때.

실력을 증명하자 세간의 시선이 달라진다.

미운 정이 오히려 팬심으로 변한다.

'실력의 증명과 인지도의 상승이 꼭 순서를 지킬 필요가 없거든.'

누구보다 빠르게 성공해야 하는 입장이다.

단계를 밟아 천천히 갈 여유가 없다.

먼저 터트리고, 어떻게든 수습한다.

그럴 만한 실력과 자신감이 있음이다.

그 정도도 못하면 꿈도 꾸지 못할 목표다.

과한 관심이야 말로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이다.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라…….'

마침 내가 지향하는 바와도 딱 맞아 떨어진다.

* * *

혼자 대회를 쓸어 담는다.

상대가 누구던 무조건 승리한다!

잠자코 믿어주기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진실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

커뮤니티에서는 한창 화제가 되고 있다.

어딜 가야 마왕의 경기를 볼 수 있을까?

─마왕이 노리는 대회 슬슬 사이즈 나오지 않아?

1. 상금 규모 되면서 수도권 근처인 곳

2. 1일1우승 현재 진행형으로 실천 중

전제가 두 가지나 되면 쉽지

행동 패턴.

너의 공격 패턴을 알아냈다.

그것은 강약약 강강강약 강중약!

그렇게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가 있다.

그가 노릴 다음 장소가 어디인지.

└오…… 그러네

└상금 규모 되고, 수도권 근처면 뭐

└매일 하나씩 돌려왔으니 내일도 하겠지?

└응 개솔~ 리플레이 인증하면 꼬추 자른다ㅋㅋㅋ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행선지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있다.

그 정보를 토대로 분석하자 후보지가 좁혀진다.

2014년 6월 24일에 경기도에서 열리는 대회.

집단 지성에 의해 조사는 간단하게 완료됐다.

안산시 단원구 갤러리PC가 바글대고 있는 이유다.

"저 사람이 소문의 그……?"

"여기도 혼자 상금 다 먹으려고 온 거야?"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킬리만자로 잡았다는 실력 좀 보게!"

화제의 크기에 반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그도 그럴게 믿어지지 않는다.

게임을 혼자 캐리한다니?

목격자랍시고 글을 올린 사람들의 증언이 얼토당토않다.

게임의 신, 마왕이라고 놀렸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있다면 단 하나.

「잘하는사람」

너무 평범해서 역으로 독특하게 느껴지는 아이디다.

잘하는 사람이라니, 무성의한 것도 유분수다.

하지만 확실히 인상에 남는다.

와보니 진짜로 있다.

참가자 명단에 고스란히 전혀 있다.

커뮤니티에서 떡밥을 보고 온 행인들이 웅성대며 구경한다.

─더블 킬!

잘하는사람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소문으로나 듣던 실력을 직접 관람할 기회다.

관중들의 탄성이 PC방 안을 가득 채운다.

라인전을 완벽하게 찍어 누르며 압도한다.

"뭐지? 풀피였는데 저게 죽어?"

"와…… 콤보를 대체 어떻게 넣은지도 모르겠다."

"애꾸사자 리워크 되고 쓰레기던데 진짜 잘 쓰네!"

분명 날카롭게 찔러왔던 상대방의 갱킹.

마왕의 대응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임전무퇴, 도망간다는 발상이 없다.

점멸로 과감하게 실뭉치를 피한다.

오히려 풀콤보를 쑤셔 넣어 터트린다.

혼자 남은 라이너까지 한 끗 차이로 잡아내고 말았다.

"미친 거 아니야? 저 상황에서 보통 싸워?"

"저러니까 혼자 대회 무쌍 찍고 다니지."

"확실히 닉값 하긴 한다. 없는 킬각을 강제로 만드네……."

도저히 정상적인 사고로 할 판단이 아니다.

포위된 상황에서 역으로 더블 킬을 노리다니.

믿을 수 없지만, 믿어지지 않지만 직접 봤으니 부정할 수도 없다.

정말로 혼자 게임을 터트리고 있다.

소문에 전혀 모자라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구경꾼들의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순수하게 감탄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롤유저들은 원래 남의 플레이에 엄근진하다.

크게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뉘고 있다.

"진짜 소문대로 잘한다. 거의 혼자 캐리했어!"

"그래도 뭐 한 판으로 판단하긴 애매하지 않나?"

경기력을 보며 감탄하는 사람.

하나하나 분석하며 따지는 사람.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한 가지만은 공통적이다.

마왕의 플레이에 매료된다.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모니터에서 일초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트리플 킬!

잘하는사람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로드 오브 로드는 팀 게임.

개인이 판을 지배하는 것도 어느 정도다.

어쩌다 가끔이면 몰라도 매번 그럴 수는 없다.

그래야만 하는데 이상하다.

한 게임, 두 게임, 계속해서 깽판을 쳐댄다.

이러다가 소문처럼 우승해버리는 거 아니야?

그 직전까지 당도하고 말았다.

"와 또 이겼네. 한 번만 더 이기면 결승 진출이지?"

"팀원들 개못하는데 혼자 멱살 잡고 난리 났어!"

듣고 있던 팀원들의 귀가 괜시리 간지러워진다.

자기들도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티어 만큼 하고 있을 뿐이다.

동시에 솔직하게 기쁜 일이다.

이렇게 잘하는 사람과 팀을 맺다니.

롤유저라면 누구나 바라지 마지않는 바다.

일반 유저가 고수를 만날 일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양학을 당하거나, 승리를 당하거나.

실질적으로 같이 게임을 했다고 치기에는 민망하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로 팀 게임을 하고 있다.

심지어 오더까지 수행하고 있으니 선수가 된 기분이다.

물론 그 고생을 해서 이겨도 땡전 한 푼 떨어지는 건 없겠지만.

"저기요, 죄송한데 질문 하나만 해도 돼요?"

"어, 뭘요? 저는 소문의 그분이 아닌데."

보다 못한 행인 한 명이 물어본다.

이미 커뮤니티에도 알려진 사실이다.

캐리를 해준 대신 상금을 다 쓸어간다더라.

우승해봤자 보람이 없는 셈이다.

혹시 모르고 속는 건 아닐까?

제3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의구심이 들 만도 하다.

"상금 혼자 다 먹는다고 하던데 왜 같이 해요?"

"어차피 저희끼리는 우승 못하니까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자기들 실력으로는 그림의 떡 같은 대회다.

하지만 마왕과 함께라면 우승이라는 값진 경험이 굴러 들어온다.

고작 그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뛰어난 실력자와 같이 게임을 한다는 것.

실력 향상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소리다.

"나도 마왕이랑 해보고 싶다! 돈 한 푼도 안 받아도 되는데……."

"난 두 장까지 낼 용의 있어 진짜로. 게임 배울 겸해서!"

롤에서는 의외로 보편적인 이야기다.

잘하는 사람과 듀오를 하며 게임을 배운다.

그를 위해 거액을 지출하는 사람이 적지가 않다.

전문 중계 사이트까지 존재할 정도다.

말하자면 e스포츠계의 시간제 강사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강사들 다 뒤져봤자 이 정도로 잘하는 사람은 없겠지.

─잘하는사람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소문으로나 들었던 솔로 캐리.

그 활약상이 눈앞에서 현재진행형이다.

한 판도 아니고, 두 판 세 판 쭉쭉 이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뜨거운 관심에 기름이 끼얹어진다.

구경꾼들의 환호가 PC방 안을 가득 메운다.

아직은 시샘에 찬 시선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뭐…… 클랜 만난 것도 아니잖아."

"러이갓도 삘 받으면 10연승씩 한다니까?"

시간 문제에 불과했다.

* * *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갤러리PC.

우승 상금을 위해서 온 오늘의 먹잇감이다.

참가 신청을 하기가 무섭게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스토커 같은 놈이 있더라고.'

내가 오늘 어디 대회에 참가할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게 마음만 먹으면 추측하고도 남는다.

그러라고 일부러 꼬리를 남기기도 했다.

PC방 대회를 섭렵하고 다닌 이유.

바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함이니까.

'인지도란 건 한 마디로 명함이야.'

e스포츠에서 실력은 객관적인 증명이 힘들다.

솔로랭크 점수가 높다고 무조건 잘할까?

경력이 좋다고 원하는 만큼 해줄까?

그렇지 않다는 반례가 셀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의외로 인지도에 기대는 비중이 크다.

이름값만큼 선수의 가치를 부풀릴 수 있는 게 없다.

"정말 이 기세로 우승까지 갈 수 있을까?"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잖아!"

"진짜 오지게 잘하긴 하더라……."

수많은 구경꾼이 지켜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부담감 넘치는 자리.

동시에 실력을 증명할 둘도 없는 무대다.

─저 정도는 러이갓도 하겠다ㅋㅋㅋㅋㅋㅋ

만만한 잡금 양학한 거면서 마왕은 무슨

저러다 다이아 만나면 찍 쌀 게 선하다

└러이갓 AP마이 시절은 인정이지!

└ㅇㅇ 아직은 봐야 됨

└급식충들 양학 오지게 좋아해

└양학이 대단한 줄 아는 브실골들ㅋㅋ

물론 모든 여론이 호의적인 건 아니다.

커뮤니티에도 실시간 반응이 올라온다

차마 입밖으로 못 낼 마음의 소리가 말이다.

'뭐, 틀린 소리는 아니지.'

아무래도 아직 대회 초반이다.

상대 수준이 그렇게 높지가 않다.

의도치 않게 양학이 된 것도 사실이다.

악의가 있건, 아니건 할 수 있는 오해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오해가 더 있다.

그 양학, 남들보다 특별히 잘하는 편이다.

'나는 양학의 범위가 좀 넓거든.'

보여주지 않으면 못 믿는 사람도 있다.

안티까지 팬으로 만들어버릴 기회.

이곳 안산 갤러리PC에서 확실히 한다.

16강에서 시작했던 대회.

8강, 4강…… 결승전에 이른다.

거듭할수록 구경꾼들의 시선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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