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화 (71/201)

지레 겁먹어 점멸을 쓴 판단 자체는 옳았으나.

─KGS 마왕님이 맛밤 앰빠따님을 처치했습니다!

KGS 마왕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쏘아진 물고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탈리반에게 들러붙어 떨어져주질 않는다.

탱키한 아이템 셋팅에도 불구하고 삭제된다.

〈나라는 괴물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봐주는 게 없어요 이 선수는.〉

-나물 나왔죠?

-Nara is Monster

-탱커 순삭ㅋㅋㅋㅋㅋㅋ

-하필 깃창 쿨이라……

탱커조차 원콤을 내버리는 미친 데미지.

잘 큰끠즈?무서운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자칫 소강 상태가 될 수 있었던 구도를 강제로 뚫어버린다.

〈지금 정글 잡히면…… 그렇죠. 바론 충분히 쳐도 되죠. 참고로 요즘 바론 장난 아니거든요?〉

〈프리 시즌 패치 되고 바론 백작의 버프가 타워 철거에 특효약이 됐습니다. 먹히면 그대로 게임 끝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LOL이 차후 유저들이 알고 있는 모습으로 정형화되는 것이 바로 시즌5다.

바론 젠시간이 20분이 되고, 바론 버프에 엄청난 강화 효과가 붙는다.

먹힌다면 맛밤 엔투스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상황.

울며 겨자 먹기로 어떻게든 막아보는 수밖에 없다.

천천히, 하지만 최대한 빨리 거리를 좁히며 압박을 준다.

긴장의 순간,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건 마왕의끠즈였?

촤앙!

창을 바닥에 꽂고 아주 잠시 솟구친다.

다음 행동이 보이기도 전에 이미 끝나있다.

E플, 순간적인 점멸 콤보로 적 딜러진의 머리 위에 앉는다.

그대로 미끄러지듯 죽창을 찔러 넣는다.

맛밤 엔투스의 원딜러 스페이드는 분명 피했다.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점멸 반응을 용케 하기는 했지만.

─전장의 지배자 KGS 마왕!

경기장의 체감 온도가 기하급수 상승한다.

피가 줄줄 세던 스페이드가 결국 사망하고, 그 자리엔 아름다운 황금 동상이 세워진다

첫 번째 세트의 결정타를 박아 넣은 순간이었다.

첫 번째 세트의 승리.

하지만 8강부터는 5전 3선승제로 진행된다.

녹아웃 스테이지, 토너먼트 리그는 얼핏 기회의 땅 같지만 함정이다.

'다전제로 갈수록 웬만하면 이길 팀이 이겨.'

소위 역배당이 터질 확률이 낮아진다.

단 한 팀과의 경기만 집중적으로 준비한다는 게 크다.

그리고 설사 악운이 겹쳐 패배해도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

해설진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승산을 낮게 잡은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라인전 방심으로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것도 많아야 한 번.

하지만 내가 그 정도도 모를 만큼 바보가 아니다.

'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 준비한다고 하잖아.'

첫 번째는 팀 자체의 근본 기량이다.

최소한도 받쳐주지 않으면 어이 없이 터져나간다.

그렇기에 차근차근 Keg에서부터 성장해온 판단은 의미가 있다.

두 번째는 무르익고 있는 기세다.

대회에서 가장 힘든 점은 평소 플레이가 안 나온다는 점이다.

유저들 눈에 보이는 건 교전 뿐이겠지만 사실은 CS 하나, 스킬샷 하나에 전부 치열한 심리전이 오간다.

위축되는 순간 맞힐 수 있는 것도 못 맞히고, 먹을 수 있는 CS도 흘리게 된다.

그 사소한 차이가 쌓여 치명적인 판단 미스를 야기시킨다.

연승으로 얻는 기세가 그 약점을 보완해준다.

그럼에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판단 능력.

여러가지 잡기술로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는 나 자신이 쓸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꽈득!

두 번째 세트의 라인전이 진행되고 있다.

산다라의 검은 구체가 바닥을 잡아 뜯는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내가 가져왔다.

이에 상대는 카운터면서끠즈보?안정적인 자드를 픽했다.

결자해지 해보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물론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겠지만.

'산다라가 지금 시점에서는 연구된 픽이 아니지.'

시즌6부터는 주류 픽으로 활용되지만 현재는 시도가 되는 수준이다.

좋은 것 같긴 한데 막상 써보면 뭔가 애매해.

스킬 하나하나가 따로 노는 것 같다.

대다수의 유저들이 산다라에 대해 내리는 평가다.

프로씬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챔피언 메커니즘이 정립되지 않은 탓이다.

터엉!

W스킬 구체 투척이 들어간다.

데미지 자체는 엄청나거나 하지 않다.

중요한 건 무조건 맞힐 수 있다는 부분이다.

'판정이랑 사거리가 워낙 좋아서.'

현재 시점에서는 그 판정이 더욱 좋다.

투척된 구체에 맞은 순간 시련이 시작된다.

이어진 검은 구체에 자드는 반강제적으로 그림자가 빠진다.

파아앙!

그 위로 스윽-! 자연스럽게 밀어 넣는다.

굴러간 구체가 광역 피해와 함께 적을 기절시킨다.

이렇듯 항거할 수 없는 견제가 바로 산다라의 진면목이다.

'물론 이게 결국은 다 논타겟이라 쉽다고만은 볼 수 없지만.'

상대가 잘 흘려 넘기면 이후의 존재감 차이가 극명해진다.

파일럿의 기량 차이가 유별난 게 또 산다라의 별미다.

이전 세트와 달리 나는 다 적중시키고 있다.

파아앙!

그림자를 빼놓고 쏘아지는 스턴.

그 각이 닿을 듯 말 듯 애매하다.

그럼에도 자드는 쫄플을 쓸 수밖에 없었다.

'맞았으면 앞점멸 점화평에 바로 킬각이었으니까.'

앞선 첫 번째 세트의 여파.

현재 경기에서의 스킬샷 적중률.

위축된 탓에 상대는 플레이가 매우 소극적으로 변한다.

아마추어 선수에게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설사 프로 선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 역치가 조금 더 높고, 명확해질 뿐이지.

프로게이머도 사람인 만큼 당연하다.

오히려 실력이 높기에 와 닿는 체감도 있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를 수는 있어도 늑대, 코요테가 모를 수는 없는 법이다.

꽈득!

파아앙!

스킬샷 적중률에 따라 라인전 온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챔피언이다.

미드 CS 차이가 5분에 2배.

자드를 강제 귀환시키고 미니언을 포탑에 박아 넣는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지.'

맛밤 엔투스의 색깔은 기본적으로 단단하다.

아무리 밥디디가 밥 먹듯이 잘하는 챔피언 중 하나가 자드라도 코치진이 쉽게 허락 해줄 리 없다.

팀 차원에서 전략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한 가지 설계가 예정돼 있다는 소리다.

앞으로의 미래가 내 눈에는 선히 보인다.

실컷 쳐맞던 자드가 롤로노아 조로 빙의해서 3검류를 구사해온 이유.

「자드 - CS 21 - 0/0/0 장검, 장검, 장검, 핑크 와드」

자드에게는 딱히 드물 것도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의아하다.

보통 이 정도 맞으면 주술포식자의 하위템부터 올리고 싶어진다.

'체력 빠지기 전에 미드 갱각을 한 번 설계해보겠다. 지금쯤 한창 떠들고 있지 않을까?'

포탑에 박힌 미드 CS를 탈리반 3세가 받아먹었다.

6레벨 타이밍이 아군 정글보다 한 턴 당겨지게 된다.

개별로 놓고 보면 별 의미 없는 정보도 취합하면 하나의 필연을 예상할 수 있다

딱히 잡기술이라기 보단 심리전의 영역이다.

코치가 아는 게 많아야 선수들에게도 피드백(갈굼)을 하는 것도 가능한 법이다.

경기 구도를 늘 이 잡듯이 읽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쿠! 챠앙!

아니나 다를까 온다.

탈리반 3세의 깃창이 매섭게 그어진다.

끊을까도 생각했지만 역시 그러지 않는 판단이 옳다.

구오오……!

깃창-점멸이 연계됐기 때문이다.

반항의 여지 없이 띄워지며 그대로 호응 당한다.

앞그림자로 파고든 자드의 궁극기가 감싸져 온다.

설사 점멸을 써도 탈리반 3세가 가둘 것이다.

탈진이나 보호막도 없으니 순삭 각이다.

그렇게 보이라고 들은 점화이기도 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자드가 일곱 번째 식사를 하러 사라진다.

들어온 순간 스턴을 박고 삭제 시켜버렸다.

상대 입장에서는 조금 어이가 없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근거리에서 E를 쓰면 데미지가 중첩되는 버그가 있거든.'

보통은 근거리에서 쓸 일이 없는 스킬이다.

스킬 선마스터도 세 번째라 티가 별로 안 난다.

의도적으로 7레벨 스킬 포인트를 하나 더 투자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자드 대처법.

뒤쪽으로 스킬샷을 날리는 건 기본이다.

그렇게 점사한 대가로 탈리반 3세는 체력이 온전하지만.

─더블 킬!

KGS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조금 늦었을 뿐이다.

아군 정글러 리심의 백업이 도착했다.

점멸과 깃창이 빠진 탈리반 3세는 그대로 2인 테이블에 합석한다.

* * *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맛밤 엔투스의 대패.

첫 번째 세트의 결과는 즉시 파문이 번져나갔다.

맛밤 팬덤에 의해 커뮤니티는 쑥대밭이 되다시피 한다

-감히 건방지게 산다라를 뺏어가? 이거 두고 보자는 거지?

-생긴 것도 싸가지 없게 생겨 가지고

-우리 밥디디 밥 먹일 때부터 알아봄 ㅡ.ㅡ

-언냐들 쟤 뭐 인성 논란 없어?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세트.

이제는 밴픽부터 심기를 거스른다.

보란 듯이 산다라를 뺏어가자 난리가 났다.

안 그래도 극성 맞기로 유명한 팬덤이다.

한 번 찍히면 물불을 안 가리고 달려든다.

맛밤 엔투스도 자드라는 초강수 대응으로 결사 의지를 다졌는데.

─KGS 마왕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또다시 미드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다.

밥디디의 자드가 궁극기 풀콤보를 먹고 삭제된다.

그 어처구니 없는 위용에 해설진의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아니, 이 선수는 무슨 아이디에 계수 붙었나요?!〉

〈분명 똑같은 챔피언이고, 비슷한 구도인데 온도 차이가 정말…… 대박이네요. 마왕이라는 두 글자를 LCK팬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아이디 계수ㅋㅋㅋ

-마왕이 하면 이상하게 다 세……

-밥디디 굴욕의 날

-Fact) 밥디디는 폭식의 날이다

이전 세트 이상으로 미드 차이가 심각하다.

고작 그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끠?만큼은 아니어도 자드 또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픽이다.

망하는 순간 유통기한을 전전긍긍해야 한다.

맛밤 엔투스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전 세트처럼 운영으로 어떻게 풀어볼 시간마저 길지 않다.

울며 겨자 먹기로 팀의 역량을 총동원해 공격적인 설계를 노린다.

상대 블루 지역을 장악하고 교전을 유도한다.

그조차 너무 쉽게 막혀버려서 문제다.

〈산다라에요.〉

〈구체 투척이 드래곤이나 바론 같은 에픽 몬스터를 제외하면 전부 들 수 있습니다. 블루도 저렇게 들어서 예, 먹었죠.〉

-이 새끼들 정신 못 차리네ㅋㅋㅋ

-맛밤 시발 뭐하냐

-멘탈 나간 듯?

-아니, 그러기 전에 걸어버리던가 아아아아아

프로팀이라고, 프로 선수라고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면 인간인 이상 어쩔 수가 없다.

공들여서 설계한 노림수가 먹히지 않았다면 더더욱이다.

파아앙!

좁은 골목길.

지나가던 매라를 향해 날아 들어왔다.

스턴에 걸리고, 날아오는 풀콤보에 눈 녹듯이 삭제된다.

〈지금 그나마 버티고 있던 근간이 매라가 잡는 시야였는데…….〉

〈옵저버가 보여주네요. 이제 맛밤 시점에서는 안개밖에 없어요. 사이가 아무리 우직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스플릿을 절대 할 수가 없죠.〉

상대가 무언가를 해볼 여지, 버텨볼 여지 자체를 지워버린다.

첫 번째 세트 이상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무너지고 만다.

두 번째 세트의 승자는 허무하게 정해졌다.

─직관러) 현재 경기장 상황 알려줌

상암 도서관 개장함 ㅇㅇ

└맛밤충들이 그러면 그렇지ㅋㅋㅋㅋㅋ

└지들 질 때면 조용해짐

└Fact) 단체로 밥을 먹고 있다

└거 밥 먹는데 조용히 좀 합시다!

LCK의 시작과 함께 해온 팀이다.

맛밤 엔투스는 열성적인 팬덤을 자랑한다.

현장 관중이 가장 많은 팀으로 손 꼽힐 정도다.

그러다 보니 생기는 다소의 부작용도 있다.

맛밤이 질 때면 경기장이 조용해져.

타팀팬들은 이를 도서관이라고 비아냥댄다.

거대한 팬덤 만큼 안티도 엄청난 탓이다.

오늘 경기에서 진다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세 번째 세트만을 앞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기 끝난 건 절대로 아니에요.〉

〈패패승승승! 역전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 저력이 있는 팀이잖아요~!〉

-원래 맛밤은 패패승승승이지!

-맛밤 스코어 모름?

-응, 최후의 승리자는 맛밤이야

-제발 안정적으로 좀 하자. 시간 끌어도 되니까 제발……

진용준 캐스터의 외침은 단순한 위안이라고 볼 것만은 아니다.

전문적인 시점에서도 분명 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맛밤이 작정하고 몰아붙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이런 때일수록 맛밤은 자신들의 색깔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세트도, 두 번째 세트도 밥디디 선수에게는 안타까운 말이지만 미드가 많이 힘들었던 탓이 커요.〉

〈맞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맛밤다운 색깔, 보여준다면 저도 가능성이 낮지 않아요. 근본이라는 게 분명 있거든요.〉

수세에 몰린 맛밤 엔투스의 전력은 좌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 *

두 세트를 연이어 따냈다.

그에 따라 팀 분위기도 매우 좋다.

진짜 프로팀, 그것도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맛밤 엔투스를 상대로 승리하자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아……, 아……."

"근데 넌 왜 그렇게 죽을 상이냐?"

하지만 한 명, 그 흐름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팀의 탑을 맡고 있는 김현준.

입을 벌린 채 반쯤 정신이 나간 얼굴이다.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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