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면 한·일, 한·중 관계도 더럽게 안 풀리더라고.
대화도 안 해.
국민 감정은 격해져.
제목소리만 주장하는 답답한 상황이 수십년간 지속됐다.
'허허, 여자 장위안인가?'
비정상회담이 잠시 생각났다.
참고로 장위안은 중국에서 꽤 양반이다.
그 정도면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놀랍게도.
어색한 대치가 이어진다.
그래도 조금 흥분을 가라앉혔는지 심호흡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감정을 담아 물어온다.
"역시 돈이죠?"
"네."
"……망설임도 없으시네요."
"그럼요. 사람은 솔직해야죠."
어쩌라고.
위한답시고 어설프게 하얀 거짓말하는 것보단 그냥 솔직한 게 낫다.
'막말로 맞잖아.'
구구절절 질척하게 설명할 필요가 뭐 있어.
어차피 댁 광둥 사람이잖아.
직설적으로 주고 받는 게 서로 편할 것이다.
"원래 세상 일이라는 게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저렇게 될 수도 있는 건데 너무 연연하지 말고."
"……."
"어금니 꽉 깨물지도 말고."
"깨문 적 없거든요?"
중국 여자들이 기가 좀 많이 세다.
마치 그 어떤 반도의 여자들처럼.
특히 광저우는 지역적으로도 심하다.
그래도 돈을 가장 중시하는 지역이다.
그런 만큼 이해는 할 거라고 본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돈 많이 벌어서 꼭 부자 되세요?"
"댁은 광둥 사람이면서 왜 비꼬세요."
"저는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끼눈을 응시한 채 가라앉은 어조로 대답해온다.
아무래도 가치관에 차이가 있나 보다.
광둥 사람이면 잘 맞을 줄 알았는데.
'전통적으로 광둥은 장사를 하던 곳이라.'
돈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소리다.
요즘 애들 아니랄까봐 인생 어렵게 사네.
"아니, 거지팀의 코치 아니신가? 우리 에이스에게 무슨 볼 일이라도?"
인생 쉽게 사시는 분이 다가오셨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됐다.
매니저가 먼저 가서 사정을 알린 모양이다.
"……딱히요."
"흐흐, 그러게 해체하고 넘어오라 했을 때 들을 것이지. 꼴에 욕심은 많아 가지고."
"관심 없습니다."
아무래도 구단주님과는 구면인 듯하다.
경쟁팀이었으니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런데 이야기가 꽤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흡수 합병을 생각하셨나 보네.'
우리 구단주님이 팀을 키우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하셨던 것 같다.
상당히 괜찮은 방법이다.
어떤 방법이든 과정이 문제긴 하겠지만.
자세한 사정은 알 수가 없는 노릇.
알고 싶지도 않은 노릇.
어색하게 헤어지고 준비된 차를 탔다.
"건방진 계집년이지?"
"격하게 공감합니다."
"크하하하!"
적어도 구단주 입장에서는 시원할 수 있다.
나도 왠지 살짝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
이러면 안되는 거 알긴 아는데.
'무슨 악당도 아니고 말이야.'
그럴 리가 없다.
세상에 착한 사람이 어디 있어.
본심은 사악한 나쁜 녀석임이 분명하다.
* * *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혹시나 해서 확인해봤지만 정말이었다.
그리고 오늘.
"……라는 일이 있었어. 쓰레기 같은 놈이지?"
허름하기 그지없는 숙소 안.
Team CC의 선수들이 거주하는 장소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컴퓨터들이 안 그래도 높은 체감 온도를 치솟게 만든다.
류샤오는 선수들에게 경기가 끝나고 있었던 일을 설토했다.
그 이전에 있었던 이야기 또한.
분명 격한 공감을 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샤오, 그건 실례되는 생각이다."
"뭐?"
돌아오는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한 반문이었다.
팀의 원딜러를 맡고 있는 샹웨이.
자신의 말을 정면으로 부정해왔다.
'설마…….'
JCG Games는 Team CC의 선수들에게 거액 스카웃을 제안했다.
그것도 물밑에서.
사실상 선수들을 빼가려고 한 것이다.
일련의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세간의 지탄을 받자 아예 정공책을 밀어붙였다.
배가 넘는 연봉을 줄 테니 팀을 해체하고 이쪽에 오라.
그 대상에는 코치인 류샤오도 포함돼있었다.
얼핏 괜찮은 제안 같지만 모두가 아니다.
원딜러와 정글러뿐, 감탄고토였다.
설마 이제 와서 샹웨이가 넘어갈 생각이 들은 건지.
"그는 프로 선수다. 꿈을 위해 학교까지 자퇴했다는 기사를 봤다. 쉽게 내릴 수 없는 대단한 용기고, 그만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
순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류샤오는 스스로를 반성해야 했다.
샹웨이의 말은 정론이었다.
그것도 매우.
가만히 듣고 있던 미드라이너 우하순도 같은 견해를 내비쳤다.
"한국은 예를 중요시 한다고 들었다. 잘 알지도 못할 중국의 한 도시에서 어쩌다 만난 인연을 골탕 먹이기 위해 그런 짓을 꾸몄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지."
"……."
"샤오?"
"미안, 내가 잘못 생각했어."
프로 선수가 연봉을 보고 팀을 선택하는 건 당연하다.
그 의도가 사사로운 감정에 의한 것일 리 없다.
설사 자신이 건넨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기업팀인 JCG Games 이상을 제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머리를 식히고 생각하자 화낼 일이 아니다.
사실 그 정도는 류샤오도 알고 있었다.
'상황이…….'
평소 같았으면 괘씸한 정도였겠지만, 지금 Team CC의 상황은 그야말로 사활이 오간다.
오늘 경기에 걸린 무게는 무거웠다.
분명 스폰서도 지켜봤을 것이기에.
뿐만 아니라 LDL의 최종 우승과도 직결된다.
다른 경기를 다 이겨도 결국 JCG Games에게 패배한다면 물거품이 돼버린다.
아직도 심각한 표정을 벗지 못한 류샤오를 향해.
"샤오, 마음은 알지만 최근 너무 민감한 것 같다. 겨우 한 번 졌을 뿐이다."
"그는 분명 대단해. 하지만 우리도 만만히 스코어를 내준 건 아니야."
"시즌이 끝나갈 즈음 웃는 건 우리 여섯이 될 거야."
자신의 걱정이 과했던 것일까?
선수들은 전혀 전의를 잃지 않았다.
Team CC는 팬들에게 가족구단(家族球團)이라 불린다.
실제 혈연이 이어진 건 아니지만 그만큼 고단했다.
규합된 과정도, 성장해온 과정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하나하나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광저우 최고의 팀이 됐다.
'맞아, 의기소침해 있을 때가 아니야.'
경기의 결과는 참패였다.
하지만 냉정하게 분석하면 앞서가는 포인트도 있었다.
라인전은 확실히 자신들이 유리.
리심의 개입으로 무너졌을 뿐이다.
이 또한 시간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
한 시라도 빨리 경기를 분석하고 대책을 세운다.
"앞으로 2주일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거야. 다들 각오 됐어?"
"그런 건 말할 필요도 없지."
"하루에 4시간씩만 자기로 할까?"
"난 3시간이면 돼."
"그럼 난 2시간!"
이 또한 지나가면 추억이리라.
위기이기에 더욱 굳건히 단결할 수 있다.
류샤오를 중심으로 Team CC는 정상을 향한 재도약을 꿈꾸었다.
광저우 LDL은 9개의 팀이 참가한다.
본래는 8팀이 참가하지만 한 가지 특이사항이 적용된 결과다.
「2015 광저우 LDL 시드 선발전 안내」
■ 일정
12월 27일(월)~ 1월 12일(수)
1월 16일(일) 플레이오프 2/3위전
1월 22일(토) 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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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시즌이 아닌 시드 선발전.
갑작스레 도입된 연고제로 인한 급조다.
기존 1~3부 리그의 팀들이 전부 뒤섞여 시드권을 다툰다.
다른 지역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기존팀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얼핏 1부 리그팀들에게 불합리한 강요로 보여도.
"우리가 항저우. 자네는 광저우로 만족하게."
"그러는 게 좋겠지. 우리 JCG는 아직 다 성장하지 못했거든."
1부 리그 LPL의 팀들은 전부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다.
구단주, 혹은 고위 관계자가 서로 다 아는 사이다.
'꽌시'라는 이름의 인맥 관계가 형성돼있다.
「나 하얼빈팀 할래. 이번 휴가는 하얼빈에서 보드 타고 싶어」
「아 지랄 노」
「한 번 정하면 못 바꿔」
「그래? 그럼 남는 거 적당히 줘」
「병신ㅋㅋㅋㅋㅋ」
더욱이 푸얼다이(富二代)..
중국의 다이아몬드 수저, 재벌 2세들이다.
LPL팀들의 대다수는 그들이 운영하거나, 관리한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깊게 얽혀있다.
서로 경쟁 관계가 되지 않도록 발을 맞춘다.
시드권을 딸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연고제가 간단히 받아들여진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게임사도 그런 유착을 알고 있다.
묵인해주는 대가로 기브 앤 테이크다.
「연고지 제도. LPL팀 반발無 왜? "사자는 늑대를 두려워하지 않아"」
「게임사 관계자曰 기존 LPL 시드권 증발 아니야. '형평성 지킬 것'」
적절한 협상 또한 오갔다.
기존에 LPL 시드권을 보유하고 있던 팀들.
플레이오프 내지 결승전 자동 진출의 특혜를 얻는다.
안전 벨트를 두 겹으로 단단히 맨 셈이다.
물론 일부 지역에 한해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기존 LPL팀이라고 해봤자 10팀밖에 되지 않으니까.
「?影ぁ無痕」
17시간 전。
광저우 LDL 지금 난리 났다
JCG Games에 새로 들어온 한국 선수가 미쳤어!
몇몇 지역은 순수 2부, 3부 리그팀들의 경쟁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광저우 LDL도 이 중 하나.
중국판 페이스북, 웨이보에는 일련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JCG Games? 처음 들어보네
-LSPL 남부 5위따리 팀이야ㅋㅋㅋ
-광저우는 Team CC가 우승하고 올라오겠지
-류샤오 코치 사랑해!
구단주들의 속사정을 팬들은 알 리가 없다.
순수한 전력과 상대 전적만으로 우승팀을 유추한다.
그 결과, 광저우 지역에서 시드권을 얻게 될 팀은 자명해 보였다.
사실상 1.5군으로 분류된다.
순수하게 실력만 따지면 이견이 안 갈린다.
JCG Games와의 상대 전적도, 순위도 압도적으로 앞섰는데.
「[광저우 LDL] 개막전 大이변…… JCG Games, Team CC에 2:0 완승」
「[광저우 LDL] 잠자던 용이 깨었는가? 압도적 경기력 선보인 JCG Games!」
잠룡(潛龍).
JCG Games의 별명이다.
얼핏 대단해 보이지만 실상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돈은 엄청나게 쓴다.
유명 선수를 거액의 연봉으로 빼온다.
그리고 띄워주는 식의 기사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
그래서 잠만 자는 용.
팬들이 비꼬고자 붙였다.
일부 한국 선수들의 별명 유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
[最佳??]- 이것도 돈 받고 쓴 선동 기사지?
[最佳??]- 믿을 수 없다
[最佳??]- 정말로 졌어? 보나마나 더러운 꼼수가 있었겠지만
중국팬들이라고 당연히 바보는 아니다.
대놓고 자본주의의 입김이 들어간다?
기존팀을 불합리하게 내몰려고 한다?
반발 여론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Team CC.
광저우에서 지지 기반이 두터운 팀이다.
중국 전체적으로도 인기가 상당하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충격적인 소식이 웨이보를 타고 흐른다.
이~쿠우!
개막전을 겸한 광저우 LDL의 첫 번째 경기.
그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리심의 판단력이 가히 신들린 수준이다.
이변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이었다.
Gif짤이 되어 웨이보에 퍼지고 있다.
처음에는 광저우 쪽에서만 화제가 되었지만.
「see you ?」
5시간 전。
이거 실화?
아니면 합성?
본 사람 있?ㅋㅋ
LPL의 푸얼다이들은 기본적으로 관종이다.
그들의 투자 이유는 비단 사업성만이 아니다.
만수르가 맨시티를 쇼핑하듯 나도 프로팀 하나 갖고 싶엉!
그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혹은 취미의 연장선으로 e스포츠판에 뛰어든 케이스가 많다.
그러다 보니 SNS를 활발히 한다.
한 LPL 구단주 푸얼다이가 웨이보에 영상을 공유했다.
-우리 단디도 저 정도는 함
웨이보主- 단디는 인정이지!
-어쩌다 한 번 나오는 인생 플레이
-합성일 수도 있고~
같은 푸얼다이들의 답글이 눈에 띈다.
오 개쩜! 저거 어떻게 함?