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201)

글쓴이-돈 받고? 그래도 되는 거야?

안되리란 법은 없다.

규정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고.

개인간의 거래에 왈가왈부하진 않는다.

애시당초 논란이 되기도 뭣한 일이다.

뭐 자랑이라고 떠들고 다니겠는가?

입이 워낙 많으니 단속이 불가능하다.

"마왕만 스카웃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버스 오지게 태워준대. 경쟁 붙기 전에 빨리 해야 돼!"

이미 스무 개 이상의 장소에서 지역 예선이 치러졌다.

그중 절반 이상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그만큼 목격자들도 엄청나게 많다.

Keg에 참가, 혹은 참가 예정인 여러 클랜들.

그들이 군침을 뚝뚝 흘릴 만한 이야기다.

돈만 주면 지역 예선의 우승을 보장해준다니.

자칫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올라가 봤자 실력이 없으면 떨어지잖아?

하지만 뭐든 당사자들 입장에선 다른 것이다.

나는 잘하는데 팀원이 못해.

제대로 된 팀원을 구하기가 어려워.

단순히 인원이 부족한 경우에도 메리트가 충분하다.

〈경쟁이 너무 심해서 팀원 구하기가 빡세.〉

〈본선만 가면 해준다는 얘들 많은데…….〉

〈그냥 TV 한 번만 타보고 싶다 시발.〉

〈유명해져서 스트리머 해야지!〉

로드 오브 로드는 다섯 명이 하는 게임이다.

강한 팀에 들어가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

약한 팀들은 영입이 너무 어렵다.

하지만 그것도 지역 예선까지다.

본선부터는 숫자가 확 줄어든다.

떨어진 팀들의 에이스를 규합하는 방법이 있다.

그 고삐를 쥐는 건 본선 진출팀의 주장 뿐.

돈 몇십으로 살 수 있다면 내지 못할 것도 없다.

어떤 이에게는 많은 액수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럴 만한 값어치가 충분하다.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확실한 물건, 확실한 신용 만큼 구매자에게 매혹적인 것이 또 없다.

현실적으로 따져봤을 때 불합리한 금액도 아니다.

만약 팀을 꾸려 예선전에 갔는데 참패를 한다?

팀 자체가 해산될 수 있다.

그 이전에 교통비, 시간 낭비 기타 등등 손해가 이만저만하지 않다.

무조건 이겨준다니, 가격은 조금 나가도 해볼 만한 것이다.

─지인한테 들었는데 마왕이 건당 받는 액수가……

거의 100만원에 육박한다더라

와, 미친놈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까지 우승하고 싶나?

└다크 새사업 시작했네

└돈 밝히는 것 보니 빼박 다크

└이 새끼 대리 그만두고 꿀 빨 거 찾았네ㅋㅋ

└저거 어떻게 제재 안됨?

하지만 원래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남이 하는 일은 왠지 모르게 쉬워 보인다.

하는 일에 비해 돈을 무지하게 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더더욱.

벌써 수백 만원에 달하는 폭리를 취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잉벤 유저들로서는 탐탁지 않다.

진위와 당위성을 떠나서 사촌이 땅을 사면 원래 배가 아프다.

사이가 안 좋았다면 따져볼 것도 없다.

몇몇 핑딱들에 의해 누그러지던 여론.

다시 한 번 도화선에 불을 붙이며 반감 섞인 여론이 형성된다.

─Keg 예선 갔었는데 다크 봄

마왕이 다크랑 대화 섞는 거 봤음

둘이 손 잡고 Keg 먹으려는 듯ㅇㅇ

└사진 찍었어요? 아니면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나

└증거 없는 루머는 좀;;

└피해자의 목소리가 증거입니다만?

└다크 작년에 Keg 우승하지 않음?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실제로 그럴 듯한 심증도 있다.

다크는 작년 2013년도 Keg의 우승자다.

그때도 잉벤에 한참 뜨거운 논란을 야기시켰다.

물론 그것이 결정적인 확증이 될 수는 없다.

근거가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는다.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이다.

어떤 일이든 의심하기 시작하면 한없이 의심스럽다.

돈을 많이 번다니 이유 없이 미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꼭 배 아파할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 * *

계획은 굉장히 순조롭게 풀려가고 있다.

높은 보수를 받고 예선전 우승을 견인한다.

서로 Win-Win 하는 좋은 거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감이 없어지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그 점 또한 자연스러운 홍보로 해결을 했다.

여러 지역에서 선전하며 의뢰가 몰려오는 건 좋은데.

'꼭 개념 있는 일감만 오는 건 아니란 말이지.'

아르바이트를 할 때.

평범하게만 일하면 피로할 일이 전혀 없다.

전혀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럭저럭 할 만하다.

진짜 힘들 때는 진상 손님이 오셨을 때다.

쉽게 갈 일도 어렵게 만들고 가신다.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말았다.

"오빠, 나 어떡해 또 죽었어……."

"괜찮아 우리 혜리 잘하고 있어!"

바텀에서 5분 3데스를 했는데 잘하고 있단다.

용인시 상현동 아이센스PC.

이곳 예선전의 우승을 의뢰한 물주 커플이다.

'살다 살다 The RealFact 실물 혜지를 보게 되다니.'

참으로 감개무량한 순간이다.

인생이란 게 길게 살고 볼 일이다.

아니, 다시 살고 볼 일이라고 해야 하나?

어느 쪽이건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냥 못하는 거면 그러려니 할 텐데.

소환자의 전장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다.

"오빠가 쟤 혼내주면 안돼에?"

"오빠는 탑이라 안돼. 마왕님이 대신 혼내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바~."

"……."

아, 시발련들.

순간 돼먹지 않은 본심이 나올 뻔했다.

100만원을 시원하게 부를 때 알아봤어야 했다.

'집안이 좀 사나 봐.'

옷도 좋은 거 입고 나왔더라고.

여자도 끼고 왔길래 커플인가 했다.

누가 봐도 커플이라고 볼따구에 써져 있었다.

뭐, 응원 정도야 할 수 있겠지.

남자 친구 취미에 관심을 가진다.

얼마나 보기 눈꼴 시려운……, 참한 커플이다.

같이 게임을 해버려서 문제다.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로 하더라.

이미 계약을 수락한지라 거절하기도 애매했다.

「다대기!」

발에 땀띠 나도록 뛰어다니며 캐리하고 있다.

받아들인 이상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내 이미지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그 시작은 비아냥이었을지언정 지금은 내 브랜드 가치를 보증해주는 홍보 문구와도 다름이 없다.

이런 데서 지고 허무하게 깎아 먹을 수는 없다.

휘익!

휘익!

질풍보를 내디디며 딜교환.

야흐오의 칼날이 적을 가른다.

당황한 상대는 반응이 다소 어설펐다.

그 사소한 차이가 체력 손해를 누적시킨다.

얼핏 평범한 딜교환이지만 그렇지 않다.

순간적인 점화로 킬각을 잡아버리는.

─적을 처치했습니다!

잘하는사람님이 학살 중입니다!

단순한 실력 격차.

더해진다면 라인전을 찍어 누를 수 있다.

미드 라인을 박살내며 우위를 점한다.

다른 챔피언도 아니고 야흐오.

평소라면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다른 곳이 더 박살 나버려서 문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깍두기가 네 번째 죽음을 맞이한다.

죽는 것 자체는 이해해줄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징징댄다는 점이다.

"아 모야. 나 왜 죽었어."

"실력이 박살나서 얼굴도 박살이 났나……."

"넹?"

"아닙니다. 이쁘시다구요."

개인마다 미적 감각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

그러니까 둘이 물고 빨고 사귀고 난리가 났겠지.

타인의 연애에 일해라절해라 하고 싶지 않지만 일 좀 쳐했으면 좋겠다.

입소문이 널리 퍼진 부작용이다.

이겨준다는 게 게임을 개판으로 해도 된다는 동의어는 아니다.

그걸 그냥 관광 코스 느낌으로 해석했으니 이런 사달이 나는 거다.

'대회에 참가하는 건데 진지한 태도는 기본이잖아.'

이제 와서 따져봤자 의미는 없다.

바보가 바보인 걸 알면 바보겠는가?

마찬가지로 개념 없는 사람도 지가 개념 없다고는 생각 절대로 안 한다.

『승리』

묵묵하게 팀의 승리를 견인한다.

결국은 이겨서 만족 시켜주는 게 최선이다.

최선을 다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나 보다.

"오빠 나 기분 다운됐어. 쟤네 자꾸 나만 죽여."

"우리 혜리가 이뻐서 괴롭히는 거야."

"시발련아!"

"넹?"

"아뇨, 이쁘시다구요."

니가 못하니까 니만 죽겠지.

이걸 꼭 말로 해야만 알아 듣나?

사람 말로 해도 못 알아들을 거 같아서 하지 않았다.

'차라리 뒤에서 오또케스트라만 찍고 있던가.'

자꾸 헛소리를 주절거린다.

다행히 나머지 팀원들은 정상이다.

이런 팀에 있다는 것 자체가 정상은 아니겠지만 비교적인 의미로.

예선전의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우여곡절 끝에 8강, 4강……, 결승전에 도달했다.

마지막 결승만 잘 치르면 거지 같은 커플을 두고 떠날 수가 있는데.

반대편 부스가 부산스럽다.

결승전이니 만큼 유별난 일은 아니다.

내가 상대라고 별별 준비 다 하는 팀들 많이 만나봤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니, 동류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커플이 하도 시끄러운 나머지 다른 팀에 대한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만 믿겠습니다."

"아, 저희 형제만 믿어요 그냥."

"괜히 정글 종결자라 불리겠어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

아무래도 동업자가 생긴 모양이다.

예선전의 우승을 견인하고 수고비를 받는다.

그 액수가 무려 수십 만원에 달한다!

배가 아플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몇몇 상위권 랭커들은 따라하기 시작했다.

돈을 받고 용병일을 해주는 것이다.

비래월 형제는 최초의 선두주자다.

"비래월님 실력은 익히 들어오긴 했는데…… 괜찮겠죠?"

"아, 믿으라니까? 이미 하나 우승 시켜준 팀 있어요. 통화 시켜줘요?"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

이거 왠지 돈이 될 것 같은데?

평소 롤판에서 돈 되는 일은 닥치는 대로 해왔다.

비래월과 정글 종결자 형제.

빠르게 예선전 한 곳에서 실전 테스트를 끝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업 계획을 넓혀 착수했다.

이곳 용인시 상현동 아이센스PC에 말이다.

결승전까지 위기 없이 캐리하며 올라왔다.

마지막 수확의 시간만을 앞둔 가운데.

"당연히 믿으니까 부탁을 드린 거죠. 예, 예. 근데 상대팀 에이스에 대해 워낙 들은 게 많다 보니……."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팀의 주장.

김탁구의 이야기는 흘려들을 게 아니다.

물주라서가 아니라 비래월 형제도 알고 있다.

'모를 수가 없지.'

일련의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바로 그니까.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커뮤니티에서 최근 최대 화젯거리로 시끌벅적하다.

그 장본인을 상대로 만나 당황스럽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일련의 상황이 생기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천상계에서 듣도 보도 못한 놈인데 저희가 훨씬 더 잘해요."

"이제부터는 비래월 형제가 대세가 될 테니 알아두십쇼."

비래월과 정글 종결자는 마스터와 챌린저를 오가는 실력자다.

롤판 초창기부터 꾸준하게 상위권 랭킹을 유지했다.

그런 만큼 천상계 사정도 빠삭하게 안다.

만약 소문에 비견되는 실력자가 있었다?

자신들의 귀에도 반드시 들어와야만 한다.

그런데 의심될 만한 유저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 유저들은 천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아나 본데.'

알고 보면 다 그놈이 그놈.

원래 잘했던 놈이 더 잘해지는 케이스 뿐이다.

마왕인지 뭔지 하는 놈도 모르긴 몰라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다크와 비견되는 실력자는 드물다.

아니, 드문 정도를 넘어 존재할 리가 없다.

있었으면 진작에 이슈가 돼서 이름이 널리 퍼졌겠지.

올챙이가 개구리가 될 수는 있다.

올챙이가 갑자기 용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크급의 실력자가 아무런 전조 없이 튀어나올 수가 없다.

다크 본인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을 마쳤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하게 정리된다.

실력에 거품이 한참은 껴있다는 소리다.

"마왕이랑 비래월 형제랑 뜨는 거야?"

"와, 매치업 미쳤는데……."

"근데 마왕이 그렇게 잘해?"

"러이갓 방송 못 봤어? 미쳤어! 마스터 구간 10연승 레전드 슈퍼 갓캐리 봤으면 반박 못하지~."

구경꾼들의 대화에도 비래월 형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마스터 구간에서 10연승.

그 이상을 해냈다는 건 천상계 유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심지어 러이갓이라는 짐덩이를 데리고 말이다.

다크 본인이 와도 하지 못할 기행이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짚이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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