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2/201)

마왕은 팀이 잘할 때도, 못할 때도 한결같이 잘함

└진짜루

└저점이 없음

└무조건 이기잖아ㅋㅋㅋ

└오늘은 모르겠다…… 이긴 건지, 상대가 던진 건지

아무리 높은 수준의 경기라도, 중요한 무대라도 양팀의 경기력이 고공행진만 펼칠 수는 없다.

역대 LCK, 롤드컵의 결승전을 돌아보면 허무하게 끝난 케이스가 더 많을 정도다.

하물며 성숙했다고 볼 수 없는 아마추어들.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뜻 깊은 일이다.

결과적으로 정말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마지막까지 뛰어난 경기를 펼친 선수에게는 보상이 따른다.

〈이견이 갈릴 수가 없죠!〉

〈혜성같이 나타나 한국 e스포츠판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제가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미 많은 프로팀들이 이 선수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고…….〉

결승전의 MVP.

구구절절한 설명이 붙을 필요가 없다.

단상 위로 올라간 서울팀의 주장 마왕 선수에게 이목이 몰린다.

우승 상금 1000만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도 함께다.

그 모든 영예에 부족하지 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시상이 바로 현장에서 진행된다.

〈영광의 왕좌에 오른 우승팀에 대한 시상으로 박원순 서울 시장님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배라고 일국의 대통령이 훠훠훠 하며 참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높으신 분이 자리를 대신한다.

어려운 걸음일 텐데도 흔쾌히 수락했다.

오늘 이 자리의 기쁨을 나누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우승팀 선수들에게는 장관상이, 소속 지자체에는 대통령상이 수여되기 때문이다.

서울팀의 우승으로 서울시가 대통령상의 영광을 안는다.

서울 시장의 손으로 표창과 함께 우승 상금이 전달된다.

어마어마한 상금의 액수에 그도 놀란 눈치다.

참고로 대통령상에는 딱히 상금은 없다.

〈서울시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서울팀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해, 서울시가 대통령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무척 자랑스러우실 거 같아요!〉

〈…….〉

-방송 사고 1초 전.avi

-화가 많이 났는데?

-방금 입모양 빼박 읍읍!

-???: 내 상금은 씨발련아?

특유의 입모양 탓에 씨발 아저씨라는 별명이 있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다.

당연히 정말 그런 말을 하지는 않지만 명짤은 막을 수 없다.

Keg 결승전이 더욱 큰 화제를 낳는 계기가 된다.

Keg의 결승은 화제 속에서 끝이 났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우승은 서울팀.

마왕의 활약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마무리되어야 할 떡밥이었다.

아직도 불씨가 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오히려 경기가 끝난 이후 보다 크게 활활 타오른다.

─???: 대통령상은 상금이 없어?

요기 있네 씨발련아

└아니, 그거 우승 상금인데요……

└미스터 씨발갑!

└악의적인 캡쳐 타이밍

└음성 지원 실화냐ㅋㅋㅋㅋㅋ

시상식 진행을 하필 서울 시장이 하였다.

그 자체는 딱히 이상할 일은 아니다.

워낙 매스컴 등에 자주 출연한다.

서울 시장은 혹시 할 일이 별로 없나……?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쓸데없이 친근하시다.

실제로 흔치 않은 친게임쪽 인사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청년층 사이에서 이미지가 괜찮다.

괜찮기를 넘어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이 있다.

서울 시장은 몰라도, 씨발 아저씨는 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 야 씨발 상금 누가 이렇게 많이 줬어

좀 덜어간다

└선수 걸 뺏누ㅋㅋㅋㅋ

└1000만원은 좀 많고 4달러쯤 합시다

└요요요 씨발년!

└짤로 보니까 진짜 뺏는 거 같은 마술ㄷㄷ

원본 드립은 물론, 변형 드립까지 나오며 커뮤니티에 파다하게 퍼졌다.

워낙 친근한 이미지다 보니 수출까지 되는 형국이다.

온갖 사이트에 화제를 전파한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 박원순 상금

2. 씨발 아저씨

3. Keg 상금 강탈

.

.

.

9. 마왕

10. 잼구 처형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진다.

유머 커뮤니티에 퍼지자 파급력이 상상 이상이다.

물론 순수하게 박원순 시장만의 공로는 아니다.

─씨발 아저씨 나온 아마추어 대회 수준.gif

탈리반 깃창-점멸 클라스

바위 골렘 잡다가 처형

└와 첫짤 탈리반 ㅈㄴ 잘하네

└ㅋㅋ 같은 챔프 들고 수준 차이 나는 거 봐라

글쓴이-같은 선수 입니다만?

└????

이미 국민 게임이 된지 오래인 LOL이다.

제2의 민속놀이로 나아가는 추세다.

롤을 안 하는 사람도 느낌적인 느낌은 통한다.

워낙 웃긴 장면이 많이 나왔던 탓에 대회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끝난 대회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시청률이 늘어나진 않는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Keg 서울팀, 제6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전승 우승 쾌거!」

「[Keg]"저희 상금인데요?" "내놔 이 ^[email protected]&?" 웃지 못할 해프닝」

「[포토]Keg 서울 대표팀, 부산팀 상대 3대0 결선 우승(종합)」

관련 기사의 조회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늘어난 파이만큼 높아진 관심은 한 명에게 집중된다.

고스란히 마왕의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비료가 되고 있다.

─마왕이 누구임?

롤 존나 오랜만에 하는데

듣도 보도 못한 애가 유명해졌네

└인터넷 개통 어서오고

└요즘 대세

└제2의 테이커라고 보면 됨. 아직 초기

글쓴이-올;; 뭔지 알겠다

선수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건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커리어.

또 하나는 세간의 평가.

마지막은 인상 깊은 드립이다.

약간 생뚱 맞은 감이 있지만 의외로 중요하다.

어떤 선수가 밥 먹듯이 잘한다!

Fact) 밥 먹듯이 하는 거다.

그러면 정말로 밥 먹듯이 하는 느낌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마왕에게도 이미지가 있다.

그 누구에게도 불가능할 것만 같은.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비방성 드립에 현실성을 부여했다.

PC방 대회를 정복.

솔로랭크를 정복.

Keg라는 권위 있는 전국구 대회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한다.

신뢰감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

화제가 커지며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아직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마왕이 진짜 아마추어 원탑 맞음

얘는 프로 데뷔해도 무조건 성공이야

└ㅇㅈ이지ㅋㅋㅋ

└어느 팀에 들어갈지만 정하면 돼

└맛밤 왔으면 좋겠다

└KTX Satan 어떰?

올해 Keg는 수준이 유난히 높았다.

어중이떠중이 아마추어들이 아니었다.

첫 상대부터 만난 팀 하나하나가 우승 후보.

그 모든 상대를 시원하게 격파했다.

아마추어 원탑!

비교 대상을 한정한다면 더 이상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위기조차 겪지 않았다.

진심으로 앞날이 기대되는 선수다.

마왕의 평가가 높아질수록 반사 이익을 누리는 집단도 존재한다.

〈이이잉~ 앗쌀람 알라이쿰! 이이잉~ 앗쌀람 알라이쿰!〉

-공습 경보!

-후원 빵빵 터지네ㅋㅋㅋ

-파키맨 방송 떡상

-결승 가서 붙었어야 했는데!

서울팀을 상대로 가장 접전을 펼쳤다.

다문화 니즈를 자랑한 광주팀의 평가가 덩달아 높아진다.

까메오팟TV PD들의 방송에 시청자가 대거 유입되고 있는 이유다.

─팟수 대표팀이 못했던 게 아니네

얘네가 마왕팀이랑 가장 박빙으로 싸움

└사실상 준우승

└준우승도르ㄷㄷ

└첫 상대로 만나지만 않았어도!

└PD들이 제일 잘함ㅋㅋㅋ

마왕을 제외한다면 이번 Keg에서 가장 득 본 팀이 아닐까?

그런 우스갯소리가 커뮤니티에서 나돌 있을 정도다.

가장 먼저 탈락하고 맛있는 부분만 골라 먹는다.

그 외에도 수많은 화젯거리를 쏟아내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둔 Keg.

하지만 그 관심도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화제의 맛이 밋밋해서가 결코 아니다.

그 이상의 자극적인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롤유저라면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최고의 국제 대회.

〈LOL을 사랑하시는 한국의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대만 타이페이 국민 대학교 특설 경기장. 이곳에서 올해 2014년을 총결산하는 월드 챔피언십의 개막을 진행~~~하겠습니다~!!〉

진용준 캐스터의 힘찬 외침과 함께 롤드컵이 그 시작을 알린다.

* * *

Keg를 우승하고 약 일주일이 흘렀다.

바빴던 일상에 잠시나마 평온함이 찾아왔다.

세간에서는 롤드컵 때문에 한창 난리가 나고 있다.

'응, 삼선 레드가 우승하고 한 달만에 공중분해 돼.'

미래의 일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지만.

참가할 수도 없는 대회라서 아웃 오브 안중이다.

그간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데만 신경을 쓴다.

과거로 돌아온지도 벌써 3개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갔다.

아직 프로 데뷔는 하지 못했지만 그 직전까지는 당도했다.

'원래는 프로 데뷔에 최소 1년은 잡아야 돼.'

프로로 데뷔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입단 테스트.

글자 그대로 게임단의 문을 직접 두들긴다.

마스터 정도만 되면 누구나 도전은 가능하다.

테스트를 받아 결과가 좋으면 OK.

SKY T1 같은 곳에서는 이즈Q로 두두를 맞힌다는 소문도 있지만 대다수의 프로팀은 체계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다수의 지원자를 팀으로 나눠 붙여본다거나.

팀의 선수와 듀오를 해서 가능성을 본다거나.

아니면 그냥 팀 내 회의를 통해 정하기도 한다.

'근데 결과가 아무리 좋게 나와도 데뷔에 시간이 오래 걸려.'

처음부터 너 주전!

이러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이 연습생부터 시작이고 잘해봤자 후보 선수다.

물론 나라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코치와 딜해서 주전 자리를 못 딸 것도 없다.

하지만 그래봤자 받을 수 있는 건 신인 수준의 대우다.

자신이 직접 지원한 이상 꿇고 들어가는 감이 있다.

어느 정도 아쉬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애초부터 배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택한 방식이 바로 스카웃.

솔로랭크 점수가 높이거나, 아마추어 대회에서 활약해 눈에 띈다.

프로팀에서 컨택이 오는 만큼 보다 넓은 선택지가 주어진다.

『받은 편지함입니다.(읽지 않은 쪽지 12통)』

「KTX 롤러코스터의 감독 흑막훈입니다.」

「나 최우룡인데 자네 왜 연락을……」

「와썹맨은 와썹! 오늘은 어디~?」

.

.

.

이전부터 있었지만, Keg 우승 이후 구체적인 조건이 붙게 되었다.

최근에는 아예 신인으로 생각하지 않겠다.

노골적인 러브콜도 오고 있을 정도다.

노렸던 대로 몸값은 점점 치솟고 있다.

1년은 걸려야 할 데뷔 시기가 몇 배는 빨라졌다.

시기도 한창 적기.

롤드컵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이적 시장이 열리게 된다.

'선수 몸값이 가장 최고조에 이를 때지.'

봄에는 두릅이 제철이고, 가을에는 은갈치가 제철이듯, 프로게이머는 롤드컵 직후가 제철이다.

대부분의 프로팀들과 선수 사이에 엮인 계약이 종료된다.

지난 1년간을 총정산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당연하게도 다음 한 해에는 더 잘하고 싶다.

더 좋은 팀을 구성해,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매년 놀라울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는 e스포츠판이기에 욕심을 내는 팀들이 생긴다.

'한 팀이 미친 척하고 돈을 쏟아부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롤판이 굴러가는 생태계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입장이다.

당장 지금 뿐만 아니라 9년 후의 미래까지 전부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안다.

당장의 급전이 아쉬우면 모를까.

지금까지 벌어 놓은 것만 해도 상당하다.

마침 일주일 전 우승한 Keg의 상금도 입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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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일자      계좌 번호    입금액

2014/09/14  270-633-*    956,000원

2014/09/20  104-231-*    500,000원

2014/09/21  110-734-*    956,000원

2014/09/21  230-419-*  9,56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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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의 세금을 원천징수한 금액이다.

지난 3개월간 벌은 돈이 7천만원이 넘어간다.

조급하게 계약을 해야 할 만큼 여유가 없지는 않다.

'……만약에 뺏겼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긴 했겠지만.'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시장님의 눈빛이 굉장히 수상하다.

선수들이 상금을 잘 받았는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

그런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만 사실무근이다.

눈빛이 뭔가 위협적이었던 거지 별 일은 없었다.

밤길 걸어가는 게 살짝 무서웠던 정도다.

그리고 씨발은 입모양으로만 하더라.

'아무튼 서두를 필요성이 없긴 한데.'

생각보다 훨씬 계획이 잘 풀리고 있다.

원래라면 적어도 개스파컵 이후 BAAAM-!

인지도가 급상승하리라 봤는데 우연이 많이 겹쳤다.

서울 시장까지 고군분투하여 난리가 나리라곤 아무리 나라도 예상할 수 없는 범위다.

그 외에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이만하면 슬슬 수확을 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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