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 (43/201)

─강서구 Satan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Keg 서울 지역 본선 2일차.

어제와 마찬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강서구팀이 시종일관 밀어붙이며 승기를 점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분위기다.

요란스러웠던 어제의 관중석이 거짓말 같다.

숫자도 부쩍 줄어 관심이 빠졌다는 사실이 눈에 보인다.

"확실히 잘하긴 잘하는데……."

"상대가 못하니까 잘해 보이는 거지~."

"저러다 또 뇌절하고 던진다니까?"

관중들의 반응도 온도 차이가 현저하다.

커뮤니티의 여론에 영향을 받은 기미다.

똑같은 플레이라도 마치 부족한 것처럼 느껴진다.

철새와도 같은 대중들의 시선.

하지만 몇몇 관계자들은 눈치챈다.

관심이 꺼진 지금도 현장에 남은 이들이 있다.

"어제랑은 달리 침착하네."

"방금 탑갱 타이밍에 바텀 쭉 뺀 거 봤어?"

"봤지. 누가 오더 하는지도 몰라도 기본기가 돼있어."

일반 대중들의 시선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프로게임단의 감독, 코치, 혹은 기타 직무.

게임에 대해 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

더욱이 아마추어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평소 그들 업무의 절반 이상이 그것이다.

방송에서는 주전 선수들의 이야기만 다뤄지지만.

"한 번 깨졌던 게 피드백이 좀 됐나 봐?"

"우리 얘들도 저렇게 한 번만에 말을 들으면……."

"야, 한 번은 무슨. 열 번 말해서 듣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신인 선수라는 게 맨땅에서 그냥 뾰옹-!☆ 하고 튀어나오는 특이 생물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감독과 코치, 기타 직원들의 노고가 녹아있다.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평가한다는 소리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후의 대처와 태도다.

진지해진 태도는 물론 신속하며 안정적으로 탈바꿈한 경기력까지 감탄을 금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쿠우!

시야를 장악하고.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고.

그렇게 생긴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마왕의 리심이 적 정글러를 차버린다.

3인 당구가 작렬하며 한타가 개시한다.

안 그래도 유리한 상황에서, 유리하게 열려버리기까지 한 교전.

─트리플 킬!

강서구 해강고님이 학살 중입니다!

마무리……!

변수를 감안해도 이길 수밖에 없다.

군더더기 없는 승리.

한층 살아난 분위기 속에서 몇몇 기자들이 인터뷰를 건넨다.

"깔끔한 준결승 진출 축하드립니다! 아마추어답지 않은 경기력으로 화제를 낳고 계세요~."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제 같은 경우는 다소 아쉬운 경기도 있었거든요. 커뮤니티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리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픈 점을 콕 짚어오는 기자의 질문에도 마왕은 당황 한 점 내비치지 않는다.

부족한 부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넘어서야 할 의사소통 문제였다.

팀 내적으로 충분한 피드백이 오갔고, 결선 전까지 반드시 개선될 것이다.

물 흐르는 듯 쏟아지는 대답에 기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중견 프로게이머, 혹은 감독·코치를 상대하는 듯한 위압감.

그래도 다른 선수들은 풋풋한 반응을 보여줄 거라 생각했는데.

"패배를 계기로 보다 성숙해질 수 있도록 심력을 다하겠습니다."

"어제는 제가 좀…… 오바를 하는 바람에 헤헤."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에도 겸손함과 절제가 묻어있다.

불과 하루 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

프로게임단 관계자들 속에서 주가가 점점 더 올라간다.

로드 오브 로드는 팀 게임.

개인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솔로캐리를 하는 것도 결국은 벽에 부딪힌다는 소리다.

'상대가 어중이떠중이들이면 몰라도.'

수준이 점점 상승할 수밖에 없다.

뛰어난 한 손이 세 손, 네 손까지는 어찌저찌 막아도 열손은 감당하지 못하는 법이다.

RPG 게임 마냥 초기 능력치가 다르게 시작하는 것도 아니니 당연하다.

그렇기에 팀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혼자서 다섯 명의 역할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다섯 명을 키워내면 그만이다.

"뇌절 하는 놈 한 놈만 뽑아서 단무지랑 맨밥만 먹일 테니까 그리 알아라."

"에이~."

"농담 같아?"

""…….""

조금 스파르타식이 될 것 같지만 말이다.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시간이 매우 한정적이다.

'보통 선수 한 명 키우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게 잡아도 1년이야.'

물론 개개인별로 차이는 있다.

보편적으로 따졌을 때의 기간이다.

연습생, 서브……, 거쳐 어엿한 프로게이머 한 사람으로 만든다.

절대 짧은 시간에 이룰 수가 없는 성장이다.

더불어 팀의 합을 맞추는 과정도 생각해야 한다.

이 또한 보통 반년 정도 걸린다고 보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선수 키우는 최소 1년.

팀 합 맞추는데 또 반년.

당연하게도 그만한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

속성으로 빠르게 키워내기 위해서는 필요악이다.

'이런 강압적인 교육 방식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틀린 교육 방식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세상에는 말로 해도 잘 알아 듣는 사람도 있다.

오히려 말로 해야만 잘되는 케이스도 분명 존재한다.

얘네들이 그렇지 않을 뿐이지.

남자 고등학생들.

까놓고 말해서 90%는 때려야 말을 듣는다.

급식충들 보고 있으면 체벌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와 닿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진짜로 때리면 좀 그렇잖아.

한 단계 타협을 해서 고든 램지 센세의 방식을 채용했다.

애정과 인내심을 가지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려고 한다.

"미드 CS 제대로 안 쳐먹냐?"

"아니, 그게 그 로밍 많이 다녔잖아요."

"대회에서 로밍 때문에 CS 분당 5개 먹는 꼬라지 봤냐? 니가 CS 쳐먹는 능력이 너무 형편없어서 미드 타워가 왕귀를 하겠다!"

인격을 존중한다고 했지, 욕을 하지 않는다고는 안 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은 분도 계신데 뭐 어때.

미드인 율천고가 집중 점사를 맞자 나머지 팀원들이 키득댄다.

"쪼개?"

"아뇨 저는 잘하고 있……."

"그랩 몇 번 당겼다고 쳐놀지? 니 풀리츠크랭커의 기름이 하도 새서 미국이 망할 봇라인을 침공하겠다!"

자기는 잘한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이 있다.

프로게이머는 절대로 하면 안되는 생각이다.

손가락에 꼽히는 초일류 선수들조차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를 입에 달고 산다.

그들의 개인 방송 스트리밍만 봐도 간간히 들을 수 있는 혼잣말이다.

당연히 이는 절대적인 기준에서 못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스스로의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소리지.

'아무리 완벽한 플레이라도 아쉬웠던 부분이 조금은 있어.'

없다고 생각한다면 단순히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애초에 잘하고, 못하고 이전의 문제다.

선수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인드.

모든 것을 내가 하나하나 다 가르쳐줄 수는 없다.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하면 안된다.

그 선수에게는 그 선수만의 길이 있다.

'코치의 역할은 그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거야.'

일부 코치들은 강요하기도 한다.

우리팀이 원하는 방향의 선수가 되어라.

사람마다 방식이 다른 만큼 지탄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 선수의 가능성을 가로막게 된다.

내가 봤을 때 강서구팀.

잘만 키우면 프로 레벨에서도 써먹을 수 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강서구 해강고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럴 만한 가능성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무리한 플레이.

약간의 근거와 느낌적인 느낌만 받쳐준다면 문제없다.

"1 대 2인데 자신 있었어?"

"템 차이도 나고 저만 6레벨이라 이길 거 같아서 그냥 싸웠어요."

"잘했어. 그런 직감 나쁘지 않아."

기회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지나쳐버리면 잡을 수가 없다.

LOL을 하다 보면 흔히 겪게 되는 갈림길이다.

이때 필요한 건 순간적인 판단력, 그리고 직감이다.

모든 상황을 계산해서 플레이할 수는 없다.

때로는 도박수도 던져 봐야 한다.

사실 이런 외줄타기 플레이.

코치나 감독 중에 싫어하는 사람 많다.

특히 운영 중심인 LCK는 그러한 경향이 짙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중학교·고등학교처럼 학생들 개성을 죽여 놓는다.

그러면 당연히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편하다.

예상 외의 사태를 일으키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러면 선수의 포텐셜도 죽게 된다.

과감함과 냉정함은 어느 쪽도 필요한 능력이다.

일류 프로게이머라면 뜨거운 피와 차가운 심장을 가져야 한다.

"어제 한 번 지더니 정신 차렸나 보네."

"기본 실력이 있는데 빡겜만 하면 무조건 이기지."

"그런데 너무 진지 빨고 양학하는 거 아니야? 퍼포먼스도 좀 해주지~."

수많은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다.

칭찬까지 받으니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 있다.

이 녀석들 뿐이었다면 반드시 분위기에 휩쓸렸을 것이다.

본선에서의 승리는 당연하다.

중요한 건 경험치를 얼마나 쌓느냐다.

이 모든 것이 결선, 그리고 개스파컵을 향한 포석이다.

'고작 이런 장소에서 만족하지 말라고.'

일개 아마추어가 아닌 한 명의 프로게이머.

Keg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지금의 나라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 * *

단 한 번의 패배로 갈대처럼 흔들리는 여론.

그다지 드물 것도 없는 이야기다.

실제로 프로판에서는 왕왕 있다.

10연승씩 하며 어나더 레벨, 무적 함대!

띄워주다가도 한 번 패배하는 순간 역적이 된다.

하물며 아직 실력이 증명되지도 않은 아마추어다.

"형님들, 이거는 근데…… 난 오히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기에 두고 봐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파프리카TV 등 인터넷 스트리밍 사이트.

몇몇 스트리머들에 의해 일갈이 오간다.

"아니, 진지하게 각잡고 따져봐요. 마왕이 팀에 들어간지 됐으면 얼마나 됐겠어요?"

길게 잡아도 일주일이 안됐을 것이다.

그동안 여러 팀 전전한 만큼 합리적 추측이다.

아니, 추측 이전에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해강고피셜이면 뭐;;

-BJ 인맥 오지네

-거의 그냥 생으로 한 거임?

-합 맞출 시간이 없었구나

팀 게임인 만큼 팀워크는 당연히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하루이틀만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프로팀들도 최소 달 단위로 시행착오를 거친다.

그런데 고작 일주일도 안됐다니?

재평가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소리다.

벌써부터 여론의 변화가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

「챌까지 승률 92%! 미친 유저가 나타났다;;」

「다크도 인정했다!? 마왕의 소름 돋는 '킬각'」

「오마에와 모 신데이루! 김민식: 나니이?????」

이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얼마 전부터 동영상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유튜브 등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하이라이트.

솔로랭크 천상계 유저들.

유명 프로게이머들의 스트리밍.

명장면들을 모아 짜집기하는 채널들이 다수 존재한다.

차후에는 유튜브 규제가 강화되며 막히는 것들이다.

타인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빌려 썼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대유행을 타고 있다.

─[속보] '그 화살표' 떴다!

마왕한테 딱 찍혀버렸자너~

-봄바야에 마왕도 올라오네ㅋㅋㅋㅋ

-짱살표는 인정이지

-롤판 네임드의 반열에 올랐구나!

-캬~ 마왕이 잘하긴 잘해

통칭 화살표.

몇몇 채널에서 애용하는 썸네일이다.

영상의 주역이 되면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세간에 알려진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모르는 사람이 없어질 정도로 유명해졌다.

실력 또한 보다 현실적으로 와 닿게 된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듣는 것과, 보는 것은 느낌 자체가 전혀 다르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대뇌 전두엽이 자극적이다.

「강서구 vs 중랑구 Game1 / 제6회 KeG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강서구 vs 중랑구 Game2 / 제6회 KeG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송파구 vs 강서구 Game1 / 제6회 KeG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

.

.

그 소스가 되어줄 원본 영상들도 올라오고 있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가 아닌 직접 본 영상들.

이를 판단해줄 스트리머들까지 나선다.

"봐봐. 이거는 갖다 던진 거야. 여기서 싸울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해강고 이 새끼 혼자 흥분해서 뇌절하고 서포터까지 죽였네."

LOL을 주력 방송으로 삼는 스트리머들.

그중 상당 수는 소위 말하는 천상계 유저다.

다이아, 마스터는 물론 챌린저 티어도 존재한다.

당연히 프로 관계자나, 현직 선수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일반 유저들보다는 잘 아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에게 신뢰도가 높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건 땄어도 개손해

-탈진까지 있는데 다이브는 에바참치지~

-쿨통통 말이 맞다 이건

몇몇 스트리머를 필두로 팩트가 퍼져 나간다.

여론이 다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게 된 이유다.

그 뒤에는 한 가지 말 못하지 않을 사정이 숨어있다.

압도적인 실력.

자극적인 화제.

똑같은 방식으로 어마어마한 인지도를 쌓은 이가 있다.

그것이 바로 동일인이 아닐까 오해 받았던 다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