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시점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황금 카드를 던지고 부랴부랴 점멸로 튀지만.
─적을 처치했습니다!
정화로 칼같이 풀어내며 따라가 긋는다.
레이저 사거리 끝에 닿자 불타 사라진다.
쫓아오는 애꾸사자는 적당히 길들여준다.
'그냥 와리가리 좀 치면 돼.'
중력실을 깔고 도망가는 척.
점멸로 넘어올 때 역으로 방향을 튼다.
조급했던 판단 한 번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순식간에 게임이 터져버린 셈이다.
그 의미는 따질수록 더욱 육즙이 흘러넘친다.
순식간에 상대의 주요 궁극기 두 개가 바보가 돼버렸다.
「재로 만들어주지!」
바텀 라인이 수월하게 압박을 넣는다.
초반이 강한 부시안을 강점을 살리고 있다.
주 챔피언인 도라이븐을 잡진 못했어도 그럭저럭.
'만약 내가 없었으면 팀의 에이스였을 테니까.'
항상 첫 번째로 밴 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세트에서도 마찬가지로 밴이 됐다.
그럼에도 앞전 세트와는 다르다.
이렇듯 압박하기 편한 구도.
마치 솔로랭크와 비슷한 환경.
만들어준다면 숙련도의 영향을 덜 받게 된다.
두구두구두구두-!
물론 유리할수록 고삐를 쥐어야 한다.
대회 경기는 사소한 방심 하나가 치명적이다.
변수 계산 능력만은 경험으로 쌓는 수밖에 없다.
그 경력이 다른 누구보다 길다.
아마추어 레벨의 변수는 쌔고 쌘 것이다.
하물며 상대팀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는 마당이다.
"저녁 메뉴에서 고기 뺄래, 지금 뺄래?"
"……저희 회식 삼겹살 아니었어요?"
고기 냄새 맡으면서 양파만 씹고 있으면 몸에도 좋고, 정신 수양에도 좋겠지만 경험하기는 싫을 것이다.
강제 웰빙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쭉 빼야 한다.
'슬슬 남만정벌 마려울 타이밍일 거거든.'
비단 김재슥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유저들이 가진 성향이다.
라인전 안 풀린다 싶으면 로밍 가버리기~!
솔로랭크에서는 그런 게 잘 먹힌다.
상대 탑 텔도 없잖아?
설마 걸어서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말카림 특유의 킬 캐치력이 더해지며 예상치 못한 킬을 만든다.
쿠워어어어-!
쏟아지는 말카림의 궁극기.
김재슥의 말카림이 바텀 라인에 당도했다.
이미 빼고 있었기에 점멸 하나를 소비시킨 게 수확의 전부다.
「화염방사기 출력 전개!」
그리고 탑에서는 미니언 웨이브가 살살 녹고 있다.
로밍을 실패한 대가.
'인생이 망했다' 는 표현이 적절하게 쓰이는 상황이다.
격정적인 반응 속에서 시작된 두 번째 세트.
그 관건은 미드가 될 거라는데 포커스가 맞춰졌다.
그도 그럴게 앞선 첫 세트가 원맨팀 소리를 들어도 싼 수준이었다.
쿠워어어어-!
김재슥의 말카림.
처절한 항전을 시작한다.
궁극기로 쏟아져 람블에게 붙으며 언월도를 돌린다.
그 기세가 워낙 무시무시하다.
W흡혈로 체력도 점차 차오른다.
하지만 그 끈기도 언제까지 지속되진 않았다.
〈역시 성장 차이가 너무 나서…….〉
〈말카림이 2스택 쌓고 풍차 계속 돌리면서 피흡 하면 말도 안되는 솔킬을 따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건 무리였죠.〉
이대로 있으면 가만히 앉아 지는 그림밖에 안 나온다.
승부수를 던졌던 셈이다.
실패하자 그 리스크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처지다.
-말카림 인생 망했네
-탑 3렙 차ㅋㅋㅋㅋㅋ
-역시 후지산 적토마라……
-아니, 생선님 CS는 왜 그러십니까!
하물며 승부수를 처음 던진 것도 아니다.
이미 한 번, 바텀에 회심의 로밍을 시도했었다.
정말 허무할 정도로 쉽게 막혔고 손해는 막심했다.
두 번이 되자 치명상이라는 말도 부족하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평소의 기본기까지 발목을 붙잡고 있다
〈다른 건 둘째 치고 탑라인 CS가 솔직히 좀 절망적으로 심하네요.〉
〈지금 게임 시간이 15분 다 돼가는데 50개를 못 먹고 있는 건 진짜 아!!〉
-대포 흘림ㅋㅋㅋㅋ
-ㅁㅍ ㅁㅅ
-김서준 소노ㄷㄷ
-굶주린 만큼 강해지는 컨셉이라……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 넣으면 보다 높은 집중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동전으로 지르는 인형 뽑기처럼 말이다.
하지만 굶어도 너무 굶었어.
「화염방사기 출력 전개!」
단순한 딜교환도 성립되지 않는다.
학창 시절 담당이라도 만난 듯 눈도 감히 마주치지 못한다.
첫 번째 세트와는 너무나도 다른 탑 라인전 구도.
〈서울팀 선수들이 눈빛부터가 달라졌어요?〉
〈소위 원챔 유저들이 원챔을 잡았을 때는 프로에 준하는 캐리력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바로 지금 상황 같습니다.〉
구겼던 자존심을 활짝 펴고 있다.
자신들이 어째서 챌린저에 빛나는지.
그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경기력을 뽐낸다.
좌아악-!
물론 수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대상.
마왕의 빅토리는 여전하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다.
레이저가 트와이스 페이크를 절단할 듯 예리하다.
촤악!
키잉!
하지만 진짜는 아직 박히지도 않았다.
Q스킬로 미니언을 잡으며 달려나간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트페의 뼈를 때린다.
와아아아-!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지는 이유가 있다.
삼종신기가 갖춰진 AD빅토리의 위력.
동시에 그의 판단이 맛이 갔기 때문이다.
교차하는 황금 카드의 스턴을 칼같이 풀어낸다.
깜짝 놀란 트페는 쫄플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울지언데 킬각으로 이어진다.
─서울 Satan 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점멸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따라잡힌다.
생각지도 못한 킬각.
해설진의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미니언을 잡아서 순간적인 이동 속도 증가로 거리를 좁혔습니다. 킬각이 진짜 와-! 눈 뜨고 코 베이는 수준인데요?〉
〈정화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못 잡았을 텐데 반응이…… 저는 방금 캡잭의 매드무비가 떠올랐습니다.〉
칼 같은 정화 반응으로 유명한 프로게이머다.
롤판의 몽상가, 시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표 시는 독부왜노(獨部娃鷺).
─독부왜노가 무슨 뜻임?
뭐길래 이리 유명함?
└아직도 그걸 모르는 것이냐!!
글쓴이-알려줘야 알지;;
└허허,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리오
└Fact)그 뜻은 네이버에도 나와있지 않다
세간에도 익히 알려진 명시임에도 불구.
뜻이 워낙 오묘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형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마저 해석을 포기했을 정도다.
〈정말 오늘 최창민 선수가 보여준 캐리력은 독부왜노! 저도 사실은 뜻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을 표현하자면 그 네 글자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동의합니다.〉
클끼리 해설은 물론 김서준 해설까지 동의한다.
정신 나간 수준의 킬 캐치력.
그리고 이를 보조해주는 독특한 템세팅.
화제가 되는 것이 당연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두 세트 연속 미드 라인을 완전히 박살내놨다.
트페는 테러……, 아니 로밍을 갈 엄두도 못 낸다.
대한민국의 안보가 철통 보안으로 지켜지고 있다.
─블루팀이 포탑이 파괴했습니다!
─블루팀이 포탑이 파괴했습니다!
흘러가는 경기의 흐름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그냥 전 라인이 압도적으로 찍어 눌렀다.
우승 후보라는 명성에 걸맞는 활약이다.
촤악!
키잉-!
그중에서도 당연 돋보이는 이는 두 말할 필요가 있을까?
빅토리가 사이드 라인을 종횡무진 휘젓는다.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카메라의 포커싱.
두구두구두구-!
말카림의 발굽이 땅을 박찬다.
그 기세는 가히 당나귀와 같다.
너무 망해버려서 딜도 탱도 제대로 안된다.
하지만 잠깐은 버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빅토리에게 달라붙으며 시간을 끈다.
아군이 합류할 잠깐을 벌어냈다.
촤라락-!
쿠워어어어!
트페의 궁극기, 숙명이 펼쳐진다.
그 직후 말카림의 궁극기가 쏟아진다.
애꾸사자까지 달려오고 있으니 필킬각.
─더블 킬!
트리플 킬
서울 Satan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그랬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성장이 조금만 더 잘됐다면 말이다
하지 못하자 혼자서도 능히 상대한다.
물론 한 가지 전제가 따른다.
어처구니 없는 순간 판단력.
넋 나간 듯 지켜보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코앞에서 떨어지는 말카림 궁을 점멸로 피하고, 골카는 또 정화로 풀었어요!〉
〈저희가 어디까지나 돋보인다는 의미로 격이 다르다, 독부왜노다. 그렇게 말씀드린 건데 이건 정말…….〉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속담이 있다.
지랄도 멍석 깔아 놓으면 못한다는 속담도 있다.
사실 어떠한 이슈로 유명해지는 일은 의외로 드물지 않다.
그 무게를 대부분 감당하지 못할 뿐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만약 그 기회를 이렇게 잡아버릴 수 있다면.
-와 Q평에 뚝배기 터지네
-로버트 할리도 울고 갈 한 뚝배기 솜씨ㄷㄷ
-AD빅토리 하러 갑니다^^
-오늘 솔랭 터져욬ㅋㅋㅋㅋ
.
.
.
독특한 뉴메타.
압도적인 캐리력.
롤 유저라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를 기존에 알고 있던 시청자는 물론.
유입된 이들도 잊을 수 없을 강렬함이다.
당장 그의 플레이를 따라 해보고 싶을 정도로.
촤악!
키잉-!
아이템이 쭉쭉 갖춰진 AD빅토리의 위력.
안 그래도 높은 관심에 기름을 붓는다.
* * *
연관 기억이라는 게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이었다면 모를 수가 없다.
영어 단어 빨리 외우는 법, 타닥타닥 검색하면 무조건 나온다.
비단 공부가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하면서도 많이 느낀다.
이를 테면 이 음악을 들으면 그 날의 향수가 떠오른다.
보름달만 보면 오른팔의 흑염룡이 미쳐 날뛴다.
어떤 기억을 떠올리면 관련된 기억이 연상될 때가 있다.
이는 실제로 홍보나 이미지 메이킹에서도 사용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LOL 전문 스트리머들만 봐도.
〈행님들, 제가 왜 죽은지 아시죠?〉
-추천 타이밍이지!
-행님 좀 추하시지 말입니다
-(대충 추천 받으려고 한다는 댓글)
러이갓만 해도 마이 장인으로 떠오른 스트리머다.
2012년 후반기, AP마이가 급부상한 게 계기였다.
무려 롤챔스에 나오고 말았으니까.
이전만 해도 트롤로 취급 받던 육성법이었다.
다이아만 가도 먹힐 리 없다고 폄하 받았다.
그런 AP마이가 롤챔스에 나와 하드 캐리.
9킬 1데스 6어시의 살인전차를 목도한다.
심지어 MVP까지 수상하기에 이른다.
대한민국 모든 롤 커뮤니티를 폭발시켰다.
「님 콩샐 미드마이 못 봄?」
이 한 줄이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솔로랭크까지 들끓었다.
뽕맛에 반한 유저들이 너도 나도 AP마이를 찾게 됐다.
우연치 않게 러이갓은 성공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미드 슈발 새끼야! 백업 왜 안 오는데? 와 방플 저격 미치따~.〉
-행님 좀 많이 추하시지 말입니다
-또 추천 받으려고 죽음?
-실버에서 똥 싸는 거 실화냐……
-이래서 ㄹㅇㄱㄹㅇㄱ 하는구나
지금은 자칭 양학BJ로 탈바꿈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간간히 마이를 꺼내 이미지 작업을 한다.
그 정도로 한 챔피언에 연관되는 건 홍보 효과가 대단하다.
─와 ㅅㅂ 다 이긴 거 미드 때문에 졌네
미드 새끼 아이템 꼬라지 봐
빅토리가 트포 인피 스태틱ㅋㅋ
└레이저(물리)
└저거 대회에 나오던데
글쓴이-?? 대체 언제?
└님 마왕 AD빅토리 못 봄?
그렇기에 올라오는 소리다.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솔로랭크까지 강타하고 있다.
희한하기 그지없다는 점이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17:16] 서폿외길18년 (힐라카): 헐, 님 AD빅토리 좀 에반 듯;;
[17:23] 캐리장인임다(빅토리): 님 마왕 AD빅토리 못 봄? 후반 캐리함 ㅇㅇ
[17:28] 서폿외길18년 (힐라카: 니가 마왕임? 빅토리충 ㄷㄷ해
물론 그 사로잡는 방향이 아군 멱살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일파만파,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