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8화 (88/201)

개스파컵.

그 대망의 결승전은 기대 이상이다.

─마왕은 진짜 미친놈처럼 게임 하네

피지컬도 피지컬인데

존나 기묘한 플레이 잘함

눈 떠보면 게임 이겨있음ㄷㄷ

└진짜로

└1세트 솔바론이 ㅅㅂㅋㅋㅋ

└파사딘 솔킬도 미쳤지

└진짜 물건인 듯 간만의 초초대형 신인!

애초에 기대를 할 수가 없는 부분.

상상을 뛰어넘는 말도 안되는 기행이 펼쳐진다.

첫 세트에 이어 두 번째 세트까지 경기를 휘어 잡았는데.

〈핑크스 점멸 실쿨이었거든요?!〉

〈GOO Tigers가 제대로 노렸어요. 핑크스 50초 Out이고, 어설프게 바론 막으면 게임 끝날 수도 있습니다.〉

-좆강고 이 새끼

-원딜 점멸 실쿨인데 앞에 나가있네

-교수님 강의를 안 들어서 그럼ㅉㅉ

-수강 첫째 주에 다 알려주는 걸;;

한 명, 두 명 잘리며 결국 한타까지 대패했다.

플레이가 급격히 무너지며 대형 사고로 연결됐다.

바론이 먹히자 제아무리 잘 큰 파사딘이라 할지라도.

부왁-!

앞궁극기로 간간히 체력을 깎아보는 게 전부다.

게임 시간 40분에 가까운 시각.

미드보다 원딜러의 존재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활약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니다.

한 손으로 다섯 손 막아주는데도 한계가 있다.

잘 큰 꼬그모와 리픈이 중심이 된 GOO Tigers가 진격한다.

푸슝!

푸슝!

랄라를 등에 업은 꼬그모가 생존템이라는 든든한 보험까지 갖췄다.

미드 라인을 거세게 압박해 포탑의 체력을 조금씩 깎는다.

그런 상황에서 사이드 라인은 스맥의 리픈.

〈역시 대벌레 듀오! 둘 다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에요. 교수님의 지휘봉이 움직일 때마다 포탑이 하나씩 나갑니다!〉

〈파사딘이 라인 클리어가 좋은 챔피언도 아니고, 트리플 킬 먹은 리픈이 사이드를 밀고 있어서 마크가…… 안되죠.〉

-역시 대벌레 듀오

-솔랭 파괴자로 악명이 자자하잖아

-GOO Tigers 운영 미쳤네……

-저렇게 돌려 깎으면 지옥 시작이지!

결국 두 번째 세트.

앞전 세트의 복수를 하는데 성공한다.

GOO Tigers가 역전승을 거두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왜케 무리하냐……."

"니도 했잖아!"

"아니, 나는 존나 간발의 차이로 못 자른 거고 그게 같냐?"

불 보듯 뻔한 일.

서울팀의 부스 안은 언성이 높아진다.

수천 팬들로 요란한 현장에서조차 눈에 띈다.

─직관충) 서울팀 난리 났네

들리진 않지만 입 모양 보면 싸우는 거 같음

└역시 롤원순ㄷㄷ

└멘탈 제대로 나갔나 본데?

└이런데서 코치 유무 차이가 갈리는 거지

└마왕만 속 터지겠네

사람이 하는 게임이다.

사람이 보는 스포츠다.

동점의 스코어라도 따라잡힌 쪽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것이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 만하면 뇌피셜이라 볼 것도 아니다.

일련의 광경은 반대쪽 부스에서도 훤히 보인다.

"잘하고 있어. 초반에 좀 말려도 우리가 잘 받아치기만 하면 돼. 그래봤자 아마추어야."

GOO Tigers의 코치진은 우수하다.

단순히 능력의 고하가 아니라 경력까지.

이런 결승전 무대의 중압감을 잘 이해하고 있다.

'탑에서 그런 프리징을 할 줄은 몰랐지만……'

물론 식은땀을 흘렸던 부분도 있다.

작정하고 분석해 실전 투입한 탑 2레벨 전략.

그 파훼법을 들고 나온 탓에 시작이 안 좋았다.

하지만 결국 이겨냈고. 한숨 돌렸다.

오히려 긴장이 바짝 오른 건 상대다.

그렇다면 충분히 써먹어 봄직도 하다.

〈어? 도라이븐이 열렸는데요?〉

〈1,2세트 바텀이 리드하다 보니 밴카드에 여유를 둔 것 같습니다. 짐에어 그릴윙스도 이러다가 한 번 데였어서 일단 두고 봐야겠네요.〉

-해강고한테 도라이븐을 열어준다고?

-큰일났다ㅋㅋㅋ

-좆강고가 딴 건 몰라도 도라이븐 하나는 미쳤지

-일부러 열어준 거 아닐까? 함정 같은데……

해강고원딜킹의 상징과도 같은 챔피언이다.

이미 준결승에서 실전 테스트도 마쳤다.

그 어마무시한 위력은 커뮤니티에서도 호평이 자자하다.

그러한 도라이븐을 살려준 이유.

의도가 의심부터 가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팀은 가져간다.

딱히 안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독사과라 할지라도 군침이 뚝뚝 떨어진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꺼내 들었지만.

─해강고가 프라이를 절대로 이길 수 없는.EU

교수 대 학생

이미 결론이 났잖아ㅋㅋㅋ

└드립 현실성 뭔데

└이래서 진 거였어?

└직업 차이는 이길 수가 없지!

└교수님 학점 관리로 통제 들어가누ㅋㅋㅋㅋ

경기의 결과는 시작하기도 전에 나와있었다.

리스크와 리턴은 공존한다.

항상 장밋빛 미래만이 기다리지 않는다.

이어지는 세 번째 세트.

「버거킹!」

바텀 갱킹이 매섭게 들어간다.

탈리반 3세의 궁극기.

꼼짝 없이 갇힌 도라이븐은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즈레알이 너무 맛있게 유혹을 했어요. 참지 못한 도라이븐이 앞무빙 했고, 때마침 도착한 토진의 탈리반이 잡아먹었습니다!〉

-맛있게ㅋㅋㅋ

-교수님 엉덩이는 못 참지

-섹! 시! 도! 발!

-수강생들 많이 보이네^^

도라이븐의 실수, 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워낙 탐스러웠다.

이즈레알이 앞비전으로 훅훅 들어온다.

그걸 잡아채서 패기만 하면 킬각이다.

상대로 하여금 욕심이 나게 만들었다.

이러한 살 떨리는 줄타기는 프라이의 주특기다.

「프라이 이즈레알 : 상대를 유혹하는 미친 무빙! 섹! 시! 도! 발!」

「프라이 부시안 : 그 남자, 딸피의 유혹! 편하게 들어오란 말이야~」

그의 수강생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익히 유명하다.

요주의의 대상.

경험 부족과 더불어 크게 작용했다.

1킬을 먹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

도라이븐 픽의 약점이 드러났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살 찔걸 알면서도 먹게 되는 게 사람의 심리잖아요? 프라이가 심리적인 허점을 너무 잘 이용했고, 이러면 도라이븐 힘이 쭉 빠집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서 리스크 부분이 드러나는 것 아닙니까~?〉

킬을 따면 추가 골드.

반대로 죽으면 스택 감소.

한 번의 죽음이 크게 와 닿는다.

단순한 우연이 아닌 확실한 설계.

모든 것이 프라이의 움직임에서 나왔다.

커뮤니티는 의외로 그럴 만했다는 반응이다.

─???: 도라이븐 장인이라고 너무 방심한 것 아닌가?

너와 나의 직업은 완전히 상하관계에 있다!!

└짤 퀄리티 무엇?

└로를자래 센세ㄷㄷ

└인간 상성, 아니 직업 상성!

└적팀까지 교육해주시는…… 참센세 존경합니다

1,2세트에 이어 세 번째 세트도 바텀 차이가 난다.

소소하게 벌어지던 CS 차이.

한 번의 죽음으로 기세까지 확 기울었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부분이다.

하지만 팀 게임에서는 가능한 설계다.

GOO Tigers가 수준 높은 팀 게임을 보여주는 가운데.

〈저희가 장난삼아 아이디 계수가 붙은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는데 정말…… 오늘 경기 끝나고 계산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할 땐 저렇게 안 세거든요.〉

〈당연히 안 세죠! 솔로랭크에서 클끼리 만나면 닷지한다는 말도 있고~.〉

〈제 개인 명예를 위해 말씀드리면 다이아 구간에서 저 완전 괴물입니다.〉

-퇴라는 나물……

-쓰레기

-자칭 호랑이

-진짜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못하긴 하던데

실력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다이아에서 트롤 취급 받는 유저도 브론즈 실버 가면 멱살 잡는다.

마찬가지로 최근 엄청난 기세를 자랑하던 구로.

「커져라~♬」

미드 라인에서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있다.

마왕의 르풀랑이 살벌한 견제를 쏟아낸다.

제풀에 놀란 랄라는 궁극기까지 빠졌다.

〈파사딘으로도 뜬금 킬각 잡는 선수에요. 르풀랑이 저렇게 휙 들어오는데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그렇죠. 저 선수라면 랄라가 갑자기 터져도 이상하지 않아요. 실제로 그런 장면들이 나왔었고.〉

-쫄궁 쓸 만하지ㅋㅋㅋㅋ

-해설진도 포기한 '킬각'

-미드 차이 심각한데?

-응 바텀 차이는 더 심해~

확실하게 인정을 할 수밖에 없다.

실력 뿐만 아니라 기세에서도 눌렸다.

말이 많았던 대결은 마왕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승패다.

결국은 어찌저찌 버티기는 하는 그림이다.

그러기 쉬운 픽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부왁-!

탑라인에도 변화가 있다.

스맥이 파사딘을 들고 나왔다.

무럭무럭 성장해 어느덧 왕귀를 목전에 뒀다.

〈파사딘이 이대로 크면 상성 때문에 르풀랑 마크가 돼요. 장기전에서 GOO Tigers에게 웃어주는 그림이란 거고, 서울팀은 그전에 무조건 사고를 터트려야 되거든요?〉

시간은 GOO Tigers의 편이다.

이전 세트에도 패인으로 작용했다.

프로 레벨에서 반억지로 하는 시도는.

─더블 킬!

GOO 프라이님이 학살 중입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보통 없다.

흘러가는 게임의 흐름.

명백하게 기울고 있다.

* * *

알파카 엔딩, 룰라 엔딩, 우즈 엔딩…… 잘 나가는 원딜 선수들 뒤에는 항상 XX 엔딩이라는 말이 붙는다.

그만큼 선수 개인의 캐리력이 어마무시하다.

잘만 키우면 후반 한타를 지배해버린다.

'그런데 프라이 엔딩이라는 말은 살면서 들어본 적이 없어.'

정말 한 번쯤 곱씹어볼 일이다.

프라이가 다른 선수들보다 실력이 딸리냐? 이름값이 부족하냐?

묻는다면 그렇다는 대답이 결코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알파카를 한낱 낙타과의 야생 포유류로 만드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피지컬적인 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선수가 아니다.

역대 최고의 원딜러 중 한 명으로 항상 손 꼽힌다.

'그건 그거고, 프라이 엔딩이라는 말은 결국 없잖아.'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재밌는 일이다.

선수 개개인의 평가가 단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말 예를 든 거고, 너무 예만 든 거지만 만약 팀 분위기가 안 좋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무슨 FM이나 피파도 아니고, 팀원들끼리의 감정 싸움은 일어난다.

그런데 스크림 중에 누군가 실수해서 죽었다고 해보자.

안 그래도 벼르고 있던 놈이.

아무리 연습 게임이라도 반응이 싸늘할 수밖에 없는데.

《앙 사망띠~!》

교수님이 막 이래봐.

서로 존나 싸우다가도 표정 관리 안되지.

한 명, 두 명 웃음보 터지고 난리 나지.

'상상만 해도 재밌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재밌겠냐고!'

물론 당연히 상상해본 것이다.

아무래도 당시에는 일개 선수였다.

코치가 아니었다 보니 접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

비슷한 예를 토대로 한 추측.

신뢰성이 결코 낮지는 않다.

팀의 구심점 역할이라는 건 분명히 존재한다.

'개인의 캐리력도 중요하지만, 팀 게임인 만큼 다른 능력치 지표도 의미가 커.'

GOO Tigers가 단기간 내에 강팀이 될 수 있었던 건 팀 분위기의 지분이 클 거라고 생각한다.

교수님이라는 이명만큼이나 지도력이 자자하다고 들었다.

솔직하게 나로서는 부러운 능력이다.

"도라이븐 하면 안됐어. 누가 봐도 일부러 열어준 건데."

"누가 봐도?"

"뭐, 내 말이 틀렸냐?"

세 번째 세트가 끝이 났다.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승패를 떠나서 조커 카드가 안 먹혔다.

멘탈이 흔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만약 교수님이라면 어떤 지도를 하셨을까?

'난 때려 패는 거밖에 못하는데.'

선수의 심리를 안다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교육적 지도자는 확실히 재목이 있다.

경험만으로는 얻기 힘든 무언가.

평소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수들도 바보가 아니라 스스로 답을 안다.

대부분 감정 싸움인데, 그걸 안 하게 만들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하기가 힘들지.'

주위의 시선은 1차적인 문제다.

진짜는 캐리에 욕심을 내고 있다.

그로 인해 안 터져도 될 사고가 터진다.

두 번째 세트의 패배 원인이다.

세 번째 세트는 더더욱 난국이었다.

한심해 보이지만 사실 드문 이야기는 아니다.

'솔랭에서 아군한테 위험핑 찍는다고 사리는 거 아니잖아.'

캐리하고 싶은 건 롤유저의 본성이다.

하물며 그것이 자신의 출세와 연결된다?

보다 인상적인 활약을 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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