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는데 Keg BJ대표팀도 있었네
근데 별로 유명한 애들은 아닌 듯ㅋㅋ
└ㄹㅇ? 어느 팀인데?
글쓴이-인천
└하꼬들이 참가하긴 했더라
└근데 티어는 높아서 세긴 세
Keg 광주광역시 대표팀.
까메오팟TV의 유명 PD들이 규합해 화제를 낳았다.
비록 서울팀을 만나 탈락하긴 했어도 방송의 홍보라는 목적은 이뤄냈다.
마찬가지로 다른 플랫폼에서도 욕심을 낸 이들이 있다.
파프리카TV.
지분을 따진다면 오히려 이쪽이 훨씬 주류에 해당한다.
하지만 참가한 이들의 인지도가 애매했다.
소위 '하꼬' 라 불리는 인기가 적은 BJ들이다.
실력 위주로 엄선했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겠지만.
─Keg 참가한 BJ대표팀의 위엄.jpg
정글러가 챌린저 1000점ㄷㄷㄷ
└와 쥐기네
└뭐임? 전 프로?
글쓴이-ㄴㄴ 그냥 BJ
└BJ인데 챌린저 천 점이야? 미쳤다!
홍보가 부족했을 뿐이다.
실력이 차고 넘치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방송 진행 능력 또한 탁월해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
그렇게 점점 높아지던 주가.
한 가지 계기로 최근 폭발 중이다.
50명도 간신히 보던 방송이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형님들 진짜 잘 온 거야. 정글 강의랍시고 다딱이들 방송 봐봤자 솔직히 실력 하나도 안 늘잖아. 정글은 무조건 챌린저 보고 배워야지. 인정해, 안 해?〉
-ㄴㅇㅈ
-러이갓 의문의 1패
-좆거만한데?
-이 새끼 패기는 지리네ㅋㅋ 맘에 든다!
사람이 꼭 겸손할 필요는 없다.
위치에 걸맞는 태도만 가지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친 오만만 아니라면야.
이~쿠우!
상대 정글에서 몰래 대기를 타고 있었다.
들어오는 이블퀸을 향해 꽂아 넣는다.
Q평E평RQ평E의 풀콤보가 작렬한다.
깔끔하기 그지없는 솔로 킬.
하지만 그보다 더 이목을 모으는 건 사전 설명이다.
상대의 동선을 정확하게 예측해냈다.
〈이블퀸 무조건 와. 이블퀸 무조건 온다고 했지! 인정해, 안 해? 이래도 안 해?!〉
-왜 이렇게 화남ㅋㅋㅋㅋ
-인정한다ㅋㅋㅋ
-정글 진짜 느낌 있긴 하네
-RPG만 하는 누구랑은 다름!
스트리머는 오버 리액션이 오히려 요구되기도 한다.
과장스러운 태도, 거만한 자뻑.
그 또한 방송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재미 요소다.
물론 이런 건 밑바탕일 뿐이다.
계기 없이 뜰 수 있을 만큼 스트리머 세계는 만만하지 않다.
최근 그토록 이야기가 자자한 서울팀과 붙게 됐기 때문이다.
─딸기맛치킨님이 별풍선 10개를 선물했습니다.
BJ님 준결승 상대 마왕인데 캐리 가능??
과반수의 시청자가 그 어그로에 끌려 찾아왔다.
이를 대변하는 질문을 무심코 넘길 수 있을 리 없다.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가 자신감 넘치게 단언한다.
〈마왕? 몇 점이야? 어디 보자…… 892점, 세 자리네. 나 지금 1041점이야. 지금 기세 미쳤어. 챌린저는 네 자리 수부터 다르다니까?〉
-오 1041점……
-BJ 중에서는 제일 높을 듯ㄷㄷ
-프로도 1000점 이상은 몇 명 없는데?
-애초에 1000점 이상이 별로 없지ㅋㅋㅋㅋ
국내 수백만의 유저 중 최상위 200명이 바로 챌린저다.
그런 용담호혈의 맹수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나뉜다.
점수가 높은 순으로 1위부터 200위까지 책정된다.
가장 낮은 200위가 보통 300~400점.
1000점이 넘는 랭커는 채 10명도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전부 어디서 들어본 유명 프로게이머들이다.
〈내가 지금 7위야. 근데 한 번 지면 바로 9위야. 그리고 이기면 6위. 얼마나 치열한지 인정해, 안 해?〉
-인정충 오지네ㅋㅋㅋ
-진짜 피 말리긴 하겠다
-승패 한 번에 랭킹이 와리가리~
-매판 프로게이머 만나겠지?
날고 기는 프로게이머들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점수대다.
아마추어는 당연히 끼지도 못해야 정상.
그럼에도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세 또한 한참 물올라 자신의 롤 인생 최고 정점을 찍고 있다.
자신감에 가득 찬 것도 가히 그럴 만한 일이다.
시청자들에게도 다이렉트로 와 닿는다.
〈챌린저 1000점 정글러의 명강의 흔히 들을 수 있는 거 아니잖아? 정글은 누가 뭐래도 저튜브지!〉
-점수 드럽게 높긴 하다
-1000점이면 테이커랑도 비비네……
-마왕까지 잡으면 방송 떡상할 듯
-서울팀 꺾으면 바로 구독 간다ㅋㅋ
BJ저사마 빈라덴.
약칭 저라덴의 선전포고가 커뮤니티를 들끓는다.
* * *
Keg 결선 4일차.
준결승전 첫 번째 경기는 이목을 모으고 있다.
사전 정보를 접한 해설자들도 깜짝 놀랐을 정도다.
〈시청자님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겠지만 사실 솔로랭크라는 게 소위 운빨의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얼마 전에 다이아3으로 강등되셨다고…….〉
-크흠
-하지만 인정합니다
-솔로랭크는 팀운겜 ㅇㅈ이지ㅋㅋ
-어이, 클끼리! 그런 '아픔' 을 숨기고 있었던 거냐!
솔로랭크는 브론즈든 챌린저든 마찬가지다.
어느 티어라도 팀운의 영향을 받는다.
그날 삘 안 좋으면 연패 때린다.
그리고 이는 오히려 챌린저들에게 더 버겁다.
낮은 티어는 연패를 해도 복구가 된다.
높은 티어는 연패가 치명적이다.
아예 복구를 못하는 경우도 흔할 정도다.
탑레 드립 치는 애들의 과반수가 그러하다.
그런데 최근 이슈가 되는 그 스트리머는.
〈인천팀의 정글러 저라덴 선수가 아마추어임에도 1000점대를 유지하고 있어요. 참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챌린저 1000점.
챌린저 중에서도 괴물급이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일지언데 유지하고 있다.
잠깐의 운이 아닌, 실력이라는 이야기다.
해설진들의 평가가 높은 것도 그럴 만하다.
물론 그 상대도 결코 만만치 않다.
〈참고로 마왕 선수는 892점! 1000점에 준하는 높은 점수입니다. 팀 연습 때문인지 솔로랭크는 최근에 돌리지 않고 있어요.〉
〈이 선수의 기세라면 그대로 쭉-! 1000점을 돌파해도 이상하진 않을 거에요. 하지만 챌린저 구간이라는 게 워낙 용담호혈이라 발목 잡혀도 전혀 이상할 건 또 없거든요?〉
프로게이머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있다.
당장의 점수만 본다면 저라덴이 우위.
준결승전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다.
와아아아-!
상암 e스포츠 경기장.
날이 갈수록 불어나는 건 관중 수만이 아니다.
양분되어 있는 팬석 중 서울팀의 비중이 확실하게 높아졌다.
팬심의 깊이를 의미하는 환호성은 그 이상이다.
Keg가 진행되며 인지도가 점점 물이 오른다.
물론 관중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데는.
〈마왕 선수가 정글러로 출전했습니다. 전략적인 의미가 있는 판단일까요?〉
〈전략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본선까지는 포지션이 정글이었어요. 그런 만큼 또 예상을 못할 건 없었는데…… 허를 찌른 느낌은 있습니다!〉
오랜만에 마왕이 정글러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가 프로 관계자들에게 고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드나 탑 뿐만 아니라 정글러로까지 폭넓은 게임 이해도를 보여줬다.
-여기서 정글을?
-역시 사탄……
-닉값
-악의가 느껴지는데ㅋㅋ
하지만 타이밍이 공교로운 것도 사실이다.
상대팀의 에이스가 바로 정글러.
챌린저 1000점에 빛나는 실력의 소유자다.
최근 자신의 개인 방송을 통해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와! 와! 박수! 챌린저 세 자리를 나랑 비교하려 하네. 나 때는 챌린저 세 자리는 말도 못 걸었어. 세상 많이 좋아졌다 진짜.》
=라떼는 홀스야!
=챌린저 1000점이 그리 특별함?
=특별하지 국내 랭킹 10위 안쪽인데ㅋㅋㅋ
=정글은 저튜브!
소위 점수 부심은 어느 티어에서도 있다.
이를 챌린저 1000점, 국내 10위 안쪽의 실력자가 부리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부심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아니꼬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선택한 포지션 변환이 아닐까?
세간의 추측도 아예 근거가 없다고는 보기 힘들다.
높아진 함성 소리와 이목 속에서 첫 번째 세트가 시작된다.
* * *
포지션을 정글로 변환.
상대의 에이스를 보다 쉽게 마크할 수 있다.
하지만 애시당초 Keg의 목적은 승리 따위가 아니다.
'이런 곳에서 한두 번 압승하고, 안 하고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일반팬들의 입장에서야 경기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한다.
그것이 보편적인 e스포츠 문화이고 팬심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프로팀, 그것도 코치진 입장에서는 한 해 농사다.
오늘따라 왠지 벼 이삭의 때깔이 좋다.
그거 한 달 지나면 아무 의미 없을 수 있다.
포지션을 바꿔 출전한 건 보다 큰 그림을 지향한 판단이다.
"솔랭에서 저라덴 만나면 힘들다고?"
"힘든 건 아닌데 게임을 좆같이 해 가지고……."
팀의 정글을 맡고 있는 엄재호.
챌린저 500점으로 준수한 실력의 소유자다.
그럼에도 솔로랭크에서 저라덴을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한다고 한다.
'근데 어느 게임에서던 좆같이 한다는, 잘한다의 동의어야.'
한 마디로 실력 차이를 느꼈다는 소리다.
적어도 장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나는 관점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나는 니가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저도…… 제가 부족한 점은 있어도 못한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 만날 때마다 인간 상성처럼 지니까 하;; 게다가 저는 아직도 500따리고 걔는 1000점을 넘었잖아요."
빼도 박도 못하는 결과가 방증한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도 이해는 된다.
승패도, 솔로랭크의 점수도 쩌억- 벌어지고 말았다.
솔로랭크의 점수.
분명히 의미가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게임단에서 아마추어를 평가하는 지표이기도 하니까.
하물며 챌린저 1000점이다.
아무나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도 아닌데 굉장히 기특한 것이 사실이다.
'나도 한 때는 그런 시절이 있었지.'
다이아를 찍은 보람.
마스터를 찍은 보람.
챌린저를 찍은 보람.
.
.
.
티어가 높아질 때마다 한 단계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챌린저 1000점 또한 비슷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나도 아마추어 때는 꽤나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이 정도 하면 프로팀들도 특별하게 봐주지 않겠냐고.
프로게이머들 중에도 이만큼 점수 높은 선수 거의 없지 않냐고.
'……지금 생각해보면 살짝 흑역사이긴 하네.'
그거 사실 별 의미 없다.
모든 스노우볼은 손해라는 첫 번째 단추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손해는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실수, 다른 하나는 필연.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달라.'
실수는 그냥 글자 그대로 실수고.
필연은 실수를 야기시키는 과정이 포함된다.
그리고 현재, 상대가 하려고 하는 것은 전자에 해당한다.
"쟤네 우리 블루 먹으려고 작정하고 늦베 왔는데요?"
"돌아가서 바론 앞에 와드 박고 빠져."
상대의 갑작스러운 카정.
솔로랭크에서는 흔히 나온다.
특히 마챌 구간에서는 거의 매판 나온다고 보면 된다.
'주구장창 미친 듯이 싸우지. 서로 백업 부르면서.'
일련의 광경이 얼핏 설계, 운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을 집고 넘어가면 전혀 다르다.
단순히 상대의 실수를 기대할 뿐이다.
콰직!
애꾸사자의 발톱이 찍힌다.
똑같이 상대 정글에 직행해 블루를 챙겼다.
이렇게 되면 서로 이득도, 손해도 없는 구도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구도가 아니기 때문에 실수가 나오기 십상이지.'
요리를 할 때.
처음 해보는 칼질은 진짜 느리고 서툴다.
하지만 하다 보면 반쯤 멍 때린 채 턱턱턱턱! 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아마추어식 운영도 마찬가지다.
난해한 상황이 되도록 일부러 판을 벌린다.
보다 칼질을 많이 해본, 비슷한 구도를 많이 경험한 쪽이 이득을 챙기기 쉽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주입식 공부 같은 거다.
(대충 카정으로 게임 이기는 방법)
이런 느낌의 공식들이 있다.
물론 프로 레벨의 팀 게임에서는 씨알도 안 먹힐 짓이다.
"미드 밀었으면 유령 쪽에 와드 박아."
"네!"
"바텀은 포탑에 박히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버텨."
"최대한 죽지 않는 선에서죠?"
하물며 경험치 면에서도 비교가 안된다.
나 자신만이 아닌 전 라인의 상황까지 조율한다.
이미 탑라인은 바론 앞 와드 하나로 2렙갱을 회피했다.
'그리고 유령쪽 와드로 3렙갱을 대강 예상할 수 있고.'
상대가 무리하게 늦베를 왔기에 벌어진 참사다.
미드 라인 선푸쉬 주도권을 요긴하게 활용한다.
바텀 라인은 리쉬를 한 탓에 아군이 밀리고 있으나.
휘릭!
3캠프를 먹고 3레벨을 찍었다.
바텀 부쉬 와드가 사라지는 타이밍이다.
상대 바텀은 아직 라인을 채 포탑에 박지 못했다.
─퍼스트 블러드!
더블 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