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위쪽이야. 그냥 쳐."
적 정글의 첫 동선과 CS를 보면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항상 패시브처럼 쓰고 있는 잡기술이다.
4인 다이브를 실행할 최적의 환경.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상대 바텀 듀오는 첫갱으로 스펠이 모두 빠졌다.
속전속결로 빠르게 죽이고 빠져나온다.
아니, 포탑까지 밀어버릴 각이 섰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정글이 탑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살면 좋았겠지만 상대의 호응이 좋았다.
딜교환 손해부터 이어진 강제 다이브다.
"아…… 진짜 죄송해요."
"대각선의 법칙이잖아? 죽어도 돼!"
"아니, 체력 관리만 잘했어도 다이브는 안 당했을 거 같아서."
모든 챔피언을 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준은 가장 자신 있어하는 람블을 잡았다.
그럼에도 순수 라인전 기량에서 밀리고 있다.
'그럴 만도 하지.'
삼선 갤럭시의 탑라이너 쿠베.
차후 롤드컵 우승까지 거머쥐는 탑라이너다.
현재 시점에서도 아마추어에 비할 실력이 아니다.
이런 건 코치가 어찌 할 수 없는 선수의 재량이다.
탑라인에서 상정하지 않은 손해를 봤다.
그래봤자 게임 구도에는 지장이 없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바텀 1차를 빠르게 파괴했다.
그 의미는 단순한 글로벌 골드가 아니다.
빠른 라인 스왑을 통해 탑을 풀어줄 수 있다.
'탑이 힘들 거라는 것도 감안해서 구도를 짰어.'
게임 시작 전에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려뒀다.
1. 첫갱으로 바텀 쌍스펠을 뺀다.
2. 미드 차이로 4인 다이브를 친다.
3. 탑이 힘들면 바텀 1차를 깨고 스왑시킨다.
글자 그대로 밑그림이다.
정확하게 저렇게 그려질 수는 없다.
세컨드 플랜도 코치가 생각해야 할 의무다.
하지만 그 코치가 게임을 뛰고 있다.
밑그림에 완벽한 덧칠을 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거기까지 안 가도 쉽게 가는 게임이다.
화락!
챠라락-!
또다시 로밍을 가는 척 모습을 감췄다.
슬며시 따라오는 랄라를 역으로 덮친다.
자신의 궁극기와 탈진을 믿고 있겠지만.
「커져라~♬」
궁극기를 맞궁으로 피한다.
자드의 궁극기는 순간적인 무적 판정.
뒤늦게 탈진을 걸어봤자 딜은 이미 충분히 박아 넣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KGS Satan님이 학살 중입니다!
단순한 미드 차이.
그것도 있지만 가장 큰 건 사실 색깔이다.
삼선이라는 팀은 예나 지금이나 9년 후나 변하는 게 없다.
'가끔 구단이 바뀌어서 KSV도 되고, 젠지도 되고 그럴 뿐이지.'
나 뿐만 아니라 LCK의 모든 감독과 코치가 가지는 생각이다.
쟤네들은 선수가 바뀌어도 하는 짓이 늘 똑같다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무서운 팀이기도 하다.
'봄-여름-삼선-겨울'이라는 별명.
가을만 되면 삼선이 강해지는 건 우연이 아니다.
한 해 동안 하나만 미친 듯이 파니까 가을쯤 되면 무르익는 것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KGS Pungduckgo님이 학살 중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이다.
수확은 아직 한참 더 기다려야 할 듯싶다.
* * *
개스파컵.
Keg와는 격이 다르다.
LCK, 1부 리그의 황금 전력이 총집합한다.
삼선 갤럭시도 그 일원이다.
말석이긴 해도 프로팀은 프로팀이다.
세간의 예상은 웬만하면 삼선이 이기지 않을까?
─남자는 역배다
마왕은 무조건 승리한다!
└이 새끼 드립과 현실을 혼동하네ㅋㅋ
└극한의 컨셉충
└그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은데……
서울팀의 승리를 예상하는 여론도 분명히 있다.
그 방향성이 한정되었을 뿐이다.
마왕이 진짜 미친 듯이 캐리하는 게 필수 조건.
해설진들도 유일한 변수라고 짚었을 정도다.
이외에는 솔직하게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에는 그만한 벽이 있는 법인데.
─KGS Haegango님이 SSG Pury님을 처치했습니다!
그런 걸로 아는데.
규칙이 무너지고 있다.
핑크스의 궁극기가 이즈레알의 머리통을 터트린다.
〈체력이 없을 때 궁극기를 맞으면 죽거든요!〉
-당연히 죽지 않음?
-강소리 원투 타임 들어보나
-Fact) 핑크스궁은 잃은 체력 비례뎀이다
서울팀이 삼선 갤럭시를 시종일관 몰아붙인다.
확률은 낮았지만 기대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가 미드 차이가 아니라 문제다.
〈서울팀이 경기의 흐름을 쥐게 된 순간은 분명 바텀 4인 다이브였어요.〉
〈네.〉
〈하지만 선취점부터 시작해 초반 설계가 완벽했기 때문에 4인 다이브각도 나왔던 거거든요? 저는 서울팀의 경기력이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삼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있는 서울팀의 상황입니다!〉
클끼리 해설의 열띤 토로와 성승현 캐스터의 정리대로다.
프로팀을 상대로 자기 주장을 원없이 펼치고 있다.
세간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흐름으로 흘러간다.
콰직!
그런 상황에서 여전하다.
마왕의 자드가 두 다이브.
사이드 라인에서 쿠베의 나루를 찢어 죽인다.
〈으아아~~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마지막 수문장이 무너졌습니다. 희망의 불씨가 꺼졌어요.〉
다른 선수들이 잘해주는 거지, 마왕의 존재감이 덜하다는 게 아니다.
게임이 급속도로 휙휙 기운다.
삼선 갤럭시에서 가장 잘 큰 나루가 죽자 버텨볼 근거조차 사라진다.
서울팀이 고전하기는 커녕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다.
결과는 물론 과정까지 깔끔하자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곱씹어볼 필요성이 생긴다.
〈제가 경기 전에 깜짝 놀랐던 소식이 있습니다.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말씀을 안 드렸는데 이제는 드려도 될 거 같아요.〉
〈어떤 것이죠?〉
〈서울팀 선수들이 식음을 전폐하며 합숙 훈련을 했다고 해요. 개스파컵을 향한 아마추어들의 열정이 의미가 없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어째서 개스파컵이라는 큰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는지.
그 이유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한 경기를 펼쳤다.
첫 번째 세트를 서울팀이 큰 격차로 승리한다.
-뭐야? 왜 이렇게 잘해?
-얘네가 그 원맨팀 맞음?
-아니, 팀도 다 잘하네ㄷㄷ
Keg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런 만큼 실력에 관해서는 알려져 있다.
180도 달라진 모습에 시청자들이 당황을 금치 못한다.
〈물론 아직은 첫 번째 세트고, 경기가 끝난 건 아닙니다. 삼선도 솔직하게 방심했던 감이 있을 거에요.〉
〈더 이상 도전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해야겠군요?〉
상상 이상의 대승.
하지만 경기는 아직 끝이 아니다.
오만한 입장에서 내려와 현실을 직시한다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다.
어떻게 한 번 이겼어도 아마추어는 아마추어, 프로는 프로다.
두 번째 세트의 향방이 밝다고만은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상암 e스포츠 스타디움 내부에 흐르는 공기.
여유가 싹 사라진 삼선 갤럭시 부스의 분위기.
이제는 양팀의 경기가 대등하다고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5252 믿고 있었다고 젠장!
-진짜로 이기면 소름인데
-얘들이 한 달만에 눈빛이 달라졌어
시청자들의 반응도 사뭇 진지해졌다.
원맨팀이라 만만히 볼 팀이 아니게 됐다.
프로팀을 가뿐하게 농락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삼선과 서울팀의 이어지는 두 번째 세트 만나보겠습니다!〉
서울팀의 기세가 이어질지.
삼선이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치열한 향방을 가릴 두 번째 세트가 시작되었다
롤드컵이 막을 내린지 한 달.
참고 참은 롤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우려 반, 기대 반 시작했던 개스파컵은 성황리에 진행된다.
「[GeSPA컵] 이걸 마진이! 챌코 갓베누 상대 2:1 의미 있는 역전승.」
「[GeSPA컵] SKY T1, 아마추어 부산팀 맞아 무난한 승리(종합)」
「[GeSPA컵] 롱주, 챌코 2위 아나키에 진땀…… 극적인 역전」
1부 리그의 10팀, 2부 리그의 4팀, 아마추어 2팀.
총 16팀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최초의 단기 토너먼트 리그다.
단 4일만에 여덟 팀의 탈락자가 나오며 자극적인 매치업을 이어간다.
고귀한 1부 리그 LCK 상대로 챌코, 아마추어 잡놈들이 웬말이냐?
일련의 논란이 바보 같이 느껴질 정도로 경기 내적인 화두로 뜨겁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걸 볼 때만큼 재밌는 게 없다.
─마진이 개좆으로 보이더냐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챌코한텐 안 지지!
└이걸 마진이ㄷㄷ
└챌코 상대로 역전한 게 자랑?
└2세트 넛신 기용이 신의 한 수였음
└역시 넛신! 지지 않는 정글러
작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마진 엠파이어.
간만의 승리로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2부팀인 갓베누를 상대로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이겼다.
도전적인 신인 기용이 이목을 모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며 '지지 않는 정글러'로 이름 높은 넛신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인상 깊은 활약을 선보인 건 아니다.
LCK팀들이 훈훈하게 승리를 나눠 먹지 않았나.
LCK팬들 입장에서는 그런 느낌인 16강이었다.
─챌코팀, 아마추어팀 보면서 느낀 게
라인전은 생각보다 큰 차이 안 나는데
그냥 뭔가 좀 자연스럽게(?) 지는 거 같음
└자연스럽게는 뭐야ㅋㅋㅋ
└자연이 그대를 거부하리라!
글쓴이-우씨…… 그 자연 말고!
└허둥대다 지는 느낌이 있지
불만이 사그라들었을 뿐이다.
대회 전 우려는 고스란히 나타났다.
개스파컵에 참가한 2부 리그와 아마추어 팀들.
분전한 팀도 있기는 했지만 결국 다 졌다.
녹아웃 스테이지 특성상 다음 기회는 없다.
3일차, 서울팀도 힘들 거라는 여론이 주를 이뤘는데.
「[GeSPA컵] Keg 서울, 프로팀 삼선 갤럭시 완파하고 8강 진출」
「[GeSPA컵] 첫 경기 출전하는 최창민, 정말 데뷔전 맞아?」
「[GeSPA컵] 아마추어의 반란! 롤드컵 우승팀 삼선 '망신'」
이변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Keg 서울이 삼선 갤럭시를 상대로 압승.
심지어 그 과정이 엎치락뒤치락 지저분하게 얻은 승리도 아니다.
해설진조차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깔끔했다.
에이스인 마왕은 물론 팀 자체의 경기력도 수준급이다.
수많은 강팀, 인기팀들을 제치고 가장 화제가 되는 이유가 있다.
─???: 우리가 진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어??
열정이 부족했잖아 새끼들아
└삼선 페이
└노오력이 부족하잖아!
└헬조선에선 이렇게 한단 말입니다 ㅠㅠ
└역시 선수 시절 테란으로 멀티 3개먹고 3팩토리 돌려서 16강에서 3패로 탈락한 삼수룡답군
안 그래도 열정 페이 발언으로 팬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그런 와중 아마추어팀에게 패배한 최초의 프로팀이 됐다.
커뮤니티에서 조리돌림을 당하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인과응보다.
반대로 승리한 서울팀.
프로팀을 꺾은 것만으로도 대형 이변이다.
그런데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까지 존재했다.
〈아마추어팀으로서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혹시 연습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경기를 승리한 팀은 당연히 인터뷰를 한다.
아나운서의 물음에 설움이 북받쳐 대답한다.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씻는 것도 3일에 한 번이었다고.
〈창민형이 숙소 잡았다고, 바로 올라오라고……. 그래서 갔는데 무슨 처음에는 몰래카메라 찍는 줄 알았어요.〉
〈그 정도로 설비가 안 좋았나 보죠?〉
〈설비가 안 좋은 게 아니라…….〉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심이 아닌 한이 묻어난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쏟아내고 있다.
아나운서로서는 사뭇 당황스럽지만, 시청자들로서는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저거 구라 아님?
PC방에서 거의 한 달 동안 먹고 자고 했다고?
PC방 사장님이 존나 화낼 거 같은데
돈도 많이 들고, 냄새 존나 나고
└그러게
└근데 저건 거짓말일 수가 없어
└저 표정을 보고 거짓말이란 의심이 드느냐?? 그러고도 인간이야??
글쓴이-그렇긴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PC방에서 한 달 동안 숙식을 해결하며 연습에만 매진했다.
상식적으로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사자의 눈물 겨운 호소.
도저히 꾸며낸 이야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프로팀을 상대로도 승리할 수 있었구나!
「[GeSPA컵] '풍덕고' 엄재호, "식사 시간도 아껴가며 연습 매진했다"」
「[GeSPA컵] ‘해강고’ 변재훈, "지옥 합숙 훈련의 효과 있었다"」
「[GeSPA컵] '마왕' 최창민,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했다"」
짧은 인터뷰 시간 내에 모든 사정을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확실한 건, 시청자들의 관심과 호감을 사고 있다.
인지도라곤 최근 일이 전부인 아마추어팀의 개인 기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Best Comment]- 저렇게 피똥 싸면서 하니 무조건 이기지ㅋㅋㅋㅋ
[Best Comment]- 이 새끼들 현실 올드보이 찍고 있었네
[Best Comment]- 부족한 여건 속에서 꿈을 위해 정진하는 모습 멋있습니다 화이팅!
Keg 서울.
아마추어 리그 Keg부터 열렬한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팀의 에이스인 마왕에게 집중돼있던 게 사실이다.
개스파컵에서의 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