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화 (65/201)

즉, 궁금한 부분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는 소리다.

─마왕 테이커랑 매라가 롤모델이래!

슼팬이지?매라는 인정하긔^^*

└언냐222

└나두 그렇긔333

└근데 롤모델이 뭐야?

글쓴이-롤 프로게이머니까 롤모델 아냐?

그렇게 시작된 방송의 반응은 매우 괜찮다.

외국인에게 Do you know Kimchi?를 시전 하듯 신인 선수들에게도 통과 의례가 있다.

이른바 사상 검증의 시간.

일부 팬들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이야기다.

잘못 대답하면 선수 생활 내내 고달파지는 수가 있다.

이상적인 대답으로 기존 LCK팬들에게 호감을 샀다는 게 대세 여론이다.

〈진짜로 없는 거야?〉

〈이래 놓고 다른 팀 들어가면 큰일나거든~.〉

〈…….〉

하지만 진짜는 역시 그것이다.

과연 어느 팀을 눈 여겨 보고 있는지.

애매한 대답으로 놓아줄 만큼 호락호락한 진행진이 아니다.

한 마리의 뱀처럼 간사하다.

한 번 물은 사냥감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을 속 시원히 긁기는 했는데.

─아니, 서울팀으로 개스파컵에 나간다고?

너무 오바 하는 거 아닌가……

└오바 맞지

└이건 진짜 뇌절 같은데ㅋㅋㅋ

└뇌절 ㅆㅇㅈ

└에이, 그냥 하는 말이겠지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도 하다.

한 달 후, 개막이 예정돼있는 개스파컵.

롤챔스에 준하는 위상과 상금을 자랑하는 프로 리그다.

Keg의 우승팀과 준우승팀은 분명 그 시드권을 가진다.

하지만 그것이 참가 예정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실제로 준우승을 차지한 부산팀.

《개스파컵? 당연히 안 하지. 미쳤어?》

아마추어 대회와 프로 대회는 격이 다르다.

일반 유저들도 한 번씩은 들어보는 이야기다.

연습생 신분인 잼구와 잼할은 그 무서움을 평소에도 느끼고 있다.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시청자의 질문에 얼척이 없다는 듯 대꾸했다.

괜히 나가서 망신 당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사실상 유명무실, 시드권에 대해서는 누구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왕도 방송이라 드립 친 걸 수도 있겠지만

얘는 진짜 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 같다……

└진짜로

└기세가 워낙 어마어마해서ㄷㄷ

└잘하면 한 팀 정도는 잡을 수도 있음

└확실히 아마추어 중에서는 격이 다르지

마왕, 서울팀의 개스파컵 참전.

롤드컵이 끝나고 심심해진 롤판의 관심을 끌 만하다.

여론도 비판이나 조롱보다는 기대 섞인 시선이 많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중에서다.

참가 자체에 의미가 있고, 흥미가 이는 정도다.

진심으로 활약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마왕님이라면 프로 레벨에서도 통할 거 같긴 한데…… 문제는 역시 팀이죠.〉

〈팀이 안돼 팀이. 원챔충 애들 팔다리 잘리고 시작하면 게임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가 없어.〉

〈상대가 프로팀이잖아~. 아마추어 한두 번 봤겠냐? 마왕의 실력이 얼마나 먹히냐, 딱 그것만 보면 돼.〉

파프리카TV, 까메오팟TV 등 스트리밍 플랫폼.

일련의 소식은 즉각적인 피드백이 되고 있다.

스트리머들의 반응은 대부분 호의적이다.

마왕과 직간접적으로 커넥션이 있었다.

방송 내적으로 도움 받은 사람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세로 불리는 만큼 당연하다.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론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마왕이 잘하는 건 인정하는데 결국 팀이 문제지

해강고, 율천고도 솔랭에서만 깡패지

대회에서는 그냥 평범하더라

└BJ들도 다 그랬음

└팀 때문에 한계가 무조건 있음

└진짜 딱 마왕 고통 받는 것만 보면 됨ㅋㅋㅋ

└난 마왕도 걱정되는데

팀에게 발목을 잡힐 게 뻔할 뻔자다.

마왕이 얼마나 프로씬에서 먹히나만 보면 된다.

그 이상의 박한 여론도 스멀스멀 고개를 들이민다.

─마왕이 존나 멍청한 게

지금이 딱 매스컴 관심 쏟아져서 최고점이란 말이야

이때 계약 제대로 따면 인생 피지

근데 왜 사서 고생을 함?

└오~ 날카롭네

└개스파컵 나갔다가 깨지면 몸값 떡락할 듯

└그래서 님 티어가?

글쓴이-플래

훈수충들이 너도 나도 기어나온다.

개중에는 정말 헛소리도 있지만, 찾아보면 그럴 듯한 비판도 적지 않다.

LOL은 어디까지나 팀 게임.

개인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괜히 휘말려서 같이 깨지면 본인 평가까지 내려간다.

그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는 관측이 주를 차지한다.

Keg 서울팀.

마왕을 제외해도 그 수준이 썩 괜찮다.

하지만 팀원들 대다수가 원챔충이라는 점은 늘 지적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경력도 매우 부족하다.

단점을 찾아보면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다.

프로 레벨에서 활약할 거라는 기대가 드는 선수들이 아니었다.

* *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라는 예능 프로가 있다.

그 실상은 우리 부모가 달라졌어요.

9할 이상은 부모의 잘못만 나오는 프로그램이다.

기획 의도와는 여러모로 엇나갔다.

사정을 알고 나면 사실 그럴 만도 하다.

결과만 봤을 때 그 아이가 잘못인 걸로 생각될 뿐, 그 아이가 커온 과정을 따지지 못했다.

'애들이 알면 뭘 얼마나 알겠어.'

다 부모 보고 배우는 거지.

태생적으로 문제인 아이는 극소수다.

나는 프로게이머와 코치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답이 없는 선수는 많지 않다.

설사 있다고 해도 연습생 과정에 걸러진다.

프로 데뷔까지 했는데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건 코치의 문제다.

"연습은 잘돼?"

〈형이 추천해준 것 중에서 느낌 있는 거 하고 있어요.〉

"안되면 때리려고 했는데."

《…….》

Keg 우승 이후로는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두 달 동안 숙소 생활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디스코드로 통하기 때문에 연습에는 지장이 없다.

'때릴 기회가 적어지게 된 건 아쉽지만.'

사람이 생존 본능이라는 게 있다.

웬만한 문제는 육체적 대화로 풀 수 있다.

두뇌가 미친 듯이 회전하며 해결책을 강구하기 때문이다.

선수를 폭행하다니 문제가 될 수 있는 거 아니냐?

LCK 감독 중에는 한국 킥복싱 페더급 랭킹 1위도 계신다.

원래 대부분의 일은 상호간 원만한 합의만 있으면 수습된다.

'선수가 가진 가능성을 믿을 뿐이지.'

선수는 애가 아니잖아.

몇 대 때린다고 엇나가진 않는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자연 치유와 비슷한 맥락이다.

꼭 수술을 하고, 약을 먹어야만 병이 나을까?

선수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환자가, 선수가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물론 기분 나쁘게 때리는 게 아니라 훈계의 의미다.

목이나 어깨를 꽉 잡고 안마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그리고 이는 어디까지나 교육 방식의 한 부분이다.

〈얼음마녀 진짜 괜찮은 거 같아요. 난이도가 좀 있긴 한데.〉

"그래?"

〈람블이랑 느낌이 비슷해서…… 이게 뭐라 해야 하지. 뭔지 아시죠?〉

니가 무슨 와썹맨도 아니고.

몬지 알지? 하면 다 알아들을 거라 생각하나.

근데 애초에 의도적으로 추천해준 챔피언이다.

팀의 탑을 맡고 있는 김현준.

람블 하나는 프로 선수에 준하게 다룬다.

반대로 말하면 람블만 잘하는 소위 원챔충이다.

'단무지만 먹던 사람한테 김치가 입에 안 맞는 건 당연해.'

하지만 비슷한 백김치는 시도해볼 만하다.

익숙해지면 배추김치도 먹을 만해진다.

다른 음식들에도 서서히 손이 간다.

람블은 스킬 센스와 순간 판단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선푸쉬를 통해 이득을 만들어간다.

얼음마녀도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느낌적인 느낌이 오는 이유일 것이다.

다른 챔피언보다는 한결 입맛에 맞는다.

챔피언 폭은 이런 식으로 서서히 늘려나가야 된다.

'그런데 이런 걸 보통 잘 안 해줘.'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코치 중에서 선수의 생각을 이해하고 개인 커리큘럼을 조정해주는 이는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까놓고 어렵기 때문이다.

너 다른 거 못해?

그러면 생존기 있는 안정적인 OP챔피언부터 해봐.

그냥 코치 입장에서 했으면 좋겠는 챔피언 위주로 추천을 해준다.

굉장히 안 좋은 방향의 코칭이다.

쓸데없는 경험이 쌓이면 장점까지 퇴색한다.

시기를 놓치고 선수 생활을 은퇴하는 경우도 왕왕 봐왔다.

대표적으로 율천고미드킹.

챌린저 자드 장인이라서 키우면 쓸만하겠다

정말 자드밖에 할 줄 몰라서 고멘나사이 방출됐다는 슬픈 일화가 있다.

"르풀랑 위주로 손에 익히고, 다른 메이지 중에 괜찮은 걸 찾아봐."

〈르풀랑은 이제 웬만큼 할 수 있긴 해요.〉

람블 장인 선수들은 얼음마녀를 다 잘한다.

자드 잘하는 선수 중 르풀랑 못하는 선수 없다.

이것은 결코 우연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10년 가까이 축적해왔다.

챔피언을 활용하는 메커니즘도 아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나는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적합한 코칭을 해줄 수 있다.

'원챔이란 단점은 제대로 단계만 밟아나가면 누구나 극복할 수 있어.'

가장 극단적인 예로 그리핀도르에 초비라는 선수가 있었다.

마스터 티어 카시오가피 장인으로 게임 이해도가 바닥이었다.

솔로랭크 돌리면서 패드립을 족히 수십 번은 넘게 들었을 것이다.

패드립은 해선 안될 짓이지만 천상계에서 비일비재한 것도 현실이다.

프로 선수 중에도 한라봉 좋아하는 놈이랑 잘생긴 놈 계신다.

게임 내 판단 하나하나로 감정이 격해지기 쉽다.

그 정도로 게임 이해도가 없는 트롤.

챔피언도 하나밖에 못 다루던 원챔충.

기연을 만나 LCK의 탑급 미드라이너로 성장하게 된다.

'기연을 못 만났다면 2부 리그에서도 못 써먹을 폐급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농후했겠지.'

이렇듯 어중간한 코치는 손도 대기 힘든 선수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키우기 힘든 거지, 못 키우는 건 결코 아니다.

그 어떤 선수도 성장할 잠재력은 지니고 있다.

누군가 적절히 길을 인도해주는 일이 드물 뿐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 녀석들은 축복 받은 거다.

그 이상의 코치와 함께 하고 있으니까.

〈뭔가 감은 잡은 거 같은데 너무 시간이 없다.〉

〈한 달만에는 절대 못할 거 같은데…….〉

"괜찮아. 밥 안 먹고, 똥 안 싸고, 안 씻으면 어떻게든 돼."

《???》

선수의 성장은 하루이틀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통은 짧게 잡아도 1년은 잡고 보는 긴 농사.

남은 시간은 반년도 아닌 고작 한 달이다.

'빡세게 하면 못할 것도 없어.'

개스파컵까지의 준비 기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개스파컵.

LOL 초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대회다.

윈터 시즌이 사라지며 대체재 성격으로 생기게 되었다.

─개스파놈들 롤판에도 한 숟가락 얹어보려고ㅋㅋ

대회까지 만든 거 보니까 짠한데?

└스타크래프트 시절 끔찍한데

└스타 리그 그 꼴 만들고도 정신 못 차림

└그 새끼들 때문에 스투도 망함

└제발 롤판에는 얼씬거리지 마라 좆회놈들

하지만 출범 초기부터 비판을 받았다.

한국 e스포츠 협회가 주최를 하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쌓인 업보가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룰 부분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한 번 지면 탈락하고 마는 녹아웃 스테이지.

그거야 그럴 수 있지만 참가팀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내가 보기에 개스파 이놈들 스타랑 롤이랑 헷갈림

아무나 막 참가시키면 분위기 살아날 줄 아나 봐

└분위기 띄우기용이었자너ㅋㅋㅋ

└약한 선수 잡으면 오빠오빠 꺄꺄!

└10년 전 감성ㄷㄷ

└롤 프로 리그 처음 운영해서 정줄 놓은 듯

1부팀, 2부팀, 아마추어팀까지 섞인다.

수준 차이를 아는 팬들로서는 어이가 없다.

우려는 대회가 진행되기 무섭게 현실로 다가온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개스파컵의 개막전이다.

그 첫 경기부터 시원하게 박살 나고 있다.

2부 리그 챌린저스 코리아의 우승팀 위너스 대 짐에어 그릴윙스의 경기.

〈캡잭 선수가 결국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게 너~~무 컸어요!〉

〈갱붐의 아링이 시원하게 벽을 넘으며 트리플 킬! LCK, 1부 리그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네요.〉

-벽을 넘은 갱붐ㄷㄷ

-벽넘갱은 이길 수가 없지!

-짐에어 잘해졌네

-상대가 약하니까 그런 거ㅋㅋㅋ

짐에어 그릴윙스가 라인전부터 우세를 점하며, 한타에서 화룡점정을 찍는다.

챌린저스 코리아의 우승팀이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그렇다고 짐에어 그릴윙스가 엄청난 강팀이냐?

〈짐에어가 약팀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엄연히 LCK의 터줏대감이고,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을 보유한 팀이거든요.〉

〈동의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짐에어 그릴윙스는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강팀은 커녕 상위권 반열에도 들지 못하는 약팀이다.

그 흔한 조별 리그조차 딱 한 번 겨우 통과했다.

소위 깔아주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해설자들이 포장을 해줘도 팬들이 보는 건 성적 뿐이다.

그런 짐에어 그릴윙스에도 발리는 상대팀.

2부 리그의 처참한 민낯이 드러난다.

─화제의 개스파컵 개막전 한 짤 요약.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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