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으로 유명해진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있다.
'다음에 인터뷰에서 한 번 언급해주면 난리 나겠지? 갤주 되는 거 아니야?'
프로를 지향하는 아마추어라면 한 번쯤은 상상해본다.
스타가 된 미래의 자신.
그 모습은 대회에서 묵묵히 캐리하는 쪽보단, 팬들에게 비치는 이미지 쪽이 많다.
이렇듯 거론이 되며 인지도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한다.
상상이 현실이 되었으니 흥분하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비판적인 글들도 간간히 눈에 띄지만.
─해강고 원챔충 새끼를 대체 왜 빠냐?
캡잭은 내내 잘하다가 한 번 실수한 거고
해강고는 도라이븐으로 어쩌다 로또 터진 거지
└응 잭송장^^
└롤원순씨 각성함 ㅅㄱ
└이 새끼 최소 무법지 구독 안 함
└어휴, 무법지 보고 공부 좀 하세요;;
알아서 반박하는 댓글이 올라온다.
대세라는 측면에서 확실히 기울었다.
일련의 주제에 관해서는 이미 심도 높은 토론이 이루어졌다.
Channel 무법지-「다크님이 마왕을 지목했다면, 저는 구로를 지목합니다.」
이 한 편의 영상이 계기가 됐다.
유튜브의 유명 롤채널 중 하나다.
결승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올라왔고, 곧바로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 등극했다.
가장 화제가 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니 당연하다.
유튜버들은 더 많은 조회수 확보를 위해 늘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내용이 보다 과격하고, 노골적인 것도 사실이었다.
─무법지에 결승전 예측 올라옴!
GOO Tigers가 훨씬 우세하대
미드도 마왕보다 구로가 낫고
└다크는 마왕이 더 잘한다고 했는데?
글쓴이-그래서 말함. 자기는 구로를 지목한대
└다크 vs 무법지ㄷㄷ
└무법지도 원래 마왕빠 아니었나?
해강고도 준결승전 이후 대단히 많은 언급이 되었지만, 마왕은 애초부터 그 이상이다.
인지도적인 측면에서 어지간한 프로게이머를 뛰어넘었다.
일련의 이슈는 쓰기에 따라서 돈이 된다.
Channel 무법지-「현 프로도 못 버틴다. AD빅토리 후반 캐리력 미쳤습니다.」
Channel 무법지-「마왕 르풀랑, 다른 라인이 터져도 이걸……? 팀원들이 극찬한 역대급 게임!」
조회수를 쏠쏠하게 빨아 먹었다.
무법지가 밀어주는 아마추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그런데 '나는 캐리다'의 방송 도중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저희 선수 영상을 무단으로 올리는 채널들이라 제 입장이 좀 그래요.》
《확실히 문제가 있긴 합니다.》
《너는 갑자기 왜?》
《그냥 감독님 마음이 이해가 되다 보니.》
어디까지나 맞장구를 친 정도다.
하지만 이견을 제시한 이가 김다균 감독이다.
그러다 보니 파장이 생기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어휴, 큰일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SKY T1 돈도 많이 벌면서 쪼잔하네
-그러니까 결혼을 못하지ㅉㅉ
-무법지님 이번 영상 다 봤으니 꿀 빨게 내려주세요!
물론 시간이 해결해주긴 했다.
그리고 무법지 채널의 열성 팬들.
유야무야 화제는 묻혔어도 감정이 남아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그래서 무법지가 코인을 갈아탔다.
그런 질타도 있지만 간단하게 볼 이야기는 아니다.
그도 그럴게 비슷한 시각, 클끼리 해설도 중대 발표를 했다.
《클펠레는 어제 죽었습니다. 오늘부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이번에는 진짜에요. GOO Tigers에 소중한 한 표 행사하겠습니다.》
-이제는 맞출 때 됐지~
-나는 키워서 먹어
-클코인 탑승 완료!
-역시 전문가들은 다른가? 무법지랑 똑같은 말하네
GOO Tigers의 우세를 점쳤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보다 신빙성이 실린다.
더욱 관심이 가고,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무법지 Lord of Lords님이 고정함」-5시간 전
안녕하세요. 무법지입니다.
댓글에 해강고 선수에 대한 질문이 많아 추가로 정리합니다.
"원챔 장인의 한계가 있지 않냐?"
일련의 의구심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싶습니다.
그 피지컬은 잡기술의 영역이 아닙니다.
순수하게 피지컬이 좋은 선수다.
나이도 어리고, 게임 센스도 뛰어나다.
부족한 경험치와 계기도 개스파컵의 과정에서 이미 채웠다.
약점으로 지목되는 챔피언폭.
이 또한 최근 솔로랭크를 보면 대비가 돼있다.
도라이븐을 한국에서 가장 잘 다루는 만큼 다른 원딜 챔피언은 시간 문제다.
-핑크스, 부시안도 Keg 때보다 훨씬 잘함
-역시 믿고 보는 무법지네요
-클끼리 해설도 해강고 잘한대!
-선수는 발전 가능성을 봐야죠. 현안에 감탄, 또 감탄하고 갑니다
확실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
열성 팬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커뮤니티에도 '무법지 분석' 이라는 제목으로 퍼날라진다.
'무법지인지 뭔지 자꾸 내 영상 마음대로 올려서 마음에 안 들었는데 보는 눈은 있네.'
무법지 채널의 주컨텐츠는 유명 프로게이머와 아마추어의 분석 영상이다.
도라이븐 장인인 해강고원딜킹도 그 피해자.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
좋은 소리 해주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영향력 있는 유튜버임은 사실이다.
커뮤니티의 언급과 평가도 높아지자 머리가 조금 커진다.
「내가 나의 길을 걸었을 때~ 하고 싶은 걸 하려 했을 때.」
안 그래도 머리가 뜨거운 와중.
한 통의 전화가 재훈의 정신을 흔들어 놓는다.
* * *
이런 말이 있다.
1등을 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나는 코치 생활을 하며 이를 정말 절실하게 느꼈다.
'성공이라는 열매가 달콤해도 너무 달콤해.'
구태여 1등까지 갈 필요도 없다.
당장의 인기, 명성, 매스컴의 평가.
그 어떤 것도 달콤하기는 매한가지다.
면역이 없는 선수들은 취하기 십상이다.
선수들을 키우는 것도 어렵지만, 이후에 관리를 하는 것도 못지 않게 난해한 이유다.
'물론 그래도 한국 킥복싱 페더급 랭킹 1위까지 나오실 필요는 없을 것 같긴 한데.'
감독이란 자리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도, 팀의 웃어른이란 측면에서는 확실히 필요하다.
그런 인성 지도는 적임자가 따로 있다.
그리고 나는 감독이 아니다.
"제가 들어보니까…… 이미 대부분의 팀들이 팀 구성이 다 끝나서 저희가 들어 갈려면 진짜 힘들대요."
"그래?"
"누군지는 말씀 못 드리지만 1부팀 감독님한테 들은 이야기거든요~. 확실한 거에요!"
준결승전 전에 했던 이야기의 연장선상이다.
바텀과 다른 라인의 활약 비중을 늘려 달라.
재훈이 또다시 자기 입장을 주장해왔다.
'팀구성이 끝나지 않았다고 니 같으면 햇병아리 아마추어를 쓰겠니?'
그 감독이 누구고, 무슨 바람을 불어넣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반박해주는 것은 일도 아니다.
구태여 해주지는 않기로 했다.
"결승인데?"
"그야 알죠! 근데…… 지난 경기 때도 저도 그렇고 바텀 잘했잖아요."
"그래서."
"상황이 받쳐주면 저희도 좀 공격적으로 해도 되겠죠? 헤헤."
웃으면서 말하고 있지만 표정에는 욕망이 보인다.
사람을 컨트롤 하는 건 내 장기가 아니다.
'보는 눈에는 자신 있지만.'
상정했던 가장 재미있는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주일의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부산 BEXCO 오디토리움.
현장은 이미 준비가 만반인 팬들의 함성 소리로 가득하다.
〈먼저 만나볼 팀입니다. 혜성처럼 등장하여 숱한 강팀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결승전에 오른 GOO Tigers!〉
진용준 캐스터의 힘찬 외침과 함께 선수들이 무대에 올라선다.
개스파컵 A조 대진을 뚫고 올라온 팀이다.
GOO Tigers의 선전은 롤판을 강타했다.
〈사실 GOO Tigers가 개스파컵이 첫 출전인 신생팀이잖아요.〉
〈네, 그렇죠!〉
〈이런 팀이 어떻게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졌냐? 탄생 비화를 잘 모르시는 팬분들은 아직도 의아할 수 있을 거에요.〉
모르는 팬들을 위해 클끼리 해설이 설명에 들어간다.
선수들의 세세한 속사정에 관심을 안 두는 라이트한 팬들도 있지만, 궁금해 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이렇듯 결승전까지 올라왔다면 없던 관심도 무럭무럭 샘솟는다.
〈팀에서 고통 받고, 자기 기량을 못 떨치던 선수들이 야, 우리끼리 모여서 사고 한 번 쳐보자! 의기투합한 팀이 바로 GOO Tigers입니다. 마진팬분들은 저보다 잘 아실 겁니다.〉
-갑자기?
-이걸 모르면 마진 팬이 아니지
-코치도 마진 출신임
-진짜 은퇴하는 줄 알았는데ㅋㅋㅋ
이변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구성원 하나하나가 기존의 프로 선수들.
기대치라는 면에서 솔직하게 높지 않았었다.
「[오피셜] 굿바이 '프라이'……, 개인 방송 통해 프로게이머 은퇴 선언」
은퇴를 선언했던 선수도 있을 정도다.
그다지 화제가 되지 않을 만큼 그냥 그랬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부활의 복선이 될 줄이야.
〈프라이 선수가 은퇴를 하고, 파프리카TV에서 BJ로 유명세를 타면서 모두가 아시는 그 교수님이 됐잖아요.〉
〈롤강의로 엄청 날아다닌다면서요~!〉
〈예. 유명해지다 보니 실력도 재평가 받고, 스폰서도 생기면서, 이전 팀원들과 합심해 팀을 꾸린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앗, 그런 속사정이……
-원딜학계 1타 강사!
-교수님 언제나 응원합니다
-???: 원딜은 캐리를 못한다는 것이 우리 학계의 정설이다
프라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GOO Tigers.
세간의 우려와 조롱도 있었지만 결국 해냈다.
본가라고 할 수 있는 마진 엠파이어를 무찔렀다.
「[GeSPA컵] 4연승 달성! GOO Tigers, 마진 엠파이어 압도!」
그렇게 서서히 존재감을 알려 나갔다.
마진 팬덤의 일부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4강에서 바로 그 SKY T1을 잡으며 화룡점정을 찍는다.
「[GeSPA컵] GOO Tigers, 엄청난 난전 끝에 SKY T1 제압. 세트 스코어 3대2」
「[GeSPA컵] SKY T1마저 잡고 부산행…… GOO Tigers, 그들은 누구인가?」
자신들의 존재감을 롤판 팬들에게 확고히 각인시켰다.
그리고 결국 이 자리까지 오고 말았다.
A조의 그 지옥 같은 대진을 뚫고서.
〈저희가 경기 중에도 몇 번 언급을 했지만 A조 대진이 속된 말로 빡셌어요. 특히 GOO Tigers는 스토리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스토리상으로요?〉
〈아무래도 마진 엠파이어의 분가라고 봐도 될 정도니까요. 그래서 본가인 마진을 잡았을 때 어? 이 팀 물건인데? SKY T1을 잡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강팀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김서준 해설의 추가 설명이 더해진다.
사실상 급조된 신생팀임에도 불구.
인지도와 실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벌써 잡아낸 이유가 있다.
-롤은 역시 근본이지
-팀이 신생인 거고 선수들은 베테랑이야
-교수님이 지도하는데 당연한 거 아님?
-교수님 다시는 은퇴하지 마세요!
결승전에 올라오기 부족한 팀이 아니라는 소리다.
실력은 충분히 증명했고, 우승을 목전에 뒀다.
이를 가로막는 상대팀.
와아아아아아-!
현장팬들의 함성이 쏟아진다.
함성의 크기만 따지면 더하다.
심지어 GOO Tigers 응원석에서도 일부 응원의 목소리가 있었다.
〈GOO Tigers도 대국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굉장한 이변이고, 저희도 감히 예측을 못했어요.〉
〈그래서 클펠레 소리 들었잖아요~!〉
〈인정하겠습니다! GOO Tigers가 하늘에서 떨어졌다면, 서울팀은 땅에서 뚫고 올라온 느낌입니다. 아마추어들의 근성과 끈기를 극한까지 보여준 판타지 같은 팀이에요.〉
-삐슝빠슝! 결승 대진을 하나도 못 맞춘 전문가가 있다?
-고생 많이 하긴 했지
-결승 라인업 진짜ㅋㅋㅋㅋㅋ
-이걸 대회 초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GOO Tigers도 물론 고생했지만 이 팀에 비하면 한 수 접어줘야 한다.
일련의 여론이 현장 반응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는 큰 위협이 안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법지 센세의 현안은 오늘도 존경스럽구나
처음 구로를 지목할 때만 해도 뭐지?
근데 요즘 보면 여론이 다 그럼
역시 롤잘알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무법지 구독 안 한 흑우 없제?
└솔직히 운빨도 좀 있었어
└A조였으면 절대 못 올라왔을 듯
└?만나면 무조건 졌지ㅋㅋㅋㅋ
SNS, 커뮤니티를 비롯한 여론.
그리고 각계 각층 전문가들의 의견.
종합해보면 확실히 밀린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코인 탑승 하듯 감정적인 팬들의 관점이 아니다.
몇몇 전문가들을 필두로 분석까지 됐다.
그도 그럴게 B조의 대진은.
〈서울팀도 맛밤 엔투스를 비롯해서 강팀들을 꺾고 올라온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보다 평탄한 길이었던 것도 사실이거든요.〉
-짐에어가 강팀은 아니니까
-맛밤은 너무 방심해서 그래
-이미 '김동준'이 증명했지
-약팀 판독기 김서준!
김서준과 김동준 드립이 나온 이유였다.
B조의 대진은 담백한 맛이 분명 있었다.
서울팀이 흥행을 하드 캐리했지만, 순수한 실력 면에서는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SKY T1과 짐에어 그릴윙스.
준결승에서 양팀이 겨루었던 상대다.
솔직하게 격이 다르다는 표현까지 써도 그다지 논란이 되지 않을 정도다.
일부 전문가들이 GOO Tigers의 우승을 확신하는 이유다.
여론이 기울어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팀이라면.
〈항상 놀라움을 선사하는 팀이잖아요. 오늘도 보여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동의합니다. 분명 저력이 있는 팀이고, 저희가 미쳐 집지 못할 정도로 포텐셜이 어마어마해요.〉
불리함을 뒤집고 이변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그만한 놀라움을 수없이 선사한 팀이다.
그 중심에 있었던 건 역시 마왕.
더욱이 최근에는 해강고 선수도 활약했다.
포텐셜이란 면에서 뒤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론이 기우는 이유가 있다.
-그래도 미드는 마왕 아님?
-무법지 구독 안 한 놈 보이네ㅋㅋㅋ
-Fact) 국민의 80%는 구로를 지목한다
-Fact) 구로는 밥디디와도 밥을 먹는다
기량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GOO Tigers의 미드라이너 구로.
프로 경력 2년의 나름대로 중견급 선수다.
소위 고통 받는 포지션이었다.
팀의 성적은 부진했지만 본인의 실력을 늘 인정 받아왔다.
GOO Tigers 이적 후 기량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냈다.
〈테이커 상대로도 엄청 잘했잖아요!〉
〈맞습니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GOO Tigers 승리 원천도 미드 라인이 무너지지 않았다. 이 점을 상당히 비중 있게 봤거든요.〉
구로의 평가가 최고점을 찍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