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201)

─적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정글에서 일어난 싸움이다.

애꾸사자가 뛸 때마다 한 명씩 죽는다.

이른 시간에 해골 목걸이의 스택을 전부 채운 추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게임 진짜 혼자 하네."

"방금 1 대 4 한 거야?"

"미친 거 아니냐고!!"

게임을 혼자 한다

일련의 표현이 정말로 혼자 하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그도 그럴게 LOL은 팀 게임이고, 팀 게임인 이상 혼자 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소리다.

개인의 플레이가 두드러질 때 띄워주기 위해 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그 말이 맞지만 지금의 상황은 특별하다.

정말로 게임을 혼자 하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저건…… 진짜야.'

게임 내내 느꼈던 감정이 확신이 되었다.

소문이 오히려 축소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

프로게이머라면, 혹시 테이커라면 저 정도로 할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승을 못했다는 사실이 아깝지 않다.

오늘 이 자리에 온 보람이 차고 넘친다.

안산시 단원구의 갤러리PC방.

오늘의 사건이 얼마나 한 파급력을 낳을지.

또다시 마왕의 승전보가 커뮤니티를 들썩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더라.

기대하고 간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에이, 뭐 별 일 있겠어?

인터넷상의 흔한 헛소문이겠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가능할 리 없다.

부정했던 사람들이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든다.

─[직관 후기] 마왕 조온나 잘하더라~

결승 올라오는 과정도 미쳤는데

결승 경기력은 미친놈 그 자체였어!

클랜을 그냥 와…… 말이 안 나와 말이

└조온~나 잘한다고 하면 알아 듣겠냐 ㅅㅍㄹㅁ;;

글쓴이-혼자 라인전 터트리고 게임 이겼어!

└일부러 빡치라고 말하는 거지? 10새꺄!

└근처 사는데 갈 걸 그랬다 아오……

현장에 직접 갔던 사람들은 신이 났다.

가지 않았던 사람들은 여전히 궁금증에 미친다.

이전과 달리 목격자가 한둘이 아니니 부정할 수도 없다.

반쯤 예고됐던 일이 결국 터져버렸다.

100%라고는 단정할 수 없었던 가능성.

다시 한 번 적중하며 안산 갤러리PC는 마왕에게 접수됐다.

─아니, 진짜 솔로 캐리를 했다고?

대체 뭐 어떻게 한 건데

상대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다이아1,2 클랜이 상대였다며?

└ㅇㅇ 맞아. 탑똥 누수 되면서 터짐ㅋ

글쓴이-?? 다이아 클랜이 운영 안 해?

└마왕이 오더로도 빡캐리함!

└ㅋㅋ 궁금하지? 약 오르지? 까꿍!

상대의 수준이 결코 낮지가 않다.

듣보 클랜이긴 해도 실력은 보증돼 있다.

다이아1,2쯤 되면 어디 가서 실력으로 안 꿀린다.

그만한 클랜을 상대로 혼자 캐리한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놀림을 받았던 당사자다.

'마왕' 이라는 두 글자가 더 이상 비아냥이 아니게 됐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현장에서 직접 본 목격자가 한둘이 아니다.

한둘이 아닌 만큼 증거 또한 충분하다.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하이라이트.

순식간에 수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애꾸사자가 단신으로 적진에 파고든다.

진정한 솔로 캐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미친 한타를 혼자ㅋㅋㅋㅋㅋ

└진짜 혼자 게임 했누ㅋㅋㅋㅋ

└그 와중에 배인 잘림

└와…… 저런 팀을 데리고 이기네

소문이 결코 과하지 않다.

영상으로 올라오자 반박이 불가능하다.

커뮤니티에 역풍이 불어닥치는 이유다.

그럴 리가 없다는 조롱.

사실임이 증명되며 흐름이 바뀐다.

높아졌던 관심이 고스란히 인지도로 전환된다.

─마왕 그냥 웃자고 놀리는 거 아니었음??

게시판 하루 안 본 사이에 대체 뭔 일이……

└인터넷 개통 ㅊㅋ

└설띵충) 직관 간 사람들이 보고 옴

└진짜 미치게 잘해!

└재평가 받는 중ㅋㅋㅋㅋㅋㅋ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정말로 했다니 더 이상 깔 거리가 없다.

비꼬던 여론은 쥐구멍으로 숨어든다.

그러면 이제 화제도 끝난 거 아니냐?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기름이 끼얹어진 꼴이다.

마왕의 정체에 관한 추측에 불이 붙는다.

─혹시 막 프로게이머가 개꿀잼 몰카 찍는 거 아닐까?

저 정도의 실력자가 어디 흔하겠어?

알려진 사람일 수밖에 없잖아!

└프로는 아마추어 리그 참가 불가일 걸?

글쓴이-안 들키기만 하면 상관 없지. 아님 말고

└아님 말고충;

└차라리 다크 본인일 가능성이 더 높겠다ㅋㅋㅋㅋ

e스포츠판이라는 게 사실 고인물에 가깝다.

잘하는 사람들, 알고 보면 다 그놈이 그놈이더라.

비슷한 케이스의 이야기가 찾아보면 흔할 정도다.

엄청난 실력을 뽐내던 신진 고수의 정체가 프로게이머 부캐!

배럭에서 나오는 그분처럼 타게임에서 넘어온 경우도 있다.

저 신박한 짓거리를 하는 마왕도 같은 부류가 아닐까?

여러가지 그럴 듯한 추측이 오간다.

커뮤니티의 주된 화제로 급부상한다.

마왕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그때.

조금 안타까운 소식이다.

안산시 단원구 갤러리PC.

이후로 다른 PC방 대회에 나타나지 않는다?

마왕을 보러 갔던 유저들이 전부 빈손으로 돌아왔다.

뭐, 그 녀석도 하루 정도는 휴식을 가질 수 있겠지.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안 보인다.

PC방이 아닌 다른 소식으로 돌아왔다.

지금껏 직접 볼 수 없었던 마왕의 실력.

두 눈 똑똑히 확인할 이벤트가 생기고 말았다.

* * *

과거로 돌아온지 일주일.

총정산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지금까지 벌어온 수입을 헤아려본다.

소규모 대회라고는 해도 제법 쌓였다.

오늘을 포함해 우승한 곳이 무려 다섯.

뜻하지 않게 굴러온 부수입까지 합한다면.

「그렇게 둘이 걷던 그 골목길을, 쓸쓸히…….」

핸드폰이 유난히 구슬프게 울린다.

오늘까지 확답을 달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예비 지갑 2호로부터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오 지갑…… 아니, 최명태씨 아니에요?"

정말로 이 순간 만큼은 반갑기 그지없는 목소리다

아무래도 정산 받을 금액이 적지가 않다.

경찰서에서 받을 수는 없었다.

멍청한 양반, 최명태는 학생 나이대다.

120만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마련하기 힘들다.

부모님과 상의를 했든, 적금을 깼든 거기까진 알 바 아니고.

"아이고야, 입금 확인했습니다~."

「……그럼 된 거죠?」

"제가 마음이 넓은 편이라 선처할 테니 걱정 뚝 붙들어 매세요."

합의금.

이래 봬도 깔끔하게 가는 거다.

쓸데없이 억지를 부리거나 높여 잡지 않았다.

'좀만 구슬리면 더 뜯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얘가 좀 많이 띨빵하다.

그리고 말실수도 워낙 저질렀다.

정신과 진단서를 뗀다면 액수를 충분히 높이고도 남는다.

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적당히 자극해야 한다.

나 돈 없어, 배째!

합의 안 하고 빨간 줄 그으면 서로 곤란하지 않은가?

내가 무슨 악마도 아니고.

적당히 죗값만 치르게 만들면 된다.

원하는 결과도 얻었으니 놓아주긴 할 거지만.

"그런데 씨앗 호떡 맛있더라고요."

「……네?」

"그냥 알아만 두시라고. 한동안 못 사먹을 것 같으니까."

저번에 씨앗 호떡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그런 큰 사고를 쳤으니 한동안 자숙해야 할 거다.

못 사먹을 최명태씨를 대신해 맛본 감상을 전해준다.

'귀로 전하는 먹방 같은 느낌이지.'

내 할 말만 전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렇게 기다리던 마지막 스택이 모였다.

그간 벌어온 수입을 총정산 해보기로 한다.

예비 지갑 1호에게 뜯은 10만원

예비 지갑 2호에게 뜯은 120만원.

여기에 더해 PC방 대회를 다섯 곳이나 우승했다.

처음으로 우승한 곳의 상금이 10만원이었다.

두 번째는 20만원, 세 번째가 30만원…….

합산하자 상금만 120만원에 달한다.

'130에 120……, 일주일에 250이나 된다고?'

거의 돈독 오른 것처럼 쓸어 담기는 했다.

그렇다 쳐도 조금 과하게 많은 금액이다.

그도 그럴게 기간을 감안해야 한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1억.

누구나 꿈꾸지 마지않는 목표다.

인생의 성공, 그 상징과도 같은 것이기도 하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1억이 아니라 10억이라도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징검다리에 불과했다.

─혹시 막 프로게이머가 개꿀잼 몰카 찍는 거 아닐까?

저 정도의 실력자가 어디 흔하겠어?

알려진 사람일 수밖에 없잖아!

.

.

.

커뮤니티에서 한창 화제가 되고 있다.

나에 대한 인지도가, 궁금증이 물이 올랐다.

세웠던 계획이 생각 이상으로 착실하게 진행된다.

'어떻게 보면 개꿀잼 몰카이긴 하지.'

수많은 증인들 앞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논란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대체 어디에 사는 어떤 녀석인가?

일단 기존 유저부터 의심 받는다.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놈이 그놈이다.

일련의 화제로 이어질 거라는 데까진 예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아직 부족해.'

지금 당장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화제의 지속성을 생각해야 한다.

길어봐야 며칠 지나면 시들시들해질 불쏘시개다.

e스포츠판에 어디 하루이틀 몸 담았을까?

본질적인 한계를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더욱 크게 불을 키울 필요성이 있다.

└차라리 다크 본인일 가능성이 더 높겠다ㅋㅋㅋㅋ

└변장하고 개꿀잼 몰카 찍고 있던 거임ㄷㄷ

글쓴이-그건 흠좀무;;

└아니, 제정신들임? 상상만 해도 소름 돋네

화제글에 달린 댓글.

마침 그럴 듯한 소재가 눈에 띈다.

다크에 대해서는 본의치 않게 아는 바가 많다.

'다크가 블랙이고, 블랙이 어둠이고, 어둠이 다크인 희한한 놈이지.'

유명한 천상계 네임드 유저다.

인지도로만 따지면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프로게이머가 아닌 아마추어임에도 그만한 영향력.

떨치는 데는 다 이유가 따른다.

한 마디로 정의하면 롤판 최악의 빌런이다.

악의 수장 같은 느낌으로 악명을 떨치는 녀석이다.

'뭐, AOS 게임에서 악명을 떨쳐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RPG 게임처럼 도시를 차지해서 세금을 거둔다!

혹은 플레이어를 죽여서 돈과 장비를 약탈한다!

그런 걸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상관 없지 않을까?

얼핏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더 악질적인 부류의 짓을 저지른다.

롤판 대리의 시발점 같은 시발놈이다.

천년 정지.

한참 전에 그 죗값을 치렀다.

이후로 다크, 블랙, 어둠 아이디를 바꿔가며 활동하고 있다.

'물론 나중에는 다크란 아이디로 정착하기는 했는데.'

지금은 그 과도기.

커뮤니티의 착각도 이해는 된다.

무엇보다 그렇게 믿는 게 재밌는 상황이다.

원래 사람은 믿고 싶은 걸 믿는다.

그 본능을 구태여 거스를 이유가 있을까?

옛말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다크가 가진 악명.

이러니저러니 해도 유명한 건 사실이다.

개똥도 약에 쓸 수 있다고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 * *

로드 오브 로드의 최상위권 유저.

다크는 들고 있던 핸드폰을 순간 놓쳐버렸다.

─[속보]드디어 마왕의 정체 밝혀져!

최근 솔로랭크에 몰두하는 마왕

플레이 챔피언 목록 다크와 크게 일치!

다크의 새로운 아이디일 가능성 점점 높아져……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아침에 일어나니 자신이 두 명이 되어 있었다.

다크.

본래는 어둠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유저였다.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하며 솔로랭크 1위를 달성하고 주목 받았다.

하지만 그 실력을 엄한데 사용했다.

최초로 대리 게임을 사업 규모로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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