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4화 (64/201)

잃어버렸던 래퍼의 혼을 잠시나마 되찾으며 현장은 라이브 콘서트로 불타오른다.

그날 방송은 역대 굿게임TV 최다 시청자 수를 아득히 초월한 레전설편으로 남게 되었다.

<--  -->                                            새로운 솔로랭크 1위의 탄생.

사실상 예고되었던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접 해내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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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환자                  LP       소속팀

No.1 마왕           1,217LP       無

No.2 김따먹        1,211LP    SKY T1

No.3 순수한사랑   1,196LP      E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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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랭크 1000점을 넘어 1위에 등극한다.

마왕의 기세는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사까지 뜨며 속보에 대한 반응이 파다하다.

[Best Comment]- 이쯤 되니 이 새끼 슬슬 두렵다ㅋㅋㅋ

[Best Comment]- 진짜로 다 패고 올라갔네

[Best Comment]- 소속팀 無 간지쓰~!

틈새시장 따위가 아니다.

그 말도 많고, 이슈거리가 많은 롤드컵 시즌을 비집고 폭탄을 터트린다.

1위만으로도 놀라울지언데, 생방송으로 진행한 여파다.

「굿게임TV- 장인어르신 (캐리 장인 마왕을 초대합니다!)」

굿게임TV의 장인어르신.

원래는 각 챔피언의 장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캐리 장인' 이라는 컨셉으로 마왕이 나와버렸다.

너무 억지 아니냐?

짜맞추기 씹오지네!

방송 전, 다소 있었던 반발 여론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사그라지게 만든다.

─장인어르신 마왕 섭외 신의 한 수네ㅋㅋㅋ

시청자 미터기 터져버렸누!

└헐, 대체 무슨 장인으로 나옴?

글쓴이-'캐리 장인' 마왕을 모르다니……

└캐리 장인 마왕 미쳤냐고ㅋㅋㅋ

└캐리 장인은 씹ㅋㅋㅋㅋ

10만 명이 넘어가는 시청자들 앞에서 '캐리 장인' 임을 입증했다.

본래라면 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게임을 강제 캐리.

자연스럽게 그간의 오해도 완전히 해소된다.

─다크: 내가 뭐랬냐

나 아니라고 했지

왜 잉벤 애들은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대체

다크 갠방 오피셜

└니 같으면 믿겠니……?

└다크 이 새끼 알고 보니 피해자ㅋㅋㅋ

└마왕이 너무 잘해서ㅋㅋㅋㅋ

└응, 너는 욕 먹어도 싸

다크의 부캐라 오해를 받았던 마왕이다.

이제는 옛날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그 강렬했던 인상도 비 오는 날 미세먼지처럼 씻겨나간다.

다크 본인도 개인 방송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푼다.

마왕의 실력을 고평가하며 또 하나의 화젯거리를 낳았다.

그마저도 최근 가요계를 들쑤시는 그 사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장인어르신 마왕편 진짜 레전설이었다

진짜 누가 봐도 졌던 게임

단군의 청춘부재가 마왕의 캐리력에 불을 붙임!

└언냐들 미친 듯이 흥분하던데ㄷㄷ

└??? 못 봤는데 링크 좀 젭라 단군 광팬임

글쓴이-소속사와 합의가 없던 거라 노래 부분은 편집 됨

└본방 사수 못한 흑우들 나오죠?ㅋㅋㅋㅋ

솔로랭크 1위.

다크의 실력 인정 발언.

화제가 되기에 차고 넘치지만 진짜는 실시간 라이브 공연이었다.

분명히 모두가 포기했던 게임이다.

마왕조차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했다.

울려 퍼진 단군의 청춘부재가 역전의 시발점이 되었다.

열정을 잃은 스물셋이라는 가사처럼, 23분까지는 여지 없이 밀렸다.

하지만 노래의 리듬을 따라 그 이후 급격하게 전환점을 맞이한다.

한 편의 드라마를 써내렸다는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위 결정전 영상은 칼같이 삭제되었다.

팬들이 엄청난 불만에도 복구하지 않는다.

사정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게임 중계 전문 캐스터 김의정 화제 왜? 방송中 대표곡 열창!」

「은퇴 7주년, 국민 래퍼 단군 컴백설 솔솔…… 갑론을박 여전」

「가요계 초비상! 컴백을 위한 복선인가? 단군의 청춘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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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쏟아진 것은 물론 신문의 일면을 장식하는 기염을 토한다.

과거 그의 전성기 시절 위상을 생각하면 놀랍지도 않은 일.

그 사건으로 은퇴만 안 했다면 가요계 최정상에 군림했을 남자다.

─7년 전 노래인데도 가슴을 울린다

그 사건으로 은퇴만 안 했어도……

오늘은 눈물을 대신해 한 잔 술로 날 적셔야겠다

└그래서 그 사건이 뭔데

└그 사건을 모른단 말이야?

글쓴이-요즘 애들은 청춘을 논한 적이 없나??

└껍데기 뿐인 육신이 한없이 뒹굴거리는 그 느낌을 모르나 보네

아무튼 그 사건으로 인해 은퇴했던 그다.

가요계 복귀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했었다.

이후로 노래와는 담을 쌓았는데 갑작스런 라이브 공연은 팬들에게 충격과 호기심, 희망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동방신기의 팬클럽 카시오페아와 쌍벽을 이룬다는 단군의 팬클럽 카르페디엠이 소집되며 시청자 수가 롤드컵을 뛰어넘었다.

해외팬들까지 한바탕 소란에 참여한다.

진짜 가수는, 예술인은 세월이 지났을 때 진정한 가치를 인정 받는 법이다.

-KOREAN RAP GOD

-KOREAN Eminem!

-WTF What an amazing!

-1,2,3 Let's Get it! Carpe diem!

KOREAN RAP GOD, KOREAN Eminem이라는 별명으로 이미 유명하다.

라이브 공연 영상의 충격은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K-POP의 높은 수준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사건이 커지며 전 소속사에서 접촉을 해왔지만 김의정의 태도는 완고했다.

복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게임 캐스터로서 소임을 다할 것이다.

그렇게 사건은 아무튼 일단락이 됐다.

그저 우연.

한순간의 변덕.

달콤했던 일장춘몽의 희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레전설급 방송으로 남으며 떠들썩해지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 * *

가슴 벅찼던 김의정 캐스터와의 합방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밀려오는 후폭풍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한 점의 후회도 없다.

은퇴한 래퍼가 잃어버린 혼을 되찾았다.

자신의 대표곡을 열창하기까지 했다.

팬으로서 가히 뜻 깊은 일이다.

'아무튼 그래 아무튼.'

아무튼 지나간 사건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이 중요하다.

오프게임넷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초대 받게 되었다.

「오프게임넷- True LOL Show (마왕편)」

약칭 트롤쇼라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출연한 방송과는 성격이 다르다.

단순하게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토크쇼에 가깝다.

"저희가 게스트를 모시면 항상 프로필부터 읊어드리거든요?"

"네."

"근데 이게 일명 트롤필이라고, 흑역사 위주로 집필합니다."

"참고로 저희는 빠꾸 없어요."

"……."

약간 저세상 토크쇼.

그런 느낌.

방송을 시작한지 채 1분이 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갱붐 선수는 여기서 벽을 넘고 갔습니다."

"벽은 안 넘고 탁자를 넘었죠."

진행자는 강민철 해설과 클끼리 해설이다.

만년다이아에서 한 번 뵌 만큼 낯설지는 않다.

그 이전에 워낙 유명해서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한 번 받아들이면 생각보다 편합니다. 저도 젠부샤쓰에 대해서는 마음을 놓았어요."

"저는 그 정도로 심각한 짓을 저지른 적은 없는데……."

"오~ 센데?"

국내로 한정한다면 그 이상의 사고를 친 프로게이머는 달리 없을 테니까.

나도 별별 일 다 겪긴 했지만 경기 중에 북한욕을 퍼부은 적은 없다.

그리고 애초에 지금 이 시점의 나는.

"저희가 조사하면서 깜짝 놀랐어요."

"최근 그렇게나 화제가 되고, 논란도 많았는데 흑역사라고 할 만한 게 심지어 단순한 패배나 실수도 없어."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잖아~?"

"……."

흑역사라고 부를 만한 짓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직접 한 것 중에는 말이다.

하지만 세간의 오해는 실로 안타깝다.

"딱 하나, 어떤 대리 유저의 부캐라 오해 받은 적이 있다고."

"아~~ 천년 정지 당한 그?"

"롤판의 볼드모트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언급은 안 하겠지만 아시는 분들은 아실 거에요."

별의별 사건이 다 있기는 했다.

양지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훌훌 털어야 한다.

최근 방송사의 예능에 출연하고 있는 건 의미가 크다.

"근데 정말로 오해를 받을 만도 한 게…… 최근에 진짜로 1위 찍었지?"

"빈집털이 한 거죠. 선수분들은 다 휴식 기간이니까."

"오 이미지 관리~."

"예사롭지가 않아."

나는 처음 프로로 데뷔할 때도 관심을 제법 많이 받았다.

그런 만큼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잘 알고 있다.

이른바 미운털이 안 박히는 방법.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어.'

자신감이 있는 건 좋지만, 그것도 적정 범위 내에서다.

저기요~ 지금 금 밟으셨어요.

김민아 아나운서의 명언처럼 LCK에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될 선이 존재한다.

마치 외국인들이 한국에 왔을 때.

전 한국을 사랑해요. 비빔밥도 좋아하고, 김치도 좋아하고, 한국 문화도 좋아해요.

입국 심사를 거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존경하는 선수요? 저는 테이커 선수와 매라 선수를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이걸 빠져 나가?"

"이 남자 예리해, 매서워, 날카로워."

"나는 SKY나 맛밤에 입단할 생각이 있다! Yes or No?"

"아직은 No. 제가 못다 이룬 목표가 있어서 입단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나는 K-2 한 자루 들고 폭탄이 오가는 전쟁터에 홀로 서있는 상황이다.

저 질문 하나하나에 잘못 대답했다가는 점사를 미친 듯이 맞는다.

실제로 e스포츠판에서는 굉장히 비일비재한 이야기다.

'준나 무서워.'

팬덤이 보통 극성인 게 아니다.

한 번 찍히면 이성이고 나발이고 없이 물어 뜯고 본다.

차후에는 SKY T1만 조심하면 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맛밤 엔투스까지 생각을 해야 한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왔기 때문에 결코 실수하지 않는다.

나 프로게이머 최창민의 인생이 여기서 끝날 수는 없다.

물론 그렇게까지 해도 선택의 기로에는 놓인다.

"진짜로 없는 거야?"

"이래 놓고 다른 팀 들어가면 큰일나거든~."

"……."

그걸 아는 사람들이 물어보나.

입단 생각이 없다고 해놓고, 다른 팀에 들어간다?

심지어 연봉을 많이 받았다는 소문이 돈다?

시즌 내내 쌍심지를 켜고 지켜본다.

물론 앞뒤 상황을 고려하면 생길 수 있는 논란이다.

하지만 팬덤의 크기가 커도 너무 커서 문제다.

한 마디씩만 해도 선수 입장에선 멘탈이 쿠크다스 BAAAM-!

'이제 와서 그런 걸로 흔들릴 멘탈은 아니지만 내 몸값을 위해서라도 필요해.'

많은 관심을 받는 게 비단 좋을 일인 것만은 아니다.

이제는 관심의 질도 생각하며 나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지금 이 자리를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용한다.

"제가 툭 터놓고 말해서 진짜 웬만한 팀에서는 다 제의를 받았어요. 아직 생각을 하고 있다고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

"솔직히 우린 알았어."

"……."

"그래도 어느 하나는 늦든 빠르든 선택할 거 아니야? 우리는 관심이 있는 팀을 알고 싶은 거지."

해설자들은 프로팀 관계자들과 커넥션이 대부분 있다.

중립적인 입장만 관철하면 웬만한 건 알려준다.

방송 전에 조사를 했어도 이상하진 않을 일.

'그냥 가십거리로 떠들다 알게 되기도 하고.'

어느 직업 세계든 다 비슷할 것이다.

알고 있으니 더 궁금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세간에서 말이 많다.

내가 과연 어느 게임단에 들어갈지.

각 팀 팬덤들 사이에서 화제가 한창이다.

청춘부재 사건 이후 관심이 더해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훈훈하게 선택지에서 고를 생각은 없지만.'

더해서 누구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Keg 우승팀으로서 개스파컵에 참전.

여유가 넘치던 진행자들의 낯빛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진다.

"어, 진짜로? 그냥 하는 소리 아니지?"

"이거 방송 나가면 난리 나겠는데……."

트롤쇼는 생중계가 아닌 녹화 방송이다.

적절히 편집이 되어 다음 주에 나간다.

적어도 이 부분이 편집될 염려는 없다.

'이슈를 낳을 만한 폭탄 발언이니까.'

나조차 고민했던 일이다.

일개 아마추어의 개스파컵 도전.

마침 시기도 딱 알맞게 맞아 떨어진다.

2014 LOL 월드 챔피언쉽.

한 달간의 뜨거웠던 여정이 막을 내린다.

새로운 우승팀의 탄생에 한국팬들은 열광의 도가니다.

「[롤드컵]韓삼선 레드, 롤드컵 우승……. 압도적 경기력 과시」

「[롤드컵]‘삼선 레드’, 中 ‘로얄클럽’ 꺾고 ‘우승. 상금 무려 11억」

「17번 중 15번 승리, 삼선 레드 롤드컵 우승으로 세계 최강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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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인 삼선 레드가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난리가 날 수밖에 없는 일.

하지만 그 화제도, 열기도 시간이 지나면 옅어진다.

「오프게임넷- True LOL Show (마왕편)」

그리고 최근 떠오르는 화제는 다름이 아니다.

요즘따라 자주 예능 프로에 출연하고 있다.

이제는 낯이 익게 된 두 글자가 맞지만.

─마왕은 트롤쇼에도 출연하네ㄷㄷ

저기는 진짜 네임드급만 불러줄 텐데

└뜰 선수니까

└예비 스타잖아

└방송을 잘해서 그럼

└기대된다ㅋㅋ

아직 정식 선수가 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유명하다.

LCK의 해설들이 진행하며, 선수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트롤쇼에 출연하기 부족함이 없는 인재다.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도 그럴게 트롤쇼의 진행 방식은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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