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오브 로드 마찬가지다.
프로게이머, 해설가들의 예측이 자주 빗나가는 이유다.
클끼리 해설의 변명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아니, 실리콘밸리에 그런 사람들 널리고 널렸어요.'
코치로서 생각이 조금 많이 심각하게 다르다.
애초에 용어 자체가 잘못 사용됐다.
프로게이머와 해설가는 게임 전문가가 아니다.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잘하는 직업이다.
해설가는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직업이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지식을 얻기는 해도 진짜 전문가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
'유출이 안돼서 그렇지 코치들도 당연히 매 시즌 예측을 해.'
일반 팬들만 관심 있어하는 화두가 아니다.
코치와 감독들도 매우 알고 싶다!
자신들의 미래가 되는 건데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목 마른 자가 우물 파는 법이다.
우리들끼리 이러쿵저러쿵 따져본다.
차기 시즌이 어떠한 시나리오로 흘러갈지.
시나리오의 적중 확률이 보통 70~80%.
의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상당히 높다.
전문성 있는 S급 코치들은 대충 이 정도는 솎아낸다.
'S급 코치가 존나 희귀 생물일 뿐이지.'
하지만 없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세간에서는 어렵다, 말도 안되는 이변이다.
이런 말이 나올 때도 맞추는 사람들은 잘만 맞춘다.
〈봐봐. 말도 안되잖아. SKY T1 멤버 미쳤어. 솔직히 기대치라는 게 있는데 승산을 조금 더 높게 보는 게 타당하잖아?〉
-조금이 아닌데요;;
-클피셜: 8부 능선을 넘었다
-근데 진짜 이변이긴 함
-당연히 SKY T1이 우승할 거라 생각했는데ㅋㅋㅋ
GOO Tigers 대 SKY T1.
준결승전 A조의 경기다.
전력도 그렇고, 기세도 그렇고 SKY T1의 승산이 높아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데.'
코치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바라본다.
이런 예측 같은 경우 세 가지를 먼저 따진다.
하나는 전력, 둘은 난이도, 셋은 시너지다.
예를 들어 현재 화두에 오른 GOO Tigers.
상체가 강하며, 하체는 받쳐주는 느낌이다.
운영 난이도가 낮은 팀으로 시즌 초에 흥행하기 쉽다.
'반대로 SKY T1 같은 팀은 초반에 전력이 나오기 힘들어.'
바텀 비중과 운영 난이도는 기본적으로 비례한다.
선수 개개인의 주장이 강하다면 더더욱 심화된다.
SKY T1 같은 팀이 코치와 정글 입장에서는 진짜 골 때린다.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대신 리턴도 크다.
자리를 잡아갈수록 무서우리 만큼 강력해진다.
완성체가 되었을 때의 포텐셜은 훨씬 높다는 소리다.
'이 기본 뼈대에 변수라는 살을 붙이면 대략적인 시나리오가 그려져.'
메타라던지.
팀의 기세라던지.
선수 개개인이 가진 개인기와 캐리력이라던지.
변수가 좀 드럽게 많긴 한데 작정하고 따지면 못 따질 것도 없다.
코치의 경우 일반 팬들보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다.
여러가지 고려해보면 차기 시즌의 흐름이 보인다.
〈황금수염의 컨디션이 안 좋은 게 보였어. 중요한 순간에 몇 번 끊기지만 않았어도 그림이 전혀 달라졌거든.〉
-완전 검은수염이었지
-검은수염ㅋㅋㅋㅋ
-원딜 차이 ㅇㅈ
-프라이한테 CS 자꾸 밀리더라
갑자기 어떤 선수가 엄청 잘하면 어떡하냐!
갑자기 어떤 선수가 엄청 떡락하면 어떡하냐!
한 시즌만에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가 워낙 잦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그래봤자 결국 다섯 명 중 한 명이야.'
그 선수의 컨디션이 안 좋은 만큼 다른 선수가 좋을 수도 있는 게 팀게임이다.
대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소리다.
물론 정말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A조는 그렇다 쳐도 B조는…… 말도 안되지. 나를 괴물로 만들지 마.〉
-마왕이 너무 잘함ㅋㅋ
-서울팀은 진짜 예측이 불가능 했지;;
-Nara is monster
-난 키워서 먹어
확실히 이건 억울할 수 있다.
내가 대놓고 분탕을 친 꼴이니까.
누가 봐도, 어떻게 봐도 본래라면 진즉에 떨어져야 했다.
'내 덕분에 어정쩡한 클펠레가 아니라 완전한 클펠레가 됐으니 이미지 메이킹 차원에서는 나쁘지 않잖아.'
어쭙잖게 못하는 것보다 차라리 확 망하는 게 날 때도 있다.
동정표도 얻을 수 있고 아무튼 그렇다.
이런 극단적인 예는 아니더라도 분명 이변은 늘상 터진다.
그래서 70~80%.
나머지 20~30%는 정말 운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 20~30%가 상당히 큰 거라서 시즌 말쯤 되면 놀랄 만한 결과가 매번 나온다.
'하지만 클펠레는 20~30%를 맞춘다는 점.'
좀 심각하게 못 맞추긴 한다.
해설자들도 정보 자체는 코치에 준하게, 혹은 이상으로 얻을 수 있음에도 말이다.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그냥 롤알못이라고 하면 편한데.
그렇게 딱 잘라 말하기가 애매하다.
그냥 롤알못이라고 하면 편한데.
'한 마디로 응용력이 부족하다고 보면 맞을 거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코치가 분석이라면, 해설은 포장이다.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매 시즌 클펠레를 멈추지 않는 건.
〈저도 해설자고, 예측을 하는데 있어서 부담감을 느껴요. 그렇다고 무서워서 예측 못하겠어요.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할 수는 없잖아요.〉
본인이 아닌, e스포츠 팬들을 위함이다.
팬들이 이런 자극적인 주제를 원하잖아.
수위 높은 발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유명한 관계자 중에는 클끼리밖에 없다.
'잘못 말하면 극성 팬덤한테 곤죽이 되도록 까여.'
그 예측이 맞고, 안 맞고 이전의 이야기다.
감정론으로 나와서 순식간에 죽일 놈 만든다.
하지만 클끼리는 워낙 안 맞다 보니 웃어 넘긴다.
자기는 쓰레기다.
그러는 것도 이미지 관리의 일환이다.
평소 무게가 가벼워야 수위 높은 발언도 던질 수 있다.
'워낙 사고를 많이 쳐서 자학 개그 하는 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 형님이 못 맞춘다기 보다는, 코치들이 너무 잘 맞추는 것이기도 하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도 크고.
코치들이 말을 안 하고 몸을 사린다.
물론 나름대로 변명거리는 있다.
팀 내 기밀이다, 아니다 이전에.
《그리핀도르는 어차피 이대로면 우승 못하잖아?》
《당근이지. 걔네는 약점이 너무 명확해서 결국은 파훼 당해.》
《그 약점만 고치면 진짜 세지긴 할 텐데…… 안타깝긴 하다.》
예를 들어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런데 이걸 일반 팬들이 들으면.
=아니, 지금 그리핀 10연승하는데 뭔 개소리임?
=코치 혹시 슼? 합리적 의심 가능?
=어나더 레벨도 모르나ㅋㅋㅋ
=저런 새끼들도 코치함? 참나 월급 도둑 새끼들
그리핀도르는 차후에 생기는 팀이다.
정규 시즌의 패왕이라 불릴 만큼 강력했다.
그러다가 결승전만 되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무너진다.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코치들은 시즌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어.'
하지만 팬들의 눈에 보이는 건 당장이다.
설명 방송이 아니라 해명 방송이 되고 만다.
코치 레벨에서는 당연한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서는 분쟁의 대상이다.
몇 달 후에 재평가 받는 걸 생각해서 발언을 한다?
코치도 선수에 준하게 멘탈이 중요한 직업이다.
경기에 영향 갈 짓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게 결국은 변수가 있어서 어떻게 될지 또 모르는 거거든.'
코치라는 직업의 특성상 장기적인 안목을 지향하기 때문에 당장의 결과를 알고 싶은 일반 유저들과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질렀다.
팀의 스토리를 만들기가 좋았다.
이슈성 발언을 쏟아내는 걸 즐겼다.
코치로 전환하고 오히려 더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구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여하튼 휴식할 겸 보고 있던 클끼리의 개인 방송.
〈클펠레는 어제 죽었습니다. 오늘부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이번에는 진짜에요. GOO Tigers에 소중한 한 표 행사하겠습니다.〉
'…….'
이번 생에서도 한결 같으실 예정인 듯싶다.
* * *
같은 시각.
Channel 무법지-「다크님이 마왕을 지목했다면, 저는 구로를 지목합니다.」
자극적인 썸네일.
유튜브에 올라온 실시간 인기 급상승 동영상 하나가 롤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각 팀마다 팬덤이 있다.
각 팀마다 스토리가 있다.
창단 이후 쭉 성적이 저조했던 짐에어 그릴윙스는 자학 개그가 진면목이다.
─???: 여러분…… 모두 즐거우셨나요?
지금까지 짐에어 그릴윙스였습니다
└감독님, 그 고기 선수들 아니죠……?
└짐에어(였던 것)
└짐에어특) 맛있음!
└진짜 그릴에 구워지고 있누ㅋㅋㅋㅋ
권상용 감독이 고기를 구워주는 자상한 사진이 생뚱맞은 의도로 쓰이고 있다.
짐에어가 패배한 날이면 약속이나 한 듯 올라온다.
그만큼 팬들로서는 실망이 크다.
드디어 짐에어가 한 건 보여주나!
우리팀도 하면 할 수 있는 팀인가!
기대가 일던 시점에 아마추어팀에 패배해 고꾸라지고 말았다.
─???: 오늘은 많은 생명들이 생겨나는 달이지……
그러니까 너희 몇 명쯤은 없어져도 괜찮을 거야
└이해했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립 미쳤냐ㅋㅋㅋㅋㅋㅋ
└'이곳에 잠들다'
└탄생하는 생명이 있다면 헛되이 뒈지는 새끼들도 있어야 우주의 균형이 맞지
감독님께서는 더욱 상심이 크다.
몸을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좆될 수가 있는 분이다.
e스포츠판에서 혼자 세계관이 다르다 보니 선수들 만큼이나 팬들에게 사랑 받는다.
그렇게 웃어 넘기는 드립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진지하게 화난 팬들도 있다.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는.
─짐에어 연습을 위험한 초대석으로 하는 거 어떰??
헛소리 오더 할 때마다 권상용 잽
의아하게 죽어버리면 권상용 엘보
어버버하다가 잘릴 때 권상용 니킥
이기면 소고기
└저러면 애들 롤실력이 느는 게 아니라 권상용 복싱 실력이 늠
└야 캡잭이 숨을 안 쉬는데? 서브 데려와!
└시합 당일 전원 병가로 실격패
└???: 옆에서 권상용이 '너 이 판 지면 죽여버린다' 해도 이렇게 플레이할 수 있을까?
짐에어 그릴윙스의 팬 갤러리.
이런저런 글들이 팬들 사이에서 화두가 된다.
그리고 이를 키득거리며 지켜보고 있는 한 남자.
'내 이야기는 어디 없나?'
스마트폰을 휙휙 내려 찾아본다.
굳이 귀찮게 검색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짐에어 팬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였으니까.
─짐갤 문학- 독부왜노(獨部娃鷺)
독수리의 부리는 왜 노랄까?
짐에어 그릴윙스의 '첫 번째 결승 진출'이 걸린 4경기 동안 캡잭은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해강고에게 솔킬을 줘도, 팀이 한타에서 대패를 해도, 도끼에 머리통이 터져가면서도 캡잭의 머릿속은 단 한 가지 의문으로 가득했다
왜 독수리의 부리는 노란 것일까-
└첫 번째 결승 진출이 ㅠ.ㅠ
└이 또한 캡잭의 철학이겠지요
└시밖에 모르는 바보
└잭송장을 이렇게 엿 먹이네ㅋㅋㅋㅋ
팬들의 평가는 단순한 면이 있다.
가장 최근 경기를 잘했다= 역대 최고로 잘하는 선수
가장 최근 경기를 못했다= 롤판 최악의 개병신 선수
심지어 그것은 한 경기 내에서도 역변한다.
앞선 1,2,3 세트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필 마지막 네 번째 세트에서 임팩트 있게 패배했다.
소위 원딜 차이가 게임을 지배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팬들이 그 책임을 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반대로, 캐리해버린 해강고에 대한 평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는 하지.'
프로게이머들도 커뮤니티를 눈팅 한다.
설사 본인이 보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본다.
화제가 된 내용은 어떤 방식으로든 알게 돼있다.
하물며 신인 선수들.
관심에 한창 목 말라있을 시기다.
자발적으로 찾아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해강고 도라이븐 진짜 미치게 잘하네;;
저기서 어떻게 킬각 잡을 생각을 했지?
하, 신기해
└그러니까 장인이지
└저기서 못 잡았으면 바텀 주도권 계속 밀렸을 듯
글쓴이-ㄹㅇ 치비르한테 쳐맞다가 나오지도 못했음
└도라이븐으로 한타 잘하는 것도 처음 봄. 개신기해ㅋㅋ
재훈은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아이디를 검색하고 있다.
바로 얼마 전, 경기가 있었다 보니 수두룩하다.
하루종일 뒤적거려도 갱신되는 글이 더 많을 정도.
'뭐 그런 걸로 놀라냐.'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는 게 굉장히 재미가 찰지다.
중독돼서 계속 찾아보게 된다.
하지만 당사자가 보기에는 민망한 드립도 존재한다.
─롤갤 투표) 롤원순 vs 씨발좌
해강고원딜킹의 별명으로 적절한 것은?
└욕 좀 씨게 박을 상이네
└롤원순 빠따죠!
└벌써 별명이 붙었어?
└하필 붙어도 롤원순이ㅋㅋㅋㅋ
별명은 프로게이머의 두 번째 이름이다.
보통은 중견급 선수나 돼야 생길까 말까 한다.
한 가지 해프닝이 계기가 되어 이르게 정착하고 말았다.
'아니……, 무슨 롤원순이니.'
당사자로서는 다소 민망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별명은 선택이 불가능하다.
마음에 안 들어도 선수들은 대개 웃어 넘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괜히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