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4/201)

어째서 다크가 까이는지 모르는 사람도 생길 정도로.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아니다.

불과 반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니까.

다크 관련해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막말로 엮이면 프로할 생각 접어야 한다.

관계자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면접이라 생각해보면 얼마나 망한 건지 감이 오잖아.'

과거 행보도 조사를 해볼 테고.

애초에 가능한 안 뽑으려 할 테고.

프로지망생들에게는 최악의 꼬리표다.

그렇기에 첫 단추가 중요했다.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올라오고 있다.

커뮤니티의 논란 덕에 노이즈 마케팅이 제대로 됐다.

『받은 편지함입니다.(읽지 않은 쪽지 41통)』

쪽지가 수도 없이 많이 쌓였다.

물론 장난성 쪽지도 있고, 이상한 쪽지도 섞였다.

하지만 전과 비교도 되지 않게 문의 수량이 늘었다.

일거리가 많아진다는 건 좋은 일이다.

골라서 잡을 수도 있고, 실질적인 페이도 올라간다.

물론 그만큼 골머리 썩을 일도 생길 수밖에 없겠지만.

"저기 마왕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말씀하세요."

대전 대덕구의 고구려PC방.

금일 수금을 위해……, 아니 경기를 위해 찾아온 곳이다.

커피를 빨며 대기하던 중 한 남자가 소근소근 말을 걸어온다.

"저희가 무조건 더 드릴 수 있습니다. 선불도 가능해요."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수가 없는 입장이다.

최근 고객이 한층 늘어나다 보니 경쟁이 심하다.

이렇듯 현장에서 직접 교섭을 해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원래 갈대다.

자신 있게 참가해도 막상 경기장에 오면 불안감이 커진다.

"근데 저도 상도덕이 있기 때문에 이미 계약을 한 걸 파기하고 뒤통수를 칠 수는 없어요."

"하…… 어떻게 안될까요? 뭣하면 따블까지 생각하고 있긴 한데."

그런 매혹적인 조건을 말하려면 일찍 좀 말하던가!

마음 같아서는 돈 더 주는 쪽에 붙고 싶다.

하지만 장사라도 한 가지 선은 지키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쨀 수야 없지.'

계약을 하기 전까지는 자유 경쟁이다.

더 높은 몸값을 부르는 쪽에 붙어준다.

대신 계약이 성사된다면 반드시 이행한다.

하루이틀 하는 장사가 아니다.

기본적인 룰이 안 지켜지면 신뢰 관계가 무너진다.

물론 거위 한 마리를 포기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여기 출전 취소하고 다른 쪽으로 옮기시면 긍정적으로 고려해드릴게."

나는 신세대이기 때문에 고구려가 아니라 고려로 한다.

고구려PC방 말고 다른 곳을 노린다면 상관없다.

이곳에서의 계약만 준수하면 되는 거니까.

"아, 그런 방법이! 근데…… 진짜에요?"

"뭐가요?"

"아니, 그게 그……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서."

세간에서 떠도는 풍문이다.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그에게 돈만 주면 우승을 약속한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내가 직접 퍼트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골자만 놓고 보면 정확하다.

계약의 조건은 반드시 지킨다.

"정 의심이 가시면 경기를 보고 가시던가."

"의심이 간다는 건 아니고요 헤헤. 아무튼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소문이 안 믿길 수도 있는 노릇이다.

원래 소문이란 건 과장이 섞일 수 있다.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

* * *

돈을 주고 선수를 사거나 빌린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스탠다드한 개념이다.

메시 이적료 5,000만 파운드 계약 체결!

두산·SK·키움, 억대 용병 영입 경쟁!

흔히 볼 수 있는 기사의 제목이다.

e스포츠판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선수 영입 경쟁은 매 시즌 치열하다.

하지만 아마추어 대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더블 킬!

트리플 킬!

잘하는사람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대전 대덕구의 고구려PC방.

Keg의 지역 예선전이 진행되는 중이다.

현장의 분위기는 일말의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다.

팽팽한 전투가 아닌 일방적인 학살이다.

탑 차이가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

고작 그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혼자 다 하네 다 해."

"어떻게 탑 하나 못 말려서 지냐?"

모난 돌이 정 맞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구경꾼들도 비아냥거렸다.

얼마나 잘한다고 돈 주고 모셔오기까지 해?

최근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는 녀석이다.

실력이 무슨 다크급이라고 파다하다.

반감이 생기는 게 사람의 심리다.

공명심도 생기게 된다.

상대하는 팀마다 치열하게 준비했다.

이기기만 한다면 자신들도 이슈덤에 들 수 있다.

"집중 밴으로 말리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16강의 상대였다.

도라에몽의 4차원 주머니를 목도한다.

"탑만 집중적으로 파면 언젠가 뚫려!"

8강의 상대였다.

탑에서 집중적으로 얻어 맞았다.

"아니, 이런 건 라인 스왑으로 운영 돌려서~."

4강의 상대였다.

돌리고 돌렸지만 좋은 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압도적인 포스로 결승전에 직행한다.

비아냥대던 구경꾼들의 태도가 180도 뒤바뀐다.

커뮤니티에서, 방송에서 듣고 보던 그 이상이다.

"무식하게 피지컬만 믿고 나대는 타입이 아니네."

"오더가 무슨 족집게 과외 수준이라니까?"

"그러니까 러이갓도 캐리해주지!"

커뮤니티, 특히 잉벤에는 그를 고깝게 보는 여론이 존재한다.

그리고 롤을 하는 유저의 대부분이 잉벤을 이용한다.

정보가 집약돼있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지나가며 보는 이야기.

마왕에 대한 안 좋은 소리 뿐이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선입견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크급은 무슨 저건 완전 괴물이잖아…….'

이를 가장 가시적으로 느끼는 입장이다.

마왕을 결승전에서 맞이하게 된 상대.

최현석은 침이 바짝바짝 말라온다.

그는 평범한 마스터 티어다.

평범과 마스터 티어, 어울리지 않는 사용법이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러하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티어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학살 당하고 있으니까.

상대의 실력이 도무지 예사롭지 않다.

그 다크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다크랑 할 때도 이런 느낌은 안 들었는데.'

현석은 솔로랭크에서 다크와 만나본 적이 있다.

물론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그때도 당연히 잘한다고는 느꼈다.

감탄이 나올 만큼 매끄러운 게임 진행.

하지만 못 이길 정도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한손으로 열손 막을 수 없는 법이다.

무엇보다 다크의 피지컬은 뛰어난 정도다.

그의 장기는 뇌지컬과 판을 읽는 능력에 있다.

어흥!

수풀에서 애꾸사자가 튀어나온다.

현석은 필사적으로 정글러를 부르짖었다.

탓을 하는 게 아니라 혼신의 설계를 해두었다.

쿠! 챠앙!

「버거킹!」

탈리반 3세의 깃창과 함께 궁극기가 내리꽂힌다.

몸으로 애꾸사자를 유인해 각을 만들었다.

그 모든 것이 가볍게 무위로 돌아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깃창 돌진을 피한다.

궁극기가 내리꽂힌 순간 점멸.

어느새 화면은 흑백으로 변해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잘하는사람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단순히 탈리반 3세의 궁극기를 피한 것이 아니다.

점멸을 사용해 수풀로 들어가 자신을 노렸다.

한순간에 삭제시키고 갱승까지 내버렸다.

그 모든 판단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너무 빨라 대처는 커녕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다.

'다크였으면 애초에 그냥 빼지 않았을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솔로랭크 1위.

롤 유저로서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현석은 이따금 다크의 개인 방송을 보곤 했다.

그런 만큼 성향을 웬만큼은 알고 있다.

마왕이란 자는 판단이 180도 다르다.

아니, 상위 호환이라는 표현이 옳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일련의 상황을 현석은 본 적이 있다.

8강 경기.

탑을 집중적으로 노렸을 때.

탑은 탑대로 대처하며 오더까지 일품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이득을 챙겨간다.

스노우볼을 무지막지하게 굴린다.

"이거 역전되나?"

"뭐, 구멍이 있어야 이기지."

"괜히 무조건 승리하는 게 아니네 와……."

지인들과 팀을 꾸려 Keg에 참가했다.

평균 티어는 다이아 상위.

클랜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합을 맞춰왔다.

이 정도로 속수무책 깨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떻게 초반에 잘 풀리면 이긴다던가.

파훼법이 대강은 보인다던가.

그런 수준이 아니다 보니 아쉬움도 안 생긴다.

처절한 실력 차를 맛 보며 연이은 패배.

한 발 남았던 예선전을 마무리한다.

"결승까지 잘 올라왔는데 하필 마왕을 만나서 지네."

"좋은 경험한 셈 쳐야지."

"돈독이 올라도 단단히 올랐나 봐. 무슨 대전까지 와서……."

물론 아쉬움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왜 하필 마왕을 만나서.

천재일우의 예선 통과 기회를 놓쳐버렸다.

'마왕만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겼을 텐데…… 어?'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동시에 머릿속을 스치는 혹시 하는 생각.

만약 마왕이 적이 아닌 아군이라면 어땠을까?

같은 생각을 대회를 참전한, 구경한 모두가 한다.

성황리에 진행되는 Keg.

드높은 열기 만큼 몸값 또한 치솟게 된다.

최근 이슈가 되는 이야기다.

다크에 비견되는 무시무시한 실력.

마왕이라 불리우게 된 그가 Keg에 참가했다.

논란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어중이떠중이 PC방 대회가 아닌 정식 리그다.

비록 예선전이지만 놀라운 활약을 해내고 있다고 한다.

─근데 뭐 이제 겨우 예선전이고

아직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지

잉벤러들은 검딱님 말씀 준수하도록!!

└검딱님 말씀 따라야지 암

└내 목숨을 검딱에게!

└엔 타로 검딱!

└다크 이 새끼 언제 본색 드러낼까?

잉벤에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논제.

그와 다크의 연관성에 대해선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지역 예선은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다.

위대한 검은 딱지 잉벤킹의 함구령이 떨어져서.

그것도 있지만 애초에 별 일이 아니다.

고작해야 예선전의 우승.

느슨한 규정상 정확한 신상이 요구되지 않는다.

다크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알아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실력이면 가능하다.

─지역 예선 수준 그리 안 높았음

우승한 팀 보니까 마스터 팀이면 떡을 침

다크 본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거지

└다크 따까리들도 티어 높잖아ㅋ

글쓴이-ㅇㅇ 그러니까

└뭐 어려운 것도 아니네

└팀만 받쳐주면 나도 하겠다ㅋㅋㅋ

사실 예선전의 우승 자체는 어렵지 않다.

PC방 대회에서 선전할 실력이면 충분하다.

그 PC방 대회를 휩쓸고 다닌 장본인이었다.

솔로 캐리라는 기염을 토하며 일약 이슈를 일으켰다.

이제 와서 호들갑을 떨 이유가 있을까?

문제는 한두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천 송도동

서울 강남구

분당구 오리역

.

.

.

전국 각지에서 소식이 들려온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두어 바퀴는 더 돌아버릴 기세다.

또다시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마왕 얘는 무슨 우즈마키 나루토야……?

우승했다는 곳만 열 곳이 넘네

진짜 무슨 분신술이라도 썼어?

└'마'루토

└마왕 그는 도덕책……

└저거 돈 받고 도와주는 거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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