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됐다는 건 영상 자료도 남았다는 의미다.
커뮤니티에도 널리 퍼지며 이슈가 되고 있다.
그도 그럴게 놀라워.
사실 아직도 초기의 루머를 믿는 유저들이 존재한다.
관념이 되고, 관성이 붙은 사람의 선입견은 그리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랬던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미드분이 티어가 마스터라고 들었는데 챌린저 이상급으로 하더라고요. 저희가 상대적으로 전력이 우세했던 상황에서도…….〉
5전 3선승제 결승전에서 3 대 0.
소위 말하는 삼대빵 스코어가 나왔다.
자신감이 다소 과하게 부풀어도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작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담담하다.
진중한 태도와 말미에 신뢰감이 더해진다.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해석이 붙게 된다.
─프로팀들이 자꾸 자기만 주시하니까
상대팀 에이스 언급해주네
착한 거 아님?
└착하네
└실제로 잘하기도 했음
└미드 혼자 고군분투하긴 하더라
└마왕 아니었으면 쟤네가 올라갔을 테니까ㅋㅋ
Keg에 참가하는 아마추어들.
그 목적이 프로 데뷔에 있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마왕을 만나 탈락한 팀들은 천재지변을 당해버린 셈이다.
개중에는 정말로 절실하고, 가능성 있는 인재가 있었을 수 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그가 직접 실력을 인정했다.
그로 인해 다른 소란이 야기되고 말았지만.
『[Keg]2014년 제 4차 e스포츠 제재 안내』
■ 대상자 (2014 Keg 본선 참가 선수 2명)
차승혁
최명태
■ 제재 내용
‘공식 대회 출전 선수 대리 게임 및 랭크 팀 거래 행위 제재’ 규정에 따라, Keg에 출전한 선수가 대리 출전을 행하였기에, 이에 대한 공식 징계를 결정함
제재 시점(2014년 9월 5일)부터 모든 공식 대회에 2년간 참가 자격 정지
■ 근거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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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따금 터지는 사건이다.
프로게이머들의 대리 게임 관련 제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게임사의 판결이 직접 내려온다.
이는 아마추어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리 게임은 물론, 대리 출전도 간간이 걸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상금 몰수 및 참가 취소 정도로 봐준다.
한국 사회 특유의 설렁설렁한 준법 의식이 가미돼있다.
이번 경우도 그렇게 처리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형국이다.
─챌린저급 마스터라서 띄워줬는데
진짜 챌린저였던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아낸 게 더 대단하네 ㅅㅂ
└상대하면서 느낀 건가?
└의도가 좋으니까 더 엿 같은 상황ㅋㅋㅋㅋㅋ
마왕이 직접 언급한 그 한 명.
하필 대리 출전을 한 유저였다.
괜히 주목을 받은 탓에 걸려버렸고, 강화된 처벌까지 이어졌다.
그래도 아마추어였다면 쯔쯧.
혀를 차고 끝냈겠지만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대리로 유명한 킬리만자로 클랜 소속이며, 프로팀 연습생 신분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와……, 킬리만자로 클랜에 심지어 연습생 신분이었네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님
└삐빅! 다크가 이 글을 싫어합니다
└안 들킬 거라고 생각하고 나갔나 보네 ㅋ
└순간의 유혹에 눈이 멀어서 제 무덤을 판 븅신 새끼들…… 언제쯤 이런 짓거리 근절되려나
└ㅍㅁ
해당 프로게임단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좋은 쪽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시피하다.
공식 대회에 2년간 참가 금지 처분이 내려졌으니 당연하다.
더욱 억울하게도 관심은 길게 가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게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선수.
처벌 또한 확실하게 들어갔으니 끝난 이야기다.
그보다는 일련의 사건으로 재평가되는 마왕에게 이목이 쏠린다.
* * *
Keg의 지역 본선은 2주에 걸쳐 진행된다.
전국 12개 광역시도.
개별 장소에서 각각 따로 개최되기 때문이다.
서울은 가장 이르게 치른 축에 속한다.
남은 약 열흘 가량은 휴가나 다름없다.
하지만 놀고 있기에는 사정이 매우 여의치 않다.
'연습은 둘째 치고.'
당연하게도 실전만이 연습이 아니다.
아무리 내가 중간에서 잘 조율한다고 한들.
아마추어가 아닌 그 이상을 바라보려면 고쳐야 할 게 산더미다.
이미 계획도 세워 놨고 기초부터 실천 중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돈.
머니.
원\.
'통장 잔고가 줄어들기만 하잖아.'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경제학의 첫 번째 원칙이다.
Keg의 본선 무대를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지 않았다.
100만원 가량의 상금은 주머니에 들어왔지만, 세금을 제하고 생활비를 제하면 남는 게 없다.
한 푼이라도 더 빠듯하게 벌어야 하는 입장이다.
지금 당장 몇 푼 더 벌어봤자 의미가 있나?
선수 생활하면서 받을 연봉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텐데.
뭐라도 해야겠다는 단순한 자기 위안도 없지는 않지만 그 이전의 이야기다.
이래 봬도 10년 후의 미래에서 되돌아온 거야.'
물론 로또 번호 같은 건 모른다.
매일매일 잠들기 전 내일 아침 회귀할 부푼 기대를 안고 옛날 로또 당첨 번호를 외우고 자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가까운 정신과를 먼저 들러보는 게 좋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다.
증권시장에도 딱히 관심을 두고 살지 않았다.
반평생을 게임에 받치다 보니 지식이 매우 편향적이다.
하지만 돈을 불릴 어드밴티지가 아예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삼선전자를 비롯해 몇몇 안전주 정도는 기억에 남아있다.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사람은 구석기의 원시인을 보는 듯한 시선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사람한테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서 챌린저 찍어 봤어요?"
-마왕 빡침ㅋㅋㅋㅋㅋ
-빡칠 만하지
-러이갓 양심 출타
-??릾캆 쵮?????럾잆?
고소득의 아르바이트인 합방 컨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BJ러이갓의 방송.
한두 번 같이 해온 게 아닌 만큼 이제 와 새삼스럽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도 있는 법이다.
컨텐츠의 부담이 매우 짙다.
그것도 어느 한 쪽에게만.
"시즌2에 챌린저 있었으면 진작 찍었지. 하도 날라 다니니까 게임사가 AP마이 저격 패치해 가지고 못 찍은 거 아니야."
"아니, 결국 챌린저는 안 찍어봤잖아요."
"슈바마~ AP마이 시절에는 챌린저에서 매판 펜타킬 했다니까 그러네?"
-러이갓의 무적 논리ㄷㄷ
-AP마이 시절은 ㅇㅈ이지ㅋㅋㅋㅋ
-결국 찍은 거 만 거여
-챌린저 생긴 시즌3에는 AP마이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챌린저는 커녕 마스터도 간당간당했다.
물론 시즌2 점수제를 티어로 환산했을 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긴다는 것.
'그런데 이게 자존심 싸움이고, BJ로서 이미지도 직결될 문제라.'
단순히 진위를 가리는데 초점을 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정말 방송 끄고, 점수에만 집중했으면 됐을지도 모른다.
일천 개의 평행 세계 중 하나 정도는 로또가 터졌을 수도 있겠지.
"시즌3에는 챌린저가 50명이었으니까, 200명인 지금으로 따지면 됐을 수도 있어요."
"음~ 그거지. 사실상 챌린저라고 보면 되는 거지. 이제야 알아 듣네."
"근데 그건 그거고 지금은 혼자 하면 다딱이도 위태위태 하잖아요."
"……."
-사실상도르
-다딱이도 솔직히 많이 봐줬다……
-네 다음 러골딱
-러이갓은 골드가 딱이야!
일련의 이야기를 괜히 꺼내는 게 아니다.
러이갓과 솔랭 듀오를 한지도 제법 오래됐다.
그냥 죽치고 쭉-! 올렸으면 챌린저 승격에 성공했을 수도 있다.
'혼자 방송할 때 200점씩 깎아 놓으면 뭐 어쩌라고 나보고.'
기껏 올려줬더니 개인 방송 컨텐츠로 다 까먹어 놨다.
빡이 안 칠래야 안 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
"솔직히 형님이 잘못한 거 맞잖아요. 인정해요, 안 해요?"
"팀운이 안 좋았다니까 진짜로? 저격, 방플 씹오지는데 러이갓 클라스 아니었으면 강등이야."
"아, 진짜! 이거 인정 안 하면 저 앞으로 듀오 안 해요."
-손절 선언
-러빡이지만 ㅂㅂㅂㄱ
-버스 태워주는 게 보살이지
-챌린저 하도 집착하니까 빡치잖아ㅋㅋㅋㅋ
합방을 하루이틀한 게 아니다.
이말인 즉, 시청자들도 나에게 익숙하다.
듀오 방송을 진행하며 민심을 내 편으로 만들었다.
자존심을 세워준 것도 일맥상통한다.
고정 시청자, 그리고 큰손들.
반박은 커녕 옹호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러빡이대장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마왕이가 고생이 많다……
-회장님 등판ㄷㄷ
-와 천 개를 툭
-요즘 마왕 잘 나가는데 무조건 잡아야지
-러이갓 표정 썩ㅋㅋㅋㅋ
강제 임금 협상의 시간이다.
본선의 우승.
그 과정에서 생긴 사건사고.
더욱 입방아에 오르며 마왕의 주가는 나날이 올라간다.
─러이갓 마왕이 손절한다니까 급쫄ㅋㅋㅋㅋ
기사 폭행도 어지간히 했어야지ㅋㅋ
└ㄹㅇ 빡칠 만했음
└끝까지 지 챌린저라 우기는 거 역겹더라
└근데 돈 받는 거 아닌가? 손절 하면 마왕도 손해 아님?
글쓴이-러브콜 줄줄이 오는데 누가 손해겠음?
본선이 끝나고, 결선까지 시간이 제법 남았다.
그 사이에도 여전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여러 방송에 출연을 하며 말이다.
기존에는 러이갓, 러너맨, 보황 등.
대기업급 인기 스트리머들과만 합방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다.
-오늘 롤티쳐 시청자 왜 이래?
-'그' 가 와서
-마왕 가는 곳마다ㄷㄷ
-롤티쳐가 롤학생이 돼부렸네ㅋㅋㅋ
중소기업급 스트리머들에게도 각광 받는다.
BJ들 사이에서 영입 경쟁이 불붙었을 정도다.
그 이면에는 당연히 계산적인 이유가 산재한다.
「[생] 롤티쳐 오늘 하루만 '학생' 하겠습니다. 『마교수님 특강』」
현재 시청자 수〈1위〉
? 본방 : 3,236 (PC: 1,302/ MOBILE: 1,934)
? 중계방 : 13,711
? 누적 시청자 수 : 172,329
평소 1~2천 명 가량의 시청자가 오가던 방송이다.
마왕의 합방 소식이 알려지며 단위 수가 달라진다.
스트리머들 입장에서는 가히 매혹적인 사태.
마왕만 영입하면 흥행이 보증 수표다.
동시간대 최다 시청 방송을 갈아 치운다.
이제는 하나의 컨텐츠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다.
이 BJ와 어떤 케미를 보여줄까?
내일은 어떤 BJ와 합방을 할까?
주객이 전도되며 마왕이 주가 돼버렸다.
─마왕 얘는 개인 방송 안 하나?
왜 안 하지?
하면 무조건 뜰 텐데
나였으면 물 들어올 때 바로 노 저을 듯
└지가 지 입으로 안 한다고 했음
글쓴이- ?? 왜? 방송 하면 돈 많이 벌지 않나?
└진지하게 프로 지망이래
└개인 방송 하면 연습에 방해되잖아
시청자 수 뿐만이 아니다.
본인이 확실하게 말을 잘랐다.
자신은 개인 방송을 시작할 의향이 없다.
적어도 BJ들한텐 굉장히 다행인 이야기다.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다?
자신들의 파이가 줄어든다의 동의어다.
위협적인 방송 진행 능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방송계의 레전설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을 그었다는 것.
안심하고 게스트로 초청할 수 있다.
방송에서 떴다고 견제할 이유가 없다.
실제 스트리머 업계에서는 민감한 이야기다.
"BJ를 안 한대? 요즘 얘들 치고는 드문 사고네."
"BJ다 뭐다 정말 한심하다니까. 나 때는 말이야……."
이는 프로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선 게임단의 감독 최우룡.
그가 Latte is horse를 부르짖는 이유가 있다.
최우룡도 과거에 프로게이머였다.
성적은 그럭저럭이었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게 콩진호가 2의 아이콘이라면 최우룡은 3의 아이콘이었다.
아무튼 당시는 최소 10년 전.
개인 방송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런 시대에 살아왔기에 보수적인 성향을 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 얘들한테는 파프리카TV다 토이치TV다 까메오다 다~ 삭제시켰어."
"아니, 그건…… 너무 과하지 않나?"
"무슨 소리야! 프로게이머가 그런 거에 관심 가지는 게 말도 안되는 거지."
당시에는 프로게이머들이 통제를 받기도 했다.
마치 군대처럼 조직 내 규율이 엄격했다.
무엇보다 프로게이머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다.
지금처럼 방송을 한다?
실력을 가지고 도전조차 안 한다?
1세대 선수의 입장에서는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는 노릇이다.
"요즘 얘들은 정말 근성이 없어서……."
"자네는 있어서 3멀티에 3팩토리만 돌렸나?"
그런 최우룡 감독의 개인적인 생각이야 어쨌든.
프로 업계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인 게 사실이다.
안 그래도 재능 있는 지망생은 한정적인데 갈수록 줄어든다.
키우면 쓸 만하다고 여겨지는 인재들.
너나 할 것 없이 최근 열풍인 BJ를 하려 한다.
프로 생각이 있는 얘들도 별풍맛을 보고 망설인다.
〈프로? 뭐…… 하면 좋은데 스타일도 바꿔야 되고, 팀에서 요구하는 것도 많고 그래서 일단 생각 좀 정리할 겸 방송하고 있어.〉
〈나는 정신병이 있는데 모니터와 책상 앞부분의 거리가 47cm이어야 하고, 마우스와 오른쪽 팔걸이의 높이 차이가 8.8cm이어야 하고, 모니터 왼쪽 끝과 왼손 팔걸이의 거리가 11cm, 그리고 모니터 해상도가 무조건 2560 x 1440 이어야 돼.〉
물론 지망생들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