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19/201)

롤판에 대 해적 시대, 아니 대 대리 시대를 연 장본인이기도 하다.

─故어둠 센세가 돌아가신지 벌써 반년……

앞으로 10세기만 기다리면 뵐 수 있겠지?

└오늘로 999년 5개월 7일 남음

글쓴이-앗, 아아……

└그걸 계산하는 놈이 있네ㅋㅋㅋ

└사스가 천년 정지 다크 센세!

실력과 악행.

두 가지의 자극적인 꼬리표.

다크의 인지도가 롤판에서 손가락에 꼽히게 된 원천이다.

당연하게도 그 죗값을 안 받을 수는 없다.

무려 천년에 달하는 사실상의 영구 정지 처분을 받았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무척 오래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기 싫었던 다크는 차선책을 선택했다.

어둠, 블랙, 다크……, 아이디를 바꿔가며 활동하게 된다.

게임사는 그때마다 제재를 내렸고 한동안 소식이 뜸해지던 요사이.

─진짜 소름 돋는 게 퍼즐이 딱딱 들어맞음

다크가 잠수 탄 시기

마왕이 나타난 시기

혼자 대회 양학해버리는 실력까지 ㄷㄷ

└대리킹 다크가 아니면 불가능한 짓이지

└손나 바카나!

└5252 마지카요……

└닼태?돌아왔구나!

엄청난 실력의 신진 고수가 나타났다!

그 실력이 도저히 이만저만한 수준이 아니다!

기존에 알려진 유저라 의심 받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 용의선상에 첫 번째로 올라갔다.

그도 그럴게 다크의 전매특허와도 같다.

아이디를 바꾸고 본인이 아닌 척 시치미 떼는 것 말이다.

'아닌데…….'

다크는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까지 해온 전과가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알려진 아이디 외에도 최소 10개 이상.

게임사가 워낙 칼 같이 정지를 때린다.

롤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맹세코 자신이 아니다.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원피스 랜덤 디펜스.

워크의 유즈맵을 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계속 정지를 먹다 보니 현자 타임이 왔기 때문이다.

해명을 하려면 할 수는 있다.

개인 방송을 통해 전달하면 된다.

문제는 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지.

로드 오브 로드 최대 팬사이트 잉벤.

자신을 철천지원수로 여기는 곳이다.

깔 거리가 있을 때는 물론, 없어도 만들려고 애쓴다.

진실을 말한다고 퍽이나 믿을까?

믿지 않는다면 진실이라도 의미가 사라진다.

더군다나 이런 류의 사건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아이디가 너무 비슷하다!

스스로 다크의 부캐라 말했다!

그럴 듯한 건덕지만 있으면 자신에게 덤터기 씌운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로 말이야.'

그런 날조를 믿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안타깝게도 잉벤의 동향이 그러하다.

이미지가 한 마디로 롤판의 매국노다.

자신에 대한 사건이 터지면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꼬투리를 잡아서 일단 깐다.

그들에게 있어 진위 따위 사소할 것이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으며, 믿고 싶은 대로 믿을 뿐이지.'

그렇기에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욕, 할 거면 해라.

자신은 돈이나 벌겠다.

별의별 경우를 다 봤기에 그러려니 한다.

─마왕이 다크의 새 아이디 맞다니까?

그 정도 실력 가진 아마추어가 어디 흔해?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가 있냐고

다크가 아이디 세탁한 거지!

└ㅇㅇ 님 빼고 다 암

└ 첫날에 알아버렸자너ㅋㅋㅋ

└타이밍 자체가 너무 뻔했음

└아직도 눈치 못 챈 흑우 없제잉~?

이번 경우도 짐짓 예상을 하고 있었다.

최근 잉벤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마왕.

또 자신과 엮으러 들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그들은 자신을 단죄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의심하고, 걸고 넘어지고, 일침 던지고.

씹을 만한 가십거리를 원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한하게 지속되지는 않는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증거가 없는 이상 오래 지속될 떡밥이 아니다.

'이번에도 멋대로들 상상하라지.'

마왕이 과연 어떤 녀석인지.

추측하자면 몇 명 짐작 가는 사람은 있다.

그중에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새로운 녀석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또 잉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가겠지.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했으며, 바뀔 일이 없는 경향이다.

자신은 적당히 방관하고 있으면 된다.

조금 안일했던 걸지도 모른다.

* * *

커뮤니티에서의 논란.

다크가 원체 유명한 녀석이다.

비슷한 전과를 한두 번 저지른 게 아니다.

'의문이 제기되는 것 자체는 당연했다는 거지.'

다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나는 저런 짓을 한 적이 없는데?

애석하게도 인과응보다.

의심 받을 짓을 몇 번이나 해왔다.

전과 1,2범도 아니고, 전과 10범의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롤판에서는 악당에게도 팬이 존재한다.

─닼빡이로서 마왕이 다크가 아니라고 보는.EU

1.챔피언 폭이 다름

2.다크는 아싸라 밖에 안 다님

지금쯤 방구석에서 원랜디나 하고 있을 듯

└원랜디 딱 들켜버렸누ㅋㅋ

└닼?검거 완료!

└빨 사람이 없어서 어디 다크를;;

└다크가 프로 데뷔하면 롤챔스 우승 씹거눙이지ㅋㅋㅋ

이러니저러니 해도 유명하다.

수의 논리로 마이너한 취향의 팬들이 붙는다.

팬을 자처할 정도면 다크에 대해 꽤나 잘 안다는 소리다.

의혹이 아닌 화제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필요해.'

탈 장작이 많다.

웬만한 불씨로는 불이 붙지 않는다.

많은 장작을 태우기 위해선 의혹 정도로는 부족하다.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불씨에는 한계가 있다.

즉, 내가 인위적으로 영향을 줘야 한다.

하는 것은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

쿠-웅!

오랜만에 듣는 큐 잡히는 소리.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

정공법만큼 가장 확실한 방법이 없다.

솔로랭크를 돌린다.

챔피언 폭을 흡사하게 따라한다.

그리고 다크와 똑같은 플레이 스타일을 보인다

'아니, 어려운 일인 건 맞지.'

플레이 스타일.

말하자면 해당 유저의 아이덴티티다.

챌린저쯤 되면 타인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색깔이 있다.

이를 의도적으로 따라한다?

단순히 불편함을 감내하는 수준이 아니다.

다른 사람인 척 연기를 하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그건 선수 입장이고.'

코치에게는 그것이 일상이다.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를 분석한다.

직업병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몸에 익었다.

물론 분석에는 표본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를 할 만한 표본이 차고 넘쳤다는 소리다.

98년생아재: 헐, 3픽 설마 다크?

맛춤법파괘자: 다크가 웨 이 구간에 이씀?

98년생아재: 다크의 새로운 아이디잖아ㄷㄷ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유명한 천상계 유저.

다크는 챌린저 구간 큐에 자주 올라왔다.

그 이전에 같은 큐에 걸려본 적도 많다.

'이렇게 게임을 해본 적이 많다는 거지.'

첫 번째 판.

같은 큐에 걸린 친구들이다.

대답도 안 했는데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게 굉장히 유명한 유저다.

커뮤니티 소식을 전해 들어볼 만하다.

하지만 그것이 믿는다의 동의어는 아니다.

98년생아재: 잉벤에서 그랬는데

맛춤법파괘자: 홧실한 즌거 이씀?

제빵왕 베이킹: 다 다물어. 내가 판단해준다

의견이 분분하게 갈린다.

자기가 판단하겠다는 대법관도 납셨다.

일련의 상황이 어떻게 보면 부담스럽겠지만.

'좋은 징조야.'

관심.

어떻게 살리냐에 따라 인지도로 직결된다.

본의 아니게 의심을 받을 시간이다.

* * *

최근 커뮤니티에서 가장 떠들썩한 화제.

다름 아닌 마왕에 대한 것이다.

─마왕 이 새끼 잠수 탔네ㅋㅋㅋ

다크란 거 밝혀지자마자 바로!

아마 그 아이디도 곧 영정 당하겠지?

└그렇겠지

└근데 정말 다크는 맞음?

글쓴이-정황상 빼박이잖아

└잠수 탄 것 보면 확실히……

하루가 멀다 하고 소식을 터트리던 녀석이다.

갑작스레 조용해졌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숨기고 있던 정체가 밝혀졌기 때문이 아니냐?

생각이 드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다.

그렇게 다시 꺼질 뻔했던 화제의 불씨.

불은 꺼지기 직전에 가장 밝은 빛으로 타오른다.

─'잘하는사람' 계정 솔로랭크 돌리고 있다!

솔로랭크.

자신의 실력을 시험할 수 있는 장이다.

롤 유저라면 누구나 해보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대상이 다크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다크가 솔랭을 돌린다.

이는 1위를 목표로 한다의 동의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서는 단숨에 최대 화젯거리로 급부상한다.

다크를 싫어하는 유저든.

다크를 좋아하는 유저든.

솔로랭크 최상단에 보이는 그의 아이디는 늘 신경 쓰인다.

└진짜로??

└마왕으로 계속 활동하려고 하는 건가……

└닼태?정말 돌아오다니

└아무튼 이번 기회에 확실해지겠네

다크는 악명이 자자한 유저다.

천년 정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있는 이유가 있다.

다른 거 제쳐두고 그냥 잘한다.

솔로랭크 1위가 너무나도 특별하게 보인다.

때문에 정말로 동일인인지 완전한 인정이 떨어지지 않았다.

─(인증有)솔랭에서 마왕 만나고 왔다. 질문 받는다

그렇기에 목격자의 증언이 중요하다.

직접 소문의 당사자와 게임을 해봤다.

아직 높은 구간이 아니기에 웬만큼 잘하는 유저라면 만나는 게 가능하다.

└제빵왕 베이킹이 님임?

글쓴이-아아, 코노 오레사마다

└김탁구도 아니고 뭔ㅋㅋㅋ

└그래서 잘함? 안 잘함? 어떤데

우연히 만난 목격자들의 증언.

하나 같이 설명이 두루뭉실하다.

알려진 바대로 엄청나게 잘하기는 해.

아이디- 잘하는사람

전적- 191승 116패

티어- DIAMOND III 0LP

트와이스 페이크(9/2/3) 승리 1시간 전

트와이스 페이크(5/1/1) 승리 2시간 전

파사딘(6/0/2) 2시간 전

코리아나(4/0/5) 승리 3시간 전

.

.

.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미친 듯이 연승가도를 밟아나가고 있다.

가히 솔로랭크 1위, 다크라고 의심 받을 만한 전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력이다.

사람들은, 대중들은 보다 확실한 증거를 원한다.

속속들이 올라오며 여론은 조금씩, 확실하게 흔들린다.

─마왕 이 새끼 100% 다크 맞네ㅋㅋㅋㅋ

일단 챔피언 폭부터가 빼박이고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 판박이!

└캬~ 닼선?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트페판 봤는데 아닐 수가 없음

└그래도 아직 모르지 않아?

글쓴이-닼?인생 3년차…… 내 눈은 틀리지 않는다

이를 실시간으로 증명하고 있다.

커뮤니티에 또다시 열풍이 불어 닥친다.

솔로랭크.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지표.

비단 다크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해야 할 일이었다.

'다이아 티어 정도로는 명함이 아쉽잖아.'

인지도와 티어.

이 둘 만큼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좋은 게 없다

어느 한 쪽도 무게가 가볍지 않다.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는다.

계획은 상당히 순조롭게 흘러간다.

커뮤니티에도 벌써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