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T1전의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그 캐리력이 마왕 만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금 구로가 마왕한테 털린다고 언플하는 놈들 정체.Fact
준결승 지고 뿔난 「슼갈?
결승에서 만나자고 나캐리 공약했는데
지들은 떨어지고 서울팀만 올라감 엌ㅋㅋㅋㅋㅋ
└자신만만했을 텐데ㅋㅋㅋ
└딱 걸렸누~
└맛밤 질 때 분탕 치던 슼갈?꼴 좋다
└어휴, 그러니까 무법지가 지목을 안 해주지!
커뮤니티의 여론은 확고한다.
서울팀에게 패배한 맛밤 팬덤.
경쟁팀인 SKY T1 팬덤의 의견을 묵살하는데 일조했다.
이후 일부 유튜버가 구로를 띄워주며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세간의 예상대로 GOO Tigers가 승리할지.
아니면 서울팀이 죽창을 꽂아 넣을지.
〈서울팀이 준비해온 카드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면 싸움은 솔직하게 체급 차이가 나요. 없다고 말씀드리는 건 기만이죠.〉
그 쟁점은 독특한 픽의 기용에 있지 않을까?
클끼리 해설의 지적은 날카로운 것이다.
서울팀의 승리 패턴은 늘 그래왔다.
마왕의 엄청난 슈퍼 플레이.
장인 특유의 숙련도가 돋보이는 솔킬.
결국은 아마추어 다운 의외성이 판을 흔들었다.
〈저도 그 부분을 언급 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난전이 되면 개개인의 피지컬이 뛰어난 서울팀이 할 만해져요.〉
〈한두 번이었으면 우연이겠지만 이게 계속 지속됐잖아요? 이 정도면 팀 차원의 전략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때문에 오늘 결승전에서도 무언가 보여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첫 번째 세트의 밴픽이 진행된다.
클끼리 해설의 추측은 분명 그럴 듯하다.
문제는 클끼리 해설이 말했다는 부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의외성 있는 픽은 나오지 않았다.
평소 서울팀이 즐겨 쓰던 것들 뿐이다.
약간 정도 주목할 게 있다면 미드.
〈아자르는 이미 몇 번이나 나왔잖아요? 구로 선수도 썼는데~!〉
〈예…… 최근 서서히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는 픽입니다. 충분히 나올 만했어요. 아직 첫 번째 세트라서 조커 카드의 기용은 신중을 기하는 것 같습니다.〉
-추끼리 클하다……
-역시 클펠레 어디 안 가죠?
-첫 세트는 일단 간 보는 게 맞지
-이 남자, 주식에서는 어떨까?
최근 몇몇 프로 선수들을 중심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마디로 후반 캐리에 특화된 챔피언이다.
자신의 캐리력을 믿는 듯한 선택.
얼핏 보면 무난하지만 그 의도에 대해 다른 해석이 오간다.
커뮤니티의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닌지.
킹리적 갓심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구로가 SKY T1전에서 아자르로 MVP 받으니까
마왕도 그거 의식해서 아자르 픽한 듯?
└그 장면 때문에 무법지가 구로를 지목했지
└자신도 지목해 달라는 무언의 항의인가?
└밥디디 때는 밥 먹여주더니ㅋㅋ
└무법지에게 지목 받지 못한 자의 질투^^
최근 화제가 되는 미드 라인전을 의식하고 있다.
실제로 그러하든, 그렇지 않든 결론은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높은 세간의 관심이 더더욱 집중되는 가운데.
〈근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게 구로는 알아요. 이미 아자르를 썼잖아요.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아자르도 써본 사람이 상대법도 알거든요.〉
-밥도 먹어본 놈이 잘 먹고
-밥디디한테 밥 먹여줄 때와는 다르지
-ㅇㅇ 구로는 대비가 돼있음
-파사딘 보여주나?
GOO Tigers가 보란 듯이 받아쳤다.
아자르의 카운터란 평가를 받고 있는 파사딘.
기세에서도, 대비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팽팽하다.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GOO Tigers 대 서울팀의 첫 번째 세트가 막이 오른다.
* * *
이따금 듣는 말이다.
아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그렇지 늘상 있다.
세간에서 프로 선수들을 평가하는 일.
'뭐, 근데 당연히 하는 거잖아.'
딱히 별 생각은 들진 않는다.
코치도, 감독도 심심하면 한다.
의견이 같으면 사람 생각하는 거 비슷하구나, 의견이 다르면 관점이 좀 다른가 보네.
보통은 대수롭지 않게 흘려 넘긴다.
하지만 한 번쯤 큰 사건이 있었다.
커뮤니티에서 워낙 소란이 났다.
「다크가 초비를 지목했다면, 저는 코메이커를 지목합니다.」
어떤 유튜버의 발언이었다.
결과적으로 틀린 예측이 됐다.
둘 다 훌륭한 선수지만 그때 시점으로는 아무래도 다크의 손을 들어줘야 했다.
'근데 그게 어느 쪽이 맞든 별 의미는 없어.'
코치들도 선수 평가하면서 대체 왜?
이유를 따진다면 하나다.
바로 발언의 무게, 책임감의 유무다.
우리가 선수의 가치를 3억으로 측정했다.
그런데 까고 보니 1억이면 2억이 날아간다.
반대로, 5억 짜리 선수를 1억에 들여오면 4억이 남는다.
너무 단순한 접근이지만 이러한 해석도 가능하다는 소리다.
심지어 이 돈이 내 돈도 아니고 구단의 돈이다.
잘못 예측하면 모가지가 간당간당해진다.
'영입 시즌 때마다 신경성 장염을 달고 살았는데…….'
그래서 책임감이 결여된 발언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을 평가한다?
GOO Tigers의 미드라이너 구로 말이다.
가치가 상당히 높은 선수다.
향후 미래까지 알고 있기에 보다 정밀한 측정이 된다.
현 시점에서도 억대 몸값을 부여할 만하다.
'내가 최소 1000배는 더 비싸서 문제지.'
냉정하고, 무정해 보일 수 있지만 선수의 실력은 돈으로 계산된다.
'사람을 돈으로 보는 것 같아서 마음 한 켠이 찝찝하기는 한데.'
스포츠 세계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딱히 문제가 되는 일도 없다.
팬들도 선수 연봉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문제가 되는 건 직업병이다.
다른 직업이 그렇듯 코치도 가진다.
그 중 하나가 '나도 모르게 저 선수면 얼마 정도 하겠네'.
'너무 자연스럽게 떠올라 버려.'
나쁘다고 볼 게 아니라도 그냥 좀 섬뜩하다.
가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유독 심하다.
촤앙!
미끄러지듯 드리프트를 타고 들어간다.
바론 앞 강가.
정글러간 붙었던 시비에 종지부를 찍어준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백업 싸움.
상대의 인지를 뛰어넘는 속도다.
강력한 라인 주도권과 실력으로 실현시킨다.
"아, 자신이 없다 자신이."
"네? 갑자기 왜요?!"
"질 자신이."
"……."
뻔한 이야기지 굳이 놀라기까지 해야 하나?
너무 깜짝 놀라서 내가 오히려 식겁했다.
초반부터 흐름이 괜찮게 흘러간다.
'물론 내가 잘해서 가능한 거지.'
WEQ 드리프트라 불리는 콤보다.
나중 시점으로는 당연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최대 거리로 깔끔하게 쓰는 거라면 더더욱.
순식간에 화면의 끝에서 끝까지 좁혀버린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마치 그런 느낌이 든다.
평소 당해보지 않았기에 면역이 떨어진다.
'선수로서의 지금 내 가치는 측정 불가야.'
최근에 들어 유독 심한 이유다.
만약 코치 입장에서 이런 선수가 있다.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의 방안이 무궁무진한 정도가 아니다.
원래라면 있을 수가 없는 전제.
상대의 실수를 기대하고 전략을 짜는 것도 가능해진다.
방금 전 선취점도 큰 틀에서 보면 그러한 맥락이다.
「병사들이여, 진격하라!」
정글러가 준 고마운 쌍버프.
이용하여 라인 압박에 박차를 가한다.
물론 방금은 내가 판을 미리 짜뒀기 때문도 크다.
'토진은 피지컬과 판단력은 준수하지만 생각이 단순해.'
유동적인 상황 판단이 떨어지는 편이다.
때문에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시야가 협소해지며 실수할 확률이 올라간다.
아군 정글에게 의도적인 시비를 요구했다.
그렇게 생긴 틈을 깔끔하게 받아먹었다.
토진 선수에 대해서도 평가가 떠오른다.
'GOO Tigers의 팀 색깔이랑 딱 맞는 정글러지.'
이런 타입의 정글러는 라이너가 약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게임을 진다.
반대로 라이너가 잘하면 스노우불을 무난하게 키워나간다.
솔직히 개인으로서의 가치는 높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대신 이렇듯 팀의 성향과 잘 맞으면 가성비를 훌륭하게 뽑는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잘한다는 소리다.
마치 FM 같은 느낌이 있는데 실제로 롤판이 그러하다.
'그래서 영입 시즌 되면 존나 재밌어.'
일반팬들 입장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재미있는 일이 한가득하다.
선수 구성이 확정되면 그 해 성적의 한계치가 보인다.
괜히 시나리오를 70~80% 확률로 맞추는 게 아니다.
때문에 영입 과정에서 경쟁이 빡세게 진행된다.
우리팀을 보다 완성도 있게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상대팀이 주요 파트를 못 모으게 하는 방법도 있다.
장염을 달고 살면서도 영입 시즌은 늘 기대가 됐다.
'개꿀잼이거든.'
코치 단톡방에서 다 앓는 소리하고.
멍청한 코치들 지들 발등에 불 떨어진 것도 모르는 거 관전하고.
아무튼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까닭은.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 정도로 상대팀이 꽤 훌륭하게 파트를 모았기 때문이다.
탑라인.
선 2레벨 기법을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솔킬이 나왔다.
"아니, 아……. 솔킬 라인 만들면 안됐는데."
"당긴다며? 왜 밀었어?"
"상대도 먹고 올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
상대도 똑같은 전략을 구사해온 탓이다.
조건이 동등하고, 익숙하지 않은 구도가 되자 실수가 나오고 만다.
준결승에서 단 한 경기 보여줬을 뿐인데 대처가 빠르다.
'코치가 지시했겠지.'
세상에 나만 코치고, 나만 전략을 짜는 게 아니다.
만약 좋은 전략을 꺼내 재미를 봤다?
선진 문물을 카피하는 팀도 생긴다.
그렇게 드문 이야기가 아니다.
무슨 특허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나왔던 전략에 또 당하는 것이 팬들 입장에서는 훨씬 답답하다.
물론 코치가 지시한다고 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선수가 따라주지 않거나, 활용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래서 기발한 전략이 나와도 대회에서 일파만파 퍼져나가지 않는다.
'코치 뿐만 아니라 선수 기량도 받쳐준다는 소리지.'
세상에 나만 선수고, 나만 잘하는 게 아니다.
특정 조건 하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보통 안 나오다 보니 전설 속의 동물이라 불린다.
「중국팀 만난 알파카, 벽 넘은 갱붐, 로밍 가는 테이커, 배부른 듀, 딸 친 그라운, 입석한 인색, 고기 먹은 쿠베, 강타 쓰는 코돈빈, 허리 완치한 궆, 주사위 6 나온 잼구…….」
롤판에 흔하게 떠도는 찌라시 아닌 찌라시다.
은근히 많지만, 하나하나가 실현되기 어렵다.
단순히 농담으로 그칠 수 있는 것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몇몇은 한 때 분명히 실재했기 때문이다.
그런 전설 속의 존재 중 하나가 바로.
─더블 킬!
적이 학살 중입니다!
GOO Tigers의 탑솔러.
연습한 스맥이었다.
* * *
GOO Tigers.
팀에 속한 모든 선수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당연 군계일학은 존재하는 법이다.
와아아아아-!
수천 팬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울린다.
차후에는 팬들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을 만큼 연습을 안 한다.
그러다 보니 '연습한 스맥'을 전설 속의 동물로 보는 시선도 생기지만.
─더블 킬!
GOO 스맥님이 학살 중입니다!
현재는 일주일에 두 번만 씻을 정도로 연습 벌레라 불리며 최고조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탑 라인에서 이뤄진 다이브.
스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오오↗ 어어- 어어↗↗ 스맥 기가 막힌 슈퍼 플레이!!!〉
〈나 혼자 죽긴 싫은데? 대답한 스맥이 두 명을 데려갔어요. 결국 잡히긴 잡혔지만 기분이 하나도 나쁘지 않습니다.〉
〈기분이 좋죠. 탑솔러의 로망! 혼자 1 대 2한 거 아닙니까~?!〉
-스맥 수준ㅋㅋㅋㅋㅋ
-춘봉박 판단력 미쳤네
-이것이 적신 스맥인가?
-피로 적셨다!
경기장의 함성, 해설진의 고함.
그 어느 쪽도 한 치의 과장이 없다.
그만한 슈퍼 플레이를 해냈음이다.
〈저는 사실 죽음을 직감하고 미니언이라도 먹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김서준 해설의 톤이 높아지는 이유가 있다.
방금 전, 탑라인 다이브의 리플레이.
리픈의 3타가 내려쳐진다.
콰항!
스턴과 함께 들어간 광역 데미지.
미니언이 쓰러지며 6레벨이 찍힌다.
스맥의 침착함이 돋보인 판단이었다.
「[GeSPA컵] ESPN 파워 랭킹 1위. GOO Tigers 탑솔 스맥을 소개합니다」
ESPN은 미국에서 가장 큰 대형 스포츠 채널이다.
당연히 e스포츠에도 발을 뻗고 있으며, 영향력이 상당하다.
얼마 전, 자체적으로 선정한 e스포츠 선수 랭킹은 화제가 됐다.
─ESPN 이 새끼들 롤알못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