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9화 (89/201)

실제로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도 종종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게 꼭 문제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도 있는데.

"저희 진짜 안정적으로 잘해볼게요. 죄송합니다 진짜……."

"아니야. 시도는 좋았어."

"그, 그래요?"

"능력이 부족했던 거지."

""…….""

저쪽 중국이나 유럽 리그 가면 개판 싸움 잘만 한다.

물론 그 개판 싸움에도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다.

LCK 시점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잘하면 되는 건데, 잘하지 못했잖아.'

그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

여러가지 가르치기도 하고, 기세도 끌어올리고.

하지만 기본적인 역량 차이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성이란 면에서도 좋지 않다.

GOO Tigers는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다.

그러면서도 노련하여, 어지간한 변수는 대처해낸다.

그 중심에 있는 선수는 역시 프라이.

종합적인 능력치로는 스맥 이상이다.

FM으로 따진다면 아마 이런 식일 거다

피지컬- A

판단력- S

메타 적응력- A

게임 이해도- A+

리더십- 교수

보통 원딜러들은 판단력과 게임 이해도가 낮은 편이 대부분이다.

유명한 선수 중에는 알파카.

피지컬은 야생 동물급인데 판단력이 안 좋아서 포지션을 잘 못 잡거나, 이상하게 끊기는 일이 잦다.

반면 프라이는 준수한 피지컬과 높은 판단력, 게임 이해도가 돋보인다.

애시당초 승산이 높은 싸움을 골라 벌인다는 이야기다.

상성 면에서 좋지 않다고 판단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설픈 시도는 직감적으로 읽혀.'

교수님이 학생 속 읽어내듯 뻔했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미드에서 선전한다고 한들.

이대로라면 다음 세트도 승산이 높지 않다.

팀 분위기도 많이 다운됐다.

결승전의 공기는 평소와는 다르다.

대기가 무겁다는 표현이 절로 와 닿는다.

선택의 시간.

이런 경우, 보통 한 가지 판단이 일반적이다.

미리 준비를 해왔기도 하다.

'물론 진짜는 그게 아니지만.'

* * *

세트 스코어 1대2.

사실상의 역전이다.

현장과 커뮤니티의 여론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휴식 시간에 커뮤니티 여론을 둘러 보니까 재밌는 게시글이 많더라고요.〉

〈또 봤어요?〉

-용준좌 째려보네

-롤갤 좀 그만 보라고ㅋㅋㅋ

-프로 롤갤러

-'용준' 드립 나올 까봐 그러는 거 아님?

커뮤니티의 여론은 중요하다.

실제 팬들의 반응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클끼리 해설이 봤다는 게시글은 다름이 아니었다.

─이쯤 되면 슬슬 킹리적 갓심 들지 않냐?

정말로 학생들이라서ㅋㅋㅋㅋㅋ

└그래서 마왕도……

글쓴이-초고교급팀도 교수님 앞에서는 한낱 고딩에 불과하지

└이 글 클끼리가 언급함!

└성지 순례 왔습니다

선수들 전원이 고등학생.

교수님의 지도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어디까지나 장난스러운 드립이지만 상황은 심각하다.

평소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다.

멘탈적인 흔들림이 팬들에게도 보인다.

이번 세트에서 이를 극복할지, 아니면 또다시 무너질지.

〈서울팀도 분위기 반전을 위해 율천고 선수가 교체 출전했습니다. 참고로 마왕 선수는 탑으로 포지션을 바꿨어요.〉

〈준결승에서 한 번 보여준 기용이죠?〉

〈맞습니다. 때문에 GOO Tigers도 충분히 대비가 돼있을 거라고 보거든요?〉

교체 기용은 분위기 반전 효과가 분명히 있다.

일반 스포츠 세계에서도 두루 사용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난 준결승 때처럼 의외성은 가지기 힘들지 않을까?

"자신 있지?"

"저 스맥이에요. 감독님은 경기 끝나고 적실 장소나 준비해두세요."

"알지. 그래도 혹시 정글몹 스타트 하려고 하면……."

김서준 해설의 예상은 이미 현실이 되어있다.

GOO Tigers의 유능한 코치진.

공개된 전략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분석을 했다.

상대가 아마추어라고 봐주는 일 따위 없다.

철두철미하게 만반의 대처를 끝내 놨다.

한 번 화제가 되었던 그 픽 또한.

〈역시 꺼내네요 말카림!〉

〈그때 엄청 잘했잖아요 점화 들고.〉

〈화제가 되는 활약을 펼쳤죠. 하지만, GOO Tigers가 밴을 안 했다는 건 도라이븐과 마찬가지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해설진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있다.

준결승전에서 노출이 된 카드.

뿐만 아니라 더 이상의 전략이 없는 것은 아닌지.

앞선 1,2,3 세트 모두 뛰어난 활약을 한 건 맞다.

하지만 전략적인 관점에서는 평이했던 게 사실이다.

서로 카드를 오픈하면 체급 차이로 승패가 결정된다.

우려 속에서 시작하는 네 번째 세트.

상상도 못한 해설진은 미처 집지도 못했다.

말카림이 시작 직전에 스펠을 바꿔 들었다.

로드 오브 로드에 존재하는 다섯 포지션.

포지션별로 캐리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일반적으로는 미드와 정글이 높다고 손 꼽히지만.

'무조건은 아니고 메타별로 또 달라.'

각 시즌별로, 각 메타별로 차이가 또 있다.

정글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메타.

원딜 차이가 게임을 끝내는 메타.

그 정도로 극단적인 케이스도 드물지 않다.

한 라인의 캐리력이 두드러지는 시기다.

역대 메타들 중 최고를 꼽는다?

나는 단언컨대 시즌5 초라고 본다.

탑의 캐리력이 미쳐 날뛰던 시기다.

캐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콰라락!

언월도가 풍차처럼 돌아간다.

정글몹을 먹고 2레벨을 찍는다.

이 또한 캐리력의 이유 중 하나지만.

─아군이 GOO 스맥(나루)을 지목!

나루는 말카림의 하드 카운터로 분류된다.

라인전은 물론 스플릿에서도 1대1 상성이 앞선다.

그리고 로밍은 팀 차원의 전략적인 대응을 도모하겠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게 보통이지.'

준결승에서 공개한 카드다.

대비가 철저하게 돼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는 이전의 전략까지 벤치마킹했다.

슈룽~!

아군이 핑을 찍은 이유가 있다.

나루의 부메랑이 미니언을 스친다.

아군 1차와 2차 포탑에서 프리징을 하려 애쓴다.

'확실히 GOO Tigers 코치가 유능하긴 해.'

즉각 활용하는 스맥의 응용력도 알아줄 만하다.

안타깝게도 머리 꼭대기에 있다.

세컨드 스펠로 강타를 들었다.

두구두구두구두-!

상대의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2레벨을 찍는다.

귀환하지 않고 바로 라인에 올라간다.

미니언을 프리징 하고 있던 나루를.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즈려밟는다.

생각지도 못한 듯 허무하게 당해버린다.

아무리 프로라도 모르면 별 수 없다.

'카운터의 카운터의 카운터인 거임.'

대충 그런 느낌이다.

세상에 완벽한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파훼법이 있기 마련이고, 나는 그걸 안다.

찰칵!

선취점을 먹고, 탑 웨이브까지 깔끔하게 정리한다.

귀환하자 원하는 아이템이 갖춰진다.

신발이 아닌 정글 아이템.

? 암살자의 사브르

총 가격: 850 골드 ⇒ 1050 골드

[삭제]고정 피해가 왜 '고정' 피해겠어?: 이제 강타를 사용한 대상에게 받는 고정 피해가 감소되지 않습니다.

빨강 강타 효과 지속 시간: 6초 ⇒ 4초

당연하게도 정글몹 빨리 먹자고 든 강타가 아니다.

정글 아이템 효율이 워낙 사기적이었다.

소위 빨강 강타라 불리는 그것이다.

점화와 탈진을 섞어 놓은 듯한 효과.

라이너보다 성장이 후달릴 수밖에 없는 정글러에게 주어진 특혜다.

그것을 탑솔러가 가진 채 성장한다.

콰라락!

강타인 이상 당연히 정글몹을 잡는데도 쓸 수 있다.

라인을 밀고, 상대 정글을 빼 먹는다.

엄청난 속도의 레벨링이 가능하다.

물론 이 또한 만능이라고는 볼 수 없다.

상대 정글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것.

그만큼 잘릴 위험도 커진다는 소리다.

"형 저 아래 정글."

"미드 받아먹는 중."

팀 차원에서의 커버도 무한하지는 않다.

허점이 생기는 건 시간 문제였다.

안개 속에서 날아온 리심의 음파.

위에서는 나루가 합류하고 있다.

미드에도 미아핑이 찍히고 있다.

얼핏 싸먹는 위험한 그림처럼 보여도.

'이미 끝났어.'

덤비지를 못한다.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선취점과 라인, 정글몹까지 몰아 먹었다.

5분에 6레벨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한다.

날아오는 부메랑을 슥- 피해주자 끝.

무혈로 적 정글에서 빠져나간다.

궁극기가 없는 상대는 쫓아올 엄두도 못 낸다.

다시 라인을 밀고, 정글몹을 빼먹는다.

일련의 플레이를 반복해나가면.

'성장 속도가 말이 안돼.'

조금 심각할 정도로 빠르게 커버린다.

그러면서도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잡는다.

상대 정글에 침입하고 있으니 당연한 이치.

반대로 상대 입장에서는 도둑이나 다름없다.

자기네 정글을 계속 강탈하고 있다.

끊어 먹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파앙!

바닥에 그어지는 싸늘한 서릿발 길.

얼음마녀가 나타나며 점멸-속박을 터트린다.

이어진 빙하 무덤 연계는 야속하게도 느껴진다.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미드의 기량 차이가 솔직하게 난다.

지형도, 챔피언도 유리하니 백업 속도가 상대가 안된다.

'근데 이미 끝났어.'

강타 탑카림도 분명 만능의 픽은 아니다.

초반에 말리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한다.

아군 정글 빼먹다가 욕 드럽게 먹기 일쑤다.

하지만 반대로 성장에 탄력을 받는다?

정글을 마음대로 털어먹으며 성장한다?

그 한 번의 분기점만 이렇듯 넘겨버리면.

─더블 킬!

KGS 마왕님이 학살 중입니다!

말리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

상대의 스킬을 맨몸으로 받아낸다.

그 상태에서 역공을 쏟아붓자 상황이 역전된다.

미드와 2레벨 차이.

정글과는 3레벨 차이.

뒤늦게 백업 오는 나루의 솜방망이 딜은.

두구두구두-!

박아버리자 점멸이 빠진다.

달리 엄청난 슈퍼 플레이를 한 게 아니다.

이것저것 스킬 센스나 판단력이 가미돼 있긴 해도.

'가장 큰 건 결국 무식한 성장이지.'

개인의 슈퍼 플레이, 기가 막힌 피지컬.

분명한 장점이지만 동시에 한계도 명확하다.

상대라고 피지컬이 꿇리는 선수 뿐일까?

상위권팀 선수면 다 한따까리 한다.

상대가 잘 커도 만만하게 당해주지 않는다.

용담호혈의 프로씬에서 피지컬은 양날의 검이다.

하지만 나의 무기는 고작 그 하나가 아니다.

캐리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성장력.

그 성장력이 가장 두드러진 메타.

역대 최고라는 표현은 한 치의 과장도 없다.

상상조차 불허하는 전무후무한 성장.

강제 탑캐리의 진면목이 펼쳐진다.

* * *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네 번째 세트.

무거워진 공기, 긴장 속에서 시작했다.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

콰라락!

말카림이 정글몹을 먹는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라이너라고 정글 먹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문제는 한두 번이 아니다.

새콤달콤 마냥 시도 때도 없이 까먹는다.

결국 참다 못한 GOO Tigers가 제지를 걸었는데.

〈시도는 좋았어요. 누가 봐도 잡는 그림이잖아요?〉

설계 자체는 아름답게 들어갔다.

이상적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CC기에 특화된 얼음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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