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2화 (52/201)

〈저도 그 부분이 염려가 되긴 해요.〉

성승현 캐스터가 환기를 한다.

서울팀이 게임의 주도권을 가져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재미만 보다가 지면 결국 말짱 도루묵이다.

실제로 솔로랭크를 하다 보면 흔히 겪는다.

AD캐낸, AD미달리 등 스플릿 챔피언.

한타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지는 경우가 있다.

AD빅토리도 마찬가지의 약점을 가질 것이다.

일련의 추측 자체는 지극히 타당하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써컹!

촤라라라락-!

파키맨의 탤런이 적진을 향해 뛰어든다.

다이너마이트를 온몸에 두른 듯한 기세.

서울팀의 본대는 판단이 그만 엇갈렸다.

-와타시와 모 신데이루!!

-나니이이이???

-와 ㅅㅂ 뒤도 없는데 저걸

-믿고 있었다고 제길!

마치 불나방처럼 순식간에 타들어간다.

탤런은 죽었지만 그 의지는 전해진다.

광주팀이 시체를 밟고 전진하며.

「주사위는 던져졌다.」

?선장의 배인이 구른다.

충분히 갖춰진 코어 아이템.

프리딜 구도에서 극강의 위력을 발휘한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광주 ?선장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광주팀 팬들이 환호한다.

빅토리가 합류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텔레포트의 부재를 날카롭게 노렸다.

불현듯 벌어진 한타를 대승으로 이끈다.

탤런의 희생과, 배인의 훌륭했던 프리딜.

그것도 있지만 사실 가장 큰 건 미흡한 대처였다.

〈각 잡고 넣는 프리딜이 예술인데요?!〉

〈근데 방금 상황은 서울팀의 손발이 너무 따로 놀지 않았나…….〉

-김서준 빡침

-대노ㄷㄷㄷ

-저게 왜 대노임?

-진짜 무서운 건 말 없을 때지ㅋㅋ

교전이 끝나고 김서준 해설의 따끔한 질타가 이어진다.

성장 못한 탤런에게 과한 대응.

그리고 원딜러의 포지셔닝.

해강고원딜킹은 손 꼽히는 아마추어 원딜러다.

하지만 원챔 장인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다.

라인전 단계에서는 그나마 덜했지만, 정신없는 한타 페이즈에 들어가자 실수가 두드러진다.

챵! 챵! 타앙!

그 한 번의 실수가 야기시키는 스노우볼.

대회 무대에선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광주팀이 무서운 기세로 바론을 잡아 먹는다.

〈이거는…… 막기 힘들 것 같은데요?〉

〈두두도 궁, 점멸이 다 빠졌고, 갓렌도 텔레포트를 탔기 때문에 내줘야 합니다.〉

내주고 다음을 보는 게 최선이다.

마찬가지로 상대의 실수를 기대해야 한다.

해설진의 단언이 떨어질 만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좌아악-!

그럼에도.

뒤늦게 합류한 마왕의 빅토리가 레이저를 긋는다.

하지만 조촐한 데미지에 역시나란 말이 올라온다.

-빅토리 노딜ㅋㅋㅋ

-AP였으면 혼자 다 죽였다 ㅇㅈ?

-응, 다크 할애비가 와도 못 막아

-테이커 할애비면 어떨까?

일반적인 템트리를 선택하지 않은 대가다.

한타 페이즈에 들어가면 역시나 한계가 있다.

그러한 시청자와 해설진의 평가가 갑자기.

데구르-!

트리플 킬을 먹고 잔뜩 신이 난 배인.

쓰렉귀의 랜턴을 믿고 구른다.

구른 그 자리에서 터져버린다.

─서울 Satan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서울 Satan님이 광주 ?선장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지금까지 샌드백 역할을 하던 건 갓렌이다.

마법 저항력이 워낙 무식하게 높았다.

그러다 보니 역으로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네?〉

〈뭐죠?〉

종잇장 같은 원딜러가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

영문 모를 상황에 해설진의 말이 끊긴다.

하지만 시작한 학살은 브레이크가 없다.

좌아악-!

빅토리의 레이저가 불을 뿜는다.

따끔하지만 성장을 생각하면 실망스럽다.

자신감을 얻은 배인이 구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촤악!

키잉-!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해설진조차 말을 잃어버렸던 그 광경.

배인이 허무하게 죽자 구도가 180도 뒤바뀐다.

촤악!

키잉!

앞선 한타에서 모든 걸 퍼부었다.

스펠도, 궁극기도 전무한 광주팀이다.

가두리 양식장에 갇힌 채 한 명씩 사라진다.

「눈도 깜짝 안 한다!」

물론 한 명은 모든 것이 있다.

갓렌이 열심히 눈꺼풀을 부여잡고 빙글빙글 탑블레이드를 회전시킨다.

하지만 극탱이다.

딜이 하나도 없다.

그마저도 실드에 의해 상쇄된다.

마지막까지 남아 의리와 정의를 지키다 결국.

─쿼드라 킬!

서울 Satan님은 전설적입니다!

마무리……!

담당 일찐에게 붙잡혀 그대로 교육 당한다.

어처구니 없는 솔로 캐리.

커뮤니티의 반응이 터지는 것도 당연하다.

-솔로 캐리의 솔로가 그 솔로가 아닐 텐데??

-진짜 게임 혼자 하누ㅋㅋㅋㅋ

-와 이 새끼 마음에 드네

-카이팅 존나 재밌겠다 ㅅㅂ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세다.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피지컬과 더불어 챔피언 선택.

한타를 혼자 한 것만으로도 팬티가 한 장이다.

AD빅토리라는 자극적인 맛까지 더해진다.

화제글 최상단에 오르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아니, AD빅토리로 저런 누킹이 나와?

AD계수도 없는데 저게 말이 돼?

└트포+치명타 딜

글쓴이-그거 가지곤 설명이 안되지 ㅄ아

└근왜욕??

└몰라 저 새끼가 하면 뭔가 다 세……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경기 중이다.

불난 집에 제대로 부채질.

삽시간에 커뮤니티를 화제의 불길로 뒤덮는다.

* * *

첫 번째 세트가 끝나고, 두 번째 세트가 시작하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

2만 명이 안되던 총 시청자 수가 6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몰려온 뉴비들이 채팅창을 점거하다시피 한다.

-AD빅토리 끝남?

-1대4 한타 씹것ㅋㅋㅋ

-와 마왕 경기 하는 거 방금 알았네

-ㄹㅇ 무조건 이김?

.

.

.

SNS 자칭 맛집들이 괜히 치즈 잔뜩 올리고, 괜히 캡사이신 잔뜩 뿌리는 게 아니다.

자극적인 맛과 비주얼은 손님을 끌어모으기에 안성맞춤이다.

첫 번째 세트의 활약은 그럴 만한 파급력이 있었다.

〈잠깐 커피 한 잔 마시고 돌아온 사이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어요?〉

〈저희가 대회 중계를 많이 하기 때문에 알지만 사실 2만 명 보시는 것도 엄청난 거였거든요.〉

성승현 캐스터도, 클끼리 해설도 당황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2부 리그인 챌린저스 코리아가 진행될 때.

시청자 수가 진짜 많아도 1만 명이 안된다.

심한 경우에는 천 명도 안될 때가 있다.

아마추어 대회가 그 이상의 화제를 낳은 셈이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일지언데 갑작스레 불어나 6만 명.

〈이게 6만 명이 어떤 숫자냐면요. 저희가 보통 롤챔스 중계할 때 각 플랫폼 시청자 수의 합이 10만 명 정도 봅니다. 인기팀 경기날에는 그 배를 훌쩍 넘는 경우도 있는데…….〉

국내 시청자 수만 따졌을 때 보통 그 정도다.

그만큼 1부와 2부 사이에는 소위 넘사벽이 존재한다.

수많은 프로팀들이 1부를 도전하고, 유지하려 애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고작 아마추어 대회가 그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서울팀과 광주팀이 쌓아온 인지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더해서 마왕, 그가 보여준 놀라운 캐리력.

〈솔직히 저희도 기대하고 오긴 왔어요. 저희도 다 듣는 귀가 있는지라 모를 수가 없거든요.〉

〈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시기 때문에 말을 하는 거지만,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관계자들도 주목을 하는 분위기죠.〉

-진짜로??

-기사도 많이 떴지

-실력, 스타성…… 대형 신인 맞지

-AD빅토리 참신함까지 지렸다!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Keg.

참가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로를 지망한다.

그런 만큼 한 선수만 감정적으로 밀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

누가 봐도 이미 포커스가 되어있다.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도 아니고 글자 그대로다.

솔직하게 해설진 입장에서도 반길 일이다.

새로운 e스포츠의 스타는 언제나 목이 마르다.

임요한, 테이커처럼 존재 하나만으로 흥행을 좌지우지한다.

〈진짜로 농담이 아니라 소름 돋았어요. 다른 선수들에게 실례되는 말일 수 있지만 격이 다르다는 느낌이 나긴 했습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적어도 현재 진행되는 대회.

마왕, 그가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게임을 혼자 지배하다시피 했다.

경기 도중 고전을 예상했던 해설자들이 앞다투어 침이 마르도록 격찬한다.

-와 대체 얼마나 잘했던 거야

-첫 세트 못 본 흑우 없제잉?

-ㅋㅋㅋ난 봤는데

-이거 녹화본 언제 올라옴?

일련의 화제로 유입된 수만 명의 시청자들.

그들에게 더욱 인상적인 기억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정말 서울팀에게 유익한 방향일지.

─서울팀 거품 씹오지네ㅋㅋㅋㅋ

팀원들 팔다리 잘리니까 투명인간행

마왕이 혼자 똥꼬쇼 해서 멱캐하는 팀

└멱캐가 뭐임?

└멱살 캐리

└까고 보니 마왕 원맨팀

└주챔 짤리니까 얼 타는 거 실화냐ㅋㅋㅋ

LOL 유저라면 누구나 주력 챔피언이 있다.

그것이 밴됐을 때, 소위 팔다리가 잘렸다고 표현한다.

그 정도로 했을 때와, 못했을 때의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마스터 이상의 천상계 유저들에게는 특히 더하다.

주챔프 못하면 브론즈가 돼버리는 유저도 있을 정도다.

어디까지나 비유지만 그만큼 실력이 저하되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은 챔피언 폭에 신경을 많이 쓴다.

어떤 상황이라도 본실력을 낼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서울팀의 이들은 아직 아마추어.

와아아아아아-!

지금 이 순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경기장까지 찾아온 보람이 배가 되는 순간이다.

부러우라고 관중들이 더 신난 기운을 내뿜는다.

* * *

선생님들마다 교육 방식이 갈리듯, 코치들도 각자의 방식이 있다.

코치 생활을 오래 해온 만큼 나도 확고한 신념이 있다.

'던져 놓으면 어떻게든 다 돼.'

한 마디로 방목 스타일.

실전에 던져두고 하는 꼬라지…… 아니, 경과를 본다.

구구절절 말로 해봤자 솔직히 안 듣는다.

당연히 제딴에는 듣겠지만 머리에 안 박힌다고.

전자제품 살 때 딸려오는 설명서처럼 말이다.

그거 아무리 읽어도 이해 하나도 안되잖아.

'요즘은 갈수록 뭐라 써있는지도 모르겠어.'

분명히 한국말인데 한국말 같지가 않다.

결국은 써보면서 이해하는 경우가 90%다.

선수들도 머리보다 경험이 앞서는 케이스가 90%다.

"니들 자신 있다며? 정신 못 차리네?"

"아니, 그게…… 뭔가 좀 게임이 안 풀려서."

"왜 안 풀린다고 생각해?"

"솔랭에서는 잘 됐는데 긴장을 너무 해 가지고……."

세상에는 참 기이하고 신기한 사실이 있다.

바보한테 바보라고 하면 화낸다.

이른바 팩트 폭행이라는 것이다.

이 법칙은 롤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원챔충한테 원챔충이라고 하면 화낸다!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호부호형을 못해.

'내가 홍길동이여?'

자신의 한계에 대해 잘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약점이기 때문에 더욱 감추려고 든다.

이걸 억지로 부여잡고 설명을 한다?

당연하게도 들을 턱이 없다.

친구 중에 빼박 바보인 새끼한테 바보라고 놀려봐.

뺨 맞지.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장난이 아닌, 진지한 영역이다.

그 필요성을 자신이 인지하게 만들어야 한다.

무력함을 한 번 느껴봐야 절실해진다.

'나는 일류 코칭보다 중요한 건 선수의 절실함이라고 생각해.'

e스포츠판에서 성공한 수많은 선수들.

그들 중 절실하지 않았던 이는 내가 아는 한 없다.

단순한 천재성 하나만으로 뜰 만큼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국내 천만 명에 가까운 유저들 중 상위 200명이 챌린저다.

그 중에서도 진짜 날고 기는 이들만 프로로 데뷔한다.

까놓고 천재들의 싸움인데 천재성 그게 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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