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3화 (73/201)

쏟아지는 관심과 화제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맛밤 만큼 팬덤과 안티의 규모가 큰 팀도 없기 때문이다.

아마추어팀을 상대로 대패한 마당이니 후폭풍이 오죽할까?

─'감독님 마음대로' 밥식당

LCK 1호점

11월 28일 오픈합니다

밥이랑 맛밤 많이 먹으러 오세요^^

└예약제인가요?

└빅마왕맨: 이 집 대박입니다. 10끼도 넘게 먹었어요. 강추!

글쓴이- 만족스러운 식사 되셨나요? 감사합니다 고객님^^

└드디어 돌아버린 것인가ㅋㅋㅋㅋㅋㅋㅋ

팬들도 뭐라 실드 칠 말이 없다.

오히려 유쾌하게 개그 코드로 밀고 나간다.

커뮤니티에는 벌써 지난 경기를 주제로 한 드립이 판을 친다.

물론 그럼에도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맛밤팬들이 저질러온 만행이 워낙 많다.

꼬시다는 반응도 줄을 잇듯 올라오고 있다.

─[커뮤니티 일동은 선언합니다]

4일 동안 맛갈들이 밥 타령하는 모습  참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4일 천하 맛갈 강점기 해방을 선언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즌 28호 해방

└대한 독립 만세!

└그놈의 밥 타령은 시발ㅋㅋㅋㅋ

한동안 비교 논란이 뜨거웠다.

막상 경기를 붙어보니 3 대 떡.

이렇다 할 반격도 못하고 속수무책 무너져 내렸다.

경기 내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라이너의 기량 차이가 눈에 보였다.

특히 심했던 건 역시 미드 라인.

─마왕 미드 솔킬 모음.Gif

1세트 미드 솔킬

2세트 미드 솔킬

3세트 미드 솔킬

너무 많아서 짤 만들기도 벅차다……

└'밥 먹자'

└밥 먹듯이 잘한다는 그 선수는 ㅇㄷ?

└Fact) 밥디디는 밥을 흘리고 있다

└Fact) 밥디디는 라마단 기간이다

처참하리 만큼 터지고 말았다.

실력 논쟁에 확실한 종지부를 찍는다.

솔로 킬을 밥 먹듯이 따버리며 팬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두 세트 연속 MVP.

하지만 그 혼자 활약했던 것만은 아니다.

원맨팀 이미지를 벗을 만한 임팩트도 터져 나왔다.

─챌린저 3000판 람블 장인 클라스.Gif

'근본' 탑신병자

그는 가까운 미래 사이를 솔킬 땁니다

└맛밤을 군밤으로 만들어버린 남자……

└The 킹갓엠페러 마포고 출신

└요즘은 사이보다 더사이지

└사이는 잘하는데 박상면씨는 개못함

팀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대체 뭐 하는 놈들이길래 혜성처럼 등장했을까?

지난 16강에 이어 한 번 더 들을 기회가 찾아왔다.

맛밤 엔투스전 승리 후 인터뷰 자리.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질문을 받게 되었다.

MVP를 받은 마포고 선수가 멋쩍은 듯 대답했다.

〈지난 인터뷰 내용이 엄청 화제가 되었잖아요?〉

〈아, 예…….〉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신지, 연습 환경의 변화는 있었는지. 팬분들이 궁금해 하고 있거든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궁색한 환경에서 연습해왔다.

하지만 그 진정성이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서 느껴졌다.

서울팀의 인지도 상승과 동정 여론에 큰 기여를 했던 사건이다.

그것이 바로 일주일 전 있었던 16강 인터뷰.

그때 이상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서울팀이다.

경기가 끝났음에도 줄지 않는 수만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말 고맙게도 그때 방송 이후 팬분들이 이것저것 챙겨주셔서 식생활은 개선됐어요.〉

〈다행이네요! 하지만 숙소는 여전히……?〉

〈식생활에 여유가 생겨서 이제 그 돈으로 찜질방에서 자고 있습니다! 이틀에 한 번 정도는.〉

〈…….〉

-오열

-속보) 서울팀 노숙자 생활 청산…… 찜질방으로 거처 옮겨

-아니, ㅅㅂ 실화냐고ㅋㅋㅋㅋㅋ

-삐슝빠슝! 찜질방, PC방을 전전하는 팀이 있다?!

말하는 당사자가 해맑자 더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미운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맛밤 엔투스의 팬들.

현장 관중들에게도 연민의 탄성이 쏟아졌다.

지난 인터뷰와 달리 구체적으로 진행된다.

정말로 그 정도로 열악한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건지.

팬들이 알고 싶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 아니, 팀원도 있고 그러니까 결국 합숙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숙소가 없었어요.〉

〈역시 돈 문제가?〉

〈예, 헤헤…….〉

아나운서로서도 동생뻘인 친구들이 측은하고, 뭔가 좀 챙겨주고 싶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인터뷰가 호감을 낳는다.

친구라는 보통 프로 선수들에게는 나오지 않는 어색한 울림도 감성을 자극했다.

─[서갤 총대입니다. 2차 드랍 모금 계좌&롤링 페이퍼

지난 모금으로 전달된 도시락과 쿠폰들이 유의미하게 활용됐다는 소식이네요! ㅠ.ㅠ

2차 모금 진행합니다

카카오뱅크 3333-07-XXXXXXX

마감 토요일 저녁 8시

드랍 총알 쏘자~~~~~~~~~~~~~~~~!

선수들에게 전달할 롤링페이퍼도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Keg 서울 갤러리 일동-

└언냐 선수들 인터뷰 봤어? 우리 애긔들 너무 똑땅해

글쓴이-봤긔 보고 하는 거얌 ㅠ.ㅠ

└후원했긔! 잘 써주긔!

└원래 이런 거 할 생각도 안 했는데 인터뷰 보고 안 올 수가 없어서 왔습니다……

마치 프로팀처럼 팬덤이 생겼다.

이전부터 있었지만 저조했던 게 사실이다.

살이 점점 붙으며 그럴 듯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인생을 갈아 넣고 있는 아마추어들의 열정.

크게 될 싹이 보이는 유망주팀.

화제의 여파는 한 가지 필연을 야기시킨다.

* * *

오랜만에 방송 출연 제의가 왔다.

물론 이전부터 줄창 오기는 했다.

'최근 스케줄은 다 거절했지만.'

연습이 바쁜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기 힘든 것도 존재한다.

방송의 영향력 때문이라기 보다는.

"요즘 LOL계의 가장 큰 핫이슈! 역시나 개스파컵의 지각변동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창 이름이 알려지고 있는 시기다.

이때 작업을 해두지 않으면 언제 또 하겠는가?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내서 스튜디오에 들릴 만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오프게임넷이잖아.'

한국 e스포츠판의 가장 거대한 게임 방송국이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영향력을 견줄 곳이 없다.

존경하는 김의정 캐스터가 계신 굿게임TV도 훌륭한 곳이지만 방송사로서의 역량과 화제성은 역시 오프게임넷이다.

또다시 단군의 청춘부재를 열창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금일 방송의 주제도 최근 화제와 맞물린다.

인지도 상승과 이미지 작업을 위해 이만한 장이 없다.

"나는 캐리다! 오늘은 마음 놓고 캐리를 받아도 될 거 같은 무패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마왕 선수를 모셨습니다."

"……."

조금 많이 부담스러운 자리라서 문제다.

진행하게 된 코너의 이름이 굉장히 낯이 익다.

받아들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보통 고민이 됐던 게 아니다.

'내적 갈등 오지게 하게 만들었지.'

오프게임넷의 '나는 캐리다'.

LOL 초창기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케이블 방송 최초로 시청자 참여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연습 안 하고 방송 나와도 됨?

-씹잘하니까 괜찮지

-김다균도 있는데 선수는 못 나올 게 뭐임ㅋㅋㅋ

-오늘 레전드네 본방 사수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마리텔의 시초라고 봐도 무방하다.

인터넷 방송과 생방송의 혼합은 그만큼 신선한 것이었다.

물론 내적 갈등을 오지게 만드는 이유는 방송 시스템 때문이 아니다.

방송의 진행자가 많이 안타깝다.

前스타크래프트 게임 해설가 임캐리.

캐리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런 시간 벌기가 통하면서!》

《막판 대역전을 캐리어가 이룩할 수 있을지!》

《결국! 캐리어는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만 하면, 완벽하면서 가장 강력한 테란전 유닛입니다.》

'아-! 감동의 캐리언데요! 씹오지긴 했으니까.'

근데 차후에 씹오지는 언니들에게 푹 빠진 나머지 유흥업소 실장이 되고 마신다.

개인 사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이다.

비판을 감수하지 않기는 힘든 부분이다.

그로 인해 이미지가 역변하고 만다.

지금으로부터 3년 후 미래에 터질 사건이다.

시간이 지나 초심을 잃는다고 해도, 잃지 않은 시점에서 색안경을 끼는 건 어불성설.

"그거 알아?"

"그거라고 하면 보통 모르죠."

"아, 우리가 보통 선수들을 게스트로 섭외하는데 아마추어가 나온 적은 처음이야."

방송 전에 대본과 오늘 진행에 대해서 들었다.

그 속사정도 사실상 직접적으로 알게 됐다.

《차세대 스타 선수가 될 만한 재목이잖아. 많이 기대하고 있어. 앞으로도 자주 보면 더 좋겠고!》

방송사 차원에서 이미지 메이킹을 해준다.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경기 중에 언급이나 포장 비율을 높여주기도 한다.

공공연한 이야기라서 딱히 숨길 것은 아니다.

'딱히 놀랄 일도 아니지.'

회귀 전에도 경험했던 일이다.

당시에도 나는 기대 받는 신인이었다.

여러 이야기를 전해 들을 기회는 차고 넘쳤다.

일련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에 방송에 출연한 것이기도 하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프로에 준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 자리에 나올 만한 자격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연습을 PC방에서 한다며?"

"연습은 해야 하는데 따로 모일 장소가 없다 보니 불가피하게 그리 됐습니다."

"하…… 그런 악조건 속에서 4강에 올라갔어. 그것도 맛밤 엔투스를 잡고."

오히려 와주길 성화였던 건 오프게임넷 측이었다.

최근 그토록 화제가 되는 일이니까.

나로서도 환영하는 이야기이기에 피차일반이다.

'팀에는 스토리가 무조건 있어야 돼.'

스토리 없는 팀은 아무리 잘해도 인기가 없다.

오히려 기존 팬덤에게 악당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실제 기나긴 롤판 역사에서 그런 취급을 당한 팀이 한둘이 아니다.

스토리와 동정심을 끌어낼 보험을 들어뒀다.

인터뷰에서 고됐던 연습 과정을 어필하는 것.

사전에 넌지시 말을 맞춰 놨던 덕에 수월하게 풀렸다.

"그런데 그걸 니가 주동했다며?"

"연습할 장소가 달리 없었어요."

"아니, 연습까지는 그렇다 쳐도 숙식은 좀 너무하지!"

"나도 인터뷰 봤는데 살짝 눈물 흘리는 것 같더라고."

"……."

요즘 세상은 원래 리얼리티다

알아서 술술 설움을 토해내더라.

사전에 말을 맞출 필요도 없긴 했다.

'아무튼 결과만 좋으면 된 거잖아.'

연기 아닌 연기(The RealFact)가 고스란히 먹혔다.

동정 여론이 가미되며 팀 인기가 급상승했다.

내가 그 희생양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가 총대를 멘 건 맞는데."

"맞는데?"

"저도 아직 어린 나이고, 세상 물정을 모르다 보니 다른 해결책이 안 떠올랐어요. 솔직히 컴퓨터 5대 딸린 숙소를 어디서 구해요."

"하~~ 그렇게 말하면 우리 어른들이 뭐가 되니."

"e스포츠판이 아직 지원이 미흡하다."

-마왕 몇 살임?

-고2

-한 대학생 되는 줄ㄷㄷ

-생긴 건 존나 사악하게 생겼는데;;

나이가 어리다는 게, 미성년자라는 게 잘만 이용하면 면죄부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정말 다른 대안을 강구하기 힘들다.

컴퓨터 5대 딸린 숙소를 구하라니.

'내 돈 주고는 죽어도 못하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다 추억이 된다.

술자리 안주도 되고, 어디 예능 나가면 썰 풀 것도 되고.

아무튼 그렇다.

"자, 자 이야기를 정리해서 맛밤을 잡고 준결승에 올라갔어. 지금 커뮤니티도 그렇고 e스포츠 관계자들도 그렇고 난리도 아니잖아. 그치, 다균아?"

"왜 저한테 물어요."

"니가 제일 잘 알잖아. 그리고 곧 붙게 될 수도 있잖아!"

물론 나만 나온 것은 아니다.

한 명 더 게스트로 초청 받은 분이 계시다.

SKY T1의 감독, 너무나도 유명한 김다균씨.

본래 나는 캐리다의 고정MC였다.

두 분의 사이가 돈독하다는 게 느껴진다.

나와도 곧 접전이 있을지도 모르는 분이다.

"그 민감한 얘기는 잠깐 접어두고. 최창민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그래? 뭔데."

"그렇게 상황이 어려우면 우리팀에 들어오는 건 어때? 진짜 잘해줄 수 있거든?"

"야!! 방송을 사적으로 이용하면 안되지!"

-대본?

-ㄴㄴ 임캐리 찐텐임

-아니, 생방송에서 영입을……

-나캐리를 이렇게 써먹네ㅋㅋㅋㅋㅋㅋ

최근 안 그래도 말이 나오는 이야기.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즉석으로 들어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이전부터 영입 제의는 셀 수도 없이 들어왔다.

'내 개인으로 한정하면 글자 그대로 세기도 귀찮고.'

Ignore를 박아버려서 신경을 안 쓸 뿐이다.

원래 물건도 어느 정도 잘 팔려야 협상 테이블에 신경 쓰는 거지, 대체재가 없는 수준이면 부르는 게 값이고, 갑이다.

물론 대의명분이 없다면 단순한 싸가지다.

한창 대회를 치르고 있는 형국.

그 누구보다 바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거절하고 있었는데 질문이 적나라하다.

"영광이긴 한데, SKY는 테이커 선수가 있잖아요."

"다른 라인도 잘하지 않아?"

"뭐, 그렇긴 합니다."

-ㅋㅋㅋㅋ

-진짜로??

-혹시 뒤에서 말 다 끝난 거면ㄷㄷ

-마왕에 테이커…… SKY T1 무적함대 재시동……!

저런 제목으로 찌라시 기사가 올라갈까 무섭긴 한데 립서비스다.

그냥 가면 쓰고 떠보는 이야기지.

큰 의미까지는 없다.

'아예 의미가 없는 건 또 아니지만.'

실제 이런 별 의미 없는 대화가 영입의 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유망주가 여러 팀에게 프로 제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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