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광주팀의 주전력은 탑과 바텀 라인에 포진해있잖아요? 미드는 살짝 버리는 카드.〉

〈현실에서는 무섭지만 게임 내에서는 티어가 가장 낮습니다.〉

-'현실에서는'

-김서준 죽을라카네ㅋㅋㅋ

-앗…… 정곡!

성승현 캐스터의 드립은 과언이 아니다.

광주팀은 미드를 제외한 전원이 챌린저다.

미드에게 바랬던 건 최대한 버텨주는 것 뿐이었다.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건 아쉬운 노릇이다.

하지만 다른 라인에서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의 상황.

바텀도, 탑도 광주팀의 우세가 엿보인다.

바텀은 큰 차이라고 볼 수 없으나 문제는 탑이다.

벌써 두 차례나 갱킹을 성공하며 차이가 벌어졌다.

〈갓렌의 무시무시한 존재감이 탑라인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실 갓렌과 존재감,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긴 하거든요?〉

-가붕아……

-재스기 너 그런 거 하니?

-지 같은 챔피언 하네

-인생은 갓렌처럼!

소위 똥챔으로 분류되는 챔피언이다.

하지만 광주 광역시의 탑라이너 김재슥.

그에게는 오히려 주챔피언으로 솔로랭크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그렇기에 오늘 경기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라면 정말로 일을 낼지도 모른다.

대회에서 갓렌을 꺼낼지도 모른다.

─내가 프로였으면 바로 갓렌 칼픽했다.

아무도 꺼낸 적 없는 챔피언이라 어그로 끌기 씹가능

이기면 이기는 대로 관심 끌고 선구자 될 수 있음

지면 그냥 갓렌탓 하면 됨ㅇㅇ

└크윽! 갓렌만 아니었어도

└막줄 ㄹㅇㅋㅋ

└어차피 질 거 갓렌 때문이라고 할 수 있자너~

└이기면 “내가 잘해서”, 지면 “갓렌”

프로 대회에서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아마추어 대회에서라도 그 한풀이를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버리고 말았다.

「눈도 깜짝 안 한다!」

나이즈의 견제에도 체력바가 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유의 극탱 갓렌.

답답해서라도 공템을 섞을 만도 한데 절대 그러는 법이 없다.

〈맞라이너가 나이즈라서 마법 저항력 아이템만 둘둘 두르고 있습니다.〉

〈운영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에요.〉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갓렌의 성장은 중요하다.

특히 마법 저항력 아이템을 둘렀다는 부분이 말이다.

서울팀에서 가장 성장을 잘했고, 위협적이라 할 수 있는 빅토리.

화력은 강하지만 순수 AP챔피언이다.

더불어 수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갓렌을 잡을 수 없는 이상, 운영도 한타도 주도권을 빼앗긴다.

촤라라라락-!

물론 미드 라인은 무한한 고통을 받는다.

탤런이 궁극기까지 쓰며 추하게 도망간다.

하지만 그렇게 말려도 전반적인 게임 여건에는 큰 영향이 없다.

〈최근 탤런이 솔로랭크는 물론 대회에서도 1티어 픽으로 선호되는 이유가 있어요. 잘 컸을 때는 게임을 혼자 끝내버리는 캐리력을 보여주고, 이렇게 말려도 미드에서 꾸역꾸역 버티면서 코어 아이템만 갖추면 1인분은 합니다.〉

목베기의 침묵 덕에 탤런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다.

말리기는 했어도 어찌저찌 존재감이 죽지는 않았다.

그에 반해 서울팀의 에이스 마왕이 잡은 챔피언.

-괜히 실험픽 했다가 지겠네ㅋㅋ

-빅토리 리메이크 되고 쓰레기 아님?

-저거 유통기한 오지자너~

-장인들도 버렸어ㅋ

리메이크 이후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비주류였던 리메이크 이전보다 평가가 박할 정도다.

챔피언 선택이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이 주를 이룬다.

그도 그럴게 아직 검증 받지 못한 챔피언이다.

기대는 되지만 선입견이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극히 합리적인 클끼리의 부연 설명도 와 닿았는데.

〈아니……, 뭐죠? 쇼맨십인가요?〉

〈쇼맨십을 할 만한 상황은 아니고 이건 아!!〉

예상치 못한 아이템 선택이 파란을 예고한다.

LOL이 가진 독특한 게임 구조.

룬과 특성, 그리고 아이템트리에 따라 전혀 다른 챔피언이 되곤 한다.

'사실 딱히 특이하다고 할 것 까진 없지.'

과거, 메이플스토리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의 동심을 후려치던 시절.

그때도 꼭 힘법사 한다고 나대는 놈이랑, 초보자에서 전직 안 하고 깝죽대는 놈 있었다.

남들과는 다른 개똥 짓거리를 한다는 쾌감이 유저들의 겁나 쓸데없는 자긍심을 부추겼다.

자리삽니다 : 아니, 님 레벨 50이라 파초 드린 건데 딜이 왜 그럼?

ZI존썬콜S2 : 힘법사임ㅎㅎ(뿌듯)

자리삽니다 : 개새끼야아-!

메이플스토리 특유의 파티 퀘스트.

진행하다 보면 일련의 상황을 목격하곤 했다.

정말 비효율의 극치, 동레벨의 같은 유저들보다 몇 배는 약하다.

그렇다고 나중에 막 왕귀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지 재밌으려고 하는 민폐짓 그 자체였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는 유저들의 상상력을 일부 존중한다.

촤악!

빅토리의 Q스킬, 힘의 선회가 갓렌을 강타한다.

미약한 데미지.

그도 그럴게 상대는 마법 저항력으로 떡칠을 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안타깝게도 일반적인 빅토리가 아니다.

혼돈·파괴·망가의 힘법사다.

메이플스토리에서는 트롤과 민폐의 상징이었을 육성법이 이곳 LOL에서 진심으로 재현된다.

키잉!

툭! 툭!

강화된 평타가 갓렌의 살점을 뜯어낸다.

높은 마법 저항력 탓에 기스가 난 수준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평타는 유효타로 박히고 있다.

'마법 저항력이 높은 거지, 방어력이 높은 건 아니니까.'

하이브리드 데미지가 적의 체력을 효과적으로 깎아낸다.

물론 상대가 바보도 아니고 맞고만 있을 리 없다.

빙글빙글 검을 돌리며 용맹하게 외쳐온다.

「눈도 깜짝 안 한다!」

'뭐, 어쩌라고.'

눈을 깜짝 안 한다고 아픈 게 안 아프진 않는다.

물론 학창 시절에는 선생님들이 그런 말을 하긴 했다.

눈 감고 맞으면 덜 아프니까 눈 뜨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실질적인 효력이 딱히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괜히 엇박자로 때려 가지고 깜짝 놀라게 만든다.

지금의 상황도 어떻게 보면 그런 감이 살짝 있다.

Q - 힘의 선회

미안하다, AD빅토리: 이제 강화된 다음 기본 공격에 치명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혼돈·파괴·망가의 힘법사.

아무 이유 없이 가능했던 게 아니다.

강화된 평타에 치명타가 적용되는 버그가 있었다.

'사실 버그라기 보다는 개정된 부분이지.'

제작진의 생각 이상으로 힘법사의 위력이 대단했던 탓이다.

총 공격력에 더해 힘의 선회가 가진 피해량.

그 모든 것이 치명타로 터져버리면.

키잉-!

강화된 평타가 살점을 묵직하게 도려낸다.

2배의 데미지.

무식한 마법 저항력마저 뚫어내며 박힌다.

그제서야 갓렌은 사태를 파악한다.

생각보다 자신이 단단하지가 않아.

내 아이템트리도 슬슬 눈치챘을 것이다.

'그래봤자 이미 늦었지만.'

소위 트포라 불리는 삼종신기.

뚜벅이도 재빠르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이다.

더불어 빅토리는 Q스킬만 박으면 유체화가 패시브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서울 Satan님이 광주 김재슥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서울 Satan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자신의 맷집을 믿고 너무 깊게 들어왔다.

거리를 준 시점.

뭣도 모르고 덤빈 시점.

아무리 단단하다고 한들 결국은 쪼개진다.

어느 시대던 갓렌은 갓렌이다.

호박에 줄을 긋든, 깍둑썰기를 하든 그래봤자 호박이다.

'저런 챔피언으로 챌린저를 간 것도 대단하긴 해.'

물론 숨겨진 뒷사정이 있기는 하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가 있었다.

나도 당시에는 아마추어였다 보니 마챌 구간을 기억한다.

우리 롤갤 아이돌 재스기!

5252 나를 밟고 올라가라구!

닷지 해줄 테니 제발 승격해줘!

여느 게임이 그러하듯 최상위 구간은 인맥이 중요하다.

그 인맥이 매우 대단하면 점수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계속은 안되겠지만 챌린저 한두 번쯤이야.

'괜히 인간 승리가 아니야.'

롤이라는 게임이 오래되다 보니 이런 인간도 있고, 저런 인간도 있다.

그런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케이스의 인간이긴 하다.

물론 나도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지간했을 것이다.

이~쿠우!

상대의 백업이 한 발 늦게 도착했다.

리심이 와드 방호를 타며 점멸 범의 일격.

어디서 많이 본 콤보가 내 면상에 작렬한다.

'하지만 세심하지가 않아.'

평타도 섞지 못했고, 계산도 어설프다.

음파를 맞혔다고 킬각인 게 아니다.

날아오기 직전, 손속이 교차한다.

촤악!

힘의 선회가 가진 약간의 보호막.

한 턴 버티며 이속 버프로 빠져나간다.

리심은 당연히 쫓아오지만 그 밑에 깔려있다.

철컹!

좌아악-!

중력실에 갇혀 느려진 끝에 기절한다.

앞서 이동기를 전부 낭비해버린 대가다.

먹잇감으로 전락한 리심을 향해 쏟아진다.

* * *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불사신처럼 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해설진과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아졌던 것도 당연하다.

〈극탱 갓렌이 잘 크기만 하면 진짜 단단해서 적진에 뚜벅뚜벅 들어가서 살아 나올 정도입니다.〉

〈뚜벅이라 문제죠!〉

-뚜벅이라!

-아 뿔 싸!

-가붕이 캔 두 애니띵!

흔히 보기 힘든 챔피언.

아니, 볼 수가 없는 챔피언.

티몽은 전략적 활용이라도 하지, 갓렌은 정직함과 올곧음 그 자체다.

대회 무대에서 변수가 없다는 건, 활용 가치가 없다의 동의어다.

그럼에도 꺼내 들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벌써 화제가 되었다.

─재슥이가 마지막 청춘을 불태운다!

꽃이 지기 전에 가장 아름답듯

재슥이도 죽기 직전이 절정일지 모른다

└아아, 그래서……

└젠장! 믿고 있었다구

└30살 공약을 위해 매일매일 술에 절여 살던 일상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구나!

└(간수치 300)

세계 최고의 갓렌 장인.

마지막 청춘을 불태우는 것이 그의 컨셉이다.

늙고 병들었지만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촤악!

좌아악-!

마치 불꽃 싸다구처럼 강렬한 위력이다.

빅토리의 레이저가 갓렌을 뜨겁게 지진다.

하지만 단단한 탱커답게 맞으면서 버틴다.

「눈도 깜짝 안 한다!」

-우리 가붕이 눈도 깜짝 안 하누!

-오~ 금강불괴?

-야 멋있다 갓렌아ㅋㅋㅋㅋㅋ

탱커로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광경이다.

잘 커서 맞고 있으면 뿌듯한 느낌이 든다.

마법 저항력도 높아서 AP 상대로는 무적에 가깝다.

키잉-!

툭! 툭!

상대가 AD라서 문제다.

스킬 중간중간 섞여오는 평타가 뼈를 때린다.

홧김에 역공이라도 퍼붓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와-! 아니, 카이팅이 너무 좋아서 붙을 수도 없어요.〉

〈거리 유지하면서 계속 때리니까 갓렌 입장에서는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죠!〉

-가붕이 학창 시절 생각 나겠누ㅋㅋㅋ

-다시 만난 담당 일찐.avi

-역시 늙고 병들어서……

확실한 에이스 견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제아무리 마왕이라도 마법 저항력이 250이다.

아이템은 물론 룬특성까지 무식하게 올인한 결과다.

그 판단 자체는 틀렸다고 볼 수 없다.

중반까지만 해도 해설진의 격찬이 쏟아졌다.

어처구니 없는 이변 하나에 샌드백 신세로 전락한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AD빅토르의 프리딜을 감당해내지 못한다.

일반적인 AP와 달리 기동성도 매우 탁월하다.

사이드 주도권이 서울팀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맛이 자극적이에요! 제 LOL 인생을 걸고 말씀드리면 이건 팔리는 약입니다.〉

-아까는 리메이크 되고 쓰레기라며?

-본인 얘기한 듯

-클끼리까지 인정ㄷㄷ

-AD빅토리라니 신박하네ㅋㅋㅋㅋ

갑갑하리라 예견됐던 전황.

마왕의 선택 하나가 활로를 뚫어냈다.

하지만 그것이 경기의 승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

LOL에는 100여 가지가 넘는 수많은 챔피언이 존재한다.

그만큼 활용법도 셀 수 없이 연구되어 있다.

뉴메타 템트리는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

〈AD캐낸이나 AD미달리도 그렇지만 한타 페이즈로 넘어가면 결국 유통기한이 찾아오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