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201)

작은 실수가 킬각으로 연결된다.

그 실수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어이가 없다.

'……무슨게임을 외줄타기 하듯이 하고 있어.'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단순히 운이 너무 없었다고.

만약 맞았다면 시체로 누워있어야 할 건 녀석이다.

하지만 민식은 안다.

상대의 플레이에는 확신이 있었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직감이 현실이 된다.

아군 정글러 리심.

미드 라인에 백업을 왔다.

체력이 낮아진 랄라를 마무리하겠다.

이~ 쿠우!

과감한 판단이 돋보인다.

와드 방호로 빠르게 접근했다.

즉시 앞점멸 범의 일격으로 냅다 차버린다.

일명 RQQ콤보라 불린다.

반항의 여지를 주지 않기로 악명 높다.

일단 차버린 시점에서 음파가 확정이기 때문이다.

「커져라~♬」

그 첫 단추를 흘려 넘긴다.

순간적인 상황이었음에도 불구.

랄라는 궁극기 반응을 해내버렸다.

상대의 앞점멸을 예상했다는 듯이.

범의 일격이 캔슬되고 만다.

상황이 180도 뒤바뀐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잘하는사람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음파를 피하며 농락한다.

거리도, 도망갈 여지도 주지 않는다.

리심은 어찌할 바 모르고 허둥대다 사망한다.

'아니, 이게 말이 되냐고……!'

처음에는 그저 우연이겠지.

어쩌다 아다리가 잘 맞은 거겠지.

게임을 진행할수록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

녀석은 숨 쉬듯이 해내고 있다.

머릿속 한 켠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내 시대는 이미 가버린 모양이네.'

과거 수없이 많이 느껴봤다.

물론 반대쪽 입장에서 말이다.

괴물 같이 잘한다는 찬사는 자신의 것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더 잘하는 신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e스포츠의 규모가 커진 만큼 질적으로도.

'이렇게나 잘해버리면 인정을 안 할 수가 없지.'

세간에서 떠들어대던 게 허명이 아니었다.

논란이 나도 날 만한 실력을 지녔다.

한 명의 올드 유저로서 인정한다.

어차피 자신은 이제 나이도 아슬아슬하다.

BJ 일도 잘되고 있으니 올인하는 게 낫다.

앞으로는 팬과 시청자들에게 친절해지자.

민식이 센티멘털한 감성에 젖어있을 때.

신경질 나는 웃음소리가 집중을 깨버린다.

랄라가 시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웃고 있다.

「푸하?하하?하! 우후 어으허 우하 으에헤 헤헤??!」

게임도 졌고, 자존심도 꺾였다.

끝나고 나서 악수라도 청해볼까.

한결 가벼워졌던 마음이 온데간데 사라진다.

'이 시발 새끼가 진짜!'

어째서 하고 많은 별명 중에 마왕이라 불리는지.

사무치도록 알게 된 순간이었다.

* * *

아마추어 리그 Keg.

프로지망생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무대다.

하지만 일반 팬들에게는 그렇게까지 와 닿지 않는다.

솔직히 2부 리그인 롤챌스에도 관심이 없다.

진짜 한가할 때나 재미삼아 찾아보지.

혹은 그럴 듯한 이슈가 터졌을 때나.

바로 그런 일이다.

커뮤니티의 관심이 Keg에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수많은 논란을 몰고 다니는 그가 참가하고 말았다.

─마왕 진짜로 Keg 참가했네ㄷㄷ

히토미 클랜이랑 인천 예선 뚫었대

현장에서 직접 본 사람들도 많더라

이 정도면 다크 아니지 않아?

└그 와중에 히토미 뭔데

└킹짱미는 ㅇㅈ이지ㅋㅋㅋㅋㅋㅋ

└딱 지 같은 클랜 들어갔네

└응, 다크 맞아^^

최근 커뮤니티를 연일 떠들썩하게 만들던 두 글자다.

PC방 대회를 홀로 쓸어담는 실력.

솔로랭크를 터트리는 파급력.

그 정체가 다크라는 소문이 돌며 더욱 큰 화제를 낳았다.

물론 이는 해명이 된 내용이다.

장본인이 러이갓의 방송에 출연해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마왕을 그토록 깠던 잉벤.

뱉어 놓은 말이 많다 보니 고집을 부린다.

아직까지도 비아냥대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부터 러카콜라가 러카콜라에게 팩트폭격 들어간다

대리충이니 출석도 대리로 할 거라고 생각되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앙 러모띠!

└러적러ㅋㅋㅋㅋ

└이런 글은 추천해줘야지!

└방송으로 얼굴도 깠는데 무슨;

└삐빅! 닼빡이?거품 물고 달려들 게시글입니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야 한다.

The Justice, 세계정부의 입지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때문에 이번 사태도 알려지자마자 의심글부터 올라왔다.

다크가 온 거 아니냐.

마왕이 왔다면 실력이 어땠냐.

적당히 버스 타고 이름만 올려뒀을 수도 있지 않냐.

화제의 크기가 겉잡을 수 없이 커져 간다.

잉벤 수사대가 총출동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정보가 차곡차곡 쌓일수록 오히려 역풍이 불어닥친다.

─마왕이 멱살 잡고 캐리한 거 맞음

안 봤으면 ㅈㄹㄴ

잉벤 아가리 파이터 ㅅㅂ 새끼들아

└직관충 게이 흑화했누ㅋㅋㅋㅋㅋ

글쓴이-설명을 해도 다크 맞다면서 빼액 대잖아

└내용이 과격하긴 한데 이 말이 맞음

└인정할 건 해야지 뇌절 하는 새끼들 ㅉㅉ

팩트가 밝혀지며 과격파들이 힘을 잃는다.

잉벤의 대세 여론이 서서히 흔들린다.

시간 문제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억지를 부리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대놓고 방송에서 실력을 증명했다.

정식 대회까지 출전한 마당에 뭐?

그렇게 다시 꺼져야 했을 화제였다.

행보가 너무 자세하게 알려져 버렸다.

알면 알수록 아리송한 부분이 많아진다.

─인천에서 우승했다고? 난 강남에서 봤는데

상대 중에 김민식 있었는데 쪼개버림ㅋㅋ

김민식 넋 나간 표정 개꿀잼이었음!

└팀을 바꿨나?

└확실히 실력은 있어

└김민식 그 인간 쓰레기쉑 쌤통이다ㅋㅋㅋㅋ

└서울? 난 분당에서 봤는데?

BJ김민식.

카오스 시절부터 알려진 유명인이다.

워낙 안하무인이다 보니 안티도 많다.

하지만 실력은 있어.

챌린저 티어가 이를 뒷받침한다.

Keg를 우승한다며 한동안 기세가 등등했다.

그런데 고작 예선에서 처참하게 박살났다.

이를 해낸 장본인이 마왕이라는 소식이다.

환영할 만한 일이긴 한데.

─마왕은 무슨 몸이 10개쯤 되냐?

인천, 서울, 분당……

그냥 다 참가했다고 그러지?

지가 무슨 우즈마키 나루토여?

└환영분신술!

└분신술 쓰면 씹가능이지ㅋㅋㅋㅋ

└아니, 진짜 봤다고 ㅅㅂ새끼들아

└나도 봤는데…… 아이디도 확인했는데 뭐지?

목격 지역이 자꾸 엇갈린다.

처음에는 오정보가 섞인 줄 알았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의 특성상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증언의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다.

목격자들도 워낙 완강히 주장하고 있다.

괄시하기엔 잉벤 레벨까지 높으시다.

─감히 잉벤 핑딱이 말하는데 토를 달다니……

요즘 보딱들 파딱 관리 안 하냐?

내가 보딱일 땐 말이야 어??!

└라떼는 말이야~

└핑딱임을 몰라뵜네염 ㅠ.ㅠ

└여윽시 갓벤!

└얼마나 할 지랄이 없으면 잉벤 핑딱일까;; [다수의 비공감으로 블라인드 된 코멘트입니다.]

프로토스가 칼라의 규율을 따르듯, 잉벤러들은 딱지의 색깔을 따른다.

핑딱, 핑크 딱지면 레베루가 엄청나게 높다.

몇 년 동안 잉벤에 살아야만 달 수 있는 위업이다.

당연히 전혀 대단할 건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단순한 어그로 유저일 확률이 낮다는 소리다.

같은 말을 해도 보다 신빙성이 실린다.

그렇기에 더욱 의문이 든다.

잉벤은 아비규환에 빠져든다.

결국 보다 못한 검딱이 나서 상황을 중재한다.

─잉벤 검딱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한 소리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핑딱, 보딱, 파딱 여러분들의 글은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허투루 쓴 게시글은 거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잉벤분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마왕 본인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만행입니다

가장 레벨이 낮은 흰딱은 글 하나에 경험치가 1%씩 오른다.

하지만 검딱은 1440개를 써야 1%가 오르는 생노가다다.

거의 커뮤니티계의 리니지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정부로 따지면 오로성에 해당하는 유저.

적어도 잉벤 내 입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무튼 그런 권위 있는 분이 한 소리 하신다.

└[속보]버스터 콜 발동!

└잉벤 검딱이면 현실 생활 가능하나;;

└검은 딱지되면 품위유지비라도 나오나요?

글쓴이-당연히 나옵니다

잉벤 검딱 잉벤킹의 통치 아래 상황이 진정된다.

실력은 진짜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리송한 부분이 너무 많다.

마왕에 대한 적개심을 아직 풀 수 없는 단계다.

새로운 정보가 온다면 취합해서 알려주겠다.

제군들은 일상 생활에 전념하도록 이상!

└하루 24시간 PC로도, 폰으로도 잉벤질만 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확실히 좀 이상하긴 했어

└다크 이 새끼는 진짜 뭔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놈이라

└ㄹㅇ 고도의 연막 전술이 맞다니까?

커뮤니티에서 누군가를 욕하는 사람의 심리는 간단하다.

사회 정의라던가, 질서의 추구라던가.

그런 복잡한 이념과는 거리가 있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까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쉽게 불이 붙고, 쉽게 꺼진다.

구체적인 이유나 근거 따위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더군다나 다크를 죽도록 싫어하는 잉벤.

총대를 매주는 사람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본래 취하던 스탠스와도 맞아 떨어지니 금상첨화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잉벤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속보들이 각지에서 올라온다.

각지 (各地), [명사] 각 지방. 또는 여러 곳.

한두 곳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추가된다.

Keg에 수십 명의 마왕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든 첫 단추가 어려운 법이다.

돈만 주면 예선전 통과를 보증해준다.

믿기지도 않고, 불안 요소도 많다.

'다크의 인지도에 편승해 유명해진 건 좋은데.'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다.

놀랍게도 아직도 의심하는 여론이 있다.

잉벤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든, 아니든.

근거가 있는 말이든, 없는 말이든.

참가팀들의 입장에서는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못 미더워진다.

만약 내가 만에 하나라도 다크다?

그럴 경우 보통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참가 신청이 취소되는 것은 따질 것도 없다.

'그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시도할 수도 있다.

다시 팀을 꾸려서 참가하면 되는 거니까.

문제는 오해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다크의 지인이라는 꼬리표.

절대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자랑스러워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진짜 민감한 문제거든.'

e스포츠다 뭐다 이전에 게임판도 사람 사는 곳이다.

찍힌 놈과 엮이면 당연히 피곤해진다.

특히 다크는 요주의 대상이다.

악의 축이라는 별명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단순히 대리 게임을 한 녀석.

그 정도면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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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Dark 롤챔스 트롤링 사건』

1. 개요

2. 처벌

3. 후폭풍

4. 논란거리

    4.1. 무엇이 문제인가?

    4.2. 처벌이 마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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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라위키에 등재돼 있을 정도로 큰 사건이다.

그의 지인들이 사건을 일으킨 전과가 있다.

다크의 영구 정지에 불만을 품고.

무려 롤챔스에서 트롤링을 저질렀다.

e스포츠판 최악의 흑역사로 거론된다.

장난으로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희석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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