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 말고.
매일매일 대회만 치르는 게 아니다.
Keg의 지역 예선은 무려 3달에 걸쳐 진행된다.
중간중간 홍보 작업이 필요하다.
이슈성과 이미지 관리도 중요한 법이다.
러이갓의 방송에 다시 게스트로 출연한 이유다.
[08:10] 챌린저가면닉변(랄라): 정글 좀 쳐빼라니까
[08:16] BJ러이갓스마트컴(마이): 슈발 새끼야 백업을 오면 되지. 그러니까 니가 챌린저를 못 다는 거야 어~
[08:22] 챌린저가면닉변(랄라): 내가 왜 러이갓한테 저런 소릴 들어야 하지??????????
[08:24] 프로원딜지망(이즈레알): 제발 지옥 같은 여기서 날 꺼내줘~ 이게 꿈이라면 어서 날 깨워줘~
게스트라 쓰고, 운전사라 읽는다.
고생길이 훤히 열리고 있다.
정글도, 팀원들의 멘탈도 심각하다.
채팅창 상황이 아비규환이다.
쪽팔림이 전두엽을 타고 흐른다.
사실 러이갓이 못해서 이렇게 됐다기 보다는.
'그냥 있어서는 안될 구간에 온 거지.'
마스터 하위 구간과는 다르다.
중상위권부터는 아예 다른 세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도 선수 은퇴 후에는 고전했을 정도다.
게임 흘러가는 속도가 미친 듯이 빠르다.
일반 유저가 한 명 끼면 깍두기가 돼버린다.
처음으로 캐리비안 베이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낀다.
─아군이 또 당했습니다!
잠깐 눈 떴을 때 파도 밀려오는 그 기분 말이다.
와, 파도 저 새끼 나 점사 오지게 하네!
당연하게도 파도에게 그런 인공지능은 없다.
만만한 새끼부터 물어 뜯길 뿐이다.
구멍이 보이는 순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 예사롭지 않은 구멍이 바로 러이갓이다.
"와 이블퀸 슈발 새끼 핑와 없는 위치만 골라서 카정 오는 거 실화냐? 행님들 이블퀸 방플 저격 빼박이라고 생각하시면 추천 타이밍 한 번 갑니다."
실수를 봐줄 만큼 무른 구간이 아니다.
동선도, 와드 위치도 당연히 계산한다.
그만한 플레이가 기본인 곳이다.
대부분이 프로 아니면 프로 지망생.
진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러이갓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팀원들 ㅈ같겠다 진짜
-ㄹㅇ 씹민폐
-러이갓 정신을 못 차리네ㅋㅋ
-데려온 새끼 나와!
물론 이런 짓을 벌인 장본인이 할 소리는 아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데려온 건 나니까.
팀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약간 든다.
'아니, 나도 먹고 살아야지 뭐 어쩌겠어.'
지망생들의 간절함을 알기는 아는데 그건 그거고.
솔직히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잖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거다.
날 모욕할 셈인가?
나를 돈으로 사려고 하는 겐가??
버스비가 포함된 출연료가 제법 짭짤했다.
아군들이 그 희생양이 되어버린 감이 있다.
지나고 나면 다 훌륭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원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가속!」
구멍을 메우기 위해 부단히 움직인다.
제임스의 QE가 이블퀸에게 작렬한다.
체력바가 파삭-! 줄어들며.
─적을 처치했습니다!
망치로 내려찍자 마무리된다.
러이갓의 똥은 일단 치운 셈이다.
하지만 뒤에서 한 박자 늦게 백업 온 아링이 문제다.
'눈물의 똥꼬쇼를 펼칠 시간이지.'
일반적인 운영과 합류전이 아닌 개인기.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한 선택이다.
공교롭게도 특기 중의 특기다.
아링은 해머폼을 보고 방심해있다.
주요 스킬도 쿨타임이니 그럴 만하다.
스킬샷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접근해온다.
터엉!
무빙으로 유혹을 피하며 시간을 잠깐 번다.
상대가 조급해져 한 발 더 내디딘 순간.
점멸로 미간에 홈런을 먹여준다.
파앙!
탕! 탕! 탕!
짧은 거리를 밀려나며 경직 상태에 빠진다.
즉시 원거리폼으로 바꾸어 쏜다.
번개 포탄과 함께 3연타.
점화까지 걸어버리자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역으로 딜로스가 생긴 아링은 당황한다.
점멸과 황천 질주로 도망가버렸다.
수비적인 판단을 내린 시점에서 끝이다.
아링은 나를 잡아낼 수단이 아예 없다.
그런데 나는 3초 기다리면 돌아온다.
─더블 킬!
잘하는사람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관문을 타고 번개 포탄이 쏘아진다.
모니터의 절반이 넘어가는 사거리.
깔끔하게 적중시키며 킬을 챙긴다.
'내가 이 구도를 얼마나 많이 겪어봤는데.'
제임스는 미드로도, 탑으로도 쓰이는 챔피언이다.
선수 시절에도, 은퇴 이후에도 쭉 써왔다.
숙련도에 관해서는 한없이 고인물이다.
돌아온 전성기 시절의 감에 의해 더욱 날카롭게 재정립됐다.
제임스의 성능을 극한으로 뽑아 쓸 수 있다.
그래서 특기 중의 특기다.
"제임스한테 쌍버프 2킬 먹이는 설계. 이거잖아 팀플레이 음~."
"억지 좀 그만 부리고 진지하게 좀 하십쇼."
-마왕 빡침ㅋㅋㅋㅋㅋ
-비교 체험 극과 극!
-뒤져 놓고 하는 말= 설계
-팀원들 인내심 테스트는 제대로 하네
지금의 나라면 짐덩이를 하나 달고도 그럭저럭 할 만하다.
과거와 현재의 실력 차이가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그렇다고 대충 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러이갓에게 한 소리 진심으로 때린 이유가 있다.
상위권 구간 솔로랭크는 장난이 아니다.
어른들 얘기하는 것처럼 고작 게임.
'그딴 소리했다간 귓방망이 날아가.'
어른들 직장에 찾아가서 고작 회사일 한다고 뒤집어봐라.
성인군자라도 화가 안 날 수가 없다.
마찬가지인 일이다.
선수들에게는 실전 연습의 장이다.
지망생들에게는 자격증 따는 느낌이다.
그런 곳에서 대충 하는 건 직업을 무시하는 행위다.
'그래서 사실 낮은 구간에서 하자고 했었는데.'
방송 컨텐츠로는 약간 아슬아슬한 정도가 괜찮다.
돈까지 얹으며 밀어붙이니 얼떨결에 하고 말았다.
하지만 더 하다간 결말이 좋지 않겠지.
아마추어로서의 인지도는 충분하다 못해 과하게 쌓였다.
지나친 어그로는 독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정식 대회를 노리게 될 만큼 신중히 생각할 문제다.
『승리』
우여곡절 끝에 게임은 이겼다.
홍보도 충분히 했고, 합방도 아니다.
단순한 듀오 방송인 만큼 여기까지 할까 생각하고 있던 차.
"너도 슬슬 아이디 바꿔야 하지 않아?"
"아이디요?"
"슈바마~ 프로게이머 할 거면 당연히 바꿔야지!"
조금 신경 쓰이는 이야기가 들린다.
평소 99.9%의 멘트처럼 가볍지만은 않다.
그러고 보면 아이디를 대충 지어 놓은 감이 있다.
-잘하는사람도 나쁘진 않은데……
-프로 되면 못 쓰잖아
-마왕이 아이디 아니었어?
-본캐가 마왕임?
마왕은 별명일 뿐이다.
커뮤니티에서 멋대로 지은.
스스로 자처하고 다닌 적은 없다.
'본캐도 있을 리가 없고.'
물론 과거의 아이디는 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던 만큼 당연하다.
마음만 먹었으면 바꿔서 활동한 시간은 충분했다.
그럼에도 하지 않은 이유.
뚜렷한 근거를 대라면 사실 없다.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럴 만한 가치도 없었으니까.'
게임단에서 정해준 걸 별 생각 없이 썼다.
당시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결국 실력이잖아?
하지만 실력이 있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내 안에 조그만 미련으로 남게 됐다.
이따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범했던 아이디.
평범으로 끝난 인생.
두 가지가 연관이 있지 않았겠냐고.
'헛된 합리화일 수도 있지만.'
보다 주목 받을 기회가 있었다면 활약할 기회도 생겼을지 모른다.
다시 사는 인생, 후회할 여지는 남겨두고 싶지 않다.
안전 벨트를 메고 사는 갑갑한 인생도 사양이다.
'나를 의미하게 될 아이디…….'
내가 짊어질 이름.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볼 이야기였다.
사업은 나날이 번성하고 있다.
돈 될 만한 제의가 굴러 들어온다.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커뮤니티의 화제.
스트리밍을 통한 홍보.
더해서 동업자들이 사업을 때려친 모양이다.
'왜 뱁새가 황새를 따라 가려 그래.'
나도 가끔 가다 인간이 할 짓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고생인데 오죽할까.
이게 가장 최선이고, 시기가 들어맞아서 하는 거지 솔직히 무리한 짓거리인 게 사실이다.
PC방 대회의 특성상 워낙 변수가 많다.
어쩌다가 한 번만 지면 탈락.
그 외에도 지난번 혜지 친구처럼 어째서 대회에 참가했는지 이해가 안되는 팀원도 있을 수 있다.
생각 만큼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업자들이 사업을 때려친 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리스크가 크다는 건 리턴 또한 짭짤하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그래서 얼마나 많이 번 거야?"
"그냥 먹고 살 만큼 벌었죠."
"코와이네…… 오모시로이~ 내가 방송 키기 전에 얼핏 들은 건 먹고 살 만큼이 아니었거든?"
└하루에 100끼 쳐먹으면 ㅇㅈ
└욕은 그만큼 쳐먹은 거 같은데……
└마왕도 억울하겠다
└잉벤충 새끼들 마녀 사냥 오짐ㅋㅋ
인지도 상승을 위한 합방 컨텐츠.
비단 러이갓과 고정으로 하는 게 아니다.
본인은 그래 달라고 막 말을 하기는 하는데.
'간절하면 돈을 더 주던가.'
세상사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없다면 구태여 손해 보고 의리 지킬 필요가 없다.
현재 BJ보황의 집에 찾아와 합방을 진행 중이다.
"솔직히 쫌 벌긴 했는데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당연히 중요하지! 한두 푼도 아니고 컹s하네~ 무슨 티타늄수저여?"
최근 커뮤니티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Keg 용병으로 마왕은 얼마나 벌었나?
정확한 액수는 당연히 본인밖에 모른다.
'나밖에 모르지.'
한두 곳을 출장 다닌 것도 아니고.
받는 보수도 그때그때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수입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한 500은 땡기지 않았을까?
└500이나??
└500이 뭐여 천만원은 그냥 넘을 걸?
└ㅁㅊ 천만원은 에반데
솔직하게 자랑하면 속은 편할 것이다.
하지만 뒷감당이 결코 고울 수가 없다.
한국 사회는 돈에 대해 배타적인 시선을 가졌다.
1000년 이상 뿌리 깊게 박힌 유교 사상의 영향이다.
는 개뿔이고, 그냥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못 잡아먹어서 안달나는 사람이 꼭 생긴다.
"프로지망생으로서 경험과 견문을 넓히고, 제 실력을 증명하며, 유감스러운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발품을 팔았을 뿐입니다."
"약간 정치인들 비리 해명 느낌 아녀? 뭔가 좀 있는 거 같긴 혀."
"……."
└더 벌었나 본데??
└대체 얼마나 꿍쳐뒀길래
└뒷거래라도 했나……
└이러니까 다크라고 의심 받지ㅋㅋㅋ
그렇다고 만만히 봐주는 나라도 아니긴 하다.
이슈가 터지면 과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 점을 인지하고 활용한다면 문제 없는 이야기다.
"채팅창에서 말 나오는 것처럼 쫌 벌기는 했는데…… 어차피 더 못해요."
"아, 그래? 왜? 캐리하다가 암 걸이라도 걸렸나?"
"진짜 별의별 경우 다 있긴 했죠."
개인 방송, 게스트로 온 만큼 방송 진행도 중요하다.
사람들의 관심이 제법 집중돼있는 화제.
썰을 푸는 것만으로도 이목을 돌릴 수 있다.
"한 번은 커플이 있더라고요."
"이뻐?"
"자세히는 말씀드리기 뭣하고, 게임 티어와 비례했다 까지만."
└혜지랑 게임 했누ㅋㅋㅋ
└브론즈 아니면 실버 예상합니다
└커플 사이에서 노예짓을……
이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일까?
이성적으로는 그런데 본능의 영역이다.
여자 이야기가 나오면 자동으로 나오는 질문.
하지만 임자가 있으신 분이다.
남의 여자인 시점에서 관심이 안 간다.
남의 여자에 관심을 두는 건 히토미를 켰을 때 뿐이다.
"진짜 돈 받고 하는 거 아니었으면 컵라면 집어던지고 나왔죠."
"그러긴 혀. 솔직히 나 같은 사람 한두 명만 있어도 캐리하는 입장에선 어지간히 답답할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