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201)

그 대부분이 당연 인터뷰를 기반으로 써있다.

유명 선수들에 대한 인터뷰 경쟁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LCK가 아니다.

고작해야 아마추어 리그의 본선 무대.

관심이 집중되는 기현상은 가히 진귀한 일이다.

그만큼 화제가 쏟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화제가 곧 일거리인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간절하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강서구 대표팀은 인파에 둘러 쌓인다.

─직관 왔는데 마왕팀 장난 아니네

마왕은 이름값 하는 거 같고

팀원들도 다 잘하는 얘들이야

심지어 해강고도 있다?

└와, 아마추어 원딜 원탑 해강고까지ㄷㄷ

└무슨 아마추어 드림팀을 만들어 놨네

글쓴이-경기 보고  딱 느낌! 얘네가 우승이라고

└ㄹㅇ 저 정도 전력이면 개스파컵에서 먹힐 듯

커뮤니티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안 그래도 높은 수준의 전력을 갖췄다.

마왕까지 꼈으니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다.

「[Keg] 화제의 서울 지역 본선. 마왕, 그가 나타났다?」

「[Keg] Keg 강서구 파죽의 4연승! 역대급 신인팀의 등장」

「[Keg]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블록버스터급 대형 신인!」

올라오는 기사들의 내용 또한 이를 부추긴다.

역대급 신인팀의 탄생이라며 띄워주고 있다.

카메라에 찍힌 선수들의 표정도 해맑다.

어디 살면서 이만한 관심을 받아본 적 있을까?

곧 프로로 데뷔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꿈을 꾼다.

단 한 명 만큼은 현실에서 사는 듯한 표정을 진다.

호들갑스러운 주변 분위기에 맞추지 않는다.

가장 화제의 중심에 있을 장본인.

마왕의 표정은 텁텁하기만 하다.

* * *

"잉벤에서 나왔는데 혹시 인터뷰 가능하신가요?"

"다크 아닙니다."

"아뇨, 그게 그……."

막 대학교를 졸업한 나이로 보이는 새내기다.

여성 기자의 물음에 무심하게 대꾸한다.

사실 그런 게 아닌 걸 알고는 있는데.

'기분이 좀 안 좋아서.'

Keg의 본선은 총 3일에 걸쳐 진행된다.

오늘은 1일차의 오후.

오전에 이어 오후도 현장 분위기가 바쁘다.

생각 이상으로 매스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 관심이다.

이름값과 몸값을 높이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하지만 내가 그걸 원하는 건 감당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본격적이라 걱정했는데 별 거 없네."

"부스에서 하는 것도 익숙해지니까 더 재밌지 않냐?"

"오히려 더 잘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나 무대 체질인가 봐!"

아마추어 선수들 대부분이 무대 경험이 없다.

첫 무대 경기였던 오전에는 제법 긴장을 했었다.

한 번 경험을 하고, 결과도 좋자 한층 풀어진 느낌이다.

"근데 창민이형은 하나도 긴장을 안 하네. 포커 페이스야 포커 페이스."

"그냥 뭐 평소대로 하는 거지."

"무슨 시작부터 만렙 찍고 오셨나 봐요. 이런 게 재능인가?"

대충 그런 느낌이긴 하다.

오프라인 대회를 어디 한두 번 경험해봤을까.

그냥 이제는 내 집처럼 편안한 장소까지는 아니다.

'대회라는 장소 자체가 아무리 베테랑 선수라도 편안할 수는 없어.'

익숙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렇듯 다운그레이드된 장소.

아마추어 대회는 별 감흥이 안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뷰도 엄청 술술 잘하더라. 난 긴장해서 말을 못하겠던데."

"형이 다 알려주고 하니까 저희도 이제 적응된 것 같아요."

강서구 PC방에서의 첫 만남 이후.

한 팀이 되어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출생의 비밀을 인정 받아 형 노릇도 여전히 유지 중이다.

'내가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니 나는 물론 우리 엄마도 금시초문이겠지만.'

아무튼 그런 설정이다.

연장자의 입장인 게 여러모로 편하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이치다.

그 입장을 살려 단기간에 외딴 팀에 녹아들 수 있었다.

연습 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

경기력도, 성적도 이슈가 될 만큼 잘 나오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더 문제인 거야.'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매스컴의 관심이 도리어 독이 되고 있다.

이대로는 개스파컵은 커녕 Keg조차 불투명하다.

팀을 결성한지 고작 나흘.

Keg의 지역 본선이 시작하고 말았다.

하필 서울 일정이 이르게 잡힌 바람에 난감하게 되었다.

손발을 맞추기에 지나치게 촉박하다.

다른 팀들은 2개월도 더 전에 결성되었을 것이다.

팀워크라는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예선전과 달리 전반적인 상대 수준도 올라갔다.

상대팀 하나하나가 예선전 우승팀인 만큼 당연하다.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너무 이르게 대회를 치렀는데.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강서구 해강고님이 학살 중입니다!

정말 무난하게 전 라인을 박살 내고 있다.

구태여 내가 손 뻗고 나설 필요가 없을 정도다.

사실 이렇게 되리란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팀워크고 나발이고 롤은 기본 스펙이 깡패야.'

내가 속한 Keg 강서구팀.

평균 티어가 무려 챌린저에 육박한다.

괜히 하고 많은 팀들 중에 이 팀을 고른 게 아니다.

예선전 진출팀들의 평균 수준을 한참은 웃돈다.

그중 상당수가 내 손을 거친 만큼 잘 알고 있다.

낮은 팀은 다이아 다섯이 겨우 뭉쳐있고 그런다.

'어떤 팀은 혜지 친구도 껴있고.'

우리 혜지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은 본선 무대에서는 있을 수가 없다.

그때도 내가 전력으로 커버를 쳐서 그렇지.

정상적인 구도면 절대 그렇게는 안됐다.

"오후도 쉽게 쉽게 가겠네."

"Keg 서울은 무난하게 먹어줘야지."

"이거 또 끝나면 인터뷰 하고 그러려나? 뭐라고 말해야 좋으려나~."

목도+99가 지존템이 될 수 있는 건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기본 스펙이 안 좋으면 강화에도 한계가 있다.

팀 게임의 호흡도 넓은 의미에선 마찬가지다.

팀워크를 맞추지 않은 챌린저.

팀워크를 오랫동안 맞춰온 다이아.

아무리 강화를 해봤자 기본적인 역량 차이를 뒤집는 건 힘들다.

물론 변수 정도는 있다.

조금 더 강한 팀이라면 해볼 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말뚝처럼 버티고 서있는 이상 그마저도 사라진다.

본선의 흥행은 당연했다는 소리다.

한 치의 예상도 벗어나지 않은 채 흘러간다.

여론 또한 좋으니 얼핏 일이 잘 풀린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송파구 김민태님이 강서구 해강고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야……!! 그거 들어가는 거 오바잖아."

"미안~ 너무 유리해서 오바 좀 했다."

오바라고 부르고 뇌절이라 읽는다.

아군이 무리한 다이브 끝에 킬을 헌납했다.

그 탓에 서포터까지 빨려 들듯 사망하고 만다.

물론 승패에 영향을 줄 정도의 실수는 아니다.

그 정도로 전체적인 상황이 크게 유리하다.

만에 하나 진다고 해도 다음 기회가 있다.

본선 무대는 기본적으로 다전제.

첫 번째 세트를 깔끔하게 이긴 마당이다.

자기 딴에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칠지 모른다.

'아니……, 주제를 알아야지.'

너무 기가 차서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다른 라인도 실수가 연신 터져 나온다.

단순한 뇌절에 의해 게임이 비벼진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허겁지겁 만회해보려 하지만 상대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전원 마스터 티어의 실력자.

지금까지 만났던 상대 중 가장 강하다.

결국 두 번째 세트를 패배하고 만다.

들떴던 현장의 분위기도 가라앉는다.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얼굴색이 변한다.

"니들 그 생각하지?"

"아뇨, 죄송……."

"왜 내가 캐리 안 해줬냐고. 맞아, 이겨줄 수 있었어."

아군이 던지던 말던 내 플레이 한다.

혹은 던지는 걸 예상하고 커버해준다.

하다 못해 몇 마디 갈궈서 정신 차리게 만들어줄 수도 있었다.

방법은 너무 차고 넘쳐서 일일이 따지기도 귀찮다.

다 알고 있음에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

패배 만큼 많은 걸 깨달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본선 무대는 이기는 게 당연한 거야.'

애초부터 예상을 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대충 넘긴다의 동의어는 아니다.

이기는 과정 속에서 이유를 찾고,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이유 없는, 기본기 뿐인 승리는 일말의 가치도 없다.

오히려 허파에 바람만 들어가서 기고만장해진다.

진짜 난적을 만났을 때 아차 해봤자 늦는다.

"결선 가서 깨지고, 발등에 불 떨어져서 멘탈 나갈 때까지 내가 두고 봤어야 했는데 괜히 브레이크 걸었다. 그치?"

"형 진짜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진짜 열심히 잘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네. 야, 잘하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는 건 철저한 일반 유저들의 관점이다.

코치의 관점에서 보자면 잘하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잘한다는 건 단순한 결과에 불과해.'

상대가 못해서.

운빨이 좋아서.

여러가지 변수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된다.

때문에 잘하는 것에 목매는 건 나쁜 습관이다

도리어 잘하려다 실수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솔킬을 따는 자신.

시야를 장악하는 자신.

잘한 결과만을 생각하다 이성을 잃고 폭주해버린다.

세간에서는 이를 뇌절이라 부른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매 순간 최선을 다 해. 네가 만약에 쏘우에 나오는 폭탄 목걸이를 장착하고 게임을 했어도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근데 만약에…… 최선을 다 했는데도 져서 터지면 어떡해요."

"최소한 하느님한테 하소연할 말은 생기겠지."

""…….""

그런 거다.

최선을 다 한다고 꼭 결과가 좋으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후회가 남진 않잖아.'

그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데 어떡해!

운 좋으면 하느님이 천국 프리패스권이라도 끊어주시겠지.

운 나쁘면 안 끊어줄 수도 있고.

야속하지만 세상이 원래 그러하다.

특히 롤판, 프로게이머 세계는 더더욱 그러하다.

운이 안 좋으면 기회조차 잡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겪어왔다.

손 내민 자를 매몰차게 대하진 않는다.

모처럼 잡은 기회.

허망하게 날릴지는 본인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좆도 아닌 거 같은 새끼가 잘난 척 하니까 고깝지? 그 마음 이해하는데, 그 좆도 아닌 거 같은 새끼를 니들이 선택했잖아. 다시 한 번 선택해."

적당히 캐리 받으면서 우승할지.

진지하게 Keg의 우승, 그 이상을 넘볼지.

구태여 대답까지 확인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 * *

한 번의 패배.

새하얀 눈밭 위에 새겨진 발자국 하나와도 같다.

눈밭에 티끌 한 점 없을 때는 밟는 것이 망설여진다.

하지만 누군가 이미 밟았다면 고민조차 하지 않게 된다.

커뮤니티의 여론에 변화가 생긴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아마추어 드림팀은 개뿔이ㅋㅋㅋㅋ

마스터팀한테 쳐발리는 드림팀도 있냐?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고 빨아주더니ㅉㅉ

└다전제에서 한 판 진 건데 뭐 어때

글쓴이- 겨우 본선에서 졌다는 것 자체가 문제

└ㅇㅇ 드림팀 정도로 센 팀은 아닌 거 같음

└솔직히 거품이 너무 끼긴 했어~

불과 하루 전만 해도 그토록 난리가 아니었다.

역대급 신인팀의 등장!

블록버스터급 대형 신인의 탄생!

온갖 수식어가 총출동하며 띄워주기에 바빴다.

기사까지 올라오며 그 심리를 부추겼다.

하지만 한 번, 패배하고 말았다.

얕았던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 충격이다.

대중들의 시선 만큼 냉정한 게 없다.

쉽게 달아오른 만큼 쉽게 식는다.

─2부따리 롤챌스만 봐도 티어는 다 마스터, 챌린저임

그런데 1부 리그랑 수준 차이 하늘과 땅이잖아

아마추어들이 잘해봤자 우물 안 개구리야

└기대 받는 신인=긁지 않은 복권

글쓴이-나도 그렇게 생각함. 딱 이 정도

└설레발이 너무 과했음

└솔직히 마왕, 해강고 둘 빼면 듣보였지

유명 아마추어의 프로 데뷔.

혹은 그에 준하는 각종 이슈들.

주목을 받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지 않다.

그만큼 자극적인 화제이기 때문이다.

이 남자, 프로씬에서는 어떨까?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결말이 안 좋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지금 프로게이머가 된 이들도 과거에는 전부 촉망 받던 아마추어였다.

군계일학도 학들 사이에서는 한 마리의 학에 불과하다.

─그래도 마왕은 좀 다르지 않냐?

어제도 혼자 침착하게 잘하던데

솔로랭크도 요즘 완전 물 올랐어

승률 보니까 챌린저 1위도 찍을 기세임ㄷㄷ

└응, 걔도 거품 꺼지게 돼있어

└ㅋㅋ 프로게이머 중에 1위 찍어본 사람 수십 명 될 듯

└솔로랭크는 솔로랭크임

└팀 게임이랑은 다르지~

설사 눈에 조금 띈다고 한들.

막상 프로로 데뷔하면 허망하게 끝나는 케이스가 많다.

긁지 않은 복권이라는 비유가 있는 이유도, 복권처럼 당첨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방증하는 것이다.

어쩌다 무심코 긁은 복권.

당첨이 된다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꿀 파급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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