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곧 러이갓 방송의 게스트로 나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다.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계를 바라보며.
이윽고 초침이 정중앙을 가리킨다.
〈봉쥬르~!〉
러이갓 특유의 인사말과 함께 시작한다.
소문이 진실인지, 확인할 시간이다.
채팅창이 미친 듯이 올라간다.
-봉쥬르~
-ㅂㅇㄹ!
-ㅂㅈㄹ!
-가조쿠 침입 자연스러운 거 보소ㅋㅋㅋ
방송을 켠지 30분이 안되어 2만 명!
역대급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유입 속도다.
아무리 파프리카TV의 탑급BJ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다.
미리 공지를 통해 방송 시간을 알렸다는 점.
그것도 있겠지만 가장 큰 건 바로 마왕이다.
시청자들이 미쳐 날뛰는 이유가 있다.
〈행님들~ 마왕님이 왜 방송에 안 나오고 있을까요? 이 늦은 밤에 시청자 2만 553명, 초당 50명씩 늘고 있는데 추천이 너~~~무 저조해요. 중계방, 본방 행님들 오른쪽 하단에 추천 한 번씩, 모바일 행님들은 터치 따봉 한 번씩 해주시면 애인도 생기고 방송도 빨리 진행되고 일석이조 개이득 아닙니까 진짜로~.〉
그 미쳐 날뛰는 시청자들을 상대로 흥정에 들어간다.
도저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는 강매!
오늘 만큼은 꾹 참고 누르게 된다.
-러이갓 특징 : 하루종일 추천 받아도 적다고 함
-눌렀으니 빨리 그 새끼나 부르라고ㅋㅋㅋ
-ㄹㅇ 와있긴 한 거냐?
-알고 보니 러이갓이 마왕이었던 거임!
정체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입장을 굳힌 커뮤니티와는 다르다.
파프리카TV는 아직 회의적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진위가 가려지게 된다.
과연 어느 쪽이 맞을지.
러이갓은 아직 더 숨기고 싶은 기색이다.
〈추천 그만 받고 슬슬 진행하죠?〉
〈시작도 안 했는데 뭔 소리야 지금?〉
-오 진짜 본인?
-다크랑 목소리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ㄴㄴ 아닌데 살짝 틀린데
-? 리에로서 말한다. 이거 아직 모른다
잘 받고 있던 추천 장사에 초를 친다.
부르기도 전에 장본인이 나타나고 말았다.
10분 동안 추천즐찾만 받고 있었으니 나설 만도 하다.
그 심정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추천? 원하는 만큼 해줄게!
제발 좀 본론으로 들어가자.
〈오래 기다렸습니다~. 논란의 초고수 마왕과 함께 하는 초대석! 시작해야겠죠 행님들?〉
-제발 좀
-네 다음 다크
-추천 눌렀다고 ㅆㅂㄻ
-한 번만 더 추천즐찾 받으면 폭동이야……
러이갓도 마지 못해 시작한다.
이미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갔다.
역행을 할 만큼 진행 솜씨가 원투 타임이지 않다.
드디어, 정말로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주인공이 등장한다.
시청자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가면?
-결국 얼굴 가리고 나오네
-이럴 줄 알았다 다크 10색히!
-안 들키려고 쇼를 한다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역정을 낼 만도 하다.
그렇게 열심히 추천즐찾을 했는데!
소문의 게스트가 가면을 쓰고 나왔다.
역시 커뮤니티의 추측이 정곡이기 때문일까?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방송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요즘 잉벤도 그렇고 커뮤니티가 온통 니 이야기로 자자하잖아?〉
〈그렇죠.〉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아직도 실력 가지고도 논란이 많더라고.〉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자극적인 한 마디가 곧 그의 상징이 되었다.
그 시발점이 멸칭이었던 만큼 반감을 가진 사람도 많다.
에이, 그 정도는 나도 하겠다!
실제로 드물지도 않은 이야기다.
특히 파프리카TV에는 발에 채이고 채일 정도다.
〈지금 채팅창에 챌린저 2만 3천 274명 대기하고 있는데…….〉
〈아, 그렇게 많아요?〉
〈게임 시작하기만 하면 바로 훈수 들어가는 거야~. 방송 원투 데이 하는 것도 아니고 척하면 착이지.〉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챗린저ㅋㅋㅋㅋㅋㅋ
-벌써 들켰누!
-챌린저 3티어다 질문 받는다
시청자들의 방송 내용을 예상하듯, BJ도 마찬가지다.
프로BJ쯤 되면 머릿속에 자연스레 펼쳐진다.
반응을 감안해 구상해온 컨텐츠다.
마왕을 이겨라!
단 한 번이라도 승리하면 된다.
그토록 바라던 마왕의 정체를 직접 밝혀낼 수 있다.
〈내 시청자들, 러빡이들 챌린저가 2만 명이 넘게 모였는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채팅으로만 챌린저 찍은 거 아니잖아?〉
-맞는데
-(채팅으로만 찍었다)
-ㄴㄴ 난 가능
-1대1이면 다크고 나발이고 별 거 있나ㅋㅋㅋ
그 도발에 가볍게 넘어간다.
종목은 1 대 1의 단두대 매치.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제아무리 다크라도 별 수 없다.
아니, 그 이전에 성취감이다.
마왕이 별 볼 일 없다는 걸 증명하겠다.
잉벤 머법관들 입장에서는 특히 흥분할 만하다.
그 당사자가 입을 연다.
말의 목 부분을 정확하게 절단한 느낌.
마왕이 말가면을 쓴 채 거만한 어조로 말한다.
〈벗기는 방법은 간단해요. 이기면 됩니다. 단 한 판이라도.〉
이길 수 있다면 말이지만.
뒷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생각했던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오만한 녀석이다.
-역시 인성이ㅋㅋㅋ
-오만 그 자체!
-ㅁㅊ 그냥 다크 아니냐?
-그럼 저격해도 되는 거죠?? 딴 말하기 없기
마왕과 함께 하는 고수 초대석.
부풀었던 기대치는 만족시켰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과정에 불과하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
과연 입으로 떠든 만큼 실력이 되는지.
이를 시험하는 첫 번째 게임이 시작되었다
요 며칠 커뮤니티를 들썩이던 화제.
드디어 그 마침표가 찍히려고 한다.
소문의 당사자가 러이갓의 방송에 출두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진상이 밝혀지나?
그 시기가 조금 늦춰질 듯한 전망이다.
한 가지 오만방자한 조건을 제시해왔다.
한 번이라도 자신을 이기면 얼굴을 공개하겠다.
얼핏 재밌는 이벤트 같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다.
특히 다크를 죽도록 미워하는 잉벤.
─한 판이라도 이기라고? 꼴값을 떠네ㅋㅋ
고작해야 대리로 이름 날린 새끼가
무뇌충들이 떠받들어주니 지가 뭐 되는 줄 아나?
└오 마스터 티어 성님ㄷㄷ
└콧대 한 번 시원하게 눌러주시죠
글쓴이- 안 그래도 저격 하려고
└우리 갓갓 잉벤의 대표가 마스터라니 자랑스럽다^^
거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세상에 롤 잘하는 사람이 지만 있는 줄 아나?
잉벤 유저들의 승부욕에 불을 붙였다.
물론 다크는 유명한 천상계 유저다.
욕을 먹을지 언정 실력 하나는 보증돼있다.
하지만 1 대 1 데스 매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쿠, 이쿠!
이쿠 이쿠 대머리들간의 혈투가 진행된다.
챔피언은 가장 보편적인 리심.
승리 조건은 선취점이다.
솔로랭크와 달리 매우 간단하다.
순수한 피지컬 싸움으로 귀결된다.
다크가 잘하기는 해도 뇌지컬 유저잖아?
─퍼스트 블러드!
잘하는사람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턱도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안타까운 희생양이 되었을 뿐이다.
첫 번째 도전자는 쪽만 팔고 빠르게 퇴장한다.
〈스무스하구만~ 너무 쉽게 이기는 거 아니야?〉
〈상대가 못하니까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마스터인데……?〉
-씹 못 하 니 까
-러이갓 당황ㅋㅋㅋ
-갓벤 대표 패배 ㅠ.ㅠ
-잉벤 머법관님들 오열 중!
1대1인 만큼 변명의 여지도 없다.
하지만 이제 겨우 한 명이다.
다른 도전자로 교체된다.
─다크는 한 가지 큰 실수를 범함
1대1은 숙련도 싸움인데ㅋㅋ
리심 장인인 내가 무조건 이겨!
└크~ 잉벤에는 인재가 넘쳐 나지
└정의구현 부탁드립니다
글쓴이-오이오이 마카세로!
편법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1대1은 암묵적인 룰이 하나 있다.
서로 공평하게 같은 챔피언을 하자.
십중팔구 리심으로 선택된다.
그리고 리심은 정글 챔피언이다.
미드 유저인 다크는 숙련도가 딸리겠지.
-개패버리는데……?
-잉벤이 잉벤 했을 뿐
-아니, 리심 못한다며
-못하는 게 없는 다크 센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잘한다.
쏟아지는 도전자들을 차례차례 격파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화까지 주고 받으며.
〈리심도 잘해? 못하는 게 뭐야 대체?〉
〈못하는 거요? 잠깐 생각 좀 해볼게요.〉
-잠깐 생각ㅋㅋㅋㅋ
-'그 발언'
-캬 패기 보소
-누가 가면 좀 벗겨 봐!
약이 바짝 오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잉벤.
저지른 게 있는 만큼 난감한 입장이다.
다크가 맞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주역은 자신들이 돼야 한다.
저 가면만 벗겨버리면 모든 것이 풀린다.
─퍼스트 블러드!
잘하는사람님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단 한 판이다.
단 한 번만 이기면 된다.
그런데 그 한 번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물론 그치지도 않는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어디 있어?
흥미를 가진 더 강한 도전자들이 속출한다.
─다크고 나발이고 1대1은 내가 제일 잘해ㅋㅋㅋ
자고로 1대1은 인내심 싸움이야
1대1은 운적인 요소가 없다.
거리 조절.
미니언 관리.
기타 등등의 팀탓 할 거리들.
전부 배제하고 승부를 치른다.
어떻게 보면 철저한 실력 싸움이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 장인은 있는 법이다.
1대1을 집중적으로 하는 사람은 당연히 드물다.
솔로랭크와 별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따로 정식 리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쓸모 없는 짓거리.
학창 시절 지우개똥 만드는 것처럼 굳이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라면 제아무리 다크라도.
〈다크는 이길지 몰라도 저는 못 이기죠.〉
-이걸 다크가ㅋㅋㅋㅋ
-그 말 다크도 하지 않았나?
-어둠은 자기보다 못한다고 했지……
-진정한 '블랙' 코미디ㅋㅋㅋㅋㅋㅋ
그 누가 상대로 오던 거리낌이 없다.
길어봤자 한 시간을 못 버틸 거라 예견됐던 승부.
모든 판의 내용이 압도적이자 분위기가 묘해진다.
〈좀 잘하는 사람으로 골라 받아야 되지 않을까요?〉
〈다이아1, 마스터 이런 얘들은 감당이 안되네 진짜로.〉
〈최소한 다크 정도는 와야죠.〉
-뻔─뻔
-지가 지를ㅋㅋㅋㅋㅋㅋ
-??
-개때리고 싶네 ㅂㄷㅂㄷ
그렇다고 상대하는 사람의 수준이 낮냐?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러이갓의 말대로 다 높다.
한 명 보기도 힘든 다이아, 마스터 티어.
그런 사람들이 아예 쪽을 못 쓰고 있다.
잉벤으로서는 더더욱 몸이 달아오른다.
─마챌님들 있으면 봐주세요
다크 정의구현 하시는 분
일주일 동안 피자, 치킨 쏴드립니다
└아니, 오말년?
└헐 찐임? ㄹㅇ루?
└이 아이디 오말년 맞음!
└오말년이 다크한테 현상금 걸었다ㄷㄷ
만화가 오말년.
네이버 웹툰의 유명 작가다.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도 높은 인지도를 구가한다.
심심하면 공중파 방송에 출연할 정도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오는 반 연예인.
그 만큼이나 잘 알려진 유명 인사다.
그런 그의 취미 중 하나가 롤.
관련 만화도 적지 않게 그렸다.
오말년은 다크를 혐오하기로도 알려졌다.
─대리기사 하나 잘 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