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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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는 프로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잠자코 눈치를 살피고 있었을 뿐이다.

과연 그가 다크인지, 혹은 또 다른 논란이 있는 유저는 아닌지.

게임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프로게이머에게 요구되는 건 비단 실력만이 아니다.

최소한 용인되는 수준의 인성과 사회성이 밑바탕돼야 한다.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하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 * *

Keg의 예선전 기간은 길다.

이는 홍보가 어려운 아마추어 대회의 특성에 기인한 것.

불특정 다수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 여유롭게 참가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배려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데 있다.

경쟁 대회, 라고 하기에는 비교하기가 민망하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의 롤팬들이 주목하는 LCK가 열리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 진행 기간이 6월부터 8월까지.

정확하게 Keg의 예선전 기간과 맞물린다.

2014 LCK 섬머 시즌은 성황리에 막을 내리고 있다.

〈아~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LCK의 해설자, 강민철 해설의 외침과 함께 그어진다.

결승전 다섯 번째 세트.

5전 3선승제의 마지막 매치다.

「우리에게 돈!」

양팀의 희비를 가리게 될 거의 마지막 한타가 일어났다.

그 승패가 눈에 잡힐 것처럼 보인다.

로키의 야흐오가 전장을 수놓는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초반부터 기세를 몰아 밀어붙인 KTX 롤스터A.

초반 불리함을 딛고 한타 뚝심을 보여준 삼선 블루.

무너질 듯 간신히 이어지던 힘의 균형에 쐐기가 박힌다.

〈e스포츠의 성지 부산의 해운대가 선택한 핫식스 롤챔스 섬머 2014 대망의 우승팀!! 여러분~~ 큰 박수로 축복해주시길 바랍니다~!!〉

스프링 시즌 패자인 삼선 블루가 무릎을 꿇었다.

KTX 롤스터A의 역전승이 세간을 전율시킨다.

그렇게 섬머 시즌은 끝이 났지만 끝이 아니다.

또 다른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우승팀이 탄생하게 된 만큼 당연하다.

활약했던 선수들은 명실상부 스타 반열에 오른다.

우승에 가장 지대한 공헌을 했던 로키 선수와 까메오 선수.

섬머 시즌이 낳은 세 명의 스타에 손 꼽히게 되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안녕하세요, 취우룡 감독님! 준우승 무척 아쉬우셨겠어요~.〉

〈아쉽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 세트까지 접전을 펼쳤다는 것에 의의를…….〉

흔히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 매정한 소리가 패자를 채찍질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팀에 스토리가 있다.

팬층 또한 당연히 존재한다.

이렇듯 인터뷰를 통해 사연을 풀어낸다.

아쉬웠던 결과를 보충할 다음 시즌의 계획 또한.

이는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너희는 그래도 준우승이라도 했지.

그것도 못한 팀들은 얼마나 맺힌 한이 많겠는가?

저마다 매스컴을 통해서 밝힌 포부가 있다.

그중 공통적으로 잡히는 내용이 있다.

자극적인 두 글자가 사람들의 인상에 남는다.

「雷神 최우룡이 눈독 들이는 신인 선수가 있다?」

「짐에어 그릴윙스 권상용 감독, 마왕 영입하고 싶은 인재.」

「인터뷰로 떴다?! 말로만 듣던 그 이름, '마왕' 그는 누구인가?」

물론 모든 감독들이 자발적으로 이야기를 한 건 아니다.

기자들이 기사의 소재를 위해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적잖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무려 LCK,, 한국 1부 리그팀들의 감독이다.

전세계 롤 관계자들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무대다.

그런 곳에서 아직 데뷔도 안 한 아마추어가 거론된다?

섬머 시즌이 낳은 세 명의 스타.

그중 하나로 당당히 손 꼽히기에 이른다.

앞으로의 행보에 더더욱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 * *

세간에서는 화제가 되고 있다.

섬머 시즌이 끝나며 더더욱 지대해진 Keg에 대한 관심.

정확히는 마왕의 기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다.

하지만 이에 참가하는 당사자들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마왕이 어느 팀과도 접점을 가지지 않았다.

"그 녀석 어느 팀에 들어갈 것 같아?"

"글쎄…… 돈 많이 주는 쪽에 가겠지."

"아니, 그럴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교섭이라도 했겠지."

한 PC방에서 다섯 명의 남자가 잡담을 나누고 있다.

게임을 하면서.

얼핏 그렇게 보일 수 있으나 나름대로 진지한 연습이다.

그들은 Keg 본선에 진출한 한 팀이다.

이렇듯 모여서 대회를 준비하곤 한다.

정식 프로팀이 아닌 만큼 PC방인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니가 생각을?"

"개씹소리 하지 마시구연."

예선도 아닌 본선이다.

본?군壙姑?팀을 바꿀 수도 없다.

탈락한 시점에서 그 사람의 Keg는 끝나는 셈이다.

때문에 이제는 돈보다 실력을 볼 것이다.

정말로 우승이 가능한 팀을 구할 것이다.

그럭저럭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그럼 우리도 제안을 해보자. 상금 좀 떼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실력으로 따진다면 뭐……."

"멍청아, 쪽지가 한두 통 오겠냐? 요즘 막 인터뷰로도 떠서 게임단에서 러브콜이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언제 우리 쪽지 보고, 고민하고, 답장을 주겠냐? 이틀 남은 시점에서."

그들은 정말로 진지하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적인 면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마왕을 영입한다면 현실적으로 꿈꿔볼 만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다.

묘안이긴 했는데 너무 늦게 떠올렸다.

현재 시각 8월 29일 오후 3시.

본선 진출팀의 명단 마감 날짜는 8월 31일 23시 59분 59초까지다.

제안은 전달하고, 이를 검토하고, 확답을 받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어디까지나 그냥 큐 잡는 시간에 재미삼아 한 잡담.

"조금 떼주는 정도로는 안될 것 같은데."

"그럼 다 주면 되지. 뭐 아쉬울 게 있다고. 당장 우승하는 게 급선무구만."

"너 지금 누구랑 얘기 하냐?"

"……어??"

자신의 자리는 가장 오른쪽.

팀원들은 전부 왼쪽에 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까무러칠 뻔한다.

소문의 당사자가 눈앞에 있었다.

Keg의 본선.

그 치열함은 예선보다 더할 수밖에 없다.

PC방 대회 형식이었던 예선과 달리 '진짜' 대회가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참가팀 하나하나가 예선전의 우승팀들.

전반적인 대회의 수준 자체가 비교를 불허한다.

지는 순간 재참가도 불가능하니 부담감도 극에 달한다.

즉,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간절하다.

그런 상황에서 예선전을 휩쓴 장본인.

내가 장사에 들어간다면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오를 것이다.

'그 혜지 친구와 풋풋한 그분처럼 돈이 많으신 분들이 한둘이 아니거든.'

예선전처럼 이곳저곳 쑤시고 다닐 수 없다는 건 아쉽다.

대신 한 곳에서 작정하고 후려칠 수 있다.

그만한 돈을 지불할 능력이 되나?

세상엔 금전 감각이 남다른 분들이 계신다.

원하는 대로 이겨주고, 매스컴에 이슈가 된다.

인지도를 돈을 주고 산다는 느낌으로 흔쾌히 지불한다.

당연하게도 자기가 직접 벌었을 리는 없겠지만.

소위 말하는 수저를 단단하게 물고 나왔을 것이다.

그 돈의 행방이 어디서 나왔든 내가 상관할 문제는 아니다.

'나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하지만 너무 생각 없이 먹었다간 체할 수 있다.

대통령배 e스포츠 대회 Keg.

그 영향력을 절대로 만만히 봐서는 안될 대회다.

e스포츠 협회가 직접 주관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본선부터는 매스컴도 제법 관심을 가진다.

결선부터는 방송까지 타니 더더욱이다.

최근 여러 사건 등을 통해 관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고작 한 마리의 잉어를 잡기 위해 큰입배스가 될 수는 없다.

만약 또다시 논란을 낳는다면 다크로 오해 받았다는 사실이 면죄부가 되어주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Keg는 마음만 먹으면 우승해."

"아, 뭐 마왕님 실력이라면야……."

"우승은 당연한 거고, 진짜는 그로 인해 얻을 시드권이지."

Keg의 우승과, 그로 인해 얻을 부수입은 분명 쏠쏠하다.

아마추어 치고는 과한 인지도.

적어도 1,2년은 먹고 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한 돈.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고작 그 정도가 아니니까.'

아니, 뭐 사실 나는 천천히 가고 싶다.

나이 30 가까워지면 버라이어티하게 살고 싶지 않다.

20대 때처럼 꿈과 열정을 불태우며 불확실한 미래에 과감한 투자!

그보다는 행복과 편안함으로 둘러 쌓인 안빈낙도가 마음에 든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감상일 수 있겠지만 도전 정신이 줄어드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 현재 상황은 그런 안일한 선택을 용인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형 말은 Keg를 우승하고 시드권 뽑아서 개스파컵에 도전……하실 거란 말씀이세요?"

"왜?"

"아니 뭐……, 저희도 시드권이 주어진다는 건 아는데……."

혜지 친구 비위 맞춰주면서 우리 혜지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런 익사이팅한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하다.

때문에 정말로 전력이 될 팀을 알아보고 있다.

서울 강서구 지역 예선 출신의 우승팀.

Keg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팀 중 가장 흥미가 갔다.

그들이 주로 연습하러 온다는 PC방까지 찾아온 이유다.

"아무튼 말씀은 알겠어요. 와주신 것도 황송하고, 저희도 당연히 함께 하고 싶고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아시고 찾아오신 거에요?"

눈앞에 있는 남자.

내 입장에서는 꼬꼬마.

올해로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친구다.

e스포츠판 신인들의 평균 연령을 생각하면 어릴 것도 없다.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는 분명 어리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하지는 않아도 다소 당황할 수는 있는 노릇이다.

"내가 말했어."

"어, 니가? 어떻게?"

"어제…… 솔랭에서 만났는데 물으시더라고."

해강고원딜킹.

강서구 우승팀의 에이스다.

가장 점수가 높으며, 대외적인 인지도도 상당하다.

그의 말대로 어제 솔로랭크에서 만났다.

천상계 구간에서는 그다지 드문 일도 아니다.

인베 때 안부 묻는 듯한 질문으로 넌지시 캐봤다.

[0:41] 잘하는사람 (힐라카): 해강고 급식님도 Keg 참가해요?

[0:45] 해강고원딜킹 (도라이븐): 네ㅎㅎ 친구들이랑

[0:50] 잘하는사람 (힐라카): 근왜강?(근데 왜 강서구 대표냐는 뜻ㅎ)

급식 감성에 맞추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 보람이 있었던 듯 말투가 흡족하다.

아무튼 그 과정에서.

[1:21] 해강고원딜킹 (도라이븐): 저는 부산 사는데 다른 얘들이 다 서울이라 강서구에서 하기로 했어요~

Keg의 출전 방식은 기본적으로 지역 대표다.

그 편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기에도 괜찮다.

하지만 그걸 다 지키기에는 제한되는 사항이 많다.

'사실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는데.'

이야기를 꺼내는 서두로서 물어봤다.

보통 어디서 연습을 한다고 본인이 말하더라.

내가 구태여 시시콜콜하게 의심스럽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1:31] 해강고원딜킹 (도라이븐): 근왜섶…… 다른 라인으로 캐리해주시지;;

[1:34] 잘하는사람 (힐라카): 오늘 하루 혜지와 일심동체입니다

물론 이 점은 의심스러울 수 있다.

내가 혜지 친구를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나.

한 번쯤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니고.

'알고는 있었지만 실력적으로는 나쁘지 않아.'

테스트와 손풀기의 일환이었다.

여러 포지션을 해보며 메타 파악을 해야 한다.

더불어 강서구팀이 가진 포텐셜을 시뮬레이션 해본다.

그 결과, 합격점이었다는 소리다.

반대로 내가 합격을 못 받으면 난감하겠지.

물론 이겼으니 지금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할 수 있다.

"너는 그럼 알고 있었네! 왜 말도 안 했어 섭섭하게."

"아니, 서포터로 트롤…… 이 아니라 합이 잘 안 맞길래 그랬지."

"……."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는 노릇이다.

그걸 감안해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다.

서포터는 전문 분야가 아니다.

'너무 오랜만에 하기도 했고, 돌아온 피지컬에 심취해있다 보니 서포터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어.'

레이싱카를 운전하는 감각 그대로 티코, 혹은 마티즈를 풀액셀 밟아버렸다는 느낌이다.

서포터의 경우 개인기 보다 아군 케어와 전체적인 게임 판도를 읽는데 초점을 둔다.

몇 판 더 하면 나아지겠지만 첫 판은 아무래도 어쩔 수가 없다.

어쨌든 간에 나머지 라인 실력은 확실하다.

장본인도 알고 있으니 말을 했을 것이다.

교섭이랄 것도 없이 간단하게 진행된다.

"팀에 들어와 주시면 저희야 당연히 좋죠. 근데 저희는 돈이……."

"상금! 이면 되나요?"

"그래, 이해가 빨라서 좋네."

Keg도 대회인 만큼 당연히 상금이 있다.

예선 우승 상금이 20만원.

본선 우승 상금이 100만원이다.

'그리고 최종 결선은 천만원이지.'

아마추어 대회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규모다.

특히 외국도 아니고 한국이니 이 이상은 없다.

총 1100만원을 고스란히 내 주머니에 넣는다.

"그걸 전부 다요?!"

"너 아까 우승하는 게 급선무니 다 줘도 안 아쉽다며?"

"아, 뭐…… 그러긴 했지. 근데 다는 좀 그렇긴 하잖아."

팀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막상 현실로 다가오면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게다가 약속도 없이 만난 만큼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답하기는 힘들 거야.'

n분의 1.

나눈다 해도 각자 200만원은 손에 들린다.

세금을 제하기는 하겠지만 적은 액수가 아니다.

고등학생에게는 더더욱.

돈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생각할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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