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201)

─잘하는사람 미친 듯이 양학하네

하루만에 다이아3 된 거 실화냐?

MMR도 낮은 계정인데 ㅁㅊ;;

└양학 당하는 애들 넘모 불쌍ㅋㅋㅋㅋ

└승률이 미쳤음. 그것도 다이아5 구간에서

└다5 트롤들도 닼선생?막을 수 없다!

└어휴, 대리충 빠는 닼?새끼들 신났네

논란에 약간의 기름을 첨가했을 뿐이다.

다크의 주력 챔피언들.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의혹이 가중된다.

그리고 승률.

임팩트 있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악명 높은 다이아5 구간을 수월하게 넘겼다.

'다이아5가 유명하긴 하지.'

롤 유저라면 한 번씩은 들어보는 풍문이다.

테이커도 3연패를 하게 만드는 구간.

유저들이 짓궂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의 동의어는 아니다.

약간 짜증이 나고, 말릴 여지가 있는 정도지.

작정하고 멱살 잡으면 캐리하지 못할 건 없다.

'문제는 지금부터인데…….'

일반 유저들이 손에 꼽는 트롤 구간.

그것이 바로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다이아5다.

반면 챌린저 이상, 그리고 프로들은 다른 구간을 꼽는다.

진짜로 이 구간은 답이 없어.

조금만 정신줄 놓으면 현지화가 돼버린다.

롤판의 지옥헬혼돈카오스, 다이아 상위 구간을 일컫는다.

성스러운락앤락 : 리심 제임스 야흐오 부시안 가르마 개서스 이블퀸 거미여왕 애씨 파루스 핑크스 이즈레알 헤이클린 이랠리야 랄라 블러디체리 배인 신짜장 잭트 자드 중에 하나라도 픽하면 던짐. 걍 하는 소린지 알아서 판단해

멘탈잡자제발 : 오우~ 트롤 좀 할 줄 아는 놈인가?

확실히 픽창부터 의사소통이 남다르다.

독특한 퍼스널리티를 가진 친구를 만났다.

수많은 챌린저, 프로게이머들이 입을 모을 만도 하다.

'저건 좀 심한 케이스긴 하네.'

혼자 밴 카드를 20개나 쓰다니.

정말 욕심 많은 개구쟁이가 아닐 수 없다.

저런 정신 나가 보이는 친구가 이 구간에는 의외로 흔하다.

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다이아 상위 구간의 특이성을 모른다면 이해가 안될 수 있다.

나는 그 특이성을 겪어봤을 뿐더러 이론적으로도 아는 입장이다.

'직업병 같은 거지.'

코치 생활을 하다 보면 선수 개개인 사정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혼잡한 채팅창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인다.

저 친구는 어쩌다가 정신병에 걸리게 되었을까?

성스러운락앤락 : 2픽 이블퀸? 저의 랭귀지를 언더스탠드 못하신 거죠?

멘탈잡자제발 : 이블퀸밖에 못하는데 어쩌라고ㅋㅋㅋ

성스러운락앤락 : 에휴……, 원챔충에 탑레도 낮고 스투피드한 휴먼이네요

특정 챔피언이 싫다던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건 하나의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되진 못한다.

'아무튼 지금 트롤을 안 당하는 게 급선무인데.'

다이아 상위 구간이 어려운 첫 번째 이유.

바로 유저들의 프라이드가 높다는 점이다.

서로 싸우다가도 이길 것 같으면 게임 해야지.

절대로 그러는 일이 없다.

한 번 마음을 정하면 게임 셋.

높은 프라이드(똥존심)가 허락하지 않는다.

서폿년또흥분함: 3픽 승률 미쳤는데 해봐요

성스러운락앤락 : 하, 어차피 탑레는 저도 높거든요?

서폿년또흥분함 : 그냥 좀 으쌰으쌰 합시다 ㅅㅂㄻ

그 높은 프라이드의 근간이다.

탑레이팅, 올라가 본 가장 높은 점수.

과거의 자신에 대한 자부심(Latte is horse)이다.

설사 팀에 부캐가 있어도 굽히는 일이 없다.

옛날에는 나도 이 정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되도 않는 똥존심……, 아니 프라이드로 똘똘 뭉쳐있다.

20밴을 받아들여 주지 않자 화가 단단히 났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지만.

Emiya Mulzomdao : 아니, 3픽 다크 부캐잖아ㅋㅋㅋ 승률 오지게 높을 만하네

성스러운락앤락 : 다크? 어둠 말하는 건가요?

서폿년또흥분함 : 일단 님보단 탑레 높겠네요 ㅎ;

저렇게 세상과의 단절을 요구하는 친구.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설득이 불가능하다.

설사 부캐여도, 전적과 승률이 좋아도 말귀를 안 듣는다.

'원래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의 마음을 여는 건 어려워.'

때문에 필요한 게 충격 요법이다.

커뮤니티의 오해가 요긴하게 작용한다.

탑레 드립을 부르짖던 친구가 급격히 조용해진다.

일개 아마추어라 오해 받는 건 약간 유감이다.

결과론적인 의미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약육강식의 논리에 의해 납득시킨다.

하지만 잠시 가라앉았을 뿐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정신 나간 친구의 아픔을 탐구해볼 시간이다.

* * *

야구 선수가 있다

그의 포지션은 투수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직구밖에 던지지 못한다.

직구를 매우매우 잘 던진다면 딱히 못해 먹을 할 것도 없다.

그런데 만약 직구가 안 먹히는 상황이라면?

그러면 게임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아군이 당했습니다!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그냥 죽는다.

방금 전, 아군 바텀 라인에서 쏘냐가 죽은 이유다.

'그리고 다이아 상위 티어의 게임이 힘든 가장 큰 이유지.'

20밴을 부르짖던 욕심쟁이 친구.

쏘냐를 고르고 서포터를 하고 있다.

갱킹에 따인 이후 무지막지하게 싸재끼는 중이다.

약간 좀 추하긴 한데 충분히 이해한다.

롤이라는 게임의 특성상 누구나 말릴 때가 생긴다.

문제는 직구밖에 던질 줄 모른다는 부분이다.

플레이가 오로지 공격 일변도.

라인전이 말리자 정신을 못 차린다.

자그마했던 균열이 손도 쓸 수 없으리 만큼 번지고 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어째서 직구밖에 던지 못할까?

연습만 하면 커브볼 정도는 던질 텐데.

답답하지만 20밴 친구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다이아 상위쯤 되면 스노우볼 굴러가는 속도가 빠르거든.'

초등학교 때 개인 사정으로 반년 휴학을 했다.

그런다 해도 진도 따라가는데 별 지장은 없다.

그런데 만약 초등학교가 아니라 중·고등학교라면?

선생님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감이 안 잡히는 상황에 처하자 얘가 탈선을 하는 거다.

[6:20] 성스러운락앤락 (쏘냐): 쫌 씨……. 정글이 CC기 없어서 힘들잖아요

[6:25] 멘탈잡자제발 (이블퀸): ?? 왜 뜬금포 내 탓

[6:28] 성스러운락앤락 (쏘냐): 님은 손자병법도 안 보셨어요? 탈리반이었으면 상대 나오지도 못해요

'손자병법이 왜 나와 손자병법이…….'

정신이 아파 보이는 친구가 신박한 의견을 내놓는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

애석하게도 알아버렸다.

『기선을 제압하면 주도권을 잡는다. -손자병법[孫子兵法]』

아군의 픽을 자신에게 맞춰 달라.

자신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조해 달라.

직구만 던져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의미다.

'저런 생각 자체가 틀려먹은 거야.'

솔로랭크에서 아군한테 그렇게 헌신적으로 해주는 팀원이 어디 있어.

적당한 수준을 한참 넘어섰잖아.

20밴부터가 너무 나갔다.

밴 카드는 3개밖에 없다.

차후에도 5개로밖에 안 늘어난다.

20밴을 하려면 적어도 22세기의 해가 뜨는 걸 기다려야 된다.

'어쩌면 다크의 천년 정지와 함께 도래할지도 모르고.'

가장 큰 문제는 직구밖에 던지지 못하는 자신이다.

그렇다는 사실을 본인은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책임을 남에게 전가한다.

[8:10] 성스러운락앤락 (쏘냐): 제가 왜 이런 저급한 게임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번에 역갱 못 치면 그냥 안 할게요. 두 번 말 안 해요

저 정신 나간 친구처럼 말이다.

다이아 상위 구간이 가장 쓰레기다.

수많은 마스터, 챌린저, 프로게이머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가 이것이다.

'SKY T1의 원딜러였던 황금수염이 부르짖을 만도 해.'

이 구간은 이상하다.

게임이 너무 복불복이다.

다이아 상위 유저들도 직구를 던질 때는, 게임이 풀릴 때는 잘한다.

포텐셜만 따지면 마스터 이상과도 비빌 수 있다.

반대로 안 풀리는 순간 저 친구처럼 침을 질질 흘린다.

극과 극이다 보니 게임이 산으로 가고, 바다로 가고, 이상해진다.

[8:17] 서폿년또흥분함 (치비르): 그냥 천천히 좀 해요. 왜 이렇게 급해;;

[8:20] 성스러운락앤락 (쏘냐): 님도 문제에요. 손자병법에 따르면……

[8:25] 서폿년또흥분함 (치비르): 그딴 건 느그 손자랑 따지고요

이렇게 망해버리면 얘들 꼬라지가 브론즈&실버랑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결과로 향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다.

어린이와 어른이처럼 말이다.

'아무튼 좆같은 새끼들인 건 매한가지지만.'

저 친구만 저러는 게 아니라 다이아 상위 유저들의 기본 성향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풀기만 하면 잘할 자신이 있는데.

어설프게 잘하다 보니 아집이 생기고 만다.

지들끼리 북을 치던, 장구를 치던 딱히 알 바는 아니다.

다만 나처럼 올라가는 유저들은 피 본다.

황금수염 선수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9:07] 성스러운락앤락 (쏘냐): 에휴……, 다크 자드는 다를 줄 알고 봐줬는데 별 거 없네요. 굿 인포메이션을 알려줘도 컴플레인하시다니까요

[9:13] Emiya Mulzomdao (나이즈): 와 솔랭 1위한테도 훈수 두네ㅋㅋㅋ 님 짱 먹으세요!

다크한테는 시비를 걸어도 된다.

그 양반은 하루 24시간 시비 거는 사람 투성이일 텐데 한 명 더 늘어난다고 크게 대수롭진 않겠지.

다이아 유저가 저런다고 한다면 기가 차긴 하겠지만.

'그런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니야.'

다크라는 유저.

따라하고 있는 만큼 플레이 스타일은 꿰고 있다.

굳이 비유를 한다면 죠미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색깔 있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남의 플레이를 보조하는 것을 잘한다.

솔로랭크의 교과서 같은 스타일이다.

'합이 안 맞는 걸 전제로 게임을 이끌어가는 능력. 그거 하나는 발군이지.'

오랜 시즌, 솔로랭크 점수를 높이 유지한 비결이다.

하지만 가끔 감코들이 웃자고 떠드는 소리.

프로씬에서 평가 절하 되는 이유가 있다.

감코의 역할은 한 마디로 셰프다.

여러 요리를 한데 묶어 풀코스로 만든다.

조미료는 아무리 훌륭해도 주역이 될 수 없다.

이렇듯 이미 망가져 버린 게임.

역전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만능 조미료도 타버린 요리를 되살리지는 못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물론 다크가 그렇다는 소리다.

회귀 당한지도 어언 열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아직 만전의 상태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럭저럭 컨디션을 회복했다.

프로게이머 시절 내세우던 특기.

─적을 처치했습니다!

잘하는사람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피지컬.

복잡하게 머리 굴리는 것이 아닌 다 때려 부순다.

이런 비정상적인 게임을 뒤집는 해답은 때론 명료하다.

[8:38] 멘탈잡자제발 (이블퀸): 다크가 캐리해주는데 제발 그만 좀 죽자;;

[8:40] 서폿년또흥분함 (치비르): 버티기만 해도 이길 수 있어요. 우리 멘탈 잡고 힘내봐요!

[8:41] 성스러운락앤락 (쏘냐): 네 차단할게요

징징대던 쏘냐가 입을 꾹 닫는다.

게임이 이길 만하자 억지로나마 말을 듣는다.

저 친구의 논리를 빌리자면 아마 이 한 줄이 적절할 것이다.

『군사란 승기가 보이면 강해지지만, 패기를 보면 약해진다. -손자병법[孫子兵法]』

연승가도와 함께 치닫는 화제성.

차고 넘칠 걸로 보인다.

최근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연신 하나의 화제로 불타고 있다.

─마왕이 정말 다크 부캐라고?

다크가 부캐로 어그로 끈 거였어?

PC방 대회 나간 것도 본인이고?

└글쎄, 아직은 추측 단계지

└무슨 추측이야. 빼박이구만

└심증은 있는데 확증은 없는 정도?

└어그로 끈 게 아니라 세탁하는 거지ㅋㅋㅋ

처음에는 혹시나 했던 마음이다.

아니, 내심 그랬으면 싶기도 했다.

왜냐?

만약 정말이라면 재밌을 테니까!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아무리 꿀잼이라도 정황이 맞아야지.

그럴 듯한 증거들이 속속들이 올라온다.

「최근 1주일간 랭크 승률」

? 트와이스 페이크- 100%

? 파사딘- 100%

? 코리아나- 92%

? 자드- 100%

.

.

.

PC방 대회를 그만두더니 솔로랭크를 한다.

무지막지한 기세로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커뮤니티의 논란에 기름은 퍼부은 꼴이 됐다.

└트페, 파사딘, 코리아나 흠ㅋㅋ

└누구누구랑 모스트 똑같네?

└골드 수문장이 다이아 양학잼~

└또 아이디 샀거나 친구 꺼 빌렸네 ㅉㅉ

다크의 본래 아이디였던 어둠.

게임 내 대리 행위로 인해 정지를 당했다.

영구 정지까지는 아니고 대충 999년 5개월 정도 남았다.

증손자의 증손자의 증손자의……. 증손자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