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5화 (95/201)

도저히 그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포스트 테이커, 이런 식으로 띄워드릴 수는 있어요, 있는데. 같은 색깔로 잘하는 건 아니에요.〉

〈완전 동의합니다. 피지컬도 뛰어나지만 게임을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 요지를 꿰뚫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지나가 보면 플레이 하나하나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어요.〉

〈그래서 더 대단한 거거든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매 시즌 특출난 신인이 나오지만 그중 절대 다수는 소리 소문 없이 다시 묻힌다.

이 선수는 무언가 다를 것 같다는 예감.

한두 번이면 몰라도, 계속이라면 우연이라 치부하는 게 어불성설이다.

확신을 할 만한 커리어까지 쌓았다.

요동치는 역사 한복판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명승부가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승자와 패자는 나눠지고 오직 하나의 팀만이 영광스러운 우승컵을 높이 들 자격을 얻습니다. 여러분, 다시 한 번 Keg 서울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그 시상식의 차례다.

진용준 캐스터의 힘찬 외침과 함께 경기장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 * *

개스파컵.

그 과정 속에서도 숱한 이변이 소용돌이쳤지만 결과에 비한다면 한참은 모자라다.

누구도 감히 예상할 수 없었다.

결국 우승팀은 정해지고 말았다.

그에 따라 커뮤니티에서는 파란이 인다.

결승 전, 제기된 발언들에 대한 재평가 말이다.

─무법지 공식 입장 발표.jpg

3줄 요약

1. 욕하는 애들 때문에 썸네일 내린다

2. 내 안목은 지목할 만하다고 봤다

3. 니들이 뭔데 나한테 뭐라 하냐

└지가 처음 썸네일로 어그로 끈 건 생각 안 하나?

└구로가 욕먹을 이유가 없긴 하지. 근데 왜 본인도 묻어가려고ㅋㅋ

└구로는 축구로 치면 이승우

└Fact) 다크는 둘 다 상대해보고 말한 거고, 무법지는 관전

자칭 게임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빗나갔다.

달라진 결과에 따라, 여론이 빗발치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꼽을 주는 소리가 없기도 힘들다.

어차피 틀리는 클펠레는 그렇다 치고.

조회수 상승을 위해 어그로를 끌었던 한 유튜버가 뭇매를 맞는다.

물론 일각에서는 다른 시선도 있었다.

─???: 정말 어이가 없군 무법지……

어떻게 범인을 한눈에 알아챈 거지?

└범인 지목이었누ㅋㅋㅋㅋㅋ

└명탐정 무법지!

└우린 그런 줄도 모르고 ㅠ.ㅠ

└다크 겜알못쉨 마왕을 범인으로 지목하네ㅋㅋ

결과적으로 미드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그것도 매우 크게.

하지만 그럼에도 이길 만한 경기였던 게 사실이다.

탑과 바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바텀 차이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교수님이 지도하신다는 드립까지 퍼지며 역전이 기정사실화되었는데.

─결승 패배 원인 교수님 해명 떴다

「[GeSPA컵] 우승의 주역 '최창민' 실력의 비결은 연습…… 꿈 위해 학교도 자퇴」

교수님도 자퇴생은 지도가 안됨ㅇㅇ

└자퇴생이었누ㅋㅋㅋ

└이러니까 말을 안 듣지!

└학생이 아닌데 어쩔 수 없잖아~

└???: 교수라고 너무 방심한 것 아닌가?

진부한 예상을 뒤집어버린다.

LOL이라는 팀 게임에서 개인의 가치가 이토록 빛을 발한다.

두고두고 회자될 말도 안되는 캐리력을 선보였다.

팀 차이를 뛰어넘어 버릴 만큼.

후반 보험을 원금 손실 하나 없이 해지시켰다.

GOO Tigers의 에이스 스맥을 저지하고, 그 영향력으로 바텀까지 틀어막았다.

─???: 스맥이 맥도날드를 오픈했다고???

바삭함과 깊은 맛의 진리

BBQ 써'프라이'드

대세는 치킨이다!

└미친 새끼ㅋㅋㅋㅋ

└창업형 프로팀ㄷㄷ

└Fact) 밥디디가 밥 대신 시키던 치킨이다

└교수님 노후 준비 벌써하누

무난하게 성장 잘한 원딜의 취급이 이리도 박했다.

4세트는 마왕의 독단적인 폭주였다.

5세트는 원딜이 아예 의미가 없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고평가를 받던 해강고원딜킹.

결승전에서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실력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프라이가 원딜의 로망은 무슨ㅋㅋㅋㅋㅋㅋ

진짜 원딜의 로망은 '해강고'인데

└이 색기 롤잘알 ㅇㅈ

└이건 맞지ㅋㅋㅋ

└이건 원딜의 로망이 아니라 롤의 로망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고토 안 해도 이김!

이긴 게임에서도 존재감이 없다시피했다.

진 게임에서는 범인으로 지목 받았다.

평가가 내려가게 된 건 당연한 이치.

하지만 모든 선수가 그런 건 아니다.

팀 게임인 만큼 최소한은 받쳐줘야 한다.

결승전을 계기로 평가가 올라간 선수도 있었다.

─율천고가 1인분 한 이유 설명해줌

'천고마비'의 계절이 지났기 때문에

└아아 소까

└12월은 초겨울 맞지

└가을 지나니까 바로 사람됨ㅋㅋㅋ

└구로 상대로 버틴 것도 용함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마추어다.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다.

결과 또한 좋았으니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단점들이 눈에 띈다.

상대팀 선수에 비하면 한참은 부족하다.

하지만 팬들이 살고 있는 건 현실이다.

「[GeSPA컵] Keg 서울, 프로팀 연파하고 ‘LoL 개스파컵’ 초대 챔프 등극!」

「[GeSPA컵] GOO Tigers를 쓰러트린 Keg 서울의 비밀 병기 '타이온'」

「[GeSPA컵] 메타 or 실력? 승부를 가르는 주요 변수는 무엇?」

무려 5세트에 걸쳤던 초장기전.

각 선수당 하이라이트 장면이 하나씩은 나온다.

이긴 쪽 선수들의 플레이 메이킹이 보다 주목 받게 된다.

차근차근 쌓아온 이미지와도 맞물린다.

우승을 계기로 서울팀의 평가가 치솟고 있다.

그에 따라 안타까운 소식도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들려왔다.

─Official) 해강고 KTX 롤러코스터로 이적

KTX 롤러코스터는 SNS을 통해 '해강고' 변재훈과 2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로서 LCK에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 셈이다.

이로 인해 Keg 서울의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기존 팀원들과 합의가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헐……

└KTX면 원딜 급하긴 했는데 엄청 빠르네

└지 혼자 간 거면 역적 아님?

한창 주가가 올라가던 시기다.

갑작스런 고점 매도가 논란을 낳는다.

더욱이 이는 수많은 팬들이 눈치를 보고 있던 사안이다.

골수팬층은 이대로 스폰 얻어서 LCK에 데뷔했으면 좋겠다.

우승 실력이면 어디선가 분명 제의가 올 것이다.

여론이 채 형성되기 직전에 일이 터졌다.

─Keg 서울은 공중분해 거의 확정이네ㄷㄷ

다른 라인도 아니고 원딜이 빠지면;;

마왕이 가는 건 에바참치잖아

└원딜도 팀이 받쳐줘야 뭘 하는 거지

└사실상 마왕 원맨팀이었는데ㅋㅋㅋㅋ

└해강고도 결승 죽 쒀서 그렇지 나름 잘함

└엑소더스 때문에 선수풀도 없는 마당에 해강고 정도면 뭐……

사실 이는 어느 정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불과 두 달 전 일어났던 '엑소더스'.

롤드컵의 우승이 분기점이 되었다.

한국 선수들이 그렇게 잘해?

해외 프로팀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선수 입장에서는 높은 연봉을 마다하기 힘들다.

수많은 선수들이 해외로 유출됐다.

그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대사건이었다.

국내팀들 입장에서는 신규 선수 확보에 목이 말랐다.

「'마포고' 현준 마진 엠파이어과 계약 체결. 넛신에 이은 젊은 피 수혈인가?」

「'풍덕고' 엄재호 기묘한 인연? "GOO Tigers측에서 먼저 손 내밀어"」

「짐에어 그릴윙스 '율천고' 영입! 권상용 감독曰 "최선을 다할 것"」

그런데 때마침 혜성처럼 등장한 아마추어팀.

심지어 프로팀을 꺾고 개스파컵의 우승을 차지했다.

LCK팀들의 시선이 쏠리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일반팬들이 모를 뿐 물밑 작업이 착착 이루어졌다.

한 명, 두 명 이적 소식이 SNS를 통해 퍼진다.

그렇게 사실상의 공중분해가 확정된 가운데.

─와, 마왕만 끝까지 의리 지키네……

아직도 이적 소식 안 뜸ㄷㄷ

모르긴 몰라도 오퍼 제일 많이 왔을 텐데

└존나 왔겠지

└의외로 의리파네

└멘탈 터지지 않았을까?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아직 한 명의 행방만은 불분명했다.

한국 대회는 한국 시청자만 보지 않는다.

해외에서 보는 시청자 수도 엄청나게 많다.

단순히 알려져 있는 정도로 따질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이 해외 축구 챙겨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세계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리그.

거의 자국 리그와 비슷한 급으로 자연스럽게 시청한다.

〈Holy Crab! They're rushing the Nexus there they go~!〉

〈Oh man, Are you serious……? The amateur beat the team that caught the SKY T1.〉

-Korea Internet Cafe team〉〉〉〉〉World

-This is not real

-So where is the camera? LUL

-The Korean top players went abroad and new monsters came out!

개스파컵의 경기 또한 해외에 송출된다.

그것도 주요 리그에서 파견된 해설진이 진행한다.

결승전은 무려 수천만 명의 해외 시청자가 함께했다.

마지막 세트, 그 넥서스가 무너지는 순간.

믿기지 않는 결과 또한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아마추어팀이 LCK의 강호들을 잡고 우승해버렸다.

─한국의 C9가 강림했다 애들아!

갑자기 나타나서 왕좌를 차지했어

└LOL 역사상 가장 큰 이변이 일어났어!

└그러니까 Keg 서울이 시즌3 C9의 한국 버전인 거지?

글쓴이- That's right!

└준프로팀도 아니래. PC방에서 연습한 아마추어야

해외에도 비슷한 선례가 있었지만 경우가 다르다.

코치 하나 없는 아마추어팀이 프로팀을 꺾는다.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 펼쳐졌다.

만약 그것이 경기력 저하가 원인이다.

그런 거라면 이슈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해외팬들이라고 게임 보는 눈이 없는 게 아니다.

─한국 Wiki에 의하면 서울팀은 아마추어래

챌린저팀+ 미드가 현 솔랭 1위

LCK 프로팀들을 잡고 우승했어

└한국에서만 가능한 일. RIP

└롤드컵=국제 박람회

└한국 챌린저팀〉나머지 국가

└조만간 한국 관광을 갈 생각이었는데 서울은 피해야겠어. 무서워……

그 의미는 오히려 해외팬들에게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

그도 그럴게 한국의 독주가 잦아들 줄 알았다.

불과 얼마 전, 엑소더스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수많은 한국 선수들이 해외팀으로 이적했다.

뿐만 아니라, 시즌4 롤드컵 우승팀이 사라졌다.

삼선 왕조의 해체는 해외팬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한국에 남아있는 강팀이라 해봤자 SKY T1?

그 정도는 우리도 어떻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선수들도 영입했으니 희망이 있어 보였는데.

─Keg 서울이 맛밤을 이겼을 때 잘한다고 생각했어

짐에어 그릴윙스를 이겼을 때는 정말 잘한다고 인정했지

GOO Tigers까지 이기니까 한국이 미친 듯이 잘한다는 걸 깨달았어

└속단하지 마. SKY T1을 잡은 것도 아니잖아

글쓴이-SKY T1은 GOO Cats에게 잡혔는데?

└What……??

└SKY T1도 힘든데 그 이상의 팀이 두 개나 생겼네 OMG

일장춘몽도 되지 못했다.

새로운 LCK의 강호가 벌써 둘이나 나타났다.

해외팬들로서는 초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는 사태다.

[Best Comment]- 이걸 보고 있는 북미, 유럽 팀들의 감상을 듣고 싶네요

[Best Comment]- 서양팀들도 당장 한국 PC방으로 전지훈련을 가야 돼!

[Best Comment]- 시즌5 롤드컵은 한국 PC방에 시드권을 주는 게 낫지 않을까? LUL

서양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 사이트 래딧.

패닉 상태로 변한 유저들이 길길이 날뛰고 있다.

그리고 이는 한국에 가장 경쟁심을 불태우는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굶어 죽어가는 낙타가 호의호식하는 말보다 낫다더니. LCK는 신인 발굴 시스템이 정말 좋은 것 아니냐?」

일련의 주제는 중국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두가 되고 있다.

자국에 대해 유별난 자부심을 가진 나라다.

엑소더스는 중국인들에게 승부수였다.

한국이 지금 잘하면 뭐하냐?

우리가 한국 선수들 다 사들였다.

최후의 승자는 자신들 중국이 된다.

실제로 China Money를 살포해 시장 경제를 무너뜨린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e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라며 칼을 갈았다.

그런데 불과 두 달만에.

[最佳??]- 이런 팀이 아무데서나 툭 튀어나오는 게 한국이 얼마나 강한 지역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最佳??]- 베테랑 선수들이 떠났어도 대형 신인들이 바로 나타나는 걸 보면 중국은 한국보다 두 수는 밑이다.

[最佳??]- 결국 우리가 No.1이야. 왜냐면 최고의 LCK팀이 롤드컵에 갈 거고, 롤드컵에서 최고로 잘한 선수들이 LPL로 올 거니깐!

시즌4 롤드컵의 우승팀.

삼선 갤럭시 선수 대부분을 중국이 샀다.

때문에 이번에도 사면 된다는 여론이 들고 일어난다.

"다른 선수는 몰라도 마왕은 사야 한다. 그를 내주는 건 너무 위험하다."

"LPL 내 다른 팀이 그와 접촉하기 전에 무조건 서둘러라!"

그리고 이는 실제로 실현되고 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재력을 가진 팀이 실재했다.

* * *

〈형, 진짜 죄송해요. 저는 갈 생각 없었는데…….〉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도 있는 법.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모두 자택에 돌아간지라 전화를 통해서.

"신경 쓰지 마. 스폰 구해서 팀을 창단하는 게 더 말이 안되는 거지."

〈그래도…….〉

"아, 닥쳐!"

지들도 솔직히 가고 싶으면서 왜 아닌 척을 해.

구구절절하게 체면치레하는 건 사양이다.

물론 사정을 다 아니까 하는 말이다.

'서로간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도 크고.'

동반 입대해서 나올 때는 따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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