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49/201)

자신의 고향인 광주를 대표해 출전했다.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다문화 니즈를 자랑하는 까메오팟TV의 PD군단.

Keg 흥행의 한 축을 책임지며 커뮤니티에 때 아닌 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 *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한두 곳도 아니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다.

정예 중의 정예로 대표를 추렸는데 어찌 한가락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광주광역시」

「대구광역시」

「대전광역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특별자치도」

내로라하는 열두 지역에서 각각의 지역 대표팀이 선발됐다.

개중에는 정말로 유명한 유저도 있고, 잘하는 팀도 있다.

안이하게 있다가는 큰코다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니, 벌써 내일이네……. 준비 하나도 안됐는데 어쩌지."

"우리 연습 열심히 했잖아?"

"너는 안 느끼냐? 하면 할수록 답도 안 나오겠는 거."

디스코드, 음성 채팅으로 대화가 오가고 있다.

내가 고수익 아르바이트에만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다.

Keg 결선이 다가오는 만큼 팀 단위 연습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좋은 현상이야.'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다.

어설픈 마스터, 다이아 얘들이나 잘한다고 나대지.

진짜 챌린저나 그에 준하는 유저들은 BJ가 아닌 이상 안 나댄다.

2주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나름대로 성장이라 불릴 만한 것을 해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이제 겨우 계기를 닦았을 뿐이다.

'광렙은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나는 사람의 성장을 이렇게 생각한다.

EXP+20

EXP+20

EXP+20

.

.

.

LEVEL UP!

이런 게 아니라.

EXP+1

EXP+3

EXP+2

.

.

.

EXP+1675

LEVEL UP!

LEVEL UP!

LEVEL UP!

대충 이런 느낌이라고 본다.

물론 이 광렙 찬스는 결코 우연이나 로또가 아니다.

그 이전에 쌓아온 경험과 노력이 계기를 만든다.

코치가 하는 건 그 계기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너희가 느낀 대로 아직 한참은 부족하니까 결선에서 배운다는 마인드로 열심히 해. 그러면 지금 이상으로 더 보이는 게 있을 거야."

"형은 진짜 가끔 보면 우리보다 한참은 형인 거 같아요."

"동갑인데!"

"출생의 비밀 겪어 봤어? 안 겪어 봤으면 말을 하지 마."

""…….""

코치는 선생님이 아니다.

코치보다 선수가 더 해박한 경우도 흔하다.

그럼에도 코치가 존재하는 건 선수의 성장을 자극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분석해줄 수 있는 존재.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 존재.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나보다 더 족집게 강사를 자처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창민이형!"

"어."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건데…… 형은 러이갓님이 진짜로 마이 잘한다고 생각해요?"

"뜬금없이 그건 왜 묻냐?"

"아니, 방송할 때 잘한다고 빨아주시길래."

"……."

최근 BJ들과 어울리다 보니 얼토당토않은 오해를 받을 때가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종종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방송은 어디까지나 방송.

The Realfact 현실과는 다른 법이다.

내가 괜히 러이갓의 체면을 살려준 게 아니다.

사람한테는 각자 건드려서는 안될 치부가 존재한다.

'니들도 돈 받으면 할 거잖아!'

돈만 주면 초코파이도 사다 주겠다.

그 귀한 돈을 주신다는데 뭔들 못해.

당연하게도 방송을 위해 맞춰주는 애드리브다.

마이 하면 러이갓!

리픈 하면 쿨통통!

다리우트 하면 수간!

이렇듯 주챔피언을 자신의 컨셉과 연결시키는 BJ들이 있다.

사실 그런 이들 중 진짜 장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솔직히 웬만하면 프로게이머가 10판쯤 한 게 더 잘한다.

그들도 그 정도 사실은 알고 있지만 일부러 강조하는 거다.

'밥줄과도 직결된 문제라 민감해.'

BJ로서 이미지를 굳히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말을 맞춰주는 것 정도야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보다 진짜 골머리를 썩어야 할 대상은 다름이 아니다.

"부산쪽은 연습생들이 그냥 왔다더라."

"뭐, 진짜? 연습생? 잘하는 팀 얘들이야?"

"너도 아이디는 알 걸? 같은 팀인지는 모르겠고……."

각 지역의 본선은 이미 끝이 났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우승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그들 중 몇몇은 위협이 될 만큼 강력한 전력을 갖췄다.

'화제가 돼서 그런지, 자극을 받은 건지는 몰라도 수준이 꽤 높더라고.'

본래 Keg는 수준이 엄청 높지도, 세간의 관심이 쏟아지지도 않는다.

매 시즌 Keg를 챙겨 봐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잘 알고 있다.

코치로서 선수 영입은 늘 관여를 하고, 생각도 해야 한다.

눈에 띄는 팀은 많아야 3~4팀.

커뮤니티의 반응도 터져주면 감지덕지다.

아마추어들은 언제나 관심과 인기에 목 말라있다.

어쩌면 그래서 일지도 모른다.

나로 인해 과하게 집중된 Keg의 관심.

그것이 나비 효과를 낳아 대회의 수준까지 높아졌다.

무슨무슨 영화에서 많이 본 내용이다.

주인공이 저지른 사소한 행동 때문에 미래가 바뀐다.

고작 사소한 정도로 벌일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 와 신경 쓰진 않는다.

무엇보다 그럴 만한 근거가 빈약하다.

내가 참가했다고 상금이 더 높아진 게 아니다.

아마추어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강력한 경쟁자가 거슬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긴 한데.'

하지만 당장 눈앞의 장벽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사정이야 어찌 됐건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직 광렙도 안 한 애송이들을 데리고.

"미친놈아 정글 좀 그만 돌아. 그린피스에서 환경 파괴 반대 시위하잖아."

"아니, 저 갱각이 안 나와서……."

"솔랭 버릇 좀 버리라고 했지? 당장에 급급하지 말고 설계를 하고, 팀원들한테 요구를 하고, 니 움직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라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이룰 수 있는 한계치는 너무나 자명하다.

그럼에도 해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적당히 긴장감 있는 난이도야.'

쉽지는 않지만 딱히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 정도도 못한다면 앞으로의 길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앞으로의 계획에 있어 중요한 교두보가 될 Keg.

결선 무대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12개의 광역시도.

각각의 지역 본선은 전부 화제의 대상이다.

크고 작음의 차이만 있을 뿐, 기사까지 뜰 정도로 벌써 성화다.

「[Keg] '상금헌터' 일카리나 결선 진출! Keg 우승 노리나?」

「[Keg] 대구, 기온 만큼이나 뜨거운 열기. 3 대 2 극적인 역전승」

「[Keg] 무난한 우승 제주도 대표팀, 진짜 문제는 비행기 '표값'」

.

.

.

그 이유가 다소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말이다.

국내, 대회에서는 종종 생기는 해프닝이다.

경기장까지 찾아오는 교통비 문제.

대부분 자비 부담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만하다.

하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는 짜증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위기의 제주도팀…….jpg

표값 때문에 참가 위기!

└벌써 결승전 치르고 있누ㅋㅋㅋ

└Keg 측에서 안 내줌?

글쓴이-5252 여긴 조선이라구?

└'김치' 해버렸네

비행기표는 당일에 와서 끊으려고 하면 가격이 몇 배씩 올라간다.

본선 우승을 전제로 미리 끊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말 한국 다운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객관적으로 어디가 우승할 거 같음?

─Keg 충청도 응원해주세요^^

─마! 순대에 쌈장 찍어 무반나? 직인다!

.

.

.

아무리 규모가 크다고 한들 아마추어 대회.

이렇듯 화제가 된다는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이다.

섬머 시즌과 롤드컵 사이의 공백을 감안해도 이례적이다.

─내가 웬만하면 팬 잘 안 하는데

마왕은 진짜 빨 가치가 있는 듯

폼 떨어지는 걸 본 적이 없어

└무조건 승리하잖아ㅋㅋㅋㅋ

└얘는 그대로 프로 해도 됨

└솔랭 점수 봐봐 미쳤어!

이슈를 몰고 다니는 한 명의 신인 때문이다.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실력 하나로 정면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비아냥에 불과했던 드립을 현실로 만들어버렸다.

그에 대한 관심과 팬덤이 기하급수 폭주하는 이유다.

Keg의 화제성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디- 마왕

티어- CHALLENGER 892LP

평점 7.20(7.7/1.7/4.6)

최근 전적- 30전 26승 4패 승률 86.6%

물론 아직 갈 길은 멀고, 증명할 것도 산더미처럼 많다.

잘 나가다 거품 꺼진 신인이 어디 한둘일까?

솔랭도르, 대회에서 죽 쑤는 선수도 숱하다.

그럼에도 저 붉은 KDA의 신뢰감은 기분 탓이 아니다.

이 선수라면 왠지 다를 것 같아.

저 어마어마한 기세가 꺾인다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이다.

커뮤니티의 여론도, 일부 전문가들의 여론도 그를 보기 드문 대형 신인으로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만한 전국구 대회에 우승 후보가 겨우 하나 일 리 없다.

─팟수 대표팀 살벌하네ㄷㄷ

아니, 파키맨 때문에 살벌하다는 게 아니고……

└혹시 뒤에 누군가가 AK47을 들고 있다면 답글을 남겨주세요

글쓴이-ㅋㅋ 설마요

└PD들이 다 한따까리 하긴 하지

└김 재 슥 이 처 단 한 다

Keg 광주광역시 대표팀.

이성이 아닌 생존의 영역이다.

생김새만 봐도 오줌 지리는 분이 계신다.

실질적인 전력 자체도 상당히 위협적이다.

선수 전원이 까메오팟TV의 PD들.

실력 하나는 어디 가서 절대 꿇리지 않는다.

그들은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Keg에 참가했다.

비주류 플랫폼인 까메오팟TV를 세간에 널리 알리겠다.

Keg의 화제성에 힘입어 최근 시청자 수가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조졌어! 조졌어! 이 바텀 모질이 개새끼들! 인간이 아니네~.〉

-MD 온

-BJ님 욕설이 심하시네요……

-ㅋㅋ BJ드립 치는 유입 새끼들 뭐냐?

-좆반인들 어리둥절행~

물론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건 아니다.

PD김재슥의 방송, 보편적인 성향과는 거리가 있다.

달콤살벌한 진행에 충격 받은 일반인들이 속출한다.

〈욕설요? 개새끼한테 개새끼라고 한 게 뭐? 문제라도 있나??〉

-와 오늘만 사는 방송 오지네ㅋㅋㅋ

-철태 ON

-재엄령 1초 직전ㄷㄷ

-PD님이 일본인이라 그러니 이해해줍시다 ㅠ.ㅠ

하지만 나름대로의 사정이 산재한다.

비주류 플랫폼인 만큼 방송 문화가 다르다.

까메오팟TV는 차별화된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이이잉~ 앗쌀람 알라이쿰! 홀리 쒯! What The Fuck!〉

-뭔 소리야 대체ㅋㅋㅋㅋㅋㅋ

-파키스탄 혼혈 한국인이 일본 노래 들으면서 미국 게임하네

-??????? ?? ????? ???? ??? ??? ????(혁명의 진전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글자 글대로 문화가 다르기도 하다.

파키스탄 혼혈 한국인 PD파키맨.

달콤살벌한 진행에 충격 받은 자본주의 진영 사람들이 속출한다.

사정을 알고 보면 사실 특이할 것도 없다.

단순히 외모가 이국적으로 느껴질 뿐이다.

쏟아지는 유입 시청자들에게 담담히 설명을 늘여 놓는다.

〈아버지가 파키스탄인이에요. 저는 파키스탄말 못 써요. 테러도 해본 적 없어요. 네? 쿠팡 로켓 배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님들 이분 소프트웨어는 순수 한국인이에요!

-뭐야, 파키스탄말 못 써?

-하긴 AK47만 쓸 줄 알면 되지

-자동·반자동·안전만 알면 되지

플랫폼 자체가 비주류이고, 쉽게 접근하기 힘든 방송이다.

하지만 그만한 매력이 있기에 인기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맛에 한 번 길들여지면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든다.

-저 CIA인데 님 ?됨ㅋ 내일 반성문 들고 감ㅋ 쓰실 각오하셈ㅋㅋ?

-안녕하세요 파키맨님!! 페북에서 보고 왔습니다! 인사 한 번 해주세요!

-여기도 적응하니까 재밌네

-팟수, 팟수 하는 이유가 이거구만ㅋㅋㅋ

통칭 '팟수 대표팀' 이라 불리며 주목 받고 있다.

팟수는 까메오팟TV의 시청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의 대표이자 집합이니 명칭도 입에 착착 들러 붙는다.

순식간에 페북 등지에 퍼지며 이슈를 낳게 되었다.

신선한 문화 충격.

흔히 맛보기 힘든 다문화의 폭풍이 커뮤니티를 집어삼킨다.

실력 또한 전체적으로 수준급이다.

팀의 군기를 담당하는 파키맨을 제외하면 전부 챌린저에 달하는 실력자다.

실전 또한 여러 의미로 굉장히 강력해 우승 후보로 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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