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6화 (66/201)

롤챔스에선 하위권인 내가 롤챌스에서는 학살자??

└고퀄 개추

└이세계물 주인공 됐누ㅋㅋㅋㅋㅋ

└엣헴! 이게 LCK다

└짐에어도 가능하다!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수준 차이는 익히 알려져 있다.

매번 열리는 승강전이 늘 흐지부지 끝난다.

올라오는 팀이 가뭄에 콩 나는 수준이다.

진행되는 개스파컵은 팬들의 우려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첫 경기인 것도 사실.

2일 차, 낯익은 팀이 등장했다.

〈Keg 부산! 화제가 됐던 올해 Keg의 준우승을 거둔 팀입니다. 불참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김서준 해설이 담담하게 부연 설명을 늘여 놓는다.

원래는 미쳤어?

당연하다는 듯 참가를 부정했던 부산팀이다.

서울팀의 참가 소식이 알려지며 자극을 받게 됐다.

마! 서울 촌놈들도 하는데 퍼뜩 안 하고 뭐하나!

여론에 힘입어 개스파컵의 참가를 결정했다.

-얘네는 좀 버틸 수 있으려나

-잼구면 모른다

-갓구 모드 나오면 승산 있다 ㄹㅇ

-갓구가 그렇게 잘함?

경기력에 기복이 있지만 잘할 때는 확실히 잘한다.

그 서울팀조차 몰아붙이며 명장면을 제조한 선수다.

커뮤니티에서도, 해설들도 잔뜩 바람을 불어 넣었는데.

─퍼스트 블러드!

하필 상대팀이 SKY T1.

자신들이 몸담은 게임단의 주전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잼구의 기세를 막을 수가 없다.

〈와-! 아니! 테이커 선수가 공격하는 타이밍을 정확히 기다렸다가 찔렀어요!〉

〈숙소에서는 몰라도 대회에서는 선후배 그런 거 없는 거 아닙니까?〉

오히려 알기 때문에 통하는 전략도 있다.

공격적인 성향이 짙은 테이커.

딜교환 타이밍을 날카롭게 노린 잼구의 갱킹이 선취점을 만든다.

-잼구 쟤는 진짜 소름 돋게 잘하네

-침착하게 점멸E부터ㄷㄷ

-테이커를 잡다니……

-신인 맞음??

상대가 워낙 이름이 알려진 강팀이다.

SKY T1을 상대로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뜻밖의 활약에 커뮤니티의 관심이 고조됐으나.

─SKY Taker님이 학살 중입니다!

기본적인 전력 격차를 메꿀 수가 없다.

분노한 테이커의 솔로킬이 결정적이었다.

주도권을 되찾은 SKY T1의 공세가 이어진다.

〈아~~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조냐를 키고 있던 강민철 해설마저 화들짝 놀라게 만드는 암살 장면이 터져 나오며 경기는 급속도로 기운다.

강팀의 진면목을 과시하는 체면을 살린다.

첫 세트는 SKY T1의 대승.

하지만 유의미한 활약을 펼쳤던 것도 사실이다.

정비만 잘한다면 반격을 노려볼 수 있다.

부산팀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주사위 몇 개 나왔어?"

"2개!"

"그 또한 운명인 것이다."

연이은 패배로 싱겁게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커뮤니티의 여론은 역시는 역시 역시군.

한 줄의 짤막한 정리가 깃들어진다.

─Keg 부산팀 개스파컵 한 짤 요약.jpg

솔로랭크 최강자인 내가 대회에서는 일반인?!

└고퀄 빌런은 개추얌ㅋㅋㅋ

└잼구 첫 세트는 잘했는데……

└걔는 기복만 잡으면 SSR급임

└그래도 아마추어는 아마추어인 이유가 있지

부산팀도 솔로랭크에서는 날고 기는 유저들이다.

팀 전원이 챌린저이며, 잼구와 잼할은 SKY T1의 연습생답게 최상위권에 서식한다.

프로팀의 운영도 얕게나마 알고 있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참패를 면할 수 없었다.

이쯤 되면 사이즈가 나온 게 아닐까?

결코 박하다고 할 수 없는 여론이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팀은 다르다, 결코 아마추어라고 볼 레벨이 아니다. 팬들이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는 팀이거든요?〉

〈어? 그거 어제도 했던 말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강민철 해설님……

-김서준이었으면 째려봤다

-클끼리는 짬으로 이기지!

개스파컵 3일차.

화제를 모으는 그 팀의 경기 날이다.

Keg 서울 대 삼선 갤럭시의 승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물론 삼선 갤럭시가 롤드컵을 우승한 그 삼선 갤럭시는 아니에요. 전체적인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은 피할 수 없습니다.〉

롤드컵 직후 이적 시장이 크게 열렸다.

많은 팀들이 전면적인 개조에 들어갔다.

대부분은 전력이 상승했지만 그렇지 않은 팀도 존재한다.

삼선 갤럭시는 가장 대표적인 예.

2014 롤드컵의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다.

하지만 팀 내부적인 문제로 공중분해 되는 대참사를 맞았다.

「(Official)'세계 최강' 삼선 갤럭시, 주전 선수 전원 이탈」

정확히는 삼선의 내부적인 문제로 후원 규모가 축소됐다.

주전 선수들로서는 팀에 남을 메리트가 없어졌다.

중국 등 세계 각지로 흩어지게 된 연유다.

1차 엑소더스의 방아쇠를 당긴 사건이기도 하다.

팬들로서는 아쉽지만 돈 문제라면 어쩔 수 없는 일.

최근 말이 많은 진짜 이유는 최우룡 감독의 태도였다.

「삼선 최우룡 감독, "계속, 더 많이 성장하겠다"」

선수들은 떠났어도, 팀의 이름값은 여전하다.

감독도 그대로라 팬들의 기대는 꺼지지 않았다.

훈훈하게 느껴지는 인터뷰 기사가 불씨를 제공했다.

[Best Comment]- 프로가 연봉 물어보는 걸 왜 잘라ㅋㅋㅋㅋ 열정 페이 마인드네

[Best Comment]- 전형적인 꼰대! 회사는 직원 저울질하면서 직원은 회사 저울질 하면 안됨?

[Best Comment]- 햐~ 스타 시절 당신 팬이라 직관도 갔었는데 이 인터뷰 보니까 진짜 실망이다

연봉을 따지는 선수들은 전부 잘랐다.

충격적인 발언에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최우룡 감독이 e스포츠판의 꼰대로 이미지가 굳어지게 된 사건이다.

〈정말 명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독이기 때문에 새로운 삼선 갤럭시, 절대 약하다고 볼 팀은 아닙니다.〉

〈재도약 하는 삼선, 첫 시작을 알리는 서울팀! 이 부분을 눈여겨보면 되겠군요?〉

하지만 그건 그거고.

당장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이다.

성승현 캐스터의 정리대로 서로 호락호락 않은 상대다.

-그래도 삼선은 삼선이지

-주전 빠져도 호랑이는 호랑이야

-아마추어와 프로는 다름

-솔로랭크 최강자인 내가 대회에서는 일반인?! 2권 나오나요?

선수 성장의 노하우.

팀 내적인 운영과 호흡.

2부 리그와 1부 리그마저 차이가 현저하다.

그리고 바로 어제, 부산팀이 대패 삼겹살이 되는 광경을 지켜본 직후다.

희망적인 반응을 찾아보기 힘든 건 필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아아아아-!

상암 e스포츠 스타디움.

800석에 가까운 관중석이 매진된 이유가 있다.

이 선수의 데뷔전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는 반응이 줄을 이을 정도다.

〈마왕…… Satan! 영어로 쓰니까 사악해 보여요. 사실 프로팀이라면 논란이 됐어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사탄 같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다 보니 팬들이 오히려 반긴다는군요?.〉

해설진들도 이 선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Keg가 낳은 스타이며, 예능 프로에도 출연했다.

어마어마한 기세를 자랑하는 자타공인 아마추어 원탑!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이제는 그를 의미하는 한 문장이 되었다.

그런 만큼 팬들의 기대도 보통 높은 게 아니다.

하지만 LOL은 팀 게임이고, 상대는 무려 프로팀이다.

팀 차이를 이겨내는 건 힘들지 않을까?

마왕이라면 그조차도 이겨낼지 모른다!

혹시나 하는 마음과 역시겠지, 하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

〈저희도 정말 이 선수라면 뭔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방송 전에 이야기를 나눴잖아요? 하지만 결국 아마추어팀이라는 점이 너무 불리하다.〉

〈감독과 코치가 없다는 부분 말이죠?〉

〈밴픽적인 면도 그렇고, 초반 동선도 그렇고 알게 모르게 코치진이 개입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없다는 건 그만큼 선수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 무거워진다는 소리에요.〉

-산 넘어 산이네

-하긴 경기력이 다가 아니지

-아마추어팀은 활약 자체가 불가능함

-무패의 전설이 오늘로 끝나는가 ㅠ.ㅠ

클끼리 해설의 날카로운 지적.

합리적인 분석이 무겁게 와 닿는다.

언뜻 비친 화면 속 선수들의 얼굴이 신빙성을 더한다.

반쯤 죽을 상인 서울팀의 선수들.

여유가 느껴지는 삼선 갤럭시의 선수와 코치진.

수많은 팬들의 기대와 염려 속에서 두 팀의 경기가 막을 올린다.

* * *

팀에 들어간지 약 세 달.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한없이 짧다.

까놓고 팀 하나를 정비하기엔 부족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대략적인 형태는 그려졌지.'

내 자비를 보태 합숙 훈련까지 진행하며 수준을 끌어올렸다.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한다면 아깝지 않은 투자다.

솔직히 아까웠긴 한데.

"오늘 이기면 진짜로 고기 사줘요?"

"내가 언제 거짓말 하는 거 봤어?"

"하긴 진짜로 밥도 안 주고, 화장실도 못 가게 할 줄은……."

"……."

내 자비가 많이 들어간 만큼 내가 왕이다.

꼬우면 돈 내던가.

'근데 원래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그런 거야.'

할 때는 진짜 죽었다 생각하고 해야 한다.

여타 스포츠와도 비교가 안되는 험난한 세계다.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는 게 쉬워 보이는 만큼 웬만한 노력으로는 턱도 없다.

대신 그만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코치로서 늘 선수들을 고생시켰지만 꿀 같은 보상만은 약속했다.

진짜 안타까운 경우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성적은 성적대로 안 나올 때다.

지난 추억이 한 폭의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다시 사는 인생, 처음 맡게 되는 팀이다.

그 시작을 아쉽게 끊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건 삼선 갤럭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운 멤버로의 첫 출전을 당연히 승리로 장식하고 싶다.

나와 최우룡 감독의 지략 대결이 펼쳐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뭐……, 그런 느낌이긴 한데.'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난 인생에서도 항상 품고 있던 고민이다.

e스포츠 종사자들 사이에서 한 가지 금기시되는 터부가 있다.

사실 LCK에 코치와 감독은 별로 필요 없다.

조금 생뚱맞은 이야기다

감독과 코치는 어째서 존재하는가?

당연히 있어야 할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야구, 농구, 축구 기타 등등.

감독, 코치 없는 스포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e스포츠에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스포츠 감독은 전문성을 지녔다.

선수 출신, 혹은 관련 학과에서 공부를 한 권위자다.

그에 반해 e스포츠는 특별한 자격 요건이 없다.

다른 일 하다가 뜬금없이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저런 사람들이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아가는지.

롤유저라면 한 번씩은 가져보는 의문이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선수들 케어하고, 밴픽도 짜고,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근데 그게 그렇게 어려우면 왜 전문성도 없는 코치들을 써.'

스타크래프트 하다 오고.

하스스톤, 카트라이더 하다 오고.

정작 롤은 골드, 플래, 다이아 이랬던 애들을 대체 왜 쓰냐고.

물론 코치가 하는 일이 게임 분석이 전부가 아니다.

다른 잡다한 업무들도 분명 코치가 해줘야 할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오죽 할 게 없으면 저런 사람들도 쓰겠냐는 거다.

'물론 이런 걸 어디 가서 말하면 생매장 당하겠지.'

흔한 헬조선의 내부고발자.jpg의 미래가 그려진다.

대놓고 말을 못할 뿐 코치판이 정말 개판이긴 하다.

선수 다섯 중에 한 명이 못하면 티가 엄청나지만, 코치 3명 중에 한두 명 못해도 티가 안 나는 탓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실 코치와 감독은 없어도 된다.

한 90% 정도가 짐을 싸도 LCK 돌아가는데 전혀 지장 없다.

그 자리를 롤 좀 해본 아르바이트생이 대체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선수 영입은 단장이 하면 되고, 자잘한 건 아르바이트생이 하면 되고, 밴픽 같은 게임 내적인 건 선수들 스스로 하면 돼.'

특히 우리나라 선수들은 타 지역보다 게임 이해도가 높다.

유럽이나 중국 선수들과 얘기해보면 진짜 깡통이다.

머리 뚜껑을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짬되는 한국 선수는 밴픽, 동선, 피드백 소화하고 남는다.

어중이떠중이 코치진보다 오히려 날카롭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괜히 있을까?

전문성 떨어지는 코치는 안 쓰니만 못하다.

전문성이 조금 있어도 선수가 한 거랑 별 차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코치라는 직업에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는 이유는.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나머지 10%가 LCK를 세계 최고의 리그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진행되는 게임의 상황.

아군 정글이 바텀 라인에서 선취점을 거둔다.

"재호야 음파 클라스 실화냐?"

"나는 스킬샷만 잘 맞혔지. 동선이 무조건 킬각 나오는 동선이었어."

웨이브를 박기 직전의 타이밍이다.

적 정글은 반대쪽에 있는 타이밍이다.

취약한 순간과 스킬 센스가 맞물리며 깔끔한 갱킹을 성공한다.

딱히 스펠 투자가 있지도 않았다.

대각선의 법칙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부스 밖에서는 정글 차이와 라이너의 안이함이 지적 받고 있을 것이다.

'사실 그거 다 코치 새끼들 잘못인데.'

프로 대회의 초반 구도는 수싸움이다.

머릿속으로 게임 양상을 시뮬레이션 해본다.

마치 체스처럼 서로의 수를 읽고 대처법을 세운다.

밴픽 이상으로 코치의 역량이 지대한 부분이다.

코치가 8할이면 선수가 2할.

선수는 정해진 판 안에서 말처럼 움직일 뿐이다.

선수가 실수한 것도 아닌데 초반에 사고가 터진다?

그런 건 대부분 코치 책임이라 보면 된다.

현재 구도는 한 마디로 코치 차이다.

"탈리반 주위에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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