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본인은 임종 직전까지도 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차선책.
아이디를 바꾸고 다른 사람인 척한다.
본인이라는 게 밝혀지면 또 정지를 먹게 된다.
이미 몇 개나 되는 부계정들이 정의구현을 당한 상태다.
─[화제글용 정리]대리충 다크 아이디 변천사입니다
어둠 〉 블랙 〉 아갈털면게임던짐 〉 Tar ar ais 〉 다크 〉 다크0 〉 마왕
└ㅋㅋ 저거 말고도 ㅈㄴ 많지
글쓴이-영정 당한 이후의 것만 추려봤음. 더 있으면 제보 바람
└와, 진짜 많이도 바꿨네
└아이디 바꿔도 계속 정지 당하니까 세탁하려는 거였구나??
만약 처음이었으면 사태가 빠르게 흘러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그냥 달마다 있는 연례 행사, 아니 달례 행사다.
다중 인격 행세가 하루이틀 일이 아닌 만큼 심증 자체는 차고 넘친다.
─그니까 어둠은 군대 갔고
블랙은 교통사고 나서 사망하고
다크와 마왕으로 분리됐다는 거 아니냐?
└분리설은 뭐냐 ㅅㅂㅋㅋㅋㅋㅋㅋ
└다크 일란성 쌍둥이잼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대체 뭔 소리야?
└대충 그런 이야기가 있음ㅋ
다른 누구도 아니고 본인이 밝힌 오피셜이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렇게 말을 했다.
당연히 장난으로 하는 이야기.
그것도 맞지만 의도가 아예 없지는 않다.
그러니까 자신은 어둠도, 블랙도, 다크도 아니다.
전혀 다른 사람이니 정지 먹이지 마라.
본인이 아니라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함이다.
어쩌면 마왕도 알리바이 공작의 일환이 아닐까?
며칠 전부터 은은하게 퍼지던 이야기.
솔로랭크의 상승세를 기점으로 기폭됐다.
지금에 이르러선 대세 의견으로 굳혀졌다.
물론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도 나오고는 있다.
─마왕 누가 봐도 다크 아닌데 잉벤충들 선동 오지네 ㅉㅉ
어둠 = 군대 감
타르 = 교통사고
다크 = 독살 당함
마왕으로 환생하셨을 뿐인데 문제라도??
└고도의 닼까?
└이러면 결국 마왕이 다크라는 거 아니냐?
글쓴이-환생하셨기 때문에 신분도 국적도 다릅니다.
└국적도 달라졌누ㅋㅋㅋ
잉벤은 선비적인 성향을 띈 커뮤니티 사이트다.
자유로운 성향을 가진 커뮤니티도 존재한다.
바로 이곳 롤갤을 일컫는다.
롤갤은 친다크적인 성향을 가진다.
다크의 복귀를 굉장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렇기에 오히려 신중히 살피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런데 정말로 다크가 맞을까?
닼선생?대외적인 활동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데
그리고 닼선생님?이렇게 티나게는 하지 않을 걸
└모스트랑 양학 실력이 누가 봐도 다크인데?
글쓴이-그 정도는 챌린저 미드면 따라할 수 있음
└챔피언이 아니라 플레이 스타일을 봐야지
└닼선?특유의 플레이가 있음ㅇㅇ
지금까지 사칭이 워낙 많았다.
알고 보면 아닌 경우도 실제로 있었다.
다크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은 신중하다.
팔을 걷어부치고 판별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플레이를 한 번 면밀히 관찰해보자!
화제의 파도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 * *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소란.
그 여파는 파문처럼 퍼져나간다.
대형 화제가 터지면 항상 빼놓을 수 없다.
-BJ님 잉벤 보셨어요?
-다크 부캐 발각돼서 난리 남ㄷㄷ
-PC방 대회 상금 싹쓸이 했다더라
-아, 그거 나도 봤는데!
댓글란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메세지가 출력된다.
개인 방송 공화국, 파프리카TV의 채팅창.
"다크 부캐? 하루이틀 일도 아니잖아?"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 파프리카TV에서는 BJ라 불리는 방송인이 의아한 듯 되묻는다.
확실히 다크는 엄청나게 유명한 유저다.
롤을 하는데 다크를 모른다?
한국에 사는데 박태환을 모르는 꼴이다.
북한에 사는데 김정은을 모르는 꼴이다.
물론 그러면 아오지 탄광에 끌려가 고생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아무튼.
-이번엔 부캐가 아니고 세탁임ㅋㅋ
-아예 다른 사람인 척 교묘해
-아내의 유혹 찍고 있자너~
-어둠, 블랙, 다크 깔맞춤 좋았는데 까비
확실히 하루이틀 일이 아니긴 하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들뜬 이유가 있다.
평소 하던 까만색의 색깔 라임에서 틀어졌을 뿐만 아니라.
"뭐야, 점 찍고 돌아온 거야? 이러다 롤챔스에서 볼 수도 있겠네!'
대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BJ가 장난스럽게 드립을 늘여 놓는다.
자칫 잉벤의 대법관들이 엄근진해질 수 있는 발언이다.
-다크 롤챔스ㅋㅋㅋㅋ
-대리충이 무슨
-테이커랑 일기토 뜨면 꿀잼각
-닼선생님?우승도 노려볼 만하지!
파프리카TV.
인터넷 개인 방송.
굳이 따지면 양지보다는 음지에 가깝다.
마찬가지로 다크.
그의 팬덤 또한 음지에 속한다.
천년 정지, 양지에는 절대 나올 수가 없다.
팬덤을 공유한다는 측면이 있다.
파프리카TV에서 다크라는 화제.
시청자들의 입맛에 딱 맞아 떨어진다.
"그래? 아직 확실한 건 아니라고? 그러면…… 정말로 다크님이 맞는지 검증해볼까?"
BJ들은 어그로를 먹고 산다.
일련의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자극적인 가십거리는 곧 시청자 유입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그 달콤한 음식.
이끌려 모인 파리가 고작 한두 마리일까?
시청자 상승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야 없다.
[생]「최초 공개」 다크의 숨겨둔 자식 발견?!
[생]『롤드컵 코치들도 배워간☞리플레이 분석』.
[생] 『다크 리플레이 완벽 해부(이분 최소 외과의사)』.
몇몇 인기BJ들을 필두로 열풍이 불어 닥친다.
개인 방송의 특성상 타 방송의 영향을 받기 쉽다.
시청자들이 여러 방송을 옮겨 다니며 퍼트리기 때문이다.
다른 방송에서 이거 한다고?
그러면 우리도 안 할 수 없지!
삽시간에 파프리카TV의 대유행이 돼버린다.
고작 그 뿐.
이만한 여파를 설명하기엔 조금 부족하다.
일부 BJ들은 새로운 화제를 몸소 느끼고 있다.
"이거 라인을 밀었다고 다크님이 화내시진 않겠지……?"
다이아 상위 구간.
잘하는 일반 유저가 도달하는 한계다.
실력파를 지향하는 BJ들이 상주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 이상.
살짝 아마추어 티를 벗었다.
마스터 티어 BJ인 그는 부캐로 몸을 풀고 있었는데.
촤라락-!
바닥에서 알록달록 삼색 카드가 펼쳐진다.
트와이스 페이크가 궁극기로 나타났다.
사소했을 빈틈을 결코 봐주지 않는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잘하는사람님이 학살 중입니다!
퇴로 확보에 신중을 기했음에도 불구.
트페의 등장 위치와 타이밍이 절묘하다.
결국 도망가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다크님한테 여쭤보고 밀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했다……."
-허락 받고 밀었어야지ㅋㅋㅋㅋ
-트페 언제 또 봇에 왔대?
-동에 번쩍 서에 번쩍ㄷㄷ
-닼?센세……
솔로랭크에서 우연치 않게 상대로 만났다.
시청자들의 제보.
다크라는 사실을 듣고 필사적으로 분투했다.
역력한 실력 차에 의해 패배하고 만다.
트페의 영향력이 게임을 지배한다.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오게 만든다.
"와……, 진짜 다크님 맞긴 한가 봐. 마스터에서도 트페 이렇게 잘하는 사람 본 적이 없는데."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겪어보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
정말로 다크가 맞는지,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
상대해본 당사자의 입에서 확언이 떨어졌다.
그 의미는 결코 적지가 않다.
적게는 수백 명, 많으면 수천수만 명이 보는 개인 방송이다.
-사스가
-다른 건 몰라도 실력은 속일 수가 없지ㅋㅋㅋ
-트페의 神!
-다크가 존나 신기한 게 물 흐르듯 게임이 이겨있음
이를 실시간으로 관람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단순히 소식으로 전해 들은 것과는 와 닿는 느낌도, 정도도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평소 친애하던 BJ가 열변을 토하기까지 했다.
애청자들은 의심도 없이 받아들인다..
그런 BJ들이 현재 한둘이 아니다.
국내만 한정해도 수십만이나 되는 시청자.
2014년도를 기준으로 따져도 그 정도다.
무시할 수 있는 파급력이 아니다.
─지금 파프리카TV 다크 때문에 난리 났네ㄷㄷ
인기BJ들 다 다크 얘기 중
리플레이 보면서 분석하는데 꿀?꿀?!
└인방충 ㄲㅈ
└근데 잼겠다ㅋㅋㅋㅋ
└그래서 결론이 뭔데? 다크 맞아?
글쓴이-ㅇㅇ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
심지어 곱연산.
새로운 연료가 끼얹어진 셈이다.
온갖 심증들이 제기되며 의미심장하게 불타오른다.
* * *
세상을 살다 보면 어이없는 일.
충분히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따라 너무 유난하다
─[속보] '마왕' 다크 부캐설에 크게 힘 실려
최근 플레이 챔피언 리스트 99% 일치
플레이 성향 또한 지극히 유사해 충격
BJ들 증언, 본인일 가능성 거의 확실해…….
'뭐지, 진짜 PPAP이라도 춰야 하나……?'
다크는 놓칠 뻔한 핸드폰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어쩌면 안일했던 건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난데없이 잉벤을 강타한 하나의 스캔들.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달아올랐다.
화제글과 이슈 게시판이 점령되다시피 했다.
─'잘하는사람' 이 다크일 수밖에 없는 이유. Fact
1. 챔피언 목록이 빼박으로 일치
2. '압도' 적인 양학 실력
3. 그냥 하는 꼬라지가 다크
└하는 꼬라지ㅋㅋㅋㅋㅋ
└플레이가 다크랑 판박이임
└그래서 팩트는 ㅇㄷ?
글쓴이-네 다음 닼? 팩트를 말해도 안 믿죠?
다이아 구간을 무참히 양학할 수 있는 사람.
찾아보면 분명 없지는 않다.
최소한 손가락, 발가락이 부족할 정도는 아니다.
그중에서 챔프 폭이 비슷한 미드라이너.
꼽는다면 조금 더 대상이 간추려진다.
그 안에는 틀림없이 자신이 포함되긴 하겠지만.
'고작 그 정도의 이유로?'
최근 하루의 시작이 상쾌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운 루머가 퍼져있다.
다크는 의문에 찬 눈으로 모니터 화면을 바라봤다.
당연히 자연스레 밝혀질 거라 생각했다.
비슷한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런데 아직도 화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니.
소문의 내용에 비해 파급력과 관심이 지나치다.
자신이 엮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과하다.
그 이유는 알아보기도 전에 당도해 있었다.
「마왕이 진짜 너 맞아? 요즘 난리도 아니던데.」
「님 혹시 부캐 키우는 거면 혼자 하지 말고 저랑 ㄱㄱ」
「다크님, 혹시 잉벤 보셨나요? 님 이야기가 너무 많이 올라오길래 걱정돼서……」
.
.
.
고작 하룻밤 사이에 까톡이 엄청나게 쌓여있다.
열댓 명이 넘는 지인이 같은 질문을 던져온다.
마왕이 정말로 자신인지 궁금하다.
'진심으로 묻는 거라면 경멸스러운데.'
그런 바보 같은 헛소문에 휘둘리는 멍청이.
자신의 지인으로 둔 적이 없다.
정말로 믿는다면 그 시간부로 인연은 끝이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에 가까이 지내고 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이 정도로 난리법석이다.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새로 밝혀진 다크의 부캐 '잘하는사람' 총정리.txt
그 이유는 커뮤니티에 친절하게 정리돼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 유저들의 시선이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으며, 믿고 싶은 대로 믿는.
특히 잉벤은 자신을 적대하는 사이트다.
편파적인 정보가 올라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다크는 직접 문제의 유저를 관전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나랑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기가 찰 노릇이다.
KDA 높고, 피지컬 좋으면 다 잘하는 줄 아나.
일반 유저들이 판단하는 수준은 그 정도가 한계다.
물론 파프리카TV BJ들도 한 손 거들었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해봤자 자신이 보기에는 별 차이 없다.
보나 마나 얼토당토않은 오해를 한 거겠지.
파라랑~!
트와이스 페이크판의 리플레이.
세 갈래 카드가 미니언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