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을 하는 경험은 없기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쉽다.
〈제가 인터넷 방송에서 시끄러운 분들도 많이 경험해봐서…….〉
〈아, 알지. 누구 말하는지 알겠다.〉
〈그 마이 장인?〉
-럾잆?
-귀에 딱지 앉을 듯
-러이갓 특) 뒤지고 추천즐찾 받음
어디서 10년은 굴러 먹은 듯한 평정심!
유감 없이 뽐내며 시청자 대전을 승리로 이끈다.
김다균 감독조차 섣불리 평가할 수 없게 만드는 엄청난 실력을 선보였다.
개스파컵의 기대가 더욱 부풀고 있는 이유다.
SKY T1과 서울팀.
대진대로라면 결승전이란 이름의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된다.
[2014 LOL GeSPA Cup 4강, 일정 및 티켓 판매 안내]
■ A조
-SKY T1 vs GOO Tigers
■ B조
-짐에어 그릴윙스 vs Keg 서울
.
.
.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란이 일고 있다.
4강까지 대진이 좁혀진 만큼 당연하다.
최후의 결승전에 올라갈 팀은 어디일까?
〈나는 져본 적이 없어. 지금까지 거의 내가 말한 대로 됐잖아.〉
-안됐는데요;;
-?말고는 맞은 게 없음
-역시 클펠레……
-하나라도 맞춘 게 어디야ㅋㅋㅋ
LCK 해설자이자, 前프로게이머인 클끼리 개인 방송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몰린 이유다.
그는 대회 전에 항상 예측을 한다.
대부분 빗나가기로 유명하지만.
〈내가 말했잖아. GOO Tigers는 한 번 봐야 안다고. 그리고 16강 보고 준결승 갈 전력이라고 했지?〉
-그랬나?
-그랬음(아마)
-이걸 보험을 들어두다니
-서울팀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무조건 떨어진다며??
이번 개스파컵 만큼은 달랐다.
그나마 맞는 부분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얼추 납득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나를 괴물로 만들지 마. 여기서 서울팀 예상한 사람 있어? 있으면 손 들어봐. ……매니저, 지금 손 든 애들 싹 다 잘라.〉
-함정 수사였누ㅋㅋㅋㅋ
-그 '나물'
-솔직히 예상한 놈들은 찍은 거지
-그냥 어그로 관종 새끼들이 맞음
서울팀은 이변 그 자체다.
예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반대쪽 대진은 클끼리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도 대충 사실이다.
그리고 그 예상에 의하면.
〈해설자로서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애청자들이 하도 궁금해 하니 말해줄게. A조는 8부 능선을 넘었고, B조는 6부 능선을 넘었다. 여기까지만.〉
-해석) SKY 결승 확률 80%, 서울팀 결승 확률 60%
-서울팀은 아직 저평가네
-아마추어팀이라는 걸 감안하면 저게 맞지
-전프로라 그런지 날카롭다ㄷㄷ
SKY T1과 서울팀이 만날 확률이 높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그 말을 신뢰하고 있다.
단순한 이변이 아닌, 앞으로 충분히 물고 빨 가치가 보인다.
이 또한 현재 서울팀에 대한 관심이 부상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물론 가장 큰 건 그것이다.
안 그래도 말이 많던 부분을 지난 방송에서 속 시원히 긁어줬다.
─PC방에서 숙식한다는 거 진짜였네ㅋㅋㅋㅋ
와 시발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PC방에서 먹고 자며 연습할 생각을 하지?
정신력 개쩌네
└대학교 공강 때 PC방에서 자면 편함. 의자 푹신해서
글쓴이-아니, 잠깐 쉬는 거랑 숙식은 다르지
└근데 은근히 가장 합리적이긴 함
└우리나라 PC방이 시설 개쩔긴 하지ㅋㅋㅋ
진위 논란이 은근하게 오갔다.
대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당사자의 입에서 구체적인 생활상을 듣게 되었다.
서울팀의 동정 여론이 더욱 확산된다.
인지도와 여론도 긍정적인 색을 띈다.
팬덤 조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2차 드랍 완료했습니다! **차후 계획 공지**
택배를 통해 전달했고, 잘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사진 참조)
롤링페이퍼도 읽어보았고, 감사하다는 대답 전해 달라고 합니다!!
3차 드랍에 관해서도 이야기했으나 현재는 보관이 안된다고 합니다(…….)
여전히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한다고 하네요 ㅠ.ㅠ
서울팀 선수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그럼 서바!
└진정한 PC방 대표팀ㅋㅋㅋㅋㅋ
└PC방 어디임? 가보고 싶긔
└3차 드랍 하시면 무조건 참여하겠습니다
└준결승 짐에어랑 붙지? 현장 가서 응원해야지!
기존 팬덤을 중심으로 점점 더 살이 붙는다.
급조된 분위기는 있으나 어지간한 프로팀에 준한다.
그렇게 세간에서는 서울팀의 평가가 높아져 가는데.
* * *
"팬이에요! 이거 음료수!"
"아,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BAAM-!"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명의 남성이 코카콜라 제로를 주고 떠난다.
최근 연습을 하다 보면 자주 겪는 광경이다.
이전에도 몇 번 있기는 했으나 최근에는 좀 유별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했다.
'언제까지 숨길 수야 없는 노릇이니까.'
서울팀이 연습하는 PC방이 어디인지.
인터넷발 정보가 이곳저곳 퍼져나간 모양이다.
그렇다고 딱히 곤란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끔 인사할 일이 생기는 정도.
좋으면 좋았지 나쁠 일은 없다.
PC방 사장님 입장에서도 싱글벙글이다.
평소의 배 이상으로 손님이 몰려들었다.
PC방 내에서의 발언권도 은근히 강해졌다.
냉장고 같은 건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게 됐다.
"와~ 또 형만 받네."
"마실래?"
"아뇨, 저 펩시 마셔요."
"뒤질래?"
"네?"
그중 대부분은 내 지분이 크지만 말이다.
애초에 계약 자체를 잘해 놨다.
싸고 한적하며 시설이 좋은 PC방은 당연히 단골 고객을 유치하길 원한다.
숙식은 약간 애매한 부분이긴 해도, 협상만 잘하면 안될 것도 없다.
원래 세상사 모든 일이 어떻게 말을 하냐에 달렸다.
얼핏 불편해 보여도 사실 생활이 나쁘진 않다.
'팀 스토리텔링에도 엄청난 도움이 되고.'
우리나라는 자수성가에 대한 선망 어린 시선이 깊다.
똑같이 성공을 해도 특별하게 여긴다.
여러가지 계산을 한 전략이다.
"형 근데 형 없을 때 프로팀 관계자라는 분이 왔다 가셨어요."
"그래?"
"힘들면 와서 자기들 숙소에서 생활하라던데요? 딱히 돈 드는 거 아니니 부담 갖지 말고."
"그렇구나."
"……."
별 말을 하지 않자 얼빠진 눈으로 쳐다본다.
글자 그대로 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제의도 꽤 많이 들어왔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말로는 다 편하게 말하지.
직장이나 아르바이트 구할 때도 많이 보인다.
가족 같은 분위기, 부담 없는 환경……, 그런데 그거 알고 보면 다 뭐야?
회사 입맛대로 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와서 신세를 지면 그쪽 이야기도 들어줘야 한다.
우리가 선수를 구하는데 너희가 와주면 정말로 고맙겠다!
그러면 신인 선수 열에 아홉은 얼떨결에 끄덕인다.
어차피 신인 대우라는 게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조건 비슷하면 어려울 때 잘 대해줬고, 아는 사람 있는 곳에서 일하기 마련이다.
"개스파컵이 오래 남은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환경 변하면 더 집중 안돼. 연습이나 열심히 해."
그리고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그런 제의를 받을 거면 진작에 했어야지.
이제 와서 해봤자 오히려 역효과만 나기 십상이다.
가능한 연습에 집중하고 싶다.
하지만 공부가 그렇듯, 아무리 급해도 다른 곳에 눈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당연하게도 딱 그 말만 하고 갔을 리가 없다.
"이번 개스파컵이 끝나면 저희도 프로가 될 거잖아요."
"그럴 생각이잖아?"
"당연히 저희 꿈인데 그래야죠. 그런데 저희가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팀의 원딜러를 맡고 있는 재훈.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그 내용은 듣기도 전부터 이미 짐작이 간다.
"너무 상체 위주의 게임만 해요. 바텀은 맨날 손해만 보고."
"그랬지."
"저도 팬이 있는데 팬들이 저 거품인 줄 안단 말이에요. 프로 만나니까 파밍밖에 못한다고~."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설명을 해봤자 납득할 리가 없다.
재훈은 이전부터 야속함이 있었을 것이다.
'2인자라는 자리가 원래 그래.'
해강고원딜킹.
내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실질적인 팀의 에이스였다.
지금까지는 고분고분 따랐지만 생각이 슬슬 달라질 때도 됐다.
팀이 엄청난 성적과 함께 인기를 얻고 있다.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당장의 성적보다 주위의 시선에 관심이 쏠린다.
"창민형이 일부러 그랬겠냐? 상황이 그렇게 된 걸 어떡해. 이기는 게 급선무지."
"야, 니가 가장 긴장해야 돼. 너는 아직 출전도 못했잖아."
"……."
재훈의 말에 천고의 입이 다물어진다.
본래 팀의 미드였던 율천고는 아직 한 번의 출전 기회도 가지지 못했다.
내가 쭉 미드로만 출전했던 탓이다.
가만히 지켜보자 상황이 파악된다.
사전에 말이 오고 갔던 모양이다.
다른 팀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저희를 강조하는 이유도 그래서일 테다.
"저희가 생각을 해봤는데 천고도 출전하고, 다른 쪽으로도 저희 팀 색깔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그렇죠? 저희도 기회만 주면 캐리할 수 있다니까요?"
대답을 듣자 그제서야 표정이 달라진다.
안심을 하고 평소 모습으로 돌아간다.
원하는 대로 포지션을 바꾸기로 했다.
캐리와 한 걸음 떨어진 탑과 정글.
바텀에도 영향력을 실어 캐리 기회를 약속한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준 이유는 그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서 반대 의견을 말한다 한들.
팀 분위기의 분열만 초래할 뿐이다.
그리고 애초에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말이야.'
개스파컵의 관심은 더욱 고조된다.
아마추어팀이 프로팀을 꺾으면 연전연승.
한 편의 드라마라 해도 어색하지 않은 스토리와 주인공을 담았다.
금일 진행되는 준결승의 기대가 더욱 무르익은 이유다.
상암 e스포츠 스타디움에 수많은 팬들이 찾아왔다.
그들을 맞이하고 있는 건 조금 어색한 알림이었다.
-???
-오프게임넷 이 새끼들 운영 똑바로 안 하네
-어휴, 연출팀 일 안 하고 쳐놀죠?
-마왕이 왜 정글 자리에 가 있누ㅋㅋㅋㅋ
짐에어 그릴윙스 대 서울팀의 준결승전.
선수 소개부터 벌써 채팅창 반응이 뜨겁다.
마왕에게 한 가지 이상 현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명실상부 서울팀의 에이스라 할 수 있다.
8강, 16강의 기적은 그의 지분이 8할을 넘는다.
커뮤니티의 여론은 물론이고 몇몇 전문가들까지 그리 말한다.
〈저희도 만에 하나의 경우라는 게 분명히 있다 보니까 알아봤어요. 알아봤는데…….〉
〈전혀 오류가 아니라고 합니다. 모르시는 시청자분들도 계시겠지만 마왕 선수가 Keg에서는 거의 올라운더였습니다.〉
그런 마왕이 정글러로 포지션을 바꾸다니?
시청자들에게 굉장히 낯설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사실 그렇지도 않다.
-마왕은 뭘 해도 잘함
-정글도 진짜 개쩔게 하지……
-애꾸사자로 게임 혼자 하던 때가 레전드ㅋㅋㅋㅋ
PC방 대회 시절은 물론, Keg에서도 여러 포지션으로 활약했다.
그중에서도 정글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애꾸사자 숙련도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일련의 평가가 결코 과하지 않은 수준이다.
물론 무대의 격이 한참은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프로 대회에서 포지션 변경은 결코 흔치 않은 선택.
〈그래도 마왕 선수라면 뛰어난 활약을 보여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포지션 좀 바꿨다고 있는 캐리력이 어디 가겠어요?!〉
진용준 캐스터의 생각도 전혀 이상할 건 없다.
정글도 잘하는 선수라며?
그러면 어지간히 알아서 하겠지!
그럴 만한 믿음을 여태껏 심어주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문을 보내고 있다.
김서준 해설이 조심스럽게 그 가능성을 제기한다.
〈프리 시즌에 들어 정글러의 영향력이 많이 감소됐어요. 정글 캐리의 상징과도 같았던 불타는 섬광도 삭제됐습니다. 마왕 선수의 포지션 변경은 팀적인 시너지를 위한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요즘 정글몹 존나 셈
-오죽하면 위웍이 1티어겠냐
-아군이 처형 당했습니다! ㅅㅂ
시즌5에 들어 정글 몬스터가 엄청나게 강력해졌다.
그 바람에 솔로랭크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질 정도다.
새로운 정글에 익숙지 않은 정글러들은 처형 당한다.
익숙한 정글러들도 고생하기는 마찬가지.
챌린저조차 예외가 아니었으니 말 다했다.
정글링 빼면 시체인 위웍이 승률 60% OP챔피언에 등극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물론 그것도 몇 주 전의 이야기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전과 비교하면 캐리력 저하는 불가피한 수준인데.
─마왕이 정글로 포변한 이유 알아버렸다ㅋㅋㅋ
와 나 천잰가?
말하면 전략 노출이라 안 말함!
└나도 알겠다ㅋㅋㅋ
└아 지랄ㄴ
└님 그래서 티어가?
글쓴이-브론즈요
커뮤니티에서는 벌써 추측이 떠돈다.
새로운 메타는 낮은 티어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 낮은 티어의 의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더욱이 이는 그들만의 생각도 아니다.
〈저는 마왕 선수의 정글 선택이 충분히 노림수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 신규 챔피언이 나왔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