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0화 (90/201)

파앙!

「얼어붙어라!」

방금 전 장면의 리플레이다.

속박과 확정 스턴이 연계된다.

리심의 음파까지 고스란히 꽂혔다.

그대로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버텨봤자 결국은 시간 문제다.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쿠워어어어-!

말카림의 궁극기가 쏟아진다.

얼음마녀가 순식간에 녹아난다.

리심은 광역딜에 휩쓸려 사라졌다.

가한 데미지에 비례한 회복력.

말카림은 다시 체력이 건재하다.

내려온 나루는 괜히 점멸만 빠진다.

〈말카림이 힘이 장사에요! 체력이 달 생각도 안 합니다.〉

〈아니, 레벨이. 레벨이!〉

-탑 3렙 차 무엇?

-리심은 아직도 5레벨이네

-말카림이 다 빼먹어서ㅋㅋㅋㅋ

판 채로 뒤엎어버린다.

완벽한 설계조차 의미가 없다.

압도적인 성장 차이가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다.

콰라락!

LIVE 화면.

또다시 정글몹을 빼먹는다.

도둑이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하는 듯하다.

〈크하?! 아니, 이거 정글몹 타이머 재고 기다렸던 거 같거든요?〉

〈한두 번 빼먹은 게 아니니까요. 이미 내 집처럼 편안합니다.〉

듣도 보도 못한 진귀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해설진도 단순히 감상을 내뱉을 뿐이다.

해설을 할 만한 여유조차 없다.

어디서 한 번 들어보기라도 해야 설명을 하지.

탑솔러가 강타를 들고 정글까지 돌고 있다.

아예 기본적인 게임 구도가 박살이 났다.

-라인 먹고, 정글 먹고 계속 크네

-저러니까 괴물 같이 컸지……

-저래도 됨?

흘러가는 상황이 갈피가 안 잡힌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예상이 안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해야 한다.

─GOO 프라이님이 학살 중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킬 스코어는 비슷하다.

바텀 라인.

치비르의 스킬샷이 매우 절묘했다.

슥삭-! 예리하게 그어진 부메랑.

해강고의 고르키가 터지고 말았다.

쌓이고 쌓인 견제가 빛을 발한 것이기도 하지만.

〈리심이 바텀 투자를 꽤 많이 했어요. 사실 거의 반강제이긴 했는데…….〉

〈위쪽에 먹을 게 없었잖아요.〉

리심의 갱킹 방향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결과는 중요한 법이다.

바텀에서 킬을 만들었고, 그것이 라인킬로 연결됐다.

탑 캐리 대 바텀 캐리.

솔로랭크에서도, 대회에서도 가리지 않고 흔한 구도다.

마치 그렇게도 보이는 상황이었다.

타랑! 탕! 탕 탕!

치비르의 부메랑이 튕긴다.

잘 큰 바텀 듀오가 탑으로 올라왔다.

기본적인 라인 스왑 운영으로, 틀렸다고는 보기 힘들다.

─더블 킬!

KGS 마왕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그저 상상도 하지 못했을 뿐이다.

대놓고 다이브 하는 말카림.

항거할 수 없는 무력함을 뼛속 깊이 맛 본다.

〈아니, 이게…… 이래도 되는 건가요-?!〉

〈이렇게 뭔가 말도 안되는 타이밍에, 말도 안되는 성장을 해버리면 다른 쪽 라이너들은 감각이 잘 안 와요.〉

-괴물!

-괴물 일부러 안 하는 거지?

-이건 괴물로도 부족함

-말이 안되는데?

성장이 말이 안된다.

단순히 킬을 잘 먹은 게 아니다.

그 이상의 설명이 불가능한 오묘함.

「해일이당!」

치비르와 인어의 저항은 필사적이었다.

스킬 연계도 매끄럽게 잘 들어갔다.

카이팅도 전혀 손색이 없었는데.

〈툭툭 건드리는데, 열심히 카이팅 하는데 기스도 안 나요…….〉

〈성장 차이가 나도, 적당히 나야 카이팅하는 시늉이라도 해보지 아니 진짜-!〉

-시발ㅋㅋㅋㅋㅋㅋㅋ

-서폿이랑 레벨 두 배 차이 뭔데?

-???: 스맥 학생 F학점 받을 각오하세요

-이건 교수님이 빡쳐서 학고 때릴 각이다

리플레이로 다시 봐도 어이가 없다.

보는 입장에서도 감이 안 잡힌다.

경기를 플레이하는 선수들은 지금.

"아니, 말카림…… 13레벨인데? 나 아직 6레벨이야."

"정글을 계속 뺏겨서 좀 잘 컸어."

"좀 잘 큰 게 아니잖아!"

대회에서는 서포터가 희생을 많이 한다.

경험치를 일부러 안 먹고 몰아준다.

그걸 감안해도 말이 안된다.

콰라락!

압도적인 성장력.

심지어 현재 진행형이다.

정말로 외우고 있는지 정글몹이 나오자마자 칼같이 빼먹는다.

〈방금 말카림 CS가 분당 13개를 돌파했습니다. 이거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저 이런 거 시즌2 이후로 처음 봅니다.〉

-앗…… 경험자!

-클끼리 정글몹 다 뺏기던 시기ㅋㅋㅋ

-더티 파밍 메타였나?

-그때는 미드라이너 덕목이었음

정글 몬스터가 매우 약하던 시기다.

미드라이너가 더티 파밍하기 워낙 좋았다.

프로겐 선수가 롤드컵에서 23분 CS 300개 기록을 수립했다.

콰라락!

어쩌면 그것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서늘한 예감.

그 의미는 고작 시즌2와 비교할 것이 아니다.

정글 몬스터가 세지면서 보상도 증가했다.

레벨링도, 아이템 속도도 말이 안된다.

말이 안된다는 표현밖에 나오지 않는다.

20분에 16레벨과 3.5코어가 갖춰지고 만다.

〈타임머신 타고 한 10에서 20분 후의 미래에서 온 거거든요? 전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설명을 드려야 하는데, 저희도 본 적이 없어서 예측이 안돼요.〉

클끼리 해설의 솔직한 토로.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해설자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니까.

-게임 이기려고 타임머신까지 빌렸누

-타임머신은 못 이기지ㅋㅋㅋㅋ

-비겁한 새끼였네~

-무조건 승리하는 비법이ㄷㄷ

딱히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당장 사이드 라인에서 일어날 해프닝.

1대5의 레이드였다.

캐리력이란 분명 한계가 있다.

게임의 형평성 차원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한 명이 모든 걸 다 해버리면, 그건 팀 게임이 아니잖아.'

암살자가 아무리 잘 커도 후반 가면 존재감이 죽고.

탱커가 단단해봤자 고기 샌드백에 지나지 않고.

브루저가 날뛰어도 CC기 박으면 꼼짝 못한다.

성장 기대치가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 마찬가지다.

후반 가면 원딜러가 다 해먹는 게 롤이다.

두 번째 세트도 그렇게 흘러갔다.

'그런데 원딜러도 나름대로 억울해.'

아군이 판을 짜주지 않으면 딜할 각이 안 나온다.

포지션마다 할 말이 다 있다.

5대5의 팀 게임인 만큼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인 만큼 허점도 생긴다.

괜히 역대 최고의 캐리 메타라 단정 지은 게 아니다.

강타를 들고 미친 듯이 성장한 말카림.

콰라락!

그 장점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정글몹 타이머는 나에게 있어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기본까진 아니다.

'신경은 쓰는데, 완벽하지 않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럴 필요가 없기도 했다.

파사딘의 궁-점멸과 마찬가지.

현재는 정글몹 젠 시간이 불과 1분 40초다.

감으로 대충 계산해도 동선이 안 꼬인다.

프로 선수들도 제대로 안 했을 정도다.

그런 기본기 측면에서 진작에 완성돼있다.

하아!

리심의 음파가 허공을 가른다.

체크했을 때는 이미 먹어버린 후다.

그 사소함이 지금의 압도적인 성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빼먹으면 나만 잘 크는 게 아니라 상대 정글까지 말려서.'

없는 자원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상대가 가진 걸 강탈해오는 것이다.

안티 캐리의 측면도 분명히 있다.

쫄쫄 굶은 리심은 스치면 죽을 듯 비실비실하다.

하지만 다른 라인은 여전히 건재하다.

멘탈이 나간 듯한 바텀 라인.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신경 못 쓰고 잘렸다.

그 이전부터 워낙 박살이 나긴 했다.

대회에서는 의외로 흔한 경우다.

'웬만한 선수들은 최소 한 번씩은 겪더라고.'

그냥 좆같이 못하네.

이런 식으로 욕을 하면 편하긴 한데 선수로서도, 코치로서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LCK에 처음 올라온 선수들은 으레 겪는다.

특정 선수한테 벽을 느끼는 것이다.

플레이 하나하나가 읽히는 것만 같다.

할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더 말리게 된다.

'그래서 기세가 중요했던 거지.'

세상에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 선수가 얼마나 거물이고, 잘하는지.

체감하지 않고 기세를 쏟아붓는 편이 낫다.

안타깝게도 이미 느껴버린 마당이다.

좋은 플레이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돌려 깎기가 무난하게 진행된다.

대충 압박만 줘도 알아서 각이 나온다.

스플릿 구도에서 숫자의 균형이 무너진 영향이다.

'물론 한계는 있지만.'

내각 타워를 깎아나갈수록 동선이 넓어진다.

반대로 수비하는 상대는 좁아진다.

이때부터 합류 차이가 생기며, 갖가지 변수가 터질 확률이 급증한다.

나는 몰라도 멘탈이 나가있는 아군.

실수를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설사 본인이 욕심을 내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마음 먹는다고 잘할 수 있을 만큼 LCK가 만만한 곳이 아니야.'

지금도 그렇겠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깨닫게 될 것이다.

당장 경기를 승리하는 것이 급선무.

정답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프로팀을 상대로 한 아마추어의 운영은 간단해야 한다.

그러니까 어떻게?

강타텔 탑솔러가 역대급이었던 근원이다.

* * *

말카림의 기세가 무섭다.

해설조차 설명을 포기했다.

하지만 캐리력에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 당장은 진짜 말도 안돼요. 하지만 이게 또…… GOO Tigers가 버티는 그림이 나오면 묘해질 수 있습니다.〉

김서준 해설의 지적은 날카로운 것이다.

실제로 두 번째 세트에서도 그러했다.

한 명, 두 명 잘리며 게임이 비벼졌다.

「얼어붙어라!」

그 맹점을 GOO Tigers는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잘 이용하고 있다.

구로의 얼음마녀.

서릿발 길로 측면에서 파고든다.

생존기 반응을 했지만 이미 판정이 박혀버린 후다.

그 자리에 얼어붙으며 리심의 음파가 적중한다.

이후 일어날 참사는 불 보듯 뻔하다.

〈쓰읍~~ 이런 장면이 나오면 안되는 거거든요.〉

-김서준 소노

-김동준 등장 1초 전

-좆강고 또 잘리네

-왜 뻔한 걸 자꾸 잘려?逞?

조금만 반응이 빨랐더라면.

애시당초 그 위치에 없었더라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 차이가 사소하다.

자그마한 실수가 분기점이 된다.

양팀의 실력 차이는 사실 작다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이런 게 바로 '근본'이지

어딜 파프리카TV에서 BJ나 하던 놈이 굴러 들어와서

└교수님도 BJ인데?

글쓴이-교수님은 후학 양성을 도모하신 거고

└킹학 갓성은 ㅇㅈ이지ㅋㅋㅋ

└프라이는 LCK 우승 출신인데 어딜 감히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국가다.

뿌리 깊은 유교 사상은 현대 사회에도 은근하게 영향을 미친다.

굴러 들어온 돌을 밉보는 경향이 있다.

하물며 플레이가 마음에 안 든다.

갑자기 띄워줬듯, 갑자기 몰매 맞는 일도 드물지 않게 생긴다.

아무튼 결론은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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