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4화 (74/201)

돈도 보겠지만 가장 보는 것은 신뢰다.

그 팀에서 자신을 밀어줄지.

팀원들은 자신과 호흡이 잘 맞을지.

공동 생활인 만큼 적응하는 게 어렵지 않을지.

'무슨 회사 취업하는 게 아니잖아.'

어딜 들어가도 힘들 게 뻔하니 돈이라도 더 받자!

그런 심리로 팀을 고르진 않는다는 이야기다.

당장 성적이 안 나오면 다음 해에 실직자가 되는 세계다.

큰 차이가 아니면 가장 신뢰하는 팀을 선택한다.

e스포츠판이 괜히 인맥으로 얼키고설킨 게 아니다.

저런 것도 어떻게 보면 영업의 한 종류라 볼 수 있다.

"이런 얘기는 사석에서 해. 뭐 하는 거야 지금!"

"최창민 선수가 어느 팀에 갈지 시청자분들이 궁금해 하시니까 한 번 물어본 거에요."

-사심 가득

-김다균이 오랜만에 출연한 이유가 흠ㅋㅋ

-대본은 아니네

-이러다 진짜 ?가면 대박!

순순히 받아준 건 이슈성을 위해서다.

SKY T1에서 침을 발랐다!

그 이하의 팀은 섣불리 접근하기 힘들겠지만, 반대로 자본력 있는 팀은 눈독 들일 대상이 된다.

견제의 의미를 담아서라도 더더욱.

물론 한 가지 전제가 깔려야 성립되는 이야기다.

앞으로의 경기에서 보다 유의미한 활약을 펼쳐야 한다.

"이야기가 잠깐 셌는데 지금 서울팀도, SKY T1도."

"왜 서울팀을 먼저 말해요."

"니가 그런 사소한 거에 집착하니까 여자친구한테 차이는 거야."

"아, 뭐 이상한 반년 전 얘기를 하고 있어요!"

"……."

그냥 단순히 집착이 심한 걸 수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자신을 소중히 해온 비결일 것이다.

'원래 부진은 있어도 부인은 없는 분으로 유명했지.'

어디까지나 장난스러운 밈이다.

2019년 롤드컵이 끝나고 품절이 된다.

원체 소란이 됐던 이야기라 기억에 남아있다.

물론 이런 사적인 일.

미래의 변화를 전해줄 필요는 없다.

이번 생에서는 일관성을 지킬 수도 있는 거니까.

"두 팀이 이대로 올라가면 결승전에서 붙게 되거든?"

"그런 걸 좀 물어보세요."

"그럼 다균이 네가 보기엔 누가 이긴다고 생각해?"

"저는 당연히 저희 팀이 이긴다고 생각하죠."

-칼답

-연애 빼고 다 잘하는 그 남자……

-삼선 해체되고 슼?제일 센 건 맞지

-결승 전 기선 제압ㄷㄷ

자신이 이끄는 팀에 대한 신뢰도 한결같다.

실제로 그렇다, 아니다 이전의 이야기다.

어차피 기세 싸움으로 가면 결론이 안 난다.

"그러면 창민이는 서울팀이 이긴다고 생각하고?"

"저는 그런 말하면…… 후폭풍이 감당 힘들죠. 안 그래도 최근에 난전을 가졌는데."

"그건 맞지, 그건 맞아."

-좌맛우?

-이걸 눈치 깐다고?

-두 팬덤을 적으로 돌리면 좆되는 거야

-자신은 있는 표정인데ㅋㅋㅋ

SKY T1도 맛밤 엔투스만큼 거대한 팬덤을 자랑한다.

자극해서 좋을 일은 당연하게도 없다.

쇼나, 퍼포먼스도 상황 보고 하는 거지 아무런 계획 없이 자신감을 표출해봤자 미운털밖에 안 박힌다.

'뭐든 다 시기라는 게 있어.'

어느 업계든 마찬가지겠지만 팬덤쪽은 다 정치판이다.

실적 하나만 가지고 자로 잰 듯 평가해주지 않는다.

막말로 레전설급 슈퍼 캐리해서 우승하면 뭐해?

패배한 쪽 팬덤이 징징대거나, 과거 사건 불 지피면 화제가 엄한데 돌아간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짓 중 하나가 잘하고서 욕 먹는 짓이다.

스토리텔링과 평소 이미지 관리는 중요하다.

"그러면 딱 두 선수만 놓고 비교해보자."

"왜 또 비교를 해요."

"그러면 다균이가 차인 이유를 비교해볼까?"

"사적인 얘기 하지 마시라니까요! 이거 방송 사고 아니에요?"

두 분의 사이가 굉장히 돈독한 모양이다.

임캐리님이 롤판에 계속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 생각이 잠깐이나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빚이 10억이나 있으면 물불 안 가릴 수도 있긴 한데.'

하필 그 방향이 극단적이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나만 알고 있는 미래다.

딱히 개인 사정에 오지랖을 부리고 싶진 않고.

「소름 돋는 캐리력! Taker 슈퍼 플레이! 최근 폼 S+등급 그 자체」

「4데스 한 테이커가 화나면 생기는 일ㄷㄷ 4대2도 개의치 않고 들어간다!」

「마왕 르풀랑, 다른 라인이 터져도 이걸……? 팀원들이 극찬한 역대급 게임!」

「미친 피지컬 마왕! 갱이 와도 역관광을 노린다고?! 도망가야 되는 거 아냐??」

.

.

.

생방송답게 화제 전환이 휙휙 이뤄진다.

화면에 방송 자료들이 주르륵 떠오른다.

유튜브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짜집기 영상들이다.

"이건 또 뭐에요."

"뭐긴~ 왜 자꾸 삐딱선을 타."

"아니, 저는 감독으로서 이런 걸 묵인할 수가 없습니다."

-까는 영상은 없는데?

-꼬치 왜 이렇게 까칠함

-다 꿀잼 영상이구만ㅋㅋ

-무법지랑 봄바야 영상도 있네

가끔은 악의적인 것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화면에 비치는 건 다 팬영상이다.

매드무비와 하이라이트 비스무리한 것들.

얼핏 문제가 없는 걸로 보일 수도 있다.

'저게 팬심으로 올린 게 아니라, 돈 벌려고 의도적으로 편집한 게 많아서 그래.'

실제 업계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다.

선수들 솔로랭크나, 스트리밍 영상을 무단으로 도용한다.

공식 채널보다 몇 배는 많은 조회수를 강탈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사건도 생긴다.

넛신이라는 선수의 유튜브 채널이 정지를 먹는다.

정지 사유가 어처구니 없게도 중복된 콘텐츠의 사용이었다.

'SKY T1의 넛신, 지존드래곤X의 넛신, 여러 넛신이 있기는 하지만 넛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중복은 아니잖아.'

누군가 이미 영상을 올려버린 탓이다.

김다균 감독이 언짢은 것도 그럴 만하다.

차후에는 그런 해적질이 막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아직 분쟁의 대상이다.

물론 선수가 언급되는 모든 영상을 막는다!

그런 건 아니고 주가 되냐, 부가 되냐의 차이다.

솔랭에서 테이커 만난 걸 자랑한다고 고소할 만큼 프로팀이 바보는 아니다.

"저희 선수 영상을 무단으로 올리는 채널들이라 제 입장이 좀 그래요."

"확실히 문제가 있긴 합니다."

"너는 갑자기 왜?"

"그냥 감독님 마음이 이해가 되다 보니."

나도 업계 관계자다 보니 잠깐 엄근진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일개 아마추어.

팀에 소속된 것도 아니니 딱히 상관은 없다.

즉석으로 의견을 피드백해 공식 채널이 사용된다.

나와 테이커 선수의 하이라이트 영상들이다.

보고 있자니 딱히 특별한 감흥은 안 든다.

'저거 당연히 잡는 건데 왜 화제가 되는 건지 모르겠어.'

선수 시절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오히려 상대가 욕 먹는 게 아닌지 걱정하기도 하고.

그런데 막상 반응을 보면 슈퍼 플레이 ㅎㄷㄷ 이런 식이다.

-저기서 잡을 생각을 한다고?

-와 미친!

-???: 잡았죠?

-보이지도 않는 킬각을 보는 남자……

선수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소리다.

개개인 별로 차이가 있지만 S급 선수들은 다 비슷하게 느낀다.

'자뻑이 심한 타입도 물론 있긴 한데.'

그런 건 립서비스지 찐텐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도 있었다.

-영상은 좋은데 편집이 별로다 ㅠ.ㅠ

-응 편집은 봄바야

-롤잘알은 무법지지ㅋㅋㅋ

-그냥 아까 영상 보지 정색 너무하네 ㅡㅡ

영상 교체가 아쉽다는 반응이다.

시청자로서는 그렇게 느낄 수 있다.

그 편집 능력을 인정 받아 공식 편집자로 스카웃 받는 경우도 흔해서 어금니 꽉 깨물고 볼 부분은 아니다.

"두 선수 다 장난이 아니야, 그치?"

"네, 요즘 뜨고 있는 이유가 보이네요."

"그래서 누가 더 잘해?"

"그런 것 좀 묻지 말라고요!"

대립 구도의 컨셉을 잡고 진행된다.

솔직히 팬들 입장에서는 좋아할 만한 주제다.

'방송적으로는 확실히 흥행의 보증 수표지.'

그것만으로도 오늘 나캐리에 출연한 의미가 있다.

물론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일이 쉬운 건 아니지만.

"테이커 선수랑은 아직 겨뤄본 적이 없어서 뭐라 드릴 말이 없네요. 팀 게임이라는 게 단순하게 따질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내 말이 그 말이야. 자꾸 비교로 가지 말라니까요?"

"그러니까 테이커 선수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김다균 감독님이 판단을 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박 씌우네

-이 새끼 정치력 만렙인데?

-근데 김다균은 마왕을 모르잖아

이제부터 알게 될 예정이다.

나는 캐리다의 기본적인 콘텐츠.

바로 시청자가 참여하는 노말 게임이다.

"다균아, 매의 눈으로 보라고. 알겠어?"

"아, 몰라요!!"

적당한 긴장감.

강 건너 불구경을 이루며 진행된다.

* * *

안 그래도 화제가 일던 차.

적절한 시기의 방송은 흐름을 이어나가기 충분했다.

'나는 캐리다'가 방송을 타며 안 그래도 치솟던 서울팀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다.

이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동시각, 서울팀의 선수들은 팬들에게 조공을 받았다.

산처럼 온 택배더미를 감탄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말을 나눈다.

"대박! 미쳤다…… 원래 선수 되면 팬들이 이렇게 챙겨주는 거야?"

"그러니까 선수 하는 거겠지."

"진짜 참가하길 잘했다. 고민 많았는데."

어찌 쉬운 결정일 수 있을까?

그 마왕을 영입하는 것부터, 개스파컵에 도전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도박이라 아니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이 결국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스파컵 4강에 진출했으며, 팬들의 관심도 엄청나다.

프로게이머의 미래가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된 형국이다.

"근데 이거 음식들은 어떡하지?"

"다 먹어 그냥."

"이걸 다??"

"못 먹을 건 또 뭐냐."

물론 앞으로도 고민은 많다.

당장 이 택배들을 어떻게든 소진시켜야 한다.

아무리 단골이라고 해도, PC방에 이런 걸 보관할 자리가 넉넉할 리 없다.

우적우적!

혈기왕성한 10대들에게 딱히 불가능할 것도 없는 일이다.

택배의 대부분이 식품.

행복한 고민이다.

평소 라면이나 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

눈앞에 놓인 음식들은 하나하나가 진수성찬이다.

유통기한이 당장인 고급 도시락부터 뜯어먹기 시작한다.

"야, 하나 남겨. 창민이형 거잖아."

"방송 끝나고 어련히 맛있는 거 먹고 오겠지."

"싸가지 봐라?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있는 건데."

탑솔러인 현준의 말에 원딜러인 재훈은 기분 나쁜 심기를 팍팍 티내며 도시락통을 내려 놓는다.

행복한 고민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어떤 단체도 불화는 생긴다.

그것은 오히려 안될 때보다 잘될 때 심화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마추어에서 프로팀에 준하는 위상을 얻었다.

팬들의 관심까지 쏟아지자 성공에 심취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참에 말이 나와서 말인데……."

서울팀은 분명 엄청난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심은 한 명에게 집중되고 있다.

질투의 시샘이 쌓여만 가던 재훈은 속내를 드러냈다.

방영 이후 더 화제를 낳고 있다.

그도 그럴게 자극적인 화두가 워낙 오갔다.

톡톡 튀는 폭탄 발언들은 하나하나가 기삿거리였다.

「마왕 최창민, SKY T1 영의 제안 받다? '나는 캐리다' 해프닝.」

「LOL 리그에 폭풍을 몰고 올 그들, 테이커 & 마왕 전격 비교.」

「'나는 캐리다' MC임캐리 김다균 감독의 개인사 언급…… 상처 여전해.」

물론 진지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런 떠보기만으로도 팬들은 술렁인다.

마왕은 그만한 영향력을 떨치고도 남는 선수다.

─보통 프로들 초청하면 묵묵히 게임만 하다 가는데

마왕은 방송을 아네

게임은 당연히 잘하고

└그걸 이제 암?

└마왕이 왜 인방쪽에서 존나게 떴는데ㅋㅋㅋ

└김다균, 임캐리 멘탈 나간 거 다독여서 이긴 거 개꿀잼

글쓴이-나는 캐리(당했)다!

최근 롤팬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는 이유가 있다.

실력뿐 아니라 스타성까지 두루 갖추어낸 인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개스파컵 준결승에 올라가 그 실력을 확증했다.

나는 캐리다의 출연은 개선 장군과도 같았다.

활약상은 역시나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진짜 잘하네. 물론 우리 선수가 했어도 이겼을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15분 전만 해도 절대 못 이긴다고 징징댔잖아?〉

〈아, 제가 언제 또 징징댔다고 날조를 해요!〉

-응 징징댔어

-꼬치 팀탓 많이 하는 타입이구나……

-이미 나캐리 시즌123때 증명된 사실이지

-쫑알쫑알 불만 엄청 많음

프로게이머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방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대전의 승률이 낮다.

낮은 수준이 아니라 어김없이 진다는 말이 쓰인다.

MC인 임캐리가 나이가 있어서 게임을 못한다.

그런데 저격하는 시청자들은 천상계 고수만 온다.

선수 혼자 피똥을 싸봤자 한계가 있는 게 보통인데.

─더블 킬!

마왕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냥 너무나도 가볍게,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것처럼 캐리한다.

그것도 멘트를 주고 받으며 말이다.

사실 방송에 출연하는 선수들이 가장 난해해하는 부분이다.

보통 게임을 할 때 입을 다물고 하거나, 관련된 대화만 한다.

아 Sinbal 저걸 살아가네……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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