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8화 (78/201)

-흡입-흡입-흡입-흡입-귀환

-땅굴이 계속 이어져ㅋㅋㅋㅋㅋ

-무슨 롤러코스터 타나?

필살의 의지를 담은 리스크 높은 갱킹이 아니었다.

정글몹도 다 먹었고 할 것도 없는데 찔러볼까?

그렇게 가벼운 느낌으로 날린 잽이다.

맞는 상대에게는 어퍼컷과도 같은 무게감이다.

한 번의 갱킹으로 탑 구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서울팀이 탑라인 주도권을 틀어 잡은 가운데.

꾸웨에에엑-!

랙싸이의 궁극기.

기괴한 울음소리가 울리며 전장에 비장한 기운이 감돈다.

* * *

리메이크 전, 초기의 랙싸이다.

파놓은 땅굴로 이동하는 글로벌 궁극기를 가졌다.

얼핏 빵테온처럼 상대의 허를 찌르는 갱킹이 가능해 보여도.

'그냥 파밍용이야.'

랙싸이 궁극기 써요옷! 하고 귀 따갑게 꿰에엑-! 하고 우는데 그걸 당해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스킬 특성상 탈 수 있는 위치도 제한적이다.

빠르게 라인에, 아니 정글 복귀로 써먹는 용도다.

카락!

카락!

상대 입장에서는 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쌍둥이 골렘에 QW평QQQE 넣어주자 순삭이다.

미리 파놓은 땅굴로 쭉쭉 시원하게 풀캠프를 돈다.

'랙싸이는 별 거 없어.'

그냥 존나 성장해서 다 죽여버리면 끝이다.

설명이 뭔가 대충 같지만 정말로 그게 전부다.

그 정도로 현재 랙싸이의 성장 능력은 어마무시하다.

정글 몬스터의 젠 시간이 고작 100초.

150초가 돼버리는 시즌7 이후보다 50초나 짧다.

빠른 정글링과 기동력으로 쓸어 담듯 성장하는 게 가능하다.

구루룩-!

그렇게 상대와 성장 차이를 벌려나간다.

이를 바탕으로 찍어 누르는 설계를 할 수 있다.

약간의 잡기술을 더하면 필킬의 갱각을 만들어진다.

'땅굴망이 두꺼운 벽을 뚫어버리거든.'

판정이 약간 희한할 정도로 길게 늘어난다.

차후에는 딱히 놀랄 것도 없는 응용기다.

하지만 현재 시점의 적들은 면역이 없다.

불쑥!

튀어나와 바텀 듀오의 뒤를 잡는다.

파랑 강타를 바르고 공중에 살짝 띄운다.

맷집이 빈약한 인어는 그대로 횟감행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물론 무난한 갱각은 아니었다.

적 정글러 탈리반 3세가 대기하고 있었다.

깃창을 맞히고 들어오지만 딜량을 보고 바로 뺀다.

"아니, 왜 이렇게 잘 컸어요?"

"레벨이…… 미드랑 똑같네."

"CS 만들어 먹어서 그래."

"……네?"

레벨 차이는 단순히 체력이나 스킬이 다가 아니다.

성장 능력치까지 전부 포함하는 수치다.

때문에 체감적인 차이가 상당하다.

정글 레벨이 벌써 2레벨 격차.

아이템도 반코어 가량 앞섰다.

사실상 솔로 라이너급 성장을 하고 있다.

'여기서 또 풀캠프 돌고 귀환해서 궁으로 복귀하면 1레벨 차이가 더 벌어지지.'

글자 그대로 성장 차이로 찍어 누르는 게 가능하다.

탑도, 바텀도 풀어둔 이상 경기는 무난하다.

상대의 성향까지 고려한 판단이다.

짐에어는 지극히 수비적인 팀이다.

가만히만 있으면 최소한 사고는 안 난다.

단단한 수비는 내가 알아서 열어 재끼면 그만이다.

그렇게 승리가 확정된 듯 보이는 게임이었지만.

* * *

캐리하는 사람이 있으면, 타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LOL이 가진 불변의 법칙이다.

오늘은 그 주인공이 자신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뭔데.'

얼이 빠진 건 짐에어만이 아니다.

캐리를 당하는 서울팀도 같은 마음이다.

정글 차이가 게임을 지배하다는 걸 모를래야 모를 수 있을까?

으레 기뻐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단 한 명만큼은 그렇지 않다.

이?酉?가면 또다시 경기의 MVP를 내주게 된다.

─해강고 이 새끼 딜 드럽게 못 쳐넣네

앞라인이 판 깔아주면 그제서야 깔짝깔짝함

솔킬 따는 꼬라지는 본 적이 없음

└애초에 아마 수준이 그렇지. 뭘 바람?

└Fact) 마왕은 밥 먹듯이 한다

└마왕은 별개지. 격이 다른데

글쓴이-ㄹㅇ루다가ㅋㅋㅋㅋㅋ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니까짓 것들이 뭔데.'

재훈은 입술을 아플 때까지 베어 물었다.

프로게이머로의 데뷔.

하기만 한다면 성공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미래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

실제로 Keg에서는 준하는 활약을 펼쳤다.

원딜러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

게임이 길게 간다면, 마왕이 미드가 아니라면.

조명 받게 되는 건 십중팔구 자신일 것이다.

적어도 재훈은 그렇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KGS 해강고님이 학살 중입니다!

캐리력이 가장 떨어지는 정글.

섬광이 삭제된 후 다시 개백정으로 몰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왕의 존재감이 게임을 집어삼킨다.

"한동안 싸움각 안 나오니까 성장해. 어차피 쟤네 걸 것도 없어."

"예썰~."

"우리 하체 너무 좋아! 역시 탑은 팀운이지."

"……."

바텀 라인 갱킹이 또다시 성공했다.

재훈은 그 과정에서 1킬을 주워 먹었다.

학살을 울렸지만 존재감에서 비교가 안된다.

'제길.'

굳이 반응을 안 봐도 알고 있다.

자신이 한 것이라곤 대포를 툭툭 쏜 정도.

이런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버스충 소리를 듣는 거다.

"야, 적당히 밀고 귀환 타."

"한 번 더 밀 거니까 랜턴 대기나 하고 있어."

"……어, 그래."

어째서 늘 그런 흐름이 되는 걸까?

재훈은 어젯밤 리플레이를 보며 생각?다.

항상 자신이 한 번 더 싸우고 싶은 타이밍에 뺀다.

분명 안정적인 판단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슬아슬 노려볼 각도 있었다.

현재 게임에서는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핑크스의 패시브.

포탑을 철거하면 이동 속도가 증가한다.

해강고의 핑크스가 캡잭의 크레이브즈를 무섭게 뒤쫓는다.

뻐엉!

두! 두두-!

바주카&기관총의 폼 변화가 매끄럽다.

딜을 뿜어내며 크레이브즈를 몰아 세운다.

각도를 좁힌 W평으로 마무리하고 빠져 나오려 했는데.

파락-!

화약 구름이 지펴진다.

그로 인해 시야가 잠시 가려졌다.

점멸로 피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재훈은 한 발 더 내디뎠다.

쿠왕!

콰앙-!

지근거리에서 쏘아지는 산탄 세례.

핑크스의 반피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크레이브즈는 평타를 한 방 더 박아 넣고 문워크로 빠져나갔다.

"아, 씨발?"

당황한 재훈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온다.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쏜 궁극기.

그마저도 종이 한 장 차이로 빗나가고 만다.

앞점멸을 사용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아슬아슬 잡아볼 만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활한 인어가 도착하며 상황이 역전된다.

뿅! 뿅!

설상가상 하늘에서 제우스의 궁극기가 떨어진다.

앞에서는 크레이브즈가 좁혀온다.

할 수 있는 무빙이 제한적이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짐에어 갱붐님이 KGS 해강고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한 번 더'가 화근이 되어 제압킬을 내주게 된다.

그것도 문제지만 머릿속을 스치는 불안함.

경기 중 욕설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 있다.

"그걸 점멸까지 써서 끊기냐…… 랜턴도 대기해줬는데."

"제압 줬네."

"야, 죽은 것도 죽은 거지만 욕설은 어쩔려고 그래!"

선수들은 경기 중에도 언어를 순화해서 사용해야 한다.

생방송이기 때문에 그대로 송출돼도 이상하지 않다.

개인 및 팀에 대한 제재로 이어질지 모른다.

이에 대해 경험도, 수위도 모르는 아마추어들.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유일하게 창민만이 차분한 목소리로 진화한다.

"이즈한테 일단 궁 쓴 분도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경기나 집중해."

"그건 인정이죠."

"그건 당해낼 수가 없지."

당장 경기에 집중하는 게 먼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부활한 후였다.

허겁지겁 라인에 복귀한 재훈은 한 가지 생각만이 가득했다.

'만회해야 돼. 만회해야 돼…….'

이 치욕을 씻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재훈의 눈에 크레이브즈가 들어온다.

서포터는 서로 로밍을 갔고, 미드는 대치를 이루는 상황.

제압을 당했지만 아이템은 오히려 앞선다.

바주카로 폼을 변환하고 킬각을 잴 거리를 좁힌다.

그런 노골적인 의도를 놓아줄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탕!

쿠왕!

백전노장의 프로게이머다.

최고의 원딜러로 항상 손가락에 꼽히던 선수다.

캡잭의 크레이브즈가 앞대쉬와 함께 면상궁을 터트린다.

콰앙-!

시원한 폭죽 소리와 함께 체력바가 주저앉는다.

위압감을 선사하는 어마어마한 임팩트.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래픽 이미지다.

원딜간의 아이템 차이가 분명히 난다.

핑크스는 스킬샷을 아직 쏘지도 않았다.

그 스킬샷을 보란 듯이 코앞에서 피해낸다.

─짐에어 캡잭(크레이브즈)님이 KGS 해강고(핑크스)님을 처치했습니다!

짐에어 그릴윙스 자체는 인기팀이라 보기 힘들다.

이렇다 할 성적도 내지 못했고, 플레이 스타일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불밤 시절 무쌍의 활약을 보여준 캡잭만큼은 예외다.

우와아아아-!

현장 팬들의 환호 소리가 요동치듯 경기장을 울린다.

슈퍼 플레이가 두 번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꽉 막혀있던 짐에어의 숨통이 트인다.

〈와~~~ 솔-킬~~!! 이러려고 크레이브즈 뽑은 거고, 이래서 제가 밴픽 단계에서 강조했던 거고, 원딜 1대1 구도에서 솔로킬 나올 수 있다고 누누이 말씀드렸던 건데…….〉

〈진정하세요 진정!〉

-짐에어가 김서준의 심장을 뛰게 하다니

-짐에어가 아니고 캡잭이지!

-싸라있네~

-잭선장이 쓰러지지 않아 2탄ㄷㄷㄷ

크레이브즈는 분명 핑크스를 상대로 상성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바텀 라인이 워낙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랙싸이의 갱킹이 날카롭게 들어간 탓이다.

무시할 수 없었던 성장 차이.

그럼에도 이겨냈기에 더욱 찬사를 받는다.

게임의 흐름을 뒤흔들만한 대형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레드팀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바텀 1차가 나가며 글로벌 골드도 역전된다.

원딜간의 성장 차이도 방금으로 뒤집혔다.

그리고 그 의미는 보다 크게 와 닿는다.

〈첫 번째 세트와는 완전히 다른 게 랙싸이는 암살자도 아니고, 이니시 특화형 챔피언은 더더욱 아니에요. 잘 커도 플레이에 분명 한계가 있다는 소리거든요?!〉

팀게임인 이상 당연히 조합의 중요도는 크다.

시간이 갈수록 게임 양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서울팀의 조합이 나쁜 건 아니지만, 원딜러의 중요도가 높다는 걸 김서준 해설이 짚는다.

-랙싸이만 존나 비정상적으로 잘 컸네

-미드, 원딜 좆망함ㅋㅋㅋㅋ

-딜러진이 딜이 없다

-마왕 오열

랙싸이의 성장이 아무리 눈부셔도 이런 구도면 딱히 할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잘하긴 한다.

구루룩-!

랙싸이가 바텀 2차 포탑에 다이브를 친다.

트레이드의 나루는 침착하게 대처했다.

점멸을 활용해 최대한 버티면서.

쿠와앙!

기가 나루로 변신하는데 성공한다.

함께 들어오는 자드까지 궁극기로 밀친다.

하지만 침착한 대응을 한 건 나루만이 아니었다.

화락!

챠라락-!

어째서 자신이 자드 장인으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증명하는 듯한 광경이다.

미리 깔아둔 그림자와 위치를 바꿔 스킬을 피했다.

그리고 다시 궁극기 그림자로 재진입.

제아무리 탱템을 둘렀어도 무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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