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카리나의 제임스를 열어주네ㄷㄷ
-이건 큰 실수인데……
-응, 로밍 안 가브리엘~
-일카리나 제임스는 다르지ㅋㅋㅋㅋ
딱히 원챔 유저가 아니다.
프로 제의를 많이 받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가장 자신 있어하는 챔피언은 누구나 있는 법이다.
〈제임스를 굉장히 공격적으로 잘하는 선수에요. 두 번째 세트,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서준 해설의 부연 설명이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도 그럴게 첫 번째 세트는 그냥 마운팅이었다.
아무것도 안……, 아니 못하고 일방적으로 맞았다.
선수 본인의 입장에서도 억울할 노릇이다.
결자해지 할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 셈이다.
높아지던 기대에 한 번 더 기름이 부어진다.
와아아아아-!
눈에 띄게 높아진 현장 관중들의 환호.
지난 광주팀과의 경기 이후 높아진 인기가 공기를 타고 느껴진다.
바로 그 근원과도 같은 챔피언이 원조의 손에서 재현된다.
어떤 챔피언이든 장점만 보면 한없이 좋아 보인다.
반대로 단점만 보면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빅토리는 특히 더 극단적인 면이 있다.
'초반에 거의 없다시피 한 챔피언이니까.'
물론 그런 챔피언은 꽤 존재한다.
끠즈?해도 첫 귀환 전까지 힘들다.
하지만 한 번의 계기만 있으면 라인전이 풀린다.
그런데 빅토리는 그 기간이 매우 길다.
전용 아이템 업그레이드라는 시스템 탓이다.
내가 이전 세트에서 노렸던 부분이기도 하다.
'수동적이라서 말리기 시작하면 답도 없어.'
심지어 그 이외에도 단점이 한둘이 아니다.
생존기가 없어서 툭 하면 죽기 일쑤다.
기동성도 별로라 로밍도 못 따라간다.
그렇게 쌔고 쌘 빅토리의 약점들.
단 한 가지 전제로 뒤집는 게 가능하다.
자체적으로 라인전을 압도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콰릉!
제임스가 미니언을 망치로 찍으며 들어온다.
바로 폼 변환을 하고 평타를 탕! 탕! 탕!
얄미운 테크닉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근데 하도 많이 봐서.'
두 가지 폼 변환을 자유자재로 다뤄야만 할 수 있는 고난이도 딜교환이다.
그런 걸 할 줄 아는 장인들을 너무 많이 만나봐서 문제다.
파아앙-!
이어지는 QE를 적당히 피해낸다.
각도를 제한하면 어려울 것도 없다.
도망가는 제임스를 따라가 평타를 툭툭.
좌아악!
레이저까지 야무지게 긁자 딜교환을 이득 본다.
본래라면 있을 수가 없어야 할 상황이다.
실력 차이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건.
'사실 AD빅토리가 엄청난 꿀챔이야.'
단순히 치명타가 엄청 세서!
고작 그 하나의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빅토리가 가진 고질적인 약점에서 비롯된다.
라인전 능력이 강하지 않다는 점.
룬특성에 AD를 섞음으로 보완되었다.
평타 딜교환을 자신감 있게 주고 받은 연유다.
촤악!
키잉!
사소하다면 사소할 차이다.
하지만 밸런스의 관점에서는 큰 무게추다.
빅토리가 오히려 라인전을 몰아붙이게 해준다.
좌아악!
체력을 깎아둔 제임스.
스킬 짤짤이 한 방, 한 방이 더 뼈아프다.
라인전을 압도하자 구도가 180도 달라진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비단 미드 라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글러의 개입으로 바텀에서 킬이 나왔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
'그냥 빅토리였으면 제임스 개입 때문에 정글러가 움직이기도 힘들었어.'
정글러의 초반 동선이 제약 받았어야 했다.
짊어져야 할 단점이 아예 사라져버린 셈이다.
그런데 캐리력이라는 장점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차후에 빅토리가 도벽 들고 탑 가서 깽판 치는 것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초반에 뭔가 할 수 있고, 잘 성장할 수 있다면 사기가 된다.
장점과 단점 사이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그것을 OP챔피언이라고 부른다.
'까놓고 말해서 겨우 Keg에서 공개하기는 아까울 정도지.'
그럼에도 쿨하게 쓴 이유는 이슈를 일으키기 위해.
그리고 내 경기를 재미있게 봐주었으면 해서.
그런 건 아니고 어차피 패치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 * *
첫 번째 세트의 바톤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아니, 더 크게 불타올랐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속-!」
미드 라인전이 치열하다 못해 무섭다.
제임스의 포킹이 한 끗 차이로 빗나간다.
그럼에도 그 공격성은 끝을 모르고 날카롭다.
콰릉!
결국 들어가고 만다.
관문과 폼 변환의 이동 속도 증가.
2단 부스터로 거리를 좁혀 망치를 내려 찍었다.
텅! 텅! 텅!
터엉-!
3연타를 내리치며 밀쳐낸다.
점멸로 중력실의 스턴까지 피한다.
끝을 보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판단이었지만.
─서울 Satan님이 경기도 일카리나님을 처치했습니다!
대형 화면에서 떠오르는 알림.
상대의 승부수를 여유롭게 받아친다.
한 끗 차이였지만, 한 끗 차이가 아닌 듯한 느낌이었다.
〈일카리나 선수가 계속 손해 보다가 일기토 한 번 걸었는데 결국-!〉
〈저 급박한 상황에서 점멸을 마지막까지 아끼고 진짜 와~~ 다시 봐도 대박이네요. 승자의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점멸 참기 lv10ㅋㅋㅋㅋ
-제임스 들고 솔킬을?
-백작님 체통 안 지키누
-근데 마왕이 너무 잘함
기울고 기울던 미드 라인전에 결정타가 되었다.
만약 반대로 땄다면 활로가 열렸을 것이다.
따지 못하자 한 마리의 괴물을 보게 된다.
키잉!
좌아악-!
벌어진 레벨과 아이템 격차.
빅토리의 평E에 제임스의 반피가 나간다.
그 강렬한 데미지의 감상에 젖어있을 찰나도 없었다.
콰지지직……!!
점멸궁이 박히고 그 순간 보는 모두가 직감한다.
이건 죽었구나.
미드 라인에서 연이어 솔킬이 터지고 만다.
〈괴물! 나라는 괴물!〉
〈나올 만한 솔로킬이긴 했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빠르게 나오니까 당황스러운데요?〉
-'그 단어'
-Nara is monster 나왔죠?
-킬각 미쳤네ㄷㄷ
-제임스 E거리 안 주는 거 봐
흘러가는 경기의 상황에 결정타가 되었음은 틀림없다.
다른 챔피언이며 모를까.
잘 성장한 빅토리의 위력은 검증이 마쳐진지 오래다.
그렇게 되기 전에 브레이크가 걸려야 했다.
제임스도 그걸 모를 만큼 무르지 않다.
시도했지만, 먹히지 않았을 뿐이다.
〈제임스를 잡았으면 라인전에서 최소 CS 차이는 벌려야 되잖아요? 그래서 일카리나 선수도 라인전 엄~청 타이트하게 진행했거든요?〉
〈빅토리가 패기에서 안 밀렸어요. 오히려 딜교환을 이겼습니다. 그 상황이 지속되니까 무리하게라도 킬각을 잡아봤던 건데…….〉
어쩌다 실수 한 번에 퍼엉-! 터진 게 아니다.
착실하게 쌓은 딜교환 이득으로부터 비롯됐다.
그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했기에 팬들도 첫 번째 세트와 달리 놀리는 소리를 하진 않는다.
─롤판 최고의 제임스 장인…….jpg
제임스 종나 몬하이의 모습이다
└가브리엘 센세 개명 하셨누
└공포, 기괴) 제임스를 못하는 제임스 장인ㄷㄷ
└QE 못 맞히고 들어간 거 무엇?
└마왕 무빙이 미쳤어ㅋㅋㅋ
물론 일각에서는 드립 욕심을 못 참는 유저들도 있지만 전체적인 여론은 다르다.
순수한 실력 차이.
한쪽이 못한 게 아니라 다른 한쪽이 너무 잘했다.
양 선수의 경기력을 격찬하는 반응이다.
AD빅토리에 대해서도 평가가 달라진다.
아니, 보다 정확해졌다는 표현이 옳다.
〈그냥 빅토리가 아니라 AD빅토리잖아요? 그래서 라인전도 더 세고, 전성기도 더 빨리 옵니다.〉
〈적극적으로 라인 주도권을 잡아버리니까 단점이 부각될 틈이 없어요! 확실히 챔피언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는 게 돋보였습니다.〉
본래 빅토리는 난이도가 높다.
리메이크 이전부터 악명이 높았다.
인파이팅이 요구되는데 포킹까지 잘 맞혀야 한다.
AD룬특을 섞음으로 난이도가 낮아졌다는 건 크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형으로 내비쳐지고 있다.
보는 이들의 심장을 사로잡는 위력.
「숨을 곳은 없어!」
드래곤을 두고 싸움이 펼쳐진다.
미드 라인이 밀리기는 하지만 아직이다.
조합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다른 라인은 건재하다.
경기도팀은 용 싸움에 사활을 걸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한타의 주요 키포인트를 꿰고 있는 듯한 연계.
키잉-!
쓰렉귀의 선고가 빅토리의 목을 노린다.
거미여왕의 점멸 실뭉치도 포커싱은 완벽했다.
그런 아비규환의 상황 속이기에 더욱 눈이 부신다.
─더블 킬!
서울 Satan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빅토리의 카이팅이 빛을 발한다.
논타겟 스킬들을 피하며 욱여 넣는다.
마치 원딜러와 같은 프리딜이 감탄을 자아낸다.
〈빅토리가 날래도, 너무 날래요! 제가 복싱에 미쳐 살았던 대학교 시절이 떠오르는 몸놀림이었습니다. 잽! 잽! 날아오면 한 대도 안 맞고 다 피했거든요?〉
〈복싱을 크하?-!〉
-역시 중앙대 일보!
-안성 피바라기ㄷㄷ
-아 비유 에반데
-Fact) 클끼리는 복싱을 5년 했었다
마치 잽을 흘려넘기는 숙련된 복서와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상대의 스킬을 지근거리에서 피하며 자신의 주먹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결과론적인 거지, 사실 작두를 타는 듯 아슬아슬한 곡예와도 같았다.
〈너무 가볍게 피했잖아요. 그런데 사실 하나만 맞았어도 CC기 연계에 빅토리 터지고, 한타 대패! 소위 갑분싸 흐름이 나왔어도 이상하지 않았어요.〉
〈맞습니다. 물론 대패까지는 좀 봐야 알겠지만 빅토리가 점멸이 없는 위험한 타이밍을 개인기로 흘려 넘기고 역으로 게임을 터트렸습니다.〉
김서준 해설의 목소리 톤이 유독 높은 이유가 있다.
재밌는 경기를 볼 때만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다.
고작 아마추어 경기임에도 미칠 듯한 존재감.
-와 AD빅토리 카이팅 또라이네
-Q평 하면 이속 증가 미침
-저렇게 쓰는 거였구만? 당장 해야지!
-오늘 솔랭 터지겠다……
물론 절대 다수인 시청자들에게 그런 부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재확인된 AD빅토리의 사기성에 이목이 모아진다.
어느 쪽도 마왕의 인지도를 수직 상승시켰다는데 이견이 없다.
〈솔로랭크가 또 터지겠네요. 비상 경보 발령해야겠는데요?〉
〈솔직히 이 정도면 눈치껏 알아서 안 해야 되는 게 맞는데…….〉
사람들이, 특히 한국 사람들이 하지 말라면 더 한다.
Keg 전국 결선 8강 무대.
서울팀 대 경기도팀의 경기는 서울팀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그 여파는 해설진의 예상대로 솔로랭크에도 고스란히 미친다.
수많은 충을 더욱 양산하며 화제의 파도를 낳고 있다.
커뮤니티 또한 마왕에 대한 이야기로 한창이다.
─마왕은 진짜 격이 다르네……
처음에는 나도 그냥 띄워주는 줄 알았지
해설진들이 Keg 포장해주는 느낌으로
클끼리는 뭔가 좀 신빙성이 없잖아
└그거 알지
└깃털처럼 가벼운 남자라
└근데 김서준은 진짜임 ㄹㅇ
└그 텐션은 절대 거짓말일 수가 없어ㅋㅋㅋ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확신이 안 설 수도 있다.
해설의 기본은 포장.
설사 같은 경기라도 정식 프로 리그인 롤챔스와는 체감이 다르다.
하지만 그런 의심도 한두세네 번이지.
시청자들도 결코 바보가 아니고, 보다 보면 안다.
이 선수는 진짜 해설들이 포장으로 하는 말이 아니구나.
오히려 포장지가 내용물을 다 감싸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말도 안되는 경기력을 보여준다.
챔피언을 바꿔서, 그것도 유명 네임드와 하자 와 닿는다.
─일카리나 제임스는 프로들도 인정해주는데
제임스 종나 몬하이로 만들어버리는 마왕은 도덕책……
└플레이에서 당황한 게 느껴지지 않음?
└코앞에서 QE피하면서 뚜까 패버림
└2세트는 상남자의 대결이었지ㅋㅋㅋ
이번 Keg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듯한 인상의 경기였다.
커뮤니티의 여론도 보다 깊게 마왕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일련의 상황이 고까울 무리 또한 존재했다.
모든 아마추어들이 프로 데뷔를 노리고 Keg에 참가하는 건 아니다.
특히 이번 2014년도의 Keg.
그렇지 않은 팀들이 드물지 않을 정도로 벌써 몇 번이나 화제가 됐다.
단순한 우연이 아닌 시대상이 반영된 결과다.
인터넷 방송, 개인 스트리밍이 널리 퍼지고 있다.
대회를 커리어, 인지도 상승의 장으로 여기는 경우도 흔해졌다.
「[Keg] 팟수 대표팀? Keg 광주, "졌지만 재밌었던 경기. 후회는 없어"」
「[Keg] 경기도팀 주장 일카리나曰 "벽을 느꼈다. 마왕의 우승에 한 표를."」
많게는 팀 단위에서, 적게는 개인이 인지도를 위해 참가하기도 한다.
그런 만큼 충분히 있을 만도 한 일이다.
대척점에 해당하는 팀이 참가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