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한 대응부터 예측샷까지 혀를 내두른다.
다시 봐도 격찬이 나올 만큼 훌륭하다.
'조만간 유튜브 롤채널에 화살표 찍혀서 올라오려나.'
1대1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몇 번이나 돌려봤을 정도로 눈이 간다.
상대도 결코 잔챙이로 나올 만큼 못난 녀석이 아니었다.
'연습용 부캐인지, 친구 아이디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실력은 있어.'
그럼에도 마왕을 당해낼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더 저격을 했음에도 불구.
패배라는 쓴 물만 연신 들이켰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도 한 번 해보고 싶다.
마왕을 쓰러뜨리겠다는 공명심.
전혀 관심 없고 순수하게 흥미본위다.
한 가지 문제가 있어 결국 시도하지 못했다.
'이런 낮은 구간의 아이디는 없어서.'
다크는 자신의 지나친 실력을 한탄해야 했다.
개인적인 사정상 부캐는 셀 수도 없이 키워봤다.
이런 다이아, 마스터 구간은 금방 지나치고 만다.
이 녀석도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어중간한 챌린저 수준의 실력자가 아니다.
화제가 이만큼이나 커져버린 것도 납득이 간다.
-와…… 마스터 구간에서 10연승 찍을 기세네
-그것도 짐덩이 데리고ㅋㅋ
-짐덩이 158cm 멸치라 씹가벼움 ㄱㅊ
-플레이가 다크 아닌 거 같기도 한데 하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이 유난스럽다.
화제의 크기가 꺼지기는 커녕 더욱 크게 불타오르고 있다.
5만 명에 가까운 시청자들이 현재 진행형으로 난리가 났다.
어째서 눈에 띄는 짓만 골라서 하는지.
그리고 자신을 사칭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도와 목적을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다.
의도 따위 알지 않아도 상관없다.
앞서 떠올린 순수한 흥미.
정말로 자신에 비할 실력자라면 손속을 나누어보고 싶다.
'기다리면 반드시 올라올 녀석이야.'
한국 솔로랭크의 영원한 1위.
그것이 바로 다크의 정체성이다.
프로 무대는 포기했지만 솔로랭크만은 자신의 것이다.
〈슈바마~ 마스터 구간에서 9연승 레전드 슈퍼 갓캐리 실화냐? 이건 진짜 다크가 와도 안돼, 안돼!〉
〈가면 쓰고 있는 게 제일 힘들어요.〉
〈한 판이라도 져야 가면을 벗지 이러다 20연승하고 짐 싸고 집 가버리면 시청자 폭동 나고, 솔로랭크 핵폭탄 터지고, 다크 솔랭 1위 뺏기고 울고 가는 거야~.〉
〈그렇다고 일부러 질 수도 없잖아요? 어뷰는 거의 대리 게임이나 다름 없는 나쁜 짓인데.〉
〈맞지, 맞지. 다크는 실력은 있지만 인성 관련해 가지고는 절대로 실드 쳐줄 수 없는 그런 사람이지만 우리 마왕은 또 그렇지가 않거든. 네? 마왕이 다크 아니냐고요? 별풍선 1만 개 쏴보세요. 바로 내가 확인해드릴게.〉
-나쁜 짓ㅋㅋㅋㅋㅋㅋㅋ
-응, 안 쏴^^
-말을 존나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니까?
-이쯤 되니 진짜 모르겠다야……
구태여 자신이 내려갈 필요가 없다.
그보다 당장 궁금한 건 다름이 아니다.
결국 이 마왕이라는 녀석은 누구란 말인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안다.
그는 확실하게 다크가 아니다.
커뮤니티의 드립대로 자신에게 숨겨진 일란성 쌍둥이나 클론이라도 존재하지 않는 한 말이다.
'대체 누구지?'
자신조차 살짝 헷갈리려고 한다.
또 하나의 자신이 저기 있을 리가 없다.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방송을 본지도 어언 세 시간.
컨텐츠 내용 때문에 일부러 두어시간 지나고 켰음에도 말이다.
7시에 시작했던 방송이 벌써 새벽 1시에 가까워졌다.
반나절 동안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설마 이대로 정체를 밝히지 않고 방송이 끝나기라도 하는 건가?
대체 어떤 녀석인지 갈수록 더 짐작이 안 간다.
답답함이 사무치던 찰나에 변화가 인다.
〈할렐루야!! 와~~ 레알 큰 손 실?니까 이거 행님들!? 커닝시티일찐님 1만 개 정말 감사드립니다. 장난으로 해본 말이었는데 요즘 클라스 있는 형님들 멸종한 이 시국에 레알 큰 손이시네. 형님 진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벗어봤자 저한테는 국물도 안 떨어져요.〉
〈아~~ 우리 사이에 그런 말하면 섭하지. 가는 만큼 다 오는 거잖아? 알면서 그래.〉
〈전혀 모르겠고요. 화면 끄고 임금 재협상 들어갑시다.〉
정말로 잠깐 방송 화면이 꺼졌다.
고작해야 수 초 남짓, 방송을 살리기 위한 연출이었다.
적어도 결과 만큼은 같았다.
녀석이 드디어 두꺼운 가면을 벗으려 한다.
긴장이 되는 순간이다.
과연 어떤 녀석일까?
혹시 아는 녀석일까?
침을 삼키는 것도 잊은 다크는 모니터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는데.
〈행님들……, 지금 마왕의 정체가 밝혀지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고 계신데 12시 지나서 추천 리셋 됐다는 거 말씀 안 드리고 가면 섭하겠죠 헷? 오늘 레전드 슈퍼 갓캐리 미친 연승 클라쓰 씹오졌는데 추천 안 아깝잖아 레알로~. 추천이 지금 리셋 돼서 9천 개가 안돼. PC분들 우측 하단에 추천 한 번씩, 모바일분들 터치따봉. 씹오지는 추천 화력 한 번 갑시다. 거짓말 안 하고 정확히 2만 개 되면 바로 공개합니다 행님들~.〉
이 자식은 대체 추천을 얼마나 받아야 만족할까?
고민하던 다크는 어쩔 수 없이 추천을 눌렀다.
한껏 들떠 올랐던 마왕에 대한 화제.
어제부로 가장 큰 부분은 일단락이 났다.
─[생]『레전드 합방』☞다크도 울고 간 레전드 갓캐리☜의 녹방 보고 왔는데
마왕 진짜로 다크 아니었네
얼굴부터가 절대 다른 사람임
잉벤 마녀 사냥 오지더니 결국 또~
└네 다음 인방충
└왜 갑자기 잉벤을 걸고 넘어짐??
└이 새끼 닼빡?내가 봄
└응, 나는 안 그랬는데?
증거도, 정황도 빼도 박도 못하는 수준이다.
다크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말이다.
하지만 화제가 완전히 일소된 건 아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존재한다.
러이갓의 방송에 출연한 진짜 목적.
─그래서 마왕은 결국 누구인 거야?
원래 유명했던 얘야?
뭐 하는 얘길래 실력이 다크급이지
└다크급인 건지, 진짜 다크인 건지……
└PC방 대회 털이 사건 기억 안 남?
글쓴이-아, 그게 걔였음?
└나도 몰랐는데 어제 방송 보고 암ㅋㅋ
논란 이전부터 꾸준하게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전과 규모 면에서 하늘과 땅이다.
그도 그럴게 롤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커뮤니티를 들쑤셔버린 파급력.
다크의 이름값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번 사건의 의미는 고작 그 정도가 아니다.
다크와 다른 사람이다.
짧고 묵직한 가치를 선사한다.
다크가 절대로 못하는 걸 할 수 있다는 소리다.
『제6회 2014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Keg』
■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폭동 게임즈
■ 주관: 한국e스포츠 협회
■ 장소
- 지역 예선: 전국 120여개 PC방
- 지역 본선: 전국 12개 광역시도 각 개별 장소
- 전국 결선: 서울 상암동 e스포츠 전용 경기장
.
.
.
다름 아닌 정식 대회의 참여.
그 포부를 방송을 통해 밝혔다.
잉벤이 또 한 차례 뒤집어지고 만 이유다.
─그 새끼가 대회 참여하면 내 손에 장 지짐ㅋㅋ
PC방 대회나 전전하면서 평생 대리나 하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씹새끼 연막 작전 오지게 펼치네
└속을 뻔했자너~
└화면 껐을 때 대역 세운 게 맞다니까?
일부 남아있던 잉벤 내 과격파.
그들의 심기를 자극하고 말았다.
다크라 의심 받던 그가 프로를 목표한다니?
방송을 통해 어느 정도 납득은 했다.
하지만 100% 인정을 한 건 아니다.
건수를 잡자 득달같이 달려든다.
─언냐들, 어제 방송 나만 불편해?
임금 재협상 한다고 화면 껐잖아
그 사이에 대역 세웠을 수도 있지!
난 절대로 안 속아줄거긔~
└언냐2222
└형냐 나도 그렇게 생각하긔!
글쓴이-공감 고마워 나만 의심하나 했어 ㅡㅅㅡ
└목소리도 똑같고, 그 후에도 게임 했는데요?
음모론의 불길이 지펴지고 있다.
다크에 대한 혐오감이 높은 잉벤.
동조하는 목소리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정말로 설득력이 높은 주장이라서?
지금까지 저질러 놓은 게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을 게 없나 눈을 부라린다.
잉벤 수사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한 가지 그럴 듯한 심증이 있었다.
방송 도중 일련의 질문이 분명 나왔다.
〈행님들~ 자아꾸 마왕님 본캐 뭐냐고 물어보시는데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다크가 아니고, 마스터 구간을 양학해버리는 씹오지는 실력만 증명했으면 됐지. 이 혼잡한 와중에 러이갓키158cm님 LOL개 정말 감사한데 아니라고 이 슈발 새끼야! 아무리 제가 마왕님과 친하고 앞으로 듀오를 통해 챌린저까지 달릴 예정이라 해도 본인이 아직 밝히고 싶지 않다는 걸 억지로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네……??〉
〈저야 방송 경력 2년 모태BJ지만 마왕님은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시청자 행님들이 양해를 해주셔야 돼요 진짜로. 때가 되면 마왕님이 알아서 하실 겁니다.〉
-쏘고서 욕 먹누ㅋㅋㅋㅋ
-유료욕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158은 맞잖아!
-난 러이갓 진짜 키가 더 궁금하다
다른 화제에 묻혀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잉벤은 결코 넘어가지 않았고 주시 중이다.
말하자면 입장을 고수할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다.
─흠…… 마왕 이 새끼 캐면 더 나오겠지?
사용 아이템 위치나 스펠 위치 같은 거
외워뒀다가 랭킹 쭉 살펴봐야겠다.
작정하고 캐면 무조건 나올 텐데
└챌린저 중에 무조건 있을 걸?
└근데 본캐는 이미 안 하지 않을까
글쓴이-자동 강등된 거까지 다 찾아봐야지 두고 봐
└정의가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
세상에서 제일 안 무섭다는 두고 보자는 놈이 되었다.
그렇게 잉벤 여론은 아직 인정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만에 하나 정말로 사실이라면.
그냥 잠자코 있기에는 군침이 돈다.
그럴 만한 집단은 한둘이 아니었다.
* * *
방송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예정된 출연비보다 더 넉넉히 받아냈다.
아무래도 전기세를 내고 남은 게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쏟아지듯 받고 겨우 100만원이라니 겁나 쫀쫀하긴 해.'
1만 개가 터졌으니 망정이지.
안 터졌으면 임금 재협상도 없을 뻔했다.
그날 받은 별풍선과 추천의 합이 10만 개가 넘었음에도 말이다.
그러고 보면 미래에도 그랬다.
내가 알고 있는 러이갓 관련 사건사고들.
요지는 하나 같이 다 쫀쫀해서 생긴 일들이다.
'강남에서 500짜리 월세 살면서 맥라렌도 끌고 다니게 되는 양반이 왜 그러는지 몰라.'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 세트랑 전기세.
드립은 드립으로 끝나야지 뇌절을 해버려서 문제다.
아껴야 잘 사는 건 맞지만 위치에 걸맞게 대인배스러운 면모를 보이면 좀 좋을까?
물론 좋은 건 나긴 한데 아무튼 그렇다는 거다.
그리고 남 걱정할 처지도 아니다.
내가 강남에서 500짜리 월세 살면서 맥라렌을 타게 될 날이 온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별풍 쏟아지는 것 보고 스트리머도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긴 했는데.'
러이갓은 탑급 BJ다.
대한민국에서 손가락에 꼽힌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목표치와는 달과 지구, 그리고 지구와 화성 차이 만큼 거리감이 있다.
1,000억원이란 금액이 뉘집 개이름이 아니다.
웬만한 각오와 계획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다.
그렇기에 어제 방송은 의미가 깊다.
출연비가 아닌 파급 효과 말이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의혹을 벗어 던졌다.
약간의 찝찝함은 남았지만 오히려 그 정도가 적당하다.
'화제성을 끌고 갈 수만 있다면 말이야.'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소리가 괜히 있을까?
극한의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체 어디에?
이미 다음 목표를 점찍어 두었다.
아마추어 대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규모도 상금도 경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롤챔스, 롤챌스를 잇는 3부 리그라고 봐도 무방하다.
「연리지 클랜장 미샤입니다!」
「안녕하세요 마왕님. 다름이 아니라……」
「백도어킹 클랜인데 혹시 이번 Keg에……」
.
.
.
하루 기다리자 쪽지함이 벌써 불똥을 튄다.
어제 방송 이후 다크라는 의혹을 벗은 덕이다.
천년 정지를 먹은 그와는 달리 내 앞길은 창창하다.
'가장 큰 건 방송과 커뮤니티의 홍보겠지만.'
어제 1 대 1 컨텐츠는 1탄이었다.
그리고 2탄이 솔로랭크.
당연하게도 3탄 또한 준비돼있었다.
별다를 건 아니고 자기 소개다.
짤막하게 프로게이머를 목표할 것이다.
잉벤에서는 웃어 넘길 소리겠지만 일각에서는 그렇지 않다.
솔로랭크 1위에 비견될 실력자.
탐이 나지 않을 수 없는 대상이다.
프로팀들은 아직 한 발 떨어져 상황을 지켜 보겠지만 아마추어팀들은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닐 것이다.
바로 내일부터 열리는 Keg의 지역 예선.
전력을 보강하고 싶은 팀들이 어디 한둘일까?
강력한 용병이 있다면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일 거거든.'
괜히 롤챔스, 롤챌스를 잇는 3부 리그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실제로 그만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2부 리그의 롤챌스의 시청자가 없듯, 일반 유저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프로 지망 아마추어들에게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그런 중요한 무대.
현직 프로 관계자들도 인재 영입을 위해 주시한다.
참가팀들은 선전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
어떤 무대든 일단 올라가야 보여줄 수 있다.
올라가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말이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향과 취지가 아닐 수 없다.
* * *
수많은 아마추어 유저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야기다.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Keg.
프로가 될 수 있는 한 줄기 희망이나 다름없는 대회다.
현재 그 지역 예선이 치러지고 있다.
인천광역시 송도동에 위치한 비타민PC방.
이미 8강, 4강을 지나 결승전의 시간이 도래했다.
"백도어킹 클랜이 이기겠지? 마스터가 더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