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 (30/201)

"그래도 팀워크는 연리지가 낫잖아."

"이런 건 역시 붙어 봐야 알 수 있는…… 어?"

영광의 우승을 차지할 클랜은 어느 쪽이 될 것인가!

현장 열기는 여느 때보다 더 뜨겁다.

살아남은 두 팀 중 하나만이 본선 진출권을 얻는다.

수많은 구경꾼들도 우승팀을 열띠게 추측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대화의 내용도 조금 많이 이상하다?

"쪽지로 말씀드렸다시피 50만, 현찰로 흔쾌히 내어드리겠습니다."

"너희만 돈 있는 줄 아냐? 우리는 방송 키자마자 보냈어 어디서 상도덕도 없이 새치기질이야!"

하라는 결승전은 안 하고 이상한 실랑이가 벌어진다.

시장 바닥에라도 온 듯 흥정을 하고 앉았다.

두 클랜의 사이에 한 명의 남자가 보인다.

"저 사람 설마……는 아니겠지?"

"아니, 분명히 맞아. 방송으로 봤어!"

"??릾캆 쵮?????러이갓 방송 말하는 거지??"

몇몇 구경꾼들이 빠르게 눈치챈다.

그도 그럴게 최근 너무나도 유명하다.

솔로랭크 1위, 다크라 의심 받을 정도의 실력자.

러이갓의 방송에 출연하며 화제성이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그는 본디 PC방 대회로 유명세를 탔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의아한 일은 아니다.

"쟤네는 운영 할 줄 몰라서 들어가면 100% 암 걸립니다."

"니들은 운영이고 나발이고 라인전부터 썰리잖아! 어디서 입을 털……."

"자자, 진정들 하시고. 심호흡 크게 하시고. 저도 다음 대회가 있어서 시간이 많이 없거든요?"

문제는 어느 팀에 속할지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더 대화가 오리무중이다.

혹시 자신네 클랜으로 영입하려는 경쟁인가?

그런데 갑자기 다음 대회가 있다니?

의문 투성이의 대화는 역대급 파문의 시발점이었다.

대통령배 e스포츠 대회 Keg.

그 예선전은 PC방 대회의 연장선이다.

게임사가 지정한 각 지역의 PC방에서 우승팀을 선출한다.

'아무래도 전국 단위로 열리는 대회니까.'

참가팀의 수가 10팀, 20팀 단위가 아니다.

최소 수백 개의 팀들이 이 날을 위해 칼을 갈았다.

참가의 편의성과 대회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효율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그렇게 대규모이다 보니 생기는 문제점도 있다.

참가자를 하나하나 관리하는 것이 힘들다.

규칙이 FM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 규칙의 허점을 이용하고자 한다.

목표는 이곳 인천광역시의 비타민PC방.

예비 선수임을 명목으로 교체 투입하기로 말을 맞췄다.

"그런데 하필 양 팀 다 오퍼를 해주셔서…… 제가 몸이 하나밖에 없는지라 안타깝네요."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양 팀 사이를 중재하고 있다.

사실 안타깝기는 커녕 바라던 바다.

이렇게 될 걸 각 재서 온 거니까.

'두 클랜이라 더욱 진국인 거야.'

백도어킹 클랜과 연리지 클랜.

그 외 여러 클랜들이 쪽지를 보내왔다.

내용은 여러가지 있었지만 대부분 이렇게 축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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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있겠냐고요.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러이갓님과의 합방을 보고 감명 받았습니다.

Keg에 도전하려는 저희에게는 승리가 절실합니다.

클랜이 아직 미진하여 마왕님을 감싸안기에는 부족하나 혹시 만에 하나라도 기회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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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클랜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아니 안 들어와도 상관없다.

이번 Keg에 도움을 준다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

긍정적으로 고려해달라.

'내가 고려하는 것은 사례의 액수 뿐이지만.'

당연하게도 맨입이 될 수는 없다.

선수를 사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보다 높은 액수를 제의하는 쪽이 끌리기 마련이다.

"저희 클랜과 하는 쪽이 승산이 높습니다. 쟤네는 마스터도 한 명밖에 없어요. 다딱이랑 하면 암 걸립니다~."

"솔직히 백도어킹…… 클랜명부터가 노답 느낌 안 나요? 저희는 팀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서포팅 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런 거 말고.

어차피 너희들이 북을 치든 장구를 치든 승패는 내가 결정한다.

설득을 하는 기본 전제부터가 틀려 먹었다.

강력한 에이스가 있는 팀이든.

전체적인 균형감이 좋은 팀이든.

그에 맞춰 플레이해주는 것은 기본적인 서비스에 해당한다.

"저에 대한 평판은 익히 들으셨으니 아시겠지만 게임 내적인 내용은 고민하지 마시고 보다 심플한 것만 이야기하죠."

검지와 엄지를 빠른 속도로 살짝 비빈다.

동그랗게 말아도 되지만 소통에는 무리가 없다.

누가 봐도 명백한 의미를 담은 제스처이지 않은가?

"저희는 말씀드렸다시피 최대 50만원을……."

"받고 신사임당 두 장 더 얹어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진짜 절실해요!"

대통령배 e스포츠 대회 Keg.

그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프로게이머들이 Keg 출신이다.

리핸즈, 초비, 태디, 엄티, 모글리 등등.

Keg가 아니더라도 프로로 데뷔했을 선수도 있다.

하지만 플레이 스타일상 주목 받기 힘든 선수도 존재한다.

'한 줄기 희망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야.'

본인 입으로도 말했지만 정말로 절실한 사람이 많다.

그리고 기회는 가만히 신청만 한다고 주어지는 게 아니다.

예선을 뚫고, 결선까지 올라가야 비로소 평가 받을 수 있다.

즉, 어떻게든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

필사적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지언데 고작 돈 몇 푼이 아쉬울까?

"만에 하나라도 캐리 못하면 환불해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요."

"어, 정말 그래도 괜찮아요?"

"무조건 이기는 조건이라면야……."

투자에 망설임이 있다면 확률이다.

밑져야 본전, 투자를 아낄 이유가 없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조건이기도 하지만.

'마왕은 무조건 승리하다잖아.'

이상을 현실에서 이루어낼 실력.

있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 * *

한 명의 에이스가 이끄는 백도어킹.

안정적인 팀플레이를 지향하는 연리지.

서로 실력 비하 오지게 하더니 도찐개찐, 자강두천이었다.

정식 승부였다면 비등비등한 싸움이 됐을 것이다.

누가 이길지 콕 점찍어 예상하기도 애매한 수준이다.

물론 생태계 파괴자가 도래한 시점에서 결말은 정해져 있다.

─더블 킬!

잘하는사람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봇라인 엇박자 다이브로 깔끔하게 터트렸다.

로밍에 특화된 챔피언 탤런.

게임 스피드를 빠르게 가져가기 좋은 픽이다.

"오지고 지리고 레리꼬 스무스~ 대단하십니다 형님!"

"그거 귀에 딱지 앉았으니까 하지 마라."

"……네."

그거 말하면 갑자기 추천 타이밍 잡아야 될 것 같단 말이야.

아군이 흑백 화면이 아닌지도 신경 쓰인다.

무엇보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더라도 쉬엄쉬엄 보겠지만 나는 10시간이 넘게 다이렉트로 고막에 꽂혔다.

한 시도 쉬지 않고.

바로 옆자리에서 층간 소음 피해자의 기분을 맛 봤다.

'BJ란 게 생각보다 날로 먹는 직업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지.'

BJ가 입담하는 것을 멈춘다.

이것을 소위 오디오가 빈다고 표현한다.

대본도 없는 생방송에서 쉬지 않고 떠드는 건 생각 이상으로 힘든 일이다.

게임에 여유가 있다 보니 잡생각이 떠올랐다.

그도 그럴게 이런 아마추어팀간의 게임.

흘러가는 구도가 이 잡듯이 보인다.

"와, 화면을 진짜 엄청 움직이시네. 무슨 스타 프로게이머 같아요! 왜 그러는 거에요? 그러면 뭐 좋은 게 있어요?"

"수전증 있어서."

"아, 네……."

대답하기도,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둘러댔다.

얼핏 보기에는 의아할 만도 하다.

그냥 맵만 보고 있으면 되잖아?

'무슨 스타크래프트도 아니고.'

스타크래프트는 손 느린 선수도 APM 200.

빠른 선수는 무려 그 두 배인 400에 육박한다.

직접 해보면 알게 되지만 일반인은 APM 100 넘는 것도 힘들다.

장르가 RTS 게임.

멀티태스킹이 요구되는 만큼 손이 빠르면 유리하다.

AOS 게임인 롤에서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방금 바론 부쉬에 탈리반 보였어!"

"진짜? 못 봤는데."

"나도 봤어. 아주 잠깐이지만 미니맵에 떴으니까 탑 조심해."

팀원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다.

미니맵만으로도 분명 웬만큼은 알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빨간 점으로 보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간과할 수도 있는 사실인데.'

직접 본 거랑, 미니맵으로만 본 거는 천지 차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깔린다.

플레이어의 분석력이 좋아야 한다.

이를 테면 방금 전 탈리반 3세.

마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곧 귀환 타이밍을 잡을 거라는 사실이 유추된다.

'그리고 아래쪽 시야가 없을 거라는 것도.'

바텀 듀오도 막 죽어버린 참이다.

근거에 근거를 더해 확신으로 만든다.

정보가 확실하면 조금 무리를 해도 된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아슬아슬하게 용을 잡는다.

상대는 거의 바로 체크했지만 막을 수 없다.

자기네 정글러가 귀환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정비하고 용쪽 시야를 잡으려던 탈리반 3세는 붕 뜨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와드만 박고 정글링에 힘을 준다.

아래쪽 정글을 먹은 후 위로 올라올 것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잘하는 사람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부쉬에 잠깐 대기하고 있다가 잡으면 된다.

이렇듯 사소한 정보로도 많을 걸 할 수 있다.

상대의 움직임을 근거로 행동을 강제하는 것 말이다.

'물론 프로씬쯤 되면 사소한 정보도 안 주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하지.'

만약 정보를 줬다면 역으로 심리전을 걸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은 아마추어 대회.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순진무구, 때가 타지 않은 친구들이다.

압도적인 정보력과 분석력.

그리고 실력과 선점.

써컹!

리메이크 이전의 탤런이다.

그 사기성이 주목 받지 못하던 시기다.

이 시절의 탤런은 한 가지 특별함을 간직했다.

적 미드라이너 모르피나.

1초 동안 강제적인 샌드백 신세다.

E스킬 목베기에 달린 침묵이 상대의 반항을 불허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못 컸을 때는 2% 부족한 암살자.

이처럼 잘 큰 상황에서는 일방적인 사기캐다.

궁극기쿨이 매우 짧아 상황만 잘 만들면 계속해서 킬각이 나온다.

그 상황은 정보와 분석을 통해 만들어낸다.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 할 수 있는 승리 공식.

내가 무조건적인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이유다.

'팀게임은 솔랭하고 달라.'

엊그제 진행했던 러이갓과의 합방.

미친 듯이 연승한 건 솔직히 운빨도 좀 있다.

솔로랭크는 아무리 잘하더라도 무조건 이길 수가 없다.

변수가 워낙 많고, 자기 마음대로 저지르는 사람도 많다.

팀게임은 그 점을 최대한 억누르는 게 가능하다.

일정 이상의 실력 차는 무차별 양학할 수 있다.

써컹!

촤라라라락-!

목베기로 순간이동해 탈리반 3세의 뒤를 잡는다.

궁극기 은신 탓에 반응하지도 못했다.

접근을 허용한 시점에서 죽어있다.

"우와……, 진짜 쉬지 않고 죽이시네."

"탤런 궁을 쿨마다 돌려!"

"같은 팀이랑 다행이다 같은 팀이라……."

게임의 흐름을 꿰뚫는 뇌지컬.

없는 변수를 창출해내는 피지컬.

과거의 나는 그 두 가지를 한 번에 가지지 못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그럴 수밖에 없다.

경력 있는 신입은 인사부에서나 꿈꾸는 환상의 동물이다.

요행 아닌 요행을 잡게 된 만큼 가루가 되도록 이용할 생각이다.

─아군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이후의 게임 진행은 간단하다.

간단할 수밖에 없도록 그려 놓았다.

미드가 에이스인 백도어킹.

그 미드를 찍어 누른 상태다.

보조해줄 정글러도 완전히 망했다.

그리고 아군은 나름대로 팀게임을 할 줄 안다.

돌려 깎기가 진행되며 바깥쪽 타워부터 무너뜨린다.

당황한 상대는 허점을 보이게 된다.

그 순간을 놓쳐줄 턱이 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순식간에 원딜러 부시안이 갈려버린다.

확정 침묵은 반항의 여지를 빼앗는다.

점멸로 빠져 나오자 열리는 한타.

상대는 배수의 진을 치고 격렬히 저항한다.

억제 포탑을 어떻게든 지키려 한다.

다시 한 번 들어가 휘젓는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잘하는사람님은 전설적입니다……!!

먼저 떠나버린 부시안.

그 뒤를 인어가 어묵이 되어 따라간다.

나머지 적들을 쓸어담는 것으로 한타가 종결된다.

인천광역시 송도동의 비타민PC방.

길고 길었을 대회의 우승팀이 정해진다.

나는 결승전 시간에 딱 맞춰와서 두 게임밖에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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