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201)

그 고민을 한 방에 날려줄 수 있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Keg만 생각하지 말고 그 이후를 생각해."

"이후라면……?"

"시드권. 계약은 개스파컵까지 유효해."

Keg가 단순한 아마추어 대회와 구별되는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우승팀과 준우승팀에게는 한 가지 특별한 선택지가 부여된다.

그것은 바로 개스파컵에 참가할 수 있는 시드권.

총상금 1억원.

우승 상금 5천 만원.

롤챔스에 준하는 권위까지 가진 국내 프로 대회다.

개스파컵에 참가하는 출전팀들.

고만고만한 2부 리그 듣도 보도 못한 팀들이 아니다.

롤 유저인 이상 모를 수가 없는 LCK 1부 리그의 황금 전력이 총집합 한다.

"……미쳤어요?"

"진심이야."

때문에 최근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고작 아마추어들이 가서 뭘 하겠다고?

e스포츠 협회가 대회 흥행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거 아니냐고.

그들의 사정 따위는 알 바가 아니다.

중요한 건 실현이 가능한 The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현실성이 보다 선명하게 와 닿게 된 참이다.

"승산이 없다고 생각해? 정말로?"

""…….""

이야기를 듣던 태도도, 시선도 180도 달라진다.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에게는 사뭇 진지한 이야기다.

이전까지의 고민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침을 삼킨다.

꿀꺽!

프로 진출의 가능성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스파컵에 출전해 웬만큼의 선전만 한다?

눈도장을 거의 확실하게 찍을 수 있다.

코치였던 내가 보증한다.

LCK팀에서 무조건 스카웃 제의가 들어온다.

시야를 조금 더 넓히면 최소 해외 선수로도발탁이 가능하다.

"그래도 아직 상금이 아까워?"

"……전혀요."

즉답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물론 당장은 흥분감에 가득 차있다.

흥분이 식으면 현자 타임이 분명 올 것이다.

개스파컵은…… 에바참치였나?

괜히 나갔다가 개쪽 당하면 어쩌지?

확-! 뜰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 반대도 가능하다.

점멸이라도 잘못 쓰면 커뮤니티에서 조리돌림 제대로 당한다.

멘탈이 맷돌에 곡식 갈듯 가루가 되게 빻인다.

하지만 당장은 흥분감이, 분위기가 앞선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다시 한 번 밟아나가는 프로의 길.

그 시작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판을 벌렸다.

리스크로 따지자면 이 녀석들 걱정을 할 때가 아니다.

아무리 가능성이 충만해도 쉽사리 시도하기 힘들다.

불과 얼마 전의 나였다면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젊어진 신체가 정신에도 영향을 주는 걸까?

최근의 나는 진취적인 도전욕이 끓어오른다.

나름대로 계산과 확신을 가지고 던지는 도박이다.

충분히 이루어낼 가능성이 넘친다고 생각한다.

"그럼 바로 로스터 등록부터 할까요? 접수 마감이 얼마 안 남아서."

예선전과 달리 규정 또한 본격적이다.

선수 본인의 정확한 신상이 요구된다.

중복 참가가 불가능한 이유다.

당연하게도 그 신상에는 아이디도 포함된다.

나를 의미하게 될 아이디.

내가 짊어질 이름.

'정해져 있잖아.'

조금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정도도 감내하지 못한다면 어림없는 길이다.

내심 가장 고민 덩어리였던 부분을 내려 놓은 차.

"근데…… 형?"

"왜."

"형 맞죠? 970616이면 동갑 같은데."

"……."

다음 고민거리가 생겨버렸다.

늘 형 노릇을 하다 보니 까먹고 있었네.

"빠른이야 빠른."

"6월생인데……."

"출생의 비밀이 있어서 그래. 내 인생이 반쯤 드라마야."

"아, 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 * *

한동안 잠잠하던 이야기다.

장본인이 솔로랭크 외의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반드시 다시 타오를 떡밥이다.

Keg의 본선 개막과 함께 달아오른다.

온갖 소문을 몰고 다니는 그가 어느 팀 소속으로 참가했을지.

└돈 많이 주는데 가겠지~

└ㅋㅋ돈독 제대로 오른 놈임

└다크가 대리인 쓰는 거라 참가 못함 ㅇㄱㄹㅇ

└흠, 글쎄…… 참가하나 안 하나 두고 봐야지

아직도 밉살맞게 보는 여론은 분명히 있다.

한국 사회는 돈을 밝히는 사람을 천시한다.

유교 사상의 영향이 뿌리 깊게 남아있다.

그 외에도 여전히 루머를 믿는 사람.

상황에 따라 태세를 전환하려는 사람.

팝콘을 뜯고 여유롭게 관전하는 사람.

그들 모두의 입을 다물어지게 만든다.

특별한 반전 없이 참가 명단에 올라왔다.

그들 중 하나에는 확실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문제다.

커뮤니티에서만 떠돌던 이야기.

장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 이야기.

『Keg 강서구』

JGL 최창민- Satan

기대에 고스란히 부응한다.

진짜 마왕의 등장이었다.

e스포츠의 9월.

공백의 시즌이다.

섬머 시즌은 끝났고, 롤드컵은 한참 남았다.

때마침 타오르는 떡밥은 매혹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근데 Keg가 뭐임?

뭔데 요즘 막 호들갑임?

└뭔지도 모르고 떡밥 낀 거냐;;

글쓴이-모를 수도 있지 마!

└경상도 말투네. 그럼 경상도 응원해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Keg.

국내 최고, 최대의 아마추어 대회라는 명성은 허명이 아니다.

전국에서 참가팀을 모집해 총 3단계에 걸쳐 대회를 진행한다.

120여 PC방에서 선출하는 지역 예선.

각 지역 대표팀을 추려내는 지역 본선.

그리고 최종 우승팀을 가려내는 결선까지.

올라갈수록 행정 구역의 단위가 커진다.

결선에 이르면 몇몇 큰 광역시, 그리고 도.

현재 치러지는 지역 본선은 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Keg가 뭔지 드디어 알았음

전국 규모의 좆밥 리그였네

└좆밥 리그ㅋㅋㅋㅋㅋㅋ

└열심히 뛰는 선수들은 무슨 죄야……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지 ㅋ;

프로 지망생들에게는 이보다 더 간절할 수 없는 기회다.

프로게이머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입장이 다른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평소 2부 리그도 잘 챙겨보지 않는다.

까놓고 말해서 좆밥 리그.

표현은 과해도 의미 자체는 사실 이해가 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와 닿는 체감이 그 정도였다.

한 가지 정보가 알려지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Keg가 개스파컵에 직결된다는 것.

─Keg 1,2위팀은 개스파컵에서 볼 수 있는 거야?

그럼 팀 이름 그대로 달고 나와?

충청도가 우승하면 Keg 충청도 이런 식으로?

└Keg 충청도…… 뭔가 좀 없어 보이는데

글쓴이-다시는 충청도를 무시하지 마라ㅂㄷㅂㄷ

└미드~~~로밍~~~가~유우~~~

└충청도가 다 박살내고 우승하면 그리 되겠지

2014년도 말부터 LCK의 윈터 시즌이 사라진다.

그 대체제의 성격으로 생긴 대회가 바로 개스파컵.

그런 만큼 롤챔스급은 아니더라도 준하는 권위가 있다.

만약 자신의 지역 대표팀이 시드권을 얻는다?

자랑스럽지는 않아도, 흥미진진해지는 게 사실이다.

현재 Keg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

하지만 벌써부터 야단법석 떨 것은 없는 일이다.

결선까지 쿨타임을 기다려도 될 텐데.

본선부터 화두가 타오르게 만든 이는 다름이 아니었다.

* * *

Keg의 지역 본선.

약 2주에 걸쳐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서울이다.

인구수가 가장 많은 지역.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

대한민국의 수도이기도 한 만??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분명 이상하다.

e스포츠협회가 준비한 소규모의 경기장.

과도한 인파로 북적거리다 못해 미어터지고 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강서구 Satan님이 학살 중입니다!

단 한 명의 선수로 인해 야기되었다.

소문에 결코 모자라지 않은 실력이다.

직접 눈에 담기 위해 발품을 아끼지 않고 찾아왔다.

"진짜 잘하는데? 저 정도면 프로급 아니야?"

"플레이가 깔끔해~."

"방금 킬각은 와……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어!"

수십 명에 달하는 일반 관중.

경기장이 일반 공개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참가팀의 지인들을 위한 것이다.

주최측도 예상하지 못한 기현상이 펼쳐진다.

고작 그 정도의 일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도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 확실히 뭔가 있긴 있어. 될 놈이야."

"그렇다니까? 내가 그래서 말했잖아."

"아니, 뭐 내가 안 믿었냐? 좀 더 지켜보자고만 말했지."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눈다.

눈에 띄지 않게 조심을 해도 티가 난다.

몇몇 그룹은 딱 봐도 일반인들과 분위기가 다르다.

국내 프로게임단에서 나온 관계자들이다.

벌써부터 신인 선수를 모집하기 위해 관심을 가지나?

섬머 시즌 직후라는 시기상 그 이유도 없지는 않겠지만.

"Keg 끝나기 전에 우리가 빼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내년 예산이 되려나?"

"예비로 뽑자는 게 아니라 주전으로 활용할 걸 전제로……"

최근 이슈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대형 신인이다.

이미 적지 않은 감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실질적인 영입으로 이어지는 건 자연스럽다.

하물며 그는 아직 아마추어다.

특정 게임단 소속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협상에 제한이 없으니 더욱 구미가 당긴다.

『템퍼링 금지 정책』

프로 선수는 소속 게임단을 통하지 않으면 협상 자체를 못한다.

우리팀에 들어오는 건 어떻게 생각해?

이런 유도적인 설득도 할 수 없다.

아마추어라면 자신들의 온갖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

Keg가 채 끝나기도 전부터 신경전이 오간다.

그 대상은 비단 마왕만의 일이 아니다.

파앙!

파앙!

로드 오브 로드는 팀 게임.

에이스 외의 나머지 선수들도 낙수 효과를 제대로 받는다.

관계자들이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다.

그럴 만한 활약을 못하면 모를까.

한다면 당연히 이야기가 달라진다.

평가를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소리다.

도끼가 튀어 오르며 서커스가 시작된다.

해강고원딜킹.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챔피언이다.

도라이븐의 슈퍼 플레이가 시선을 이끈다.

도끼를 당연한 듯 잡아 채며 달려나간다.

패기에 밀려버린 시점에서 죽음이다.

와아아아-!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명장면.

그야말로 학살의 공연을 펼치고 있다.

마왕, 그 뿐만 아니라 팀원들도 어지간하다.

"해강고는 원래부터 유명했던 얘지?"

"아마추어 중에서는 눈 여겨볼 인재죠. 원챔 유저라는 점이 애매하긴 한데."

도라이븐 하나는 끝판왕이다.

그만한 평가를 받고 있는 아마추어다.

Keg 이전부터 세간에 익히 알려져 왔다.

문제가 있다면 도라이븐을 제외한 챔프폭.

프로씬에서 챔피언폭은 굉장히 중요하다.

실력이 있음에도 저평가를 받는 이유다.

몇몇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약점은 극복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어쩌면 Keg를 통해 그 계기를 잡을지도 모른다.

"마왕도 마왕이지만 나머지 얘들도 물건이야."

"그냥 팀 전체를 빼오는 방향으로……."

"감독님께 당장 연락 드려! 예산 어디까지 뺄 수 있나 빨리!"

강서구 대표팀의 승리가 이어진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도 점점 커진다.

관계자들의 고민 또한 무거워지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일고 있는 논란.

허명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현장의 증언들에 의해 더욱 힘이 실릴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입니다. 오늘의 승리와 최근 이슈가 되는 내용에 대해 여쭙고 싶……."

"짤막하게 인터뷰 해주시면 저희가 사은품도 드리고 그러거든요? 포모스 아시죠?"

.

.

.

기자들이 선수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얼핏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LCK에서는 지극히 일상적이다.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수많은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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